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나 확 망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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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staiji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1
최근연재일 :
2025.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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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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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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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끝과 시작 42

DUMMY

*

“바다에 관해서 알고 있었군요.”


“사람들 사이에서 한동안 얘기가 돌았지. 바다로 가면 살 수 있다고 말이야.”


“믿는다는 건가요? 특별한 이유라도?”


생각에 잠기는 노인을 따라 나도 생각해 보았다.


미래씨의 아버지인 츄바카에게 바다에 대해 들었다.

하지만 논리는 빈약했고, 팩트 또한 확인된 게 아니었다.

단지, 딸에 대한 믿음으로 바다로 가면 살 수 있다고 했다.


나도 같았다.

미래씨에 대한 감정적 기대, 그 믿음 하나로 바다에 꼭 가려는 것이다.


그녀는 절대로 허튼 소리 같은 건 하지 않을 거란 신뢰였다.

그 믿음과 신뢰를 기본으로 좀 더 명확한 근거가 있다면 바다로 가는 길이 한결 편하지 않을까 싶은 거다.


그러니 노인이 들려줄 얘기에 기대가 솟았다.

외계인이 바다는 왜 공격하지 않는지를.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지 싶네. 어린 생명을 저대로 뒀다간 그 끝엔 죽음뿐이야. 난 그것이 두려워. 손녀가 죽어 가는데, 내 어찌 살아갈 수 있겠나?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애를 살려야 하지 않겠나? 내 마지막 소원이라네. 손녀딸을 데려와 주면 고맙겠네...”


기대한 것과는 다른 답변이었다.

노인도 감정적인 것에 기대고 있을 뿐이었다.


훗, 또 나와 같았다.

내가 기필코 아휘를 바다로 데려가겠다는 그 의지 말이다.


멸망이 진행되는 지구라 해도, 누군가는 살아갈 것이다.

그 누군가는 노인의 손녀와 아휘와 같은 꼬맹이들이어야 한다.


그것을 준비해주는 것이 나나 노인과 같은 생존자들의 몫이다.

그 당연한 일을 미루거나 모른 척 해서는 안 된다.


“외찾사는 바다에 관해서 모르나요?”


“말했잖나. 그들은 오직 외계인만 기다리고 있어.”


“바다 대신에 외계인에게 희망이 있다고 보는군요.”


“그것이 무서운 게 아니겠나.”


“손녀를 데려오면 의사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는 거죠?”


“내 약속하지.”


“할아버지 자식이 그냥 내주지는 않을 텐데요?”


“설득을 해야겠지.”


“참 쉽네요. 말로써 설득될 사람들이었다면, 내게 부탁할 필요조차 없었을 텐데. 할아버지도 해보려다 다리가 잘렸다면서요? 결국 납치라도 해서 데려오란 말을 뭐 그리 빙빙 돌려서 해요?”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네.”


“손녀 이름은요?”


“하니. 내 손녀딸은 하니야.”


“내가 또 알아야 할 게 뭐죠? 조심해야 할 거라던가?”


“외찾사는 기본적으로 나쁜 사람들은 아니라네. 우리와 다를 뿐이지.”


“그게 가장 무서운 거죠. 약속 꼭 지켜야 합니다. 아휘, 코코. 가자.”


노인이 휘파람을 불어 개들로 막아섰다.

내가 손녀를 데리고 올 동안 보호하겠다는 이유를 댔지만, 인질로 삼겠다는 속뜻이었다.


하, 생각보다 철저한 노인네였다.


걱정은 안 되었다.

꼬맹이들을 해칠 거였다면 처음부터 협박을 하지, 부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손녀를 데리고 오는 것에 실패를 한다면 노인이 어떤 식으로 바뀔지 몰랐기에,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몹시 강했다.


아, 내 다리를 위해서라도!


**

건물로 들어온 순간부터 치가 떨렸다.


50층을 어떻게 올라가야 하나?

몇 시간이 걸릴지, 오르다 죽는 건 아닌지, 내 다리가 버텨줄지가 가늠되지 않았다.


“뭔 수로 데려와야 하냐?”


아이의 부모를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했다.

이성과 감성을 넘나들며 온갖 말발로 호소하는 길밖에 없었다.

필요하다면 우는 시늉이라도 해야겠지.


그래도 안 되면 최후의 수단을 써야 하나?


“납치까지는 하고 싶진 않은데...”


- 거기 누굽니까?


그때였다.

딱 봐도 외계인을 신봉하는 티가 물씬 풍기는 사람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티가 그려진 티셔츠를 단체복처럼 입고 있는 데다, 얼굴엔 외계어 같은 글자들로 문신되어 있었다.


“당신도 외계인을 만나러 왔습니까?”


안경잡이 사내가 앞으로 나섰다.

거짓말로 둘러댈까 하다 솔직히 말하기로 했다.

준비 안 된 거짓말은 곧 들키기 십상이라, 해코지를 당할지 모른다.


“하니 찾으러 왔는데요.”


“무슨 관계죠?”


“그 애 할아버지한테 부탁받았습니다. 손녀를 데려와 달라고요.”


“나가세요. 여긴 아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 애 부모가 여기 있다고 들었는데, 만나게만 해주시죠.”


“부모가 자식을 내줄까요?”


“그건 두고 보면 될 것이고. 옥상으로 가면 되죠?”


오르려 하자, 막아섰다.


다행인 건가?


외찾사가 다른 부대처럼 사람을 죽이는 놈들이라면, 난 벌써 죽었을 것이다.

이들은 정신만 똘아이일뿐이지, 살생을 일삼는 자들은 아니었다.


“하니를 내주고 말고는 그 애 부모가 결정할 일이지, 당신들이 상관할 바는 아닌 것 같은데? 만약 하니를 내주지 않는다면, 난 그냥 떠날 겁니다. 나 혼자서 할 수 있는 일도 없을 테니까.”


안경잡이가 날 찬찬히 살폈다.

의심하는 것이리라.


피하지 않았다.

지금부터 밀리면 하니는 데려올 수 없을 테고, 나는 다리 하나를 잃게 될 것이다.


“테스트를 해봐도 되겠습니까?”


“테, 테스트요?”


“테스트를 통과한 자만이 옥상으로 갈 수 있죠. 선택받은 자니까. 그것이 확인돼야 옥상 문은 열릴 겁니다.”


“그러니까 그 선택받았다는 것이, 외계인에게 선택받았다는 말이요?”


“물론이죠. 당신도 테스트를 통해 선택을 받았는지 확인이 필요해요.”


“그게 뭔 말 같지도 않는?...”


입을 닫았다.

따져봤자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내가 설득하고자 하는 사람은 이들이 아니라 하니의 부모였다.

그것에만 집중해야한다.


“그 다음은요? 선택을 받았다면 외계인에게 칭찬스티커라도 받는 거요?”


“저 우주, 그 먼 끝에 있는 별로 우릴 데리고 갈 겁니다. 우린 그때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지요.”


“아, 옥상에서... 합시다. 테스트가 뭡니까?”


“정말 할 수 있겠습니까? 번복은 못합니다.”


“나도 궁금해서 그래요. 혹시 알아요? 나도 당신들처럼 외계인에게 선택받았을지?”


“다시 한번 확인하죠. 할 겁니까?”


“남아일언 중천금.”


“따라오세요.”


***

1층 로비 안쪽으로 가니, 바닥이 파여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뭔 지랄들인가?


“시작하죠.”


“설마 나보고 저곳으로 들어가란 말은 아니죠?”


“다시 나오면 됩니다. 1시간 내로.”


“생, 생매장을 하겠다고?”


“당신이 살아서 나온다면, 선택받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겁니다.”


“뭔 개수작이야? 이딴 걸로 뭔 증명이 돼? 당신들 모두 미친 거야?”


“외계인은 선택된 자에게만 새로운 생명을 줍니다. 그들이 지구로 온 후,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죠. 선택받지 못해 죽은 겁니다.”


“그럼 당신들은 선택받아서 살았다는 거야?”


“자, 어서 들어가세요.”


“미쳤어, 완전히 미쳤어! 모두 정신병자들이야. 사람 목숨 가지고 뭔 지랄 같은 짓을 하는 거야? 나 안 해! 못해! 하니는 포기할 테니까, 니들끼리 잘 먹고 잘 살아!”


발걸음을 돌렸다.

생매장을 당하느니, 다리를 자르는 게 나았다.


하, 사람 죽이는 놈들도 위험하지만, 미친놈이 더 위험하다는 것을 진즉에 깨달았어야 했, 순간!!!


내 몸뚱이가 확 밀렸다.


이런 시팔!!!


2m 아래 관속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반응할 새 없이 뚜껑이 닫혔다.


- 나가라고 할 때 나갔어야죠. 당신은 그 기회를 날린 겁니다. 1시간입니다.


“이 개새끼야!!!”


욕은 그만 땅속으로 묻혔다.

뚜껑에 떨어지는 흙 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꼼짝없이 생매장을 당했다.


****

1시간이라고 했나?


얼마나 지난 거지?


이게 대체 외계인과 뭔 상관이란 거야?


하, 미친놈들과 말 섞지 말았어야 했는데!


“침착해, 이지구. 여기서 죽으면 개죽음이야. 어머니가 기다리고 있다. 어머니를 만나야 하잖아!”


일정하게 숨을 고른 후 천천히 내쉬었다.

산소가 제한되어 있기에 최대한 아껴야 한다.


큰 소릴 쳐서도 안 된다.

어차피 밖에선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긴가? 저긴가?”


어찌됐든 살아야 하니, 라이터 불로 사방을 살폈다.

딱 내 몸 하나 크기의 관이었고, 빈틈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발과 손을 이용해 뚜껑을 신중히 두들겼다.

가장 얇은 부분을 찾아 구멍을 내서 빠져나가는 것이 유일했다.


“여기 소리는 좀 다른 거 같은데?”


내 가슴 윗부분을 다시 쳐댔다.


확실히 달랐다.


다른 쪽은 둑둑거리는 반면, 그보다는 가벼운 소리였다.

두께가 일정치 않거나, 어쩌면 속이 비어있을 수도 있었다.


자, 지금부터 뚫자!


“... 뭘로 뚫어? 어떻게 뚫어야 하는 거야?... 시발!!! 여기서 어떻게 나가라는 거야???”


째깍! 째깍!! 째깍!!!


시부랄, 이런 와중에도 시간은 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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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지구의 길 151 25.01.24 22 0 10쪽
150 지구의 길 150 25.01.23 16 0 9쪽
149 지구의 길 149 25.01.21 18 1 10쪽
148 지구의 길 148 25.01.20 18 1 9쪽
147 지구의 길 147 25.01.17 18 1 9쪽
146 지구의 길 146 25.01.16 17 1 9쪽
145 지구의 길 145 25.01.15 20 1 9쪽
144 지구의 길 144 25.01.14 19 1 9쪽
143 지구의 길 143 25.01.13 19 1 9쪽
142 지구의 길 142 25.01.10 20 1 9쪽
141 지구의 길 141 25.01.09 18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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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 지구의 길 139 25.01.07 21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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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지구의 길 134 24.12.31 19 1 9쪽
133 지구의 길 133 24.12.30 23 1 10쪽
132 선의 증명 132 24.12.04 31 1 9쪽
131 선의 증명 131 24.12.03 21 1 9쪽
130 선의 증명 130 24.12.02 22 1 9쪽
129 선의 증명 129 24.11.29 25 1 9쪽
128 선의 증명 128 24.11.28 20 1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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