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나 확 망해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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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astaiji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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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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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4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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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악의 나라 55

DUMMY

*

“무슨 짓이야? 당장 내려놓지 못해?”


장철이 채리에게 총구를 겨누고는 방아쇠를 당길 듯 말 듯 장난을 쳐댔다.


“어머니를 찾아야 한다고 했죠? 어때요? 이 아이를 죽이면 당신은 어머니를 만날 수 있어요. 당연히 만나야죠. 어머니도 지구씨를 기다리고 있을 텐데. 내가 그렇게 만들어 드리겠다는 거예요. 이 기회를 놓칠 겁니까? 자, 선택하세요. 어머니인지 이 아이인지.”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어머니와 채리를 상대로 이런 짓을 할 줄은 몰랐다.


장철은 선택이 안 되는 것을 강요하며 사람을 극한으로 몰고 가 음미하는 탐욕가였다.


동생보다 더한 악마였다.


“죽이라고요. 해봤잖아요. 한번 해봤는데 두 번은 못할까?"


이 악마는 쇼를 만드는 연출자이자 주인공이었다.

그러니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이다.


동생을 죽인 나에게도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그것이 메시아인 자신의 아량이며 용서이자 절대적인 힘이라고.


온 사람들에게 나의 살인행위를 목격하게끔 하겠다는 무서운 의지였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겠지.

기어이 우상이 되려는 거겠지.


하, 썩어빠진 양아치 새끼가 잔머리 굴리는 소리가 너무 컸다.


내가 그 질 떨어지는 수작에 넘어갈 것 같으냐?

날 어떻게 보고 하는 소리야?


잠깐... 살 수 있다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면?


해야지!

살 수 있다면 살아야지!


그렇고 말고!

안 할 이유가 없잖아!


어머니를 만나야 하잖아!!

만날 수 있게 해주겠다잖아!!!


한번 죽여 봤잖아!!!!


“죽이죠.”


“아저씨?”


내가 제정신인지 채리는 한참이나 쳐다보았다.


제정신이었다.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았으니, 정신 똑바로 차려야 한다.


장철은 진의를 파악하려는 듯 물끄러미 날 훑었다.

진심으로 느껴질 것이다.

난 리얼로 죽이려는 거니까.


어차피 모 아니면 도다!


이제는 되돌아올 수 없는 일방통행 길에 내 몸을 던지기로 결심했다.


“정말 할 수 있겠어요? 장난치는 거면 재미없는데?”


“사나이 이지구 한 입으로 두 말하지 않습니다. 풀어주세요. 총을 쏠 수 있어야 죽이든지 할 거 아닙니까?”


“미친 거예요? 날 죽이겠다고요?”


“왜? 그러면 안 돼? 살 수 있다는 데 못 할게 뭐야? 솔직히 우리 남남이잖아.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을 죽이면 되는 건데, 내가 못 할 것 같아?”


“헛소리 하지 말아요. 왜 그래요, 갑자기?”


“닥쳐! 넌 처음부터 맘에 안 들었어. 싸가지 없는 새끼. 지 목숨 살려준 사람한테 짜증이나 내는 너 같은 놈은 죽어 마땅해.”


“날 왜 살린 거죠? 차라리 죽게 내버려두지 왜 날 살렸어요? 죽는 건 무섭지 않아요. 하지만 아저씨한테 죽기는 싫어요. 아저씨도 싫잖아요?”


“모리와 나, 선택하라면 넌 어떨 것 같아? 당연한 거야. 내가 너 살렸으니까 이제는 네가 날 살려. 쌤쌤이다.”


“아저씨답지 않아요.”


“나다운 게 뭔데? 네가 날 알아? 왜 나한테만 지랄하는 건데? 왜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거냐고? 잘 들어. 살 수 있다면, 살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어떡하든 살아야 되는 게 맞는 거야. 알았어? 잘 들으라고! 살아야 해. 그게 사는 방법이야. 그러니까 넌 죽어야 돼. 눈깔아. 토 나올 것 같으니까.”


재단 밑에 있던 사내가 올라와 내 몸에 묶인 밧줄을 풀었다.

그러는 사이 넋이 빠진 채리였다.

슬픔마저 감돌아댔는데, 어쩔 수 없었다.


채리를 살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난 쓰레기가 되어야 했다.


일부러 욕설을 섞어 내 깊은 빡침이 전달될 수 있도록 찐으로 내뱉었다.

내가 살기 위해 채리를 죽일 순 없었다.

어머니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장철은 내가 어떤 선택을 하던 무조건 우리 둘을 죽일 것이다.

그렇다면 채리라도 살려야 한다.

더 이상 어린 생명이 죽어서는 안 된다.


이것이 바로 마지막의 마지막, 내 마지막 승부였다.


총을 건네받으면 그 즉시 장철을 죽일 것이다.

채리가 도망칠 수 있는 시간만 번다면, 내 임무는 끝난다.


제발 살아야 한다는 내 신호를 채리가 캐치했기를 바랄 뿐!


“메시아님께 내 영혼을 맡겨보도록 하죠. 대신, 제 목숨 확실히 보장해줘야 합니다. 이 애도 풀어주세요.”


“이렇게 묶인 채로 두는 게 더 쉽게 죽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지구씨는 손만 쓰면 되지 않겠어요? 아, 찝찝해서 그런가? 여기 몽둥이도 많으니까 그걸로 해도 됩니다.”


“사람들한테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메시아님을 따르지 않는다면, 모두 이 애처럼 된다는 것을요. 머리통을 박살내는 게 가장 효과 빠른 방법이죠.”


“그 다음은요? 총을 달라고 할 건가요?”


“맨손으론 박살낼 순 없겠죠.”


“그냥 하세요. 이젠 시간이 없습니다.”


역시나 만만치 않은 장철이었다.

놈은 만에 하나까지 염두에 두고 있었다.


할 수 없지.

쇼타임을 실행할 수밖에.


“여러분! 제가 메시아님을 의심했습니다. 제 눈이 홱까닥 돌았습니다. 저는 죽어 마땅합니다.”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집중했고, 찰나의 당혹감이 스치는 장철이었다.

내가 이런 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을 것이다.


내가 말했잖아.

마지막 승부를 걸었다고!


이곳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거짓 선동에 쉽게 휘둘리는 사람들이다.

그 약점을 이용해 메시아라 자처하는 장철을 걸고 넘어간다면, 채리를 살릴 수 있는 라스트 찬스가 분명히 주어질 것이다.


“그러나 거룩한 메시아님께서 저를 용서하시고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셨습니다. 메시아님은 저의 길이시며 태양이십니다. 어찌 메시아님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내가 격하게 장철을 껴안자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러댔다.

장철을 연호하는 소리로 운동장은 그야말로 축제의 장이었다.


첫 단추를 잘 끼웠다.


“그래서 저는 메시아님께 보답하려 합니다. 이년을 메시아님 앞에 무릎 꿇리고 악귀로 들어찬 머리통을 날려, 제 진심을 보이고자 합니다. 어떻습니까, 여러분! 머리통을 원하십니까? 원하십니까? 아이 세이 머리, 유 세이 통!”


내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다.

흥분의 도가니탕에 빠져든 사람들은 어서 무릎 꿇리라며 아우성을 쳐댔고, 머리통을 날리라며 춤을 춰댔다.


니즈가 있으면 공급이 필요한 법!


이쯤 되면 장철도 어쩌질 못한다.

그러니까 내 쇼는 대성공이었고, 절정을 향해 치닫는 중이었다.


“자, 이제 총을 주시죠. 메시아님.”


“제법이네요. 지구씨는 나와 닮았어요. 사람들이 필요한 게 뭔지 잘 알고 있군요. 앞으로 큰일을 맡겨도 되겠어요.”


장철에게서 총을 건네받았다.

이제 다 왔다.


제발 합이 잘 맞아야 할 텐데!


“아저씨 정말?”


“시끄럿!”


무릎이 꿇린 채리 머리통에 총구를 겨눴다.

맘이 아렸다.

채리 눈에 맺힌 눈물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날 봐.”


“싫어요.”


“날 보라고!”


뺨을 갈기자 매섭게 쏘는 채리였다.

이제 끝이다.


준비해.

마지막 기회야.


“살아야 해.”


“아저씨나 많이 살아요.”


“아니, 넌 바다로 가야 해. 그리고 살아.”


“네?”


“지금이야! 뛰어!!”


난 즉시 총구를 돌려 장철의 관자놀이를 향했고, 그의 모가지를 압박했다.

그와 동시에 채리가 재단 아래로 몸을 날렸다.

다행히 내 의도를 알아차렸다.


무조건 뛰어라!

뒤돌아보지 마라!!


“모두 꼼짝 마!!!”


운동장은 찬물을 뿌린 듯 침묵이 내려앉았다.

걔 중에는 총을 꺼내 겨눴고, 당장에라도 덮칠 기세로 움찔움찔 거렸다.

그러나 장철에 겨눠진 총이 있으니, 접근하지는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시간을 벌면 된다.


채리는 어둠으로 들어갔다.

울타리 방향 쪽인데, 아마도 그곳을 넘어 학교 밖으로 나갈 듯 했다.


매우 이기적이기를 바랐다.

혹여 날 구하러 온다거나 하는 짓은 하면 안 된다.

최대한 멀리 도망가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한 놈이라도 움직이면 이 새끼 대가리 빵구 나는 거야. 좆같은 꼴 보기 싫으면 다들 가만있어. 내가 이 새끼 동생 죽인 거 알고 있지? 나 진짜 쏜다.”


그 순간, 쿡쿡거리는 비웃음이 들려왔다.

장철이 더 이상은 못 참겠다는 듯 웃어젖혔다.

사람들도 덩달아 웃어댔고, 이내 총과 칼을 든 자들이 나에게로 향해 왔다.


“움직이지 말라니까! 이 새끼 쏴 버릴 거야! 난 진짜 쏠 거야!”


“쏴요. 더 늦기 전에.”


“뭐?”


“쏘라니까. 지구씨가 할 수 있다는 거 알아요. 하세요. 당기면 됩니다.”


“내가 못 할 것 같아?”


“쏴!”


“이 악마 새끼, 지옥에나 떨어져라!!!”


탕... 소리는 터지지 않았다.


철컥!!!... 철컥?? 철컥? 철컥!!!... 빈총이었던 거야?


“끝났군요, 지구씨.”


하, 확인했어야 했는데... 나의 채리 탈출 쇼는 수포로 돌아갔다.


장철을 죽이지도 못했고, 도망간 채리도 다시 잡혀오고 있었다.

이미 장철의 수하들이 대기하고 있던 거였다.


이제 장철이 준비한 쇼가 끝을 향해 갔다.


놈에겐 해피엔딩이 될 것이고, 나와 채리에겐 새드엔딩이 될 터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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