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나 확 망해버려라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완결

astaiji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1
최근연재일 :
2025.02.24 09:00
연재수 :
157 회
조회수 :
13,265
추천수 :
288
글자수 :
647,337

작성
24.07.02 10:30
조회
43
추천
2
글자
9쪽

악의 나라 53

DUMMY

*

탕!!!!!


나는 방아쇠를 당겼고, 장철을 맞췄다.

놈이 웃겨 죽겠다는 듯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뭔 개좆같은 상황인가?

왜 죽지 않는 것인가?

왜 살아서 나를 비웃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더 하세요.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못하게 될 테니까요.”


나도 웃고 싶었다.

이 코미디 같은 상황을 웃음으로 넘어가고 싶었다.

할 수만 있다면 말이다.


내가 쏜 총탄은 납으로 된 총알이 아니라 플라스틱 비비탄이었다.

폭음만 요란할 뿐인 애들 장난감이었다.


그런 것을 겨누고 있었다니!


웬만하면 쏘지 말라는 채리의 말이 스쳤다.


어쩐지 가볍더라, 빌어먹을.


“내 눈은 어때요?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나요? 맞아요. 난 죽일 수 있어요. 당신과 다른 점이죠.”


장철이 총구를 겨눴다.

한눈에 봐도 무게감부터 다른 권총은 조금 전 담배를 꺼내든 서랍에 있던 거였다.


젠장, 눈치 채지 못했다.

역전된 상황으로 나와 장철의 희비는 빠르게 바뀌어 갔다.


하, 왜 내 인생은 늘 결정적인 순간에 이처럼 꼬여버리는 것인가.

왜 내 운명은 이다지도 시팔인 것인가.


쓸쓸했다.

고독이 휘몰아쳐댔다.


그래, 코코야. 너라도 어떻게 좀 해보렴.


“쏴봐. 쏴보라고, 미친 새끼야!”


호기를 부렸다.


코코를 믿었다.

납작 엎드린 코코가 조금 전부터 장철 뒤로 슬금슬금 향했다.

다리라도 물어 놈 신경을 분산시킨다면, 난 즉시 몸을 날려... 시부랄, 너무 꿈이 컸다.


장철이 방아쇠를 당겼다.


탕!!!

훌러덩 나자빠졌다.


총에 맞아 본 적인 없어서 이 고통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왼 어깨에 피가 솟구치는 것과 동시에 숨이 턱 막혔다.


불에 댄 듯 화끈거려 이리저리 굴렀다.

그럼에도 아픔은 가시지 않았다.


그렇다.

총탄을 맞았다는 것은, 좆나게 아픈 거였다.


그 순간 아휘가 악을 써댔다.


날카롭고 끝없는 비명이 교실을 돌고 돌았다.

실어증에 걸린 아이의 비명이라곤 생각할 수 없었다.

뒤집힌 눈동자를 바르르 떨어댔고, 팔과 다리를 기형적으로 뒤틀었다.


저 작은 가슴에 물든 거대한 고통을 저런 식으로나마 터트리는 것이리라.


“아휘야!!!”


결국, 쓰러지는 아휘였다.

정신줄을 놓았다.


향하려 하자, 장철이 총구를 겨눴다.


여전히 발기되어 있는 놈의 성기를 잡아 뜯는 대신, 난 두 손 모아 빌어대기 시작했다.


“부탁이야. 아휘를 살려야 해. 뭐든지 할게. 죽으라면 죽고 짖으라면 짖을게. 그러니 제발... 제발 아휘만은 살려줘...”


“이 아이는 내 신부가 될 참이었지. 메시아의 신부. 얼마나 큰 영광인가! 나로 인해 천국을 맛볼 수 있었지. 그런데 감히 네놈이 막아? 메시아의 축복을 막고서 살기를 바라는 가? 악귀 같은 놈. 내 나라를 망치러 온 악귀에게 메시아의 힘을 보여주겠다.”


“이 사이비 교주 새끼야! 아휘를 내버려두란 말이야!!”


탕!!! 장철이 다시 총탄을 발사했다.

총알이 스쳐간 대로 내 뺨에 자국이 났다.


그 순간 몸을 날렸다.


코코, 수고했어. 지금부터는 내게 맡겨 둬.


방금 전, 장철이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코코가 놈 얼굴로 뛰어올랐다.

흔들린 총구에서 나온 총알은 내 얼굴을 아슬아슬하게 비켜갔다.


바로 그 틈, 지금 이 순간, 마지막이 될 천금 같은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되었다.


아픔 같은 건 나중으로 미루고, 본능이 명하는 대로 따랐다.


어서 몸을 날려!!!


**

놈과 내가 뒤엉키는 사이, 탕! 탕!! 탕!!! 총탄이 내 머리통 주변 바닥으로 연신 꽂혔다.

간신히 손목을 비틀어 총구를 돌렸다.


탕! 탕!! 탕!!! 교실을 가로 질렀다.


의자가 잡힌 건 그때였다.

사정없이 휘두르자, 장철이 나가떨어졌다.

나는 다시 몸을 날려 놈 모가지를 잽싸게 움켜잡았다.


숨통을 끊어야 한다.


“죽어!!! 죽어!!!”


양심의 가책? 일말의 미적거림?

없었다.

여태 몰랐던 내 안의 살기가 드디어 각성되었나 싶을 정도로 온 힘을 다했다.


장철이 아휘를 범하는 순간, 나의 인간성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하지만 난, 인간이 아니라 악마를 죽이는 것이니까.


그때였다.

엄청난 고통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총에 맞은 왼 어깨를 놈이 짓눌러댔다.

속까지 파고든 손가락이 살을 파댔고, 그러는 동안 난 힘이 빠져갔다.


“이 세상의 주인은 나야. 난 메시아야! 아무도 날 막을 수 없어!!”


장철이 쉴 새 없이 주먹을 날렸다.

얼굴이 터지고 살갗이 벗겨져 갔다.

정신도 곧 꺼져버릴 것 같았다.


코코가 달려들었지만, 이번엔 어림도 없었다.

놈이 내지른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코코... 내가, 내가 말했잖아... 나에게, 맡기라니까.”


“안 돼, 쏘지 마!”


탕!!!!!


주저하지 않았다.

있는 힘껏 방아쇠를 당겼다.


총탄이 놈 얼굴을 뚫는 것과 동시에 코 위가 순식간에 날아갔다.

핏물이 내 위로 쏟아져 내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장철 숨통을 조를 때 떨어져 나간 총을 내가 집은 건, 굉장한 천운이었다.

그러므로 어깨를 짓누르는 고통을 견뎠다.


놈을 곧 죽일 수 있단 기대가 나를 버티게 한 원동력이었다.


환희는 없었다.

무섭거나 두렵지도 않았다.

그저 아휘를 구했다는 것, 한 생명을 지켰다는 안도감이면 충분했다.


아휘를 구했어!

그걸로 만사 오케이!


“아휘야, 일어나. 아저씨 좀 봐봐.”


아휘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곧 사람들이 몰려 올 것이다.

벗어나야 한다.


“코코, 아휘 좀 깨워봐.”


팔 다리를 움직여보았다.

왼 어깨 빼고는 괜찮았다.

핏물에 젖은 내가 몹시 낯선 사람처럼 보이긴 했다.


“뭐하고 있는 거야, 코코? 어서 아휘 깨우라니까. 아직 끝난 게 아니야. 우린 여기서 나가야 해.”


코코가 아휘의 가슴을 핥아대고는 낮게 울었다.


저 붉은 혓바닥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보다 진한 붉은 피는 누구의 것인가?


“아니야, 코코! 아니야, 아니야! 그런 눈으로 날 보지 마... 네 친구 깨워... 왜 울고만 있어?... 어서... 어서 아휘를 깨우라니까... 아휘야? 아휘야?? 아휘야???”


아휘는 죽어있었다.


가슴 한복판이 뚫려있었다.

조금 전 장철이 쏘아대는 총탄에 맞은 것이다.


그 낯섦이 소름끼쳐 크억하고 토해냈다.

그러나 느껴지지 않는 현실감이었다.

시공간이 멈춰 아휘가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아휘야... 아휘야...”


뻔히 보고 있고, 알고 있고, 인식되는 것이지만, 아휘의 죽음을 인정하는 순간, 속절없이 무너져 버릴 것 같아 무서웠다.


찍소리도 못한 채 끊긴 이 작은 생명을 어떻게 받아들이란 말인가.


식어가고 있는 아휘였다.

따뜻함, 살아있는 것이 내뿜는 확실한 증거인 그 따뜻함이 증발되었다.


“조금만, 조금만 기다려 줘, 아휘야... 절대로 가면 안 돼. 아저씨가 할 일이 있어.”


아휘의 영혼이 날 보고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러니 난 해야 한다.

꼬맹이가 억울함을 가져서는 안 되었다.


“장철!!!”


시체가 된 장철은 대자로 뻗어 있었다.


탕! 아휘를 핥았던 혀를 빼내어 날려버렸다.

탕탕탕탕탕! 아휘에게 향했던 두 발, 만졌던 두 손, 발기되었던 성기도 날려버렸다.


남아있는 모든 총탄을 시체에 쏟아 부었다.

아휘에게 남았을 일말의 고통조차 모두 쓸어버려야만 했다.


코코가 울어댔다.

이제는 그만하라는 거겠지.


아직, 아직인데...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구토가 몰려왔다.

내 몸 수분이 모두 눈물이 되어 흘러내렸다.


“아휘야... 아휘야...”


어떻게 하지?

내 죄를 어떻게 해야 씻을 수 있지?


질문이 잘못됐다.


내 죄를 물을 것이 아니라, 어떻게 해줘야 아휘가 편히 눈감을 수 있을지 생각해야 했다.


참으로 이기적인 나였다.

지금 이 순간조차 난 나만을 생각하는 못된 괴물이었다.


내가 참, 저주스럽다.


“... 아휘야... 아저씨가 미안해... 아휘야, 미안해... 내가 잘못했어... 내가 잘못했어, 아휘야...”


아휘가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무리 부릅뜨려 해도 계속 감겨오는 눈이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이래선 안 되는 거였는데, 난 아휘를 지켜야 했는데... 기어이 닫히고야 말았다.


누군가 내 뒤통수를 후려갈겼다.


“뭐, 뭐야? 장철이 왜, 왜 살아있는 거야? 내가 분명히 죽였는데?”


장철을 죽였다.

그러나 살아있었다.


내가 눈을 뜨니, 살아있는 장철이 나를 향해 오고 있었다.


꿈인가?


아니다.

실제의 장철이 분명했다.


“어째서? 왜?... 장철!!! 네놈이 왜 살아있는 거야???”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지구나 확 망해버려라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7 남은 자들 157 25.02.24 33 0 11쪽
156 남은 자들 156 25.02.21 11 0 11쪽
155 남은 자들 155 25.02.20 15 0 10쪽
154 남은 자들 154 25.02.19 13 0 9쪽
153 남은 자들 153 25.02.18 12 0 9쪽
152 남은 자들 152 25.02.17 13 0 9쪽
151 지구의 길 151 25.01.24 21 0 10쪽
150 지구의 길 150 25.01.23 15 0 9쪽
149 지구의 길 149 25.01.21 17 1 10쪽
148 지구의 길 148 25.01.20 17 1 9쪽
147 지구의 길 147 25.01.17 17 1 9쪽
146 지구의 길 146 25.01.16 16 1 9쪽
145 지구의 길 145 25.01.15 19 1 9쪽
144 지구의 길 144 25.01.14 18 1 9쪽
143 지구의 길 143 25.01.13 18 1 9쪽
142 지구의 길 142 25.01.10 19 1 9쪽
141 지구의 길 141 25.01.09 17 1 9쪽
140 지구의 길 140 25.01.08 18 1 9쪽
139 지구의 길 139 25.01.07 19 1 9쪽
138 지구의 길 138 25.01.06 16 1 9쪽
137 지구의 길 137 25.01.03 18 1 9쪽
136 지구의 길 136 25.01.02 18 1 9쪽
135 지구의 길 135 25.01.01 17 1 9쪽
134 지구의 길 134 24.12.31 18 1 9쪽
133 지구의 길 133 24.12.30 22 1 10쪽
132 선의 증명 132 24.12.04 28 1 9쪽
131 선의 증명 131 24.12.03 19 1 9쪽
130 선의 증명 130 24.12.02 21 1 9쪽
129 선의 증명 129 24.11.29 24 1 9쪽
128 선의 증명 128 24.11.28 19 1 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