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나 확 망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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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staiji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1
최근연재일 :
2025.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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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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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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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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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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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끝과 시작 39

DUMMY

*

객차로 들어와 간신히 숨을 뱉었다.


다행히 아휘와 난 멀쩡했다.

긁힌 상처가 몇 있었지만, 호랑이에게 먹히지 않았다는 게 어딘가!


“하, 식겁했네. 이게 지금 말이 되는 거냐? 지하철역에 호랑이라니? 누가 키우다 버린 고양이 새끼도 아니고, 어떻게 저 딴 놈이 있을 수 있냐고?”


암만 생각해도, 지금까지의 일이 믿기지 않았다.


코끼리만큼이나 큰 호랑이에게 간신히 살아남았다는 것을 누가 믿으랴.

유리창틀에 대가리를 집어넣고 있는 놈과 마주하고 있다는 것을 누가 믿으랴.

그놈의 오른쪽 눈깔을 내가 직접 뽑아냈다는 것을 누가 믿으랴.


“아주 끝장을 내주마.”


백퍼 공감한다는 듯 마구 고개를 끄덕이는 아휘를 뒤로 물리고, 손잡이 쇠기둥을 뽑아냈다.

마대보다 튼튼하니 잘만 하면 놈을 아예 장님으로 만들 수 있었다.


곧바로 겨누자, 재빨리 대가리를 창틀에서 빼내는 놈이었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놈이었다.


“봤지, 아휘? 아저씨 이런 사람이야. 호랑이도 아저씨한테는 꼼짝 못해. 완전 짱이지?”


내 스스로도 뭔가 으쓱했다.


호랑이와 싸워서 이긴 놈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그런데 뭔가가 허전했다.

있어야 할 게 없달까?

토끼 고기는 가방에 들어있고, 그 가방은 아휘 등에 있고, 아휘는 엄지척 중이고, 그 옆에 코코가 있고... 없네?


“코코? 아휘야, 코코 어딨어?”


맙소사!!!

승강장 구석 의자 밑에 숨어있는 코코였다.

문제는 호랑이도 코코의 존재를 알아차렸다는 거였다.


“코코!!! 도망가!!!!!”


코코와 호랑이가 동시에 달렸다.


천지차이였다.

코코가 그 짧은 다리로 백 걸음을 도망친다면, 호랑이는 긴 다리로 한두 번 달려서 거리를 좁혔다.


코코도 그 불리함을 아는지, 승강장에 널브러진 벤치와 기둥, 쓰레기통과 자판기 등을 이용해 요리조리 빙빙 돌았다.


얼마 가지 못했다.

도망치는 패턴을 읽은 호랑이가 길목을 막아대며 몰자, 코코는 결국 무너진 터널 잔해 위로 올라가 버렸다.


높은 곳에서 버티면 안전할 거라 판단한 모양인데, 아주 잘못된 선택이었다.


호랑이는 높낮이를 가리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그곳으로 갔기에 코코 스스로 막다른 길로 들어간 것과 같았다.


“아휘, 여기서 기다려!”


나는 객차에 있는 비상용 도끼를 꺼내 쥐고 창틀을 넘었다.

코코에게 집중된 호랑이의 시선을 돌릴 미끼가 필요했다.


빌어먹을, 내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이 새끼야! 나 여기 있다!!!”


일단은 성공이었다.

20여 미터 떨어진 거리에 지 눈을 병신으로 만든 주인공이 있으니, 달려들 기세를 취했다.

나는 한 발짝 더 전진하며 도발을 감행했으며, 코코는 눈치껏 도망칠 타이밍을 쟀다.


우린 그렇게 각자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시켰다.


“뭘 망설여? 들어와, 들어와! 세상 구경 못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


이윽고 시동을 거는 호랑이였다.

잔뜩 몸을 웅크리더니, 일순간 솟구쳐 성큼성큼 달려들었다.


“코코! 지금이야!!!”


코코가 휙하니 아래로 뛰어내렸고, 나는 도끼자루를 꽉 움켜잡았다.


딱 한 번의 기회다.

똑바로, 제대로 던진다면 왕 자가 새겨진 놈 이마에 꽂힐 것이다.


자, 와라!!!


10m... 9m... 조금만 더... 6m... 5m!


지금이다!!!


나는 몸을 활처럼 젖힌 후, 반동을 이용해 팍!!! 도끼를 날렸다.

바람을 뚫고 가는 도끼날의 소리가 휘리릭 들려왔다.


호랑이는 절대로 피하지 않을 것이다.

구겨질 대로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을 것이다.

그러니 도끼가 지를 향해 날아가는데도 직진으로만 오는 거겠지.


이런 상남자 호랑이 새끼 같으니라고!


그래, 네놈의 그 쓸데없는 가오가 날 승리자로 만들 것이다!!!


“어? 피했네?”


살짝 고개를 틀어 도끼를 피하는 호랑이였다.

내 회심의 공격이 완벽히 실패했다.


“아휘, 비켜!!!”


유리창틀로 몸을 던졌다.


으악!!!


창틀에 박혀있던 유리가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그 순간, 아가리를 벌린 호랑이가 덮쳐왔다.


생각하고 말고 할 틈이 없었다.

허벅지가 작살나는 한이 있더라도 어떡하든 객차 쪽으로 넘어가는 수밖에!


일시에 힘을 가해 몸을 끌었다.


또 으악!!!!!


허벅지 살이 주우욱 갈리는 것이 느껴지는 사이, 창틀을 넘어섰다.

놈 송곳니에 걸린 신발 한 짝이 저만치 날아간 직후였다.


쿵!!!!!


다시,


쿵!!!!!


날 못 잡아먹어 열불이 난 호랑이가 연이어 박아댔다.

강철로 된 객차 외벽이 움푹 들어갈 정도의 엄청난 파워였다.


“코코?”


어느 틈엔가 객차로 들어와 있는 코코였고, 어쨌든 산 나였다.

우린 이산가족이라도 만난 것 마냥 서로를 껴안아대기 바빴다.


그러나 죽을 것 같았다.

쫙 벌어진 왼쪽 허벅지에서 수돗물을 틀어놓은 것처럼 철철 피가 흘렀다.

단순히 피부가 찢긴 게 아니라, 안쪽 살이 갈가리 찢긴 것이다.


“일 대 일인 거냐? 네놈은 눈, 난 허벅지... 아, 시발! 좆나게 아프네...”


급한 대로 셔츠를 찢어 꽁꽁 묶는 사이, 호랑이가 출입문을 계속 박아댔다.

어떡하든 안으로 들어오려 노력 중인데, 그래봤자 지 대갈통만 아플 것이다.


“꺼져!!!”


놈과 나는 승부욕에 휩싸여 한동안 서롤 노려보았다.

그러다 문득, 우린 닮지 않았나 싶었다.


인간과 짐승으로 구분될 뿐, 결국 우린 살아나가야 한다는 의지는 똑같은 것이 아닌가 싶은 거다.

그렇기에 누굴 탓할 순 없었다.


옳고 그름에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었다.


“네가 우릴 먹고 싶어 한다는 건 알겠어. 하지만 먹힐 수 없는 우리 입장도 좀 알아주라. 네 눈 그렇게 만든 건 미안한데, 이제 제발 좀 가줘. 괜히 힘만 빼는 거라니까. 응?”


내 말이 통했나?

호랑이가 머리를 한번 털더니, 몸을 틀어 터벅터벅 멀어져 갔다.

뒷모습엔 그 전과 같은 살기는 느껴지지 않았다.


포기를 한 것이다.

뭔가 굉장히 쉽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지만, 난 치료가 급했다.


“가자. 저 앞으로 가면 운전하는 곳이 있어. 비상약이라도 있을 거야.”


객차에는 백골이 되었거나 진행되고 있는 시체들도 넘쳐났다.

그러지 않으려 했는데, 할 수 없이 몸을 뒤졌다.


두통약이라도 있으면 했다.

조금 전부터 눈앞이 자꾸 흔들거렸다.

많은 피를 흘렸고, 통증이 심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없었다.


어느 시신에 있던 낚시 가방만을 들고 기관실로 향했다.

그곳에 비상약통이 없다면, 내 스스로 허벅지를 꿰매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었다.


제발, 그 지랄 맞을 상황까지는 오지 말기를.


**

왜 그러냐고, 왜? 왜 슬픈 예감은 항상 맞는 건데?


기관실엔 비상약통은 없었다.


처음부터 반대편으로 갔어야 했나?


허벅지를 살폈다.

조금 전보다 피는 덜 흘렀지만, 확연히 보이는 내 속살에 구역질이 올라왔다.


하, 15cm 가량만 꿰매면 될 것 같긴 한데, 마취도 없이, 소독도 안 한 낚시 바늘로, 아무런 의학지식도 없는 내가, 직접 꿰매야 한다는 게, 엄두가 나지 않았다.


“니들 같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할 것 같아?”


아휘와 코코가 귀를 막고 얼굴을 묻었다.

듣지도 보지도 않을 테니, 일단은 시도하라는 뜻이었다.


하, 지들 일 아니라고, 너무 쉽게 말하네. 시부랄.


“그래, 한다. 채리도 총 맞았을 때 마취제 없이 배때기 꼬맸잖아. 나라고 못하겠어?”


나무 조각을 주워 입에 물었다.

바늘을 라이터로 달궜다.

그리고 찔렀다.


윽!!!


살을 파고 들어가는 바늘의 감촉이 참... 줄을 빼냈다.

벌어진 살 사이를 오고 가는 줄의 감촉이 참... 당겼다.

오므려지는 살의 감촉이 참... 좆같았다.


그런 일련의 과정 동안 일부러 시간차를 두지 않았다.

아픔 때문에 미적거린다면, 끝낼 수 없을 터였다.


매도 빨리 맞는 게 낫다는 각오로, 그렇게 그냥 찌르고 빼고 당기고를 십수 회 해대니, 벌어졌던 허벅지가 오므려져 있었다.


아휘가 내 볼을 콕콕 찔러대며 살았나 죽었나 확인했다.


눈물이 터졌다.

어떻게 된 게 매순간이 죽을 듯 말 듯 하단 말인가?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기에 이딴 시련을 겪는단 말인가?


“아휘야... 아저씨 살았으니까... 이제 그만 좀 찔러대. 그게 더 아프단 말이야...”


그때였다.

객차 바닥으로부터 말발굽 같은 진동이 전해져왔다.

처음엔 긴가민가한 것이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저, 저 새끼가 들, 들어온 거였어?”


뒤쪽 객차에서부터 호랑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포기한 게 아니었다.

기어이 열린 곳을 찾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어디 가는 거야?”


느닷없이 달려나가는 아휘였다.

기관실과 연결된 객차로 가더니, 문을 닫으려 했다.

지 딴에는 호랑이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을 생각인 것이다.


“안 돼, 아휘! 돌아와!!!”


닫힐 리가 없었다.

문틀이 박살나 있으니, 아예 움직이지도 않는 문이었다.


그럴 동안 바로 앞 객차까지 달려온 호랑이였다.


“아휘!! 아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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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지구의 길 147 25.01.17 18 1 9쪽
146 지구의 길 146 25.01.16 17 1 9쪽
145 지구의 길 145 25.01.15 20 1 9쪽
144 지구의 길 144 25.01.14 19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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