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고 한 여자에게 가한 응징

숲을 돌아다니던 장님 노인이 코를 킁킁거렸다
'여자 냄새다'
'남자한테는 절대 날 수 없는 여자만의 냄새'
산길을 바람 같이 달린 장님 노인이 꼽추 노인 앞에 멈췄다
'제길, 걸렸군'
장님 노인이 여자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ㅡ 이리 와
ㅡ 넌 처음부터 내꺼였어
ㅡ 재수 없는 새끼, 사람을 물건 취급하고 있어
ㅡ 넌 또 모래에 쳐 박히고 싶지 않으면 입 다물어
꼽추 노인이 빠르게 손을 움직였다
큭, 장님 노인의 다리에 칼이 박혔다
여자를 옆에 세워 둔 꼽추 노인이 양손에 돌멩이를 쥐고 자세를 잡았다
칼을 맞고도 품위를 잃지 않는 장님 노인이 여자에게 말했다
ㅡ 위험하니까 떨어져서 서 있게
여자가 멀찌감치 섰다
장님 노인의 지팡이가 모래 구덩이에 파 묻혀 있을 때 칼빵 맞은 꼽추 노인의 어깨에 꽂히다시피했다
커헉
바닥으로 쓰러지는 꼽추 노인이 장님 노인의 다리에 박힌 칼을 잡아 뺐다
흡
헉헉, 두 노인이 숨을 몰아쉬었다
다시 공격하는 꼽추 노인이 돌멩이로 장님 노인의 출혈 부위를 조준했는데 못 맞췄다
하나 더 던졌다
장님 노인이 날아오는 돌멩이를 야구하듯이 지팡이로 때렸다
반대로 날아 온 돌멩이가 정확하게 꼽추 노인의 코를 쳤다
쿠악
ㅡ 하하하하, 너의 꼬락서니를 꼭 눈으로 봐야 하는데
손에 흙을 쥔 꼽추 노인이 장님 노인을 향해 뿌렸다
그러나 누워 있는 꼽추 노인이 뿌린 흙은 서 있는 장님 노인의 눈까지 가지 못했다
장님 노인이 여자의 인기척을 느끼기 위해 돌아섰다
품 안에서 뱀껍질을 꺼낸 꼽추 노인이 양 끝을 잡아 장님 노인의 발치로 던졌다
뱀껍질에 발이 걸린 장님 노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뒷목을 물어뜯어 버리려는 꼽추 노인이 비틀거리는 몸을 날려 장님 노인의 위를 덮쳤다
가능한 많은 부분을 물어 뜯을려는 꼽추 노인이 입을 크게 벌렸고 재빠르게 몸을 앞으로 돌린 장님 노인의 입술이 입 안 가득 들어왔다
본능적으로 이를 사용하지 않은 꼽추 노인이 본능적으로 쮸와악, 빨면서 입을 뗐다
놀랬는지 2초동안 숨을 쉬지 않던 장님 노인의 주먹이 꼽추 노인의 관자놀이를 찍었다
크읏
몸이 45° 비뚤어진 꼽추 노인이 축 쳐졌다
몸이 45° 비뚤어지면서 장님 노인의 거시기를 자신의 거시기로 진하게 비빈 꼽추 노인의 몸이 축 쳐졌다
더러운 경험을 한 장님 노인이 길길이 날뛰면서 돌멩이를 마구 던졌다
던진 돌멩이 모두가 꼽추 노인을 빗나갔다
'핫! 이럴 때가 아니지'
장님 노인이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아무 소리도 안 들렸다
여자 냄새도 사라졌다
그동안 여자는 계속 멀어져가고 있었다
여자의 눈에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노인이 보였다
저 앞쪽에 쓰러져 있는 노인이 또 보였다
ㅡ 노인들만 따라가면 모래사장이 나오겠군
쓰러진 노인들을 안쓰러워하는 마음이 전혀 없는 여자가 발이 작아 보이는 노인의 신발을 벗겨 신었다
숲을 내려오니 자신을 보고 있는 밀렵꾼이 보였다
손을 한 번 흔든 밀렵꾼의 시선이 여자의 뒤쪽, 숲길을 바라보았다
모래에 파묻었던 꼽추 노인의 복수가 시작될까 내심 걱정스러운 밀렵꾼이 꼽추 노인이 나타날까 봐 살피고 있었던 것이다
여자가 자신에게 전혀 관심 없는 밀렵꾼을 보았다
'나 김마담, 지금까지 안 꼬신 남자는 있었어도 못 꼬신 남자는 없었다'
아얏, 넘어진 여자가 엉덩이를 밀렵꾼쪽으로 치켜들었다
네발로 엎드린 상태의 여자가 순진한 표정으로 돌아 보았다
ㅡ 할아버지가 준 신발이 너무 큰 바람에
ㅡ 네
밀렵꾼이 자리를 떴다
'방해하는 사람 없을 때 동물복지나 해야지'
ㅡ 고자 새끼
여자에게 관심 없는 밀렵꾼이 못 들은 척 걸어가자 열 받은 여자가 모래를 촤악, 뿌렸다
밀렵꾼이 뒤돌아섰다
한숨을 쉬고는 다시 돌아섰다
여자가 달려가서 뒤에서 밀렵꾼을 껴안았다
ㅡ 뭐하는 짓이야
돌아보니 얼굴에 핏자국이 있는 노인들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밀렵꾼과 여자, 둘만 있는 광경에 놀라 걸음을 빨리한 노인들이 어지럼증이 도는지 주저앉았다
팔 꺾인 노인이 외쳤다
ㅡ 난 자네를 믿네
ㅡ 여자에게서 떨어지게
밀렵꾼이 여자의 팔을 풀자 밀렵꾼의 뒷 주머니에 꽂혀 있던 돌칼을 빼낸 여자가 자기 목을 향해 치켜 들었다
ㅡ 누구든 가까이 오면 콱, 죽어버릴 거예요
ㅡ 그러지 말어
여자를 막으려는 노인들이 가까이 오자 여자가 돌칼로 자기 목을 찌르려 했다
노인들이 멈춰 섰다
노인들이 밀렵꾼을 보며 애원했다
ㅡ 여자 손에서 돌을 치워주게
왕년에 덫 만들던 실력으로 여자의 한쪽 발목을 밧줄로 묶은 밀렵꾼이 나무가지에 묶었다
꺄아악
돌칼을 떨어뜨린 여자가 공중에 거꾸로 대롱대롱 매달렸다
한쪽 발목만 묶인 여자의 한쪽 다리가 벌어졌다
ㅡ 꺄, 내려줘요
천천히 걸어오는 밝은 표정의 노인들이 여자 주위로 모여들었다
ㅡ 죽으려고 안 할 테니까 내려줘요
ㅡ 한 번 죽을 마음을 먹은 사람은 위험해서 안 돼야
다리에 힘이 빠지자 여자의 다리가 활짝 벌어졌다
눈앞의 광경이 마냥 좋은 노인들이 상처의 고통도 못 느끼고, 다리 아픈지도 모르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서 있었다
ㅡ 머리에 피 쏠려요
ㅡ ...
ㅡ 씨발, 볼 만큼 봤으면 내려달라고
순진한 여자인 줄 알았던 노인들이 꿈쩍 놀라더니 서로를 보고 웃었다
ㅡ 앙칼진게 매력있구만
여자가 팔을 허우적거리다가 잡은 노인의 다리를 이로 물었다
ㅡ 악, 놔놔, 아아악
꺄아아아악, 노인의 비명이 그치고 여자의 비명이 터져나왔다
다리 저는 노인이 여자 털을 한 가닥 뽑자 비명 지르는 여자의 입이 벌어지면서 다리 물린 노인이 풀려난 것이다
ㅡ 나도 한 가닥 가질래
뽑
아악
두 손으로 중심을 가린 여자가 한 발을 마구 버둥거리며 주위에 아무도 오지 못 하게 막았다
ㅡ 난 아직 못 뽑았는데
ㅡ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누군가 재빨리 움직였다
아악
ㅡ 하하, 난 두 가닥이다
퍽, 퍽, 기뻐하는 노인에게 발길질이 쏟아졌다
ㅡ 이 욕심쟁이야
ㅡ 망할 놈의 욕심이 기어코 사달을 만들었어
머리를 감싸면서도 여자 털을 안 놓치려는 노인의 손에서 누군가 기어코 털을 빼갔다
ㅡ 내꺼야
ㅡ 가진 놈이 임자지
저 멀리서 피떡이 된 꼽추 노인과 장님 노인이 절뚝거리며 나타났다
ㅡ 할아버지
꼽추 노인이 멀리서 칼을 날려 밧줄을 잘라 주었다
퍽, 머리부터 떨어진 여자가 모래 바닥에 처 박혔다
ㅡ 저놈, 저놈, 쯧쯧쯧
노인들이 일으켜 주려하자 여자가 매서운 눈으로 노려보았다
ㅡ 내 몸에 손가락만 하나 까닥해 봐요
ㅡ 바로 경찰에 신고할 거니까
ㅡ 그랴, 경찰이 와서 나를 잡아가면 좋겠구랴
ㅡ ...
산전, 수전, 공중전까지 겪었다 자부하는 여자가 멍하게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여기 미친놈들에 비하면 술 마시고 개망나니 되던 놈들은 양반이었네'
그동안 밀렵꾼은 바다를 살폈다
ㅡ 저번 거북이를 내가 살려 줬어야 했는데
ㅡ 에잇, 쓰레기라도 줍자
떠다니는 병을 주웠는데 밀봉 된 병 안에 편지가 들어 있었다
<축하합니다
당신은 나의 신랑으로 당첨되셨습니다
짝짝짝짝
02 ㅡ 010 ㅡ 0100으로 전화 주세요
바로 식장 예약하렵니다
당신의 신부, 귀요미로부터>
ㅡ 큭, 귀엽네
편지를 다시 병 안에 넣는 밀렵꾼이 병을 유심히 보았다
ㅡ 이런 걸 많이 만들어 물에 띄우면..
ㅡ 하하하하, 뭍에 간다
환호하는 밀렵꾼을 멀리서 보고 있는 여자가 입맛을 다셨다
ㅡ 저놈이 그나마 제일 나은데, 쩝
ㅡ 고자 새끼는 한 번도 상대를 안 해 봤더니 씨발스럽네
퉤, 바닥에 침을 탁 뱉은 여자가 중얼거렸다
ㅡ 아, 담배 땡겨
남학생의 병실에서 간병인의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ㅡ 아하하하, 와하하하
험상궂은 남자가 주고 간 장비를 사용하면서도 뒤쪽보다 앞쪽이 빠를 것 같은 예감에 앞쪽도 끊임없이 자극시킨 결과
움직인 것이다
스스로 움찔거린 곳을 잡고 흔드는 간병인이 짓궂게 물었다
ㅡ 느껴져? 느껴지냔 말이야?
ㅡ 넌 이 형님을 생명의 은인으로 여겨야 해
ㅡ 남자한테 이걸 되돌려줬다?
ㅡ 심장을 내놔도 아깝지 않은 거야
ㅡ 그러니까 이번 일로 쌤쌤이 치는 거야, 알았지?
남학생을 엎드려 눕혔다
ㅡ 앞에도 움직였으니까 여기도 얼른 구멍을 넓혀봐
좋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간병인이 험상궂은 남자에게 전화했다
ㅡ 어, 나요
ㅡ 약 봉다리를 소시지만큼 굵게 하지 말고 얇고 길~게 만들면 어때요?
ㅡ 그러면 가능할 것 같은데
ㅡ 하하하하하, 네, 네
전화를 끊은 간병인이 남학생을 휠체어에 고정시켰다
수건을 가져왔다
ㅡ 얼굴 좀 닦고 가자
ㅡ 어디를 가느냐?
ㅡ 여권 사진 찍으러~
남학생의 머리 모양을 잡아주던 간병인이 마구 흩트려뜨렸다
ㅡ 기분이다
ㅡ 미용실 들르자
ㅡ 제일 비싼 미용실에 가자
기분 좋은 간병인이 남학생을 데리고 미용실에 도착했다
미용실에 보기 드문 휠체어가 나타나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시선 속에는 열기구 덮어쓰고 있는 반장도 있었다
'저 사람은 어제..'
휠체어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
한참을 누군지 알아보지 못하던 반장의 눈이 커다래졌다
1년 만에 너무도 변해 버린 남학생이었다
'그래, 어제 본 아줌마가 쟤 엄마였어'
나란히 앉은 남학생과 간병인에게 미용사가 붙었다
기분 좋은 간병인이 핸드폰 하느라 바쁜 동안 침울한 남학생의 눈이 반장을 훑어 보았다
그러고는 지나쳤다
열기구 덮어쓰고 있는 반장을 못 알아본 것이다
사방이 거울로 된 곳이라 시야가 넓어진 남학생이 마음껏 사람을 구경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저 사람들은 좋겠다'
시야갸 닿는 모든 곳을 둘러 보는데 반장이 손을 까닥였다
'...핫, 너!'
남학생이 입 모양으로만 '마약 운반책'을 발음했다
목소리를 내도 알아듣기 힘든데 입 모양만으로는 전혀 알아차릴 수가 없었다
당장 가까이 가서 목소리를 듣고 싶은데 열기구에 갇혀 움직일 수 없는 반장이 인상을 썼다
남학생의 입 모양만 보던 반장이 남학생의 눈을 봤는데 간병인을 보고 있는 듯했다
간병인이 움직이자 남학생의 입이 멈췄다
저 남자 뭔가 있구나, 눈치 챈 반장이 머리를 다 하고 자연스럽게 미용실을 나갔다
실패했구나, 생각한 남학생이 간병인이 이끄는 데로 멍하니 따라갔다
사진관에 갔다가, 옷 사러 갔다가, 다시 사진관에 갔다가, 시청으로 가는 간병인과 남학생의 뒤를 밟는 반장의 눈이 매서웠다
시청에 도착한 간병인이 남학생의 휠체어를 내버려두고 자리를 떴다
간병인이 화장실로 들어 가는 것을 확인한 반장이 급히 남학생에게 왔다
ㅡ 야, 나야
ㅡ 마앙웅방새
ㅡ 응?
ㅡ 마아 마야 마야
ㅡ 억, 벌써 온다
ㅡ 마약
ㅡ 뭐?
의자 사이로 몸을 숙인 반장이 속삭였다
ㅡ 마약이라고?
ㅡ 마야웅반새새채
ㅡ 쉿
저벅저벅 다가오는 간병인을 보는 반장이 일단 남학생에게서 멀어졌다
'마약이라니..'
'마야웅반새새채...는 뭐지?'
간병인이 들고 가는 서류를 보았다
<여권발급 신청서>
'마약, 여권..'
'외국에 마약하러?'
'하나부터 열까지 챙겨줘야 하는 환자를 데리고?'
'웅반..운반, 헉'
ㅡ 마약운반책, 남학생을 마약 운반책으로 쓴다..고?
흡, 자기 입을 막은 반장이 급히 시청을 나왔다
의자를 쿠당탕 거리면서 나가는 반장의 뒷모습을 본 간병인이 개의치 않게 눈을 돌리다가 급히 뒤따라갔다
반장의 얼굴을 확인한 간병인의 얼굴이 똥 씹은 표정이 되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