무제한의 세균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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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영J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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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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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3 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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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2)

DUMMY

#해외(2)



호놀룰루 국제공항에 도착했는데, 근 8시간에 가까운 비행에도 불구하고 거의 피곤하지 않았다.

이게 자본주의의 맛인가.

거의 몇백만 원에 육박하는 돈을 불과 8시간 비행에 태웠는데도, 기분이 상쾌했다.

아, 물론 내 돈은 아니어서 상쾌할 수 있던 거다.

하루아침에 1,300억 원을 벌어들이신 우리 대(大) 제피로스 류현수 선생님께서 사주신 티켓이었다.


“뭐해?”

“대 제피로스 선생님에게 새삼스럽게 감사한 마음을 품고 있었지요.”

“... 비꼬는 거냐?”

“그럴 리가요. 큰절이라도 올리고 싶은 기분인데.”


제피로스는 1300억을 벌었지만, 나도 거의 20억의 100% 수익률이니 20억, 거기에 200억 채무도 한 방에 날아갔다.

그의 조언 덕에 220억을 번 거나 다름없었으니, 큰절쯤이야 몇 번도 할 수 있었다.

아니, 몇 번 하면 안 되는 건가...?


“헛소리는 그쯤 하고, 얼른 나가자.”

“어?”


눈앞에 펼쳐진 어마어마한 입국심사 줄에 입을 떡 벌리며 제피로스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사람들이 줄 서 있는 곳이 아니라, 텅 빈 다른 심사대를 향했다.


“우린 줄 안 서도 돼요?”

“USDE License S등급 이상은 외교관 라인으로 수행인 3명까지 동반해서 통과 가능하다. 어지간한 보안검색도 다 제외 대상이고.”

“USDE?”

“United States Dungeon Expert License, 미합중국 던전 전문가 자격증이야.”

“언제 미국 자격증까지 따셨어요?”

“나 때는 다 있었어. USDE, EUDE는 기본이고 ODE는 옵션이었지. EU는 너도 알다시피 유럽연합 자격증이고 ODE는 Ocean, 해양 자격증이다.”


설명하면서 여유롭게 입국심사관에게 여권을 건네는 제피로스.

흑인 입국심사관이 거수경례를 올려붙이며 말했다.


“Thank you for your service. Have a nice day sir.”

“You too.”


영어는 잘 모르지만, 유튜브 같은 데서 많이 봤던 말이다.

복무에 감사드립니다. 같은 뜻이었던가.

보통 군인한테나 쓰던 말 같은데.

당연하게도 입국심사관은 내게는 그런 말 없이 그냥 여권에 도장만 쾅 찍고 보내주었다.


“저, 제피로스.”

“왜?”

“군인도 아닌데, 입국심사관이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죠?”


영어 할 줄 알았냐? 같은 소리를 하면서, 제피로스가 질문에 답했다.


“미국인은 아니어도, 미국 땅에서 USDE 라이센스 가지고 있으면 비상시에 소집되는 인력이니까.”

“... 네?”

“애초에 그걸 동의해야 라이센스가 나와. 주 정부가 비상사태에 USDE 라이센스 보유한 헌터를 소집할 권한이 있지. 연방 정부는 당연하고.”

“헐. 그랬어요?”

“당연하지. 괜히 외국인 헌터한테 이런 좋은 혜택을 주겠냐? 괜히 재수 없어서 여기서 뭔가 터지면 바로 강제소집이다.”

“그렇군요. 뭐, 금방 돌아갈 거니까요.”

“렌트부터 하자. 여긴 차 없으면 힘들어. 그나저나 어디 갈 건데?”

“킬라우에아 화산? 거기 가려고요.”


내 말에, 제피로스의 발걸음이 우뚝 멈춰 섰다.


“얌마, 미리 말했어야지. 화산지대는 여기 없어.”

“... 여기 하와이 아니에요?”

“하와이에 섬이 몇 개인데. 공항 뜨기 전에 말해서 다행이다.”


제피로스의 이어지는 설명으로 알게 되었다.

우리가 내린 곳은 보통 여행지로 가장 각광받는 호놀룰루가 있는 오하우 섬이고, 화산지대는 하와이의 가장 큰 섬인 하와이 섬, 혹은 ‘빅 아일랜드’로 통칭하는 섬에 있다는 것을.

바로 국내선 비행기 티켓을 끊고 빅 아일랜드로 향했다.


내리자마자 관광지 분위기 일색이었던 오하우의 호놀룰루와는 다르게, 빅 아일랜드의 시내이자 하와이 주의 제2 도시인 힐로는 관광지라기보다는 그냥 사람 사는 도시였다.

거기서 렌터카를 빌려서 킬라우에아 화산으로 향했다.

운전대는 내가 잡았다.

이 나이에 내가 운전하리? 하는 타박을 듣고서 한 건 아니고, 원래 내가 하려고 했다.

힐로에서 킬라우에아까지는 차를 타고도 거의 90분 거리.

심지어 도로 상황도 좋지 않아서 그보다 더 잡아야 했다.

90분이라는 시간 동안 죽음의 침묵으로 갈 수는 없었기에, 내가 먼저 눈을 감고 잠들려는 제피로스를 향해 말을 걸었다.


“이 동네는 게이트 없어요?”

“뭐...? 없겠냐? 당연히 있지. 심지어 꽤 중요한 게이트일걸? 첨단 산업에 쓰이는 희토류 성분이 이쪽 게이트 서식 몬스터에서 많이 나와서.”


흐아암, 하품을 터트리면서도 대답은 잘해주는 제피로스다.


“모르시는 게 없네요. 같이 오길 잘했어요.”

“내가 여자한테 까여서 같이 온 대타치고는 괜찮은 편이지.”

“그러니까 그거 아니라니까요.”


티격태격하며 대화를 나누는 동안 순식간에 시간이 지났다.

입장료까지 내고 화산 지대에 들어서자, 그야말로 지금까지는 태어나서 한 번도 보지 못했던 압도적인 광경이 펼쳐졌다.


“와...”


사방이 불타오른 땅에, 곳곳에 갈라진 틈새로 용암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계란 노른자 냄새랑 비슷한 유황 냄새로 머리가 띵할 정도였다.

물론, 이런 광경 정도야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크게 하품을 터트리는 사람도 바로 옆에 있었지만, 적어도 내게는 놀라웠다.


“난 차에서 좀 잔다.”

“예, 그러세요.”


제피로스를 차에 둔 채로, 안전지대에 차를 대놓고 내려서 천천히 용암이 꿀렁이는 대지를 향해 걸어갔다.

인벤토리에서 꺼낸 왕홀, 지팡이를 들고서 이제 거의 남지도 않아서 눈에는 점 정도로밖에 보이지 않는 3호기도 같이 꺼냈다.

기분 탓일까, 그런 3호기가 용암에 반응하여 꿈틀대는 것이 느껴졌다.


“가서 빨리 성장해 봐.”


기다렸다는 듯 용암으로 쑥 들어가는 3호기.


(3) Magmophile(마그모필레)

─개체수 : 3,623,074 개 (현재 최적의 상태에서 분열 중입니다. 동일 환경 유지 시, 20시간 33분 후 개체수 10억(현재 유지 가능한 최대치)에 도달 예정입니다.)


다행히도 안정적으로 분열을 시작했다.

문제는 20시간을 여기서 기다려야 한다는 거겠지만.


“제피로스한테 먼저 돌아가라고 해야겠는데?”


아무리 그래도 나 때문에 온 사람을 이런 곳에서 20시간 넘게 고생시킬 수는 없었다.


“아니지, 잠깐만... 굳이 분열이 아니라... 새로 일으켜도 되는 거 아닌가?”


마그마에서 사는 미생물이라면, 분명 번식하고 사멸하고를 반복할 터였다.

그렇다면, 저 용암 안에는 어쩌면...


[스킬, ‘미시안’을 사용합니다.]

[스킬, ‘미시안’이 대상으로부터 미시세계의 존재를 포착했습니다.]

[Magmophile(마그모필레) 개체 다수를 발견했습니다.]


예상이 맞았다.


“언데드 라이즈.”


[언데드 라이즈 스킬을 사용하시겠습니까?]

[대상 : Magmophile 균주 사체 3억 8766만 2232개]


“잭팟이다.”


분열로 수를 불리려면 한참 기다려야 했겠지만, 그냥 용암에서 자연사멸한 개체들을 되살리는 것으로 수를 보충하는 방법도 있다는 걸 깨달았다.

이렇게 한두 번만 더 하면 끝나겠는데?

여유롭게 다시 용암을 찾아 미시안과 언데드 라이즈 스킬을 사용하려던 그 순간이었다.


“Put your hands up and don’t even move your fucking ass!”


뭐야, 뒤에서 들려오는 영어에 식은땀이 주룩 흘렀다.

뭔가 말이 긴데, 잔뜩 화가 나 있고...

뭐 실수라도 했나?

돌아보면서 빙그레 웃으며 말해주었다.


“아임 파인 땡큐, 앤유?”


한국인 국룰 인사지.

그런데, 뭔가 이상한데.

저 새끼 들고 있는 저거... 총 아냐?


“Are you playing with me? Get your fucking ass down and give me that shit!”


그러면서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을 때.


“설마, 이거 달라고?”


권총이 가리키는 방향은 내가 들고 있는 아비센나의 왕홀이었다.

손짓으로 가리키자, 녀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와, 간도 크네. 헌터 아이템을 강도질한다고?”


헌터가 제대로 힘을 쓰면 고작해야 일반인이 총으로 상대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동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상태에서 평범한 마법사가 총을 마주하면 별수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지팡이를 든 나를 노린 것 같기도 하고?

아이템 값이 워낙 비싸니, 운 좋으면 어지간한 부잣집 터는 것보다도 수익이 나으리라.

강도야, 너도 다 계획이 있구나?


하지만, 강도 친구에게는 큰 문제가 있었다.

첫째로... 내가 평범한 마법사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푸스스스! 놈이 든 권총이 내 시선이 닿는 순간, 순식간에 부스러지고 있었다.


“Oh shit! oh shit!”


덜덜 떨면서 부스러지는 권총을 내던지고 도망치는 강도 친구.

정확히는, ‘도망치려고’ 했던 것이지만.

2호기가 정확히 신발을 땅에 붙들어놓고 있었다.

그러자 신발을 벗고 달렸지만, 양말 역시 붙어버렸다.

양말을 벗고 달리자 맨발이 붙어버렸다.

불과 몇 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신발, 양말, 골고루 허물 벗어놓고 맨발로 땅에 붙들렸다.

최강 레벨의 속박 능력을 자랑하는 2호기의 활약이었다.

그렇게 한바탕 실랑이를 벌였더니, 뒤늦게 하품을 터트리며 제피로스가 슬렁슬렁 걸어왔다.


“뭐야, 뭔 일이야?”


연신 헬프!를 외쳐대는 우리 강도 친구를 확인하고는 제피로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친구는 왜 멀쩡한 신발 양말은 다 땅에 벗어놨어?”

“강도예요.”

“강도라고?”

“권총 들고 절 협박하더라고요, 아이템 넘기라고.”

“와우, 간 큰 자식일세. Hey, you made a big mistake, this guy is a very famous hunter in Korea.”


그제야 상황을 파악했는지, 놈이 싹싹 빌기 시작했다.


“한 번만 봐달라는데?”

“그럴 수 없죠. 경찰에 넘겨야죠.”

“뭐, 그러지.”


제피로스가 911에 전화를 걸어 무어라 말하자,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차 한 대가 도착했다.

유창한 영어로 대략적인 상황을 설명하는 제피로스.

이거, 영어를 배우던가 해야지...

그가 경찰과 대화를 나누더니, 슬슬 알아듣지 못해서 답답해지던 내게 말했다.


“요즘 이 주변에서 헌터 대상으로 한 강도 사건들이 기승이었다더라. 심지어 몇 명은 죽었대. 대상이 지팡이류 아이템 든 마법사 계통 헌터들이었고.”

“... 마법사는 총 피하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뭐, 나야 여차하면 아테나도 있었으니, 고작해야 권총 정도로 죽을 일은 없었을 테지만.


“이쪽 화산지대 근처에 게이트들이 많아서, 그걸 공략하러 온 헌터들을 노린 것 같다고 하네. 이야 이거... 하와이 안전하다는 것도 옛말인데?”

“별 경험을 다 해 보네요. 총 든 무장 강도라니.”


그걸 상대하기에 충분히 강해져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던전도 아니고, 노상에서 총 맞아 죽는 건 너무 억울하잖아?


“증언 관련으로 경찰서까지 임의동행해달라는데, 괜찮겠지?”

“어쩔 수 없죠.”


여기까지 온 김에 3호기는 꽉 채워가고 싶었지만, 내일 또 와야지 뭐.

아쉬움을 조금 남겨두고, 렌터카에 타서 경찰차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운전해서 하와이 주경 사무실에 도착했을 때, 경찰은 이런저런 것을 물어보았다.

나는 본 대로 증언했고, 중간에 제피로스가 어떻게 통역했는지는 몰라도 이야기는 잘 전달된 것처럼 보였다.

한참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던 제피로스가 미간을 확 좁히며 내게 말했다.


“네가 잡은 놈, 진짜 악질인데?”

“네?”

“최근 하와이에서 일어났던 헌터 강도 살인사건 세 건이 모두 이놈 짓이었다네. 가택 수색에서 증거 나왔대.”


... 사람 새끼가 아니었네.


“하와이주 헌터 협회에서 현상금까지 걸어놨었다는데, 그걸 네가 잡았어.”

“헌터 협회 현상금요?”


헌터 협회의 현상금이라니.

이거... 뭔가 생각지도 못한 대박이 찾아오려 하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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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판정(2) +60 24.05.09 54,420 1,053 11쪽
4 #판정(1) +43 24.05.08 54,852 1,15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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