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여움 당하는 3대 손자

ㅡ 당신 뭐 하는 여편네야?
ㅡ 아아아아악
전남편의 첫마디에 짜증이 솟구친 남학생 어머니가 다짜고짜 비명을 질렀다
ㅡ 미..미친년이
ㅡ 에라이, 미친년아아아아아아
질새라 남학생 아버지도 핸드폰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용도 없는 통화를 끝내고나자 남학생 어머니, 아버지의 목이 쉬어 있었다
띠링, 전남편에게 문자가 왔다
<당장 가서 네 아들 데려와
안 그러면 양육비 없을 줄 알아>
문자를 확인하고 핸드폰을 휙 집어던진 남학생 어머니가 물 마시러 나갔다
띠링, 띠링, 띠링, 시끄러운 소리에 핸드폰을 봤더니 전남편에게서 문자가 계속 오고 있었다
<대답 안 해?>
<3초 만에 대답 안 하면 양육비 없을 줄 알아>
<3>
<2>
<1>
남학생 어머니가 답장을 보냈다
<미친놈>
<미친 건 너지
남의 나라까지 가서 홀라당 벗고 설치기나 하고>
열 받은 남학생 어머니가 전화를 걸었다
뚜루, 연결음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전화를 받은 남학생 아버지가 잔뜩 이죽거렸다
ㅡ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ㅡ 다 지나간 일을 왜 꺼내?
ㅡ 노출 심한 옷도 안 입는 나라에서 홀라당 벗고 흔들어제끼니까 얼마나 충격이었겠어
ㅡ 아직까지도 태국 경찰들이 네 얘기만 한다더라
ㅡ 이 새끼가 보자 보자 하니까
ㅡ 내가 챙피해서 정말
ㅡ 난 안 창피한 줄 알아?
ㅡ 당연히 창피하겠지
ㅡ 아니, 당신 때문에
ㅡ ...
ㅡ 지 고추가 애 새끼손가락만한 걸 알면 카메라에 안 나오게 했었어야지
ㅡ 그 비서년도 애 새끼손가락만한 게 뭐가 좋다고
ㅡ 너..너도 맨날 껌벅 넘어갔잖아
ㅡ 여자들 흥분하는 게 진짜로 뿅가서 흥분하는 줄 알아?
ㅡ 어휴, 여태 그걸 몰라
ㅡ 내가 바람 피운 건 다 애 새끼손가락만한 너 때문이야
ㅡ 이게 계속 애 새끼라고
ㅡ 너 내가 당장 변호사 부른다
ㅡ 그래, 법정에서 보자고
ㅡ 내 말이 맞는지 틀렸는지 법정에서 팬티 까 봐
ㅡ 무식한 년
뚜뚜뚜뚜
ㅡ 이게 어디서 먼저 전화를 끊어
ㅡ 뚜루루루, 뚜루루루루, 연결이 되지 않아..
아아아악
3ㅡ3대 경호에게 아무 숫자라도 철문 비밀번호를 눌러보라는 말을 들은 3대 경호의 정신이 번쩍 들었다
커다란 화분이 몸 위에 떨어졌는데도 철문을 열 수 있는 희망이 생긴 3대 경호가 아픔도 못 느끼고 철문 앞으로 갔다
삐삐삐삐, 띠띠띠띠
삐삐삐삐, 띠띠띠띠
삐삐삐삐, 띠띠띠띠
ㅡ 이래선 안 돼, 1번 부터 차근차근하게..
ㅡ 아니야, 교활한 노인네니까, 5번부터 해 봐야지
삐삐삐삐, 띠띠띠띠
삐삐삐삐, 띠띠띠띠
80세, 3대 손자가 머무는 임시 보호 센터에 담당자가 들어왔다
ㅡ 어르신들, 모두 이쪽으로 모여보세요
80세에서 100세까지의 노인들이 어기적 어기적, 모여 들었다
ㅡ 다들 본인의 사명을 알고 계시죠?
ㅡ 돌아가면서 한 분씩, 자기 사명을 어떻게 이룰 것인지 얘기해 봅시다
지팡이 남자 노인의 얼굴이 떨떠름해졌다
ㅡ 난 말이오, 아직 100살도 안 됐고, 아직 창창하오
ㅡ 그래서 아직은 사명을 이룰 생각이 없소
ㅡ 어르신,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사명을 이루는 것을 언제까지고 미루시면 안 돼요
화가 난 지팡이 남자 노인이 지팡이로 바닥을 탁탁 내리쳤다
ㅡ 내가 어떻게 되리라 저주하는 거요, 뭐요?
90세, 여자 노인이 끼어들었다
ㅡ 담당자가 잘못 했구먼
ㅡ 매일같이 우리들한테 빨리 죽어라, 세금 많이 처 먹으니까 얼른 죽어라, 지들은 부모도 없나? 쯧쯧쯧
25살, 사회 초년생 담당자가 당황했다
ㅡ 제 말은 그런 뜻이 아니고..
ㅡ 그러면, 민주주의답게 다수결을 허는 거여
ㅡ 담당자님을 생각해서 많이도 말고, 여기 모인 사람들 중에 죽을 준비 하는 사람이 딱, 3명 이상 있으면 그.. 하던 걸 계속하고
ㅡ 아니면, 이제 말도 꺼내지 않기로, 어때?
ㅡ 거, 배우신 분이라 뭐가 달라도 다르구만요
ㅡ 자, 죽을 사람, 손
손 드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ㅡ 바쁘신 담당자님은 일 보러 가슈
ㅡ 여긴 우리끼리 있어도 되니께
담당자에게 나가라고 손짓하고 돌아앉던 노인이 다시 돌아보았다
ㅡ 우리 아직 미각 안 죽었어
ㅡ 밥에 신경 좀 써 줘유
듬성듬성한 이를 보이며 히죽 웃는 노인을 보며 어쩔 줄 몰라 하는 담당자가 후다닥 방을 나갔다
온갖 풍파를 겪으며 100년 가까이 살아 온 노인들에게 25살 담당자는 다루기 쉬운 햇병아리였다
그럼에도 담당자가 나가고 기분이 쳐진 노인들 사이에 정적이 흘렀다
지팡이 남자 노인이 입을 열었다
ㅡ 지들은 안 늙을 줄 아나?
ㅡ 기분도 꿀꿀한데 오랜만에 가위바위보 게임이나 할까?
옆에 앉은 3대 손자를 보며 음흉하게 웃는 90세, 여자 노인이 대답했다
ㅡ 좋지
ㅡ 줄을 서시오
노인들이 90세, 여자 노인 앞으로 두 사람씩 앉았다
눈치 보는 3대 손자도 줄 서기 위해 일어서려는데 90세, 여자 노인이 팔을 잡았다
ㅡ 귀염둥이는 여기 있어야지
ㅡ 일단 엎드려 누워 봐
단번에 의심쩍어진 3대 손자가 버럭했다
ㅡ 왜?
ㅡ 난 3대 회장 손자다
ㅡ 할아버지가 오시기만 하면..
ㅡ 그래, 그래, 귀염둥이가 3대 회장 손잔거 우리가 다 알지
90세, 여자 노인이 미는 힘에 바닥에 벌러덩 누운 3대 손자가 버둥거렸다
ㅡ 이게 무슨 짓이야
3대 손자 눈에 높이 들려진 지팡이가 보였다
고개를 들었더니 지팡이가 자기 거시기를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ㅡ 무슨 짓이야?
놀란 3대 손자가 몸을 발딱 뒤집었다
ㅡ 잘했어
90세, 여자 노인이 3대 손자의 엉덩이를 톡톡 두드리며 칭찬했다
어느새 다가온 여자 노인 4명이 3대 손자의 팔, 다리에 한 명씩 앉았다
ㅡ 또..또 무슨 짓을 하려고
ㅡ 담당자, 담당자
담당자를 부르는 애타는 3대 손자의 목소리에도 히죽, 히죽 웃기만 하는 90세, 여자 노인이 자리를 잡았다
ㅡ 아차, 중요한 걸 빠뜨렸네
3대 손자의 바지를 엉덩이가 보이게 벗긴 90세, 여자 노인이 첫 번째 줄의 노인들을 보았다
ㅡ 자, 시작한다
ㅡ 가위바위보
가위, 주먹
주먹을 내민 오른쪽 노인이 3대 손자의 오른쪽 엉덩이를 철썩, 내려쳤다
ㅡ 흐흐, 소리 좋고
ㅡ 으헉, 나 죽어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노인들이 싱글거리면서 일어서고 두 번째 줄의 노인들이 3대 손자 가까이 다가왔다
ㅡ 자, 두 번째
ㅡ 가위바위보
가위, 보
가위를 내민 왼쪽 노인이 3대 손자의 왼쪽 엉덩이를 철썩, 내려쳤다
ㅡ 으허허허, 재미지구만
눈을 꼭 감은 3대 손자의 엉덩이가 벌게졌다
ㅡ 자, 다섯 번째
ㅡ 가위바위보
주먹, 주먹
ㅡ 비겼구만
지팡이 꾹꾹
ㅡ 꺄
ㅡ 확실히 젊은 사람이 있으니까 분위기가 살어
허허허허허, 즐거워하는 노인들이 각자 자리로 흩어졌다
ㅡ 경호야, 경호야
엉덩이를 부여잡은 3대 손자가 아픔과 수치심에 눈물을 글썽였다
그사이 찬 바람 쐬며 마음을 다잡은 25살, 담당자가 들어왔다
ㅡ 으억, 어르신!
ㅡ 저 노인네들이 내 엉덩이를..
담당자에게 이르는 3대 손자가 빨개진 엉덩이가 잘 보이도록 엎드린 상태에서 주욱, 내밀었다
질겁한 담당자가 고개를 홱 돌렸다
ㅡ 당장 바지 올려요
ㅡ 또 이러시면 퇴거 조치할 거예요
눈을 지그시 감은 노인들이 25살과 80세의 대화를 경청했다
ㅡ 역시 젊은 것들이 활기가 넘쳐
3대 회장이 있는 임시 보호 센터에서는 입이 부루퉁 튀어나온 130 담당이 투덜거리고 있었다
ㅡ 할아버지 말대로 했는데 변한 게 없잖아요
ㅡ 3대 경호가 어떻게 되었는지 집 안에 들어가서 확인했어?
기겁한 130 담당이 손을 내저었다
ㅡ 그 산적 같은 놈이 있는 한, 할아버지 집에는 절대 안 들어가요
ㅡ 또 무슨 꼴을 당하라고
ㅡ 쯧쯧, 넌 안 되겠다
성한 곳 없는 몸 상태가 억울해서라도 어떻게든 돈을 받아 내야 하는데 제대로 해낸 것이 없는 130 담당이 할 말이 없었다
비웃음을 흘리는 식사 담당이 다가왔다
ㅡ 하루 이틀만 기다리세요, 손자분 바로 찾아 드릴게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의 눈싸움이 이어지는데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돌아보니 120 ㅡ 130 임시 보호 센터의 전체 담당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방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80 ㅡ 100 임시 보호 센터의 노인들이 견학을 온 것이다
혼자서 움직이지도 못하고 누워만 있는 꼴을 보고 '나는 저렇게 되기 전에 사명을 이루고 편히 쉬어야겠다'라는 생각을 가지게 하기 위해 매달 정기적으로 하는 행사였다
담당자가 이끄는데로 따라가던 3대 손자가 눈을 꿈벅거렸다
ㅡ 할아버지?
ㅡ 으응? 우리 강아지?
ㅡ 할아부지
3대 회장과 3대 손자의 감격스러운 재회를 보는 식사 담당이 좌절했다
ㅡ 내 돈
잔뜩 울상을 지은 3대 손자가 손가락질을 했다
ㅡ 저 늙다리들이.. 응? 다들 어디 갔어?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들 것 같자 한 마음으로 줄행랑을 친 80~100세 노인들이 옆 방으로 사라졌다
ㅡ 할아버지, 여기 있어 봐요, 내가 다 잡아 올게요
ㅡ 할아부지가 혼쭐을 내 줘요
ㅡ 가지 말거라, 지금 중요한 건 집으로 가는 것이다
3대 회장이 전체 담당자를 불렀다
ㅡ 담당자, 우리 내보내 주슈
서로가 서로의 보호자라고, 이 세상에 우리 둘밖에 없다고 빡빡 우긴 3대 회장과 3대 손자가 집으로 돌아가도 된다는 허락을 받았다
ㅡ 업어
3대 손자가 멀뚱히 서 있었다
ㅡ 뭐 해? 할애비를 업어
ㅡ 내가요? 내가 할아버지를 업고 어떻게 걸어요?
ㅡ 그럼 보호 센터에 계속 있을래?
ㅡ 싫어요
ㅡ 그 노인네들이 나한테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ㅡ 내 바
ㅡ 그러니까 날 업어야 집에 갈 것 아니냐
ㅡ 택시 불러요
ㅡ 가지고 있는 현금이 있냐?
ㅡ 아니요
ㅡ ...
130 담당이 슬그머니 다가왔다
ㅡ 유모차에 태워서 제가 모셔 드릴까요?
ㅡ 비서겸 도우미가 필요하시잖아요
130 담당이 마음에 안 차지만 수족이 되어 줄 사람이 필요한 3대 회장이 허락했다
당장에 식사 담당이 달려왔다
ㅡ 너 할아버지 따라가면 여기 짤리는 거야
ㅡ 방금 새 직장 얻었잖아
ㅡ ...나도 데려가요
유모차에 앉는 3대 손자가 대답했다
ㅡ 그래
3대 회장과 3대 손자가 탄 유모차를 미는 130 담당과 식사 당당이 담당자의 욕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임시 보호 센터를 나왔다
임시 보호 센터를 나온 3대 회장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경찰에 전화하는 일이었다
ㅡ 나 엉회사 3대 회장 조방세요
ㅡ 서장 바꿔 주시오
ㅡ 주거침입한 자를 신고하려고 하오
어멋, 서장 바꿔래.., 옆에서 듣고 있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평생 3대 회장에게 뼈를 묻을 각오를 다졌다
3대 회장 집에서는 같은 소리가 반복해서 들리고 있었다
삐삐삐삐, 띠띠띠띠
삐삐삐삐, 띠띠띠띠
ㅡ 경찰입니다
2, 3년 노숙한 사람꼴이 되어 있는 3대 경호가 허겁지겁 철문을 막아섰다
ㅡ 누구야, 어떤 새끼야
ㅡ 이 철문은 내꺼야, 가까이 오면 다 죽여 버릴꺼야
급히 활을 들어 올렸지만 경찰이 빨랐다
ㅡ 당신을 주거 침입, 금품 갈취 시도, 감금, 협박, 폭행으로 체포합니다
ㅡ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ㅡ 당신은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고
ㅡ 아악, 철문은 내꺼야 !@#$%^&*()
미란다 법칙을 읊는 경찰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3대 경호가 발악했다
ㅡ 끌고 가
ㅡ 아아악, 다 꺼져
결국 경찰이 곤봉을 휘둘렀고 3대 경호가 맥없이 축 쳐졌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