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비둘기 잡는 법

결국 경찰이 곤봉을 휘둘렀고 3대 경호가 맥없이 축 쳐졌다
기절한 3대 경호가 경찰차에 태워지는 것을 보면서 집 안으로 들어 온 사람들이 코를 감쌌다
ㅡ 어우, 찌릉내
잠시 후, 청소 업체가 다녀갔고 집이 깨끗해졌다
세탁실의 세탁기 하나 하나까지, 집은 깨끗이 청소가 되었는데 3대 회장의 마음은 후련해지지 않았다
3대 경호가 비밀번호를 알아내기 위해 체크하던 종이를 보았던 것이다
게다가 철문 하나는 열려 있었다
'억, 조금만 늦었으면 다 털릴뻔했구나'
집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는 명목으로 집 구경하러 나가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의 번쩍이는 눈빛까지 본 3대 회장이 초조해졌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해'
밧데리가 방전되어 있던 핸드폰을 켰다
밀린 메시지가 들어오느라 한참을 진동하는 핸드폰을 보는 3대 회장이 미소 지었다
ㅡ 연락이 안 되니까 다들 걱정이 됐겠지
진동이 멈춘 핸드폰 화면을 터치했다
메시지 확인하는 3대 회장의 얼굴이 울그락, 붉그락 해졌다
자신이 벤치에 버려져 있다가 공무 수행차로 옮겨지는 모습이 나온 뉴스를 본 사람들이 걱정을 가장한 비웃음을 잔뜩 보내놓은 것이다
3대 회장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졌다
본인의 몸도 건사할 수 없는 3대 회장은 회장직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뜻을 밝힌 회장단들이 '3대 회장 해임안'을 내놓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장 통화 버튼을 눌렀다
ㅡ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그럼 2대 회장은? 1대 회장은?
ㅡ 1대 회장님은 돌아가셨고 2대 회장님은 뜻을 전달해 주는 사람이 있지만 3대 회장님께는 이제 아무도 없지 않습니까?
ㅡ 경호 구하는 게 무슨 큰일이라고
ㅡ 모두가 보는 9시 뉴스에 그런 꼴로 나타나셔서 우리 회사 주가가 얼마나 떨어졌는지 아십니까?
ㅡ 이미 만장일치로 3대 회장님의 해임안이 통과 되었습니다
ㅡ 이제 회사 일은 저희에게 맡겨두고 푹 쉬십시오
뚜뚜뚜뚜
ㅡ 여..여보세요, 이보게
분노로 얼굴이 벌게진 3대 회장이 소리쳤다
ㅡ 만장일치라니, 하! 거짓말에도 진실성이 조금은 섞여 있어야 믿어주는 척이라도 하지
ㅡ 이건, 뭐, 하, 나 참, 만장일치라니, 하.하.하.
ㅡ ...
ㅡ 나 없이 회사가 잘 굴러갈 것 같아?
ㅡ 주가 떨어지는 소리가 벌써부터 들리네
ㅡ 두고 봐, 니들이 도와 달라고 할 때 내가 도와주나 봐라
ㅡ ...
열 받고 허망하고 쪽팔린 3대 회장이 입을 삐죽이며 울먹거렸다
ㅡ 씨발놈들
팔 꺾인 노인이 한 마리 죽이고 남아 있던 비둘기 두 마리가 여자가 화장실 갔다 오니 죽어 있었다
ㅡ 악, 이게 어떻게 된 거야?
노인들이 하나 둘, 자리에서 일어섰다
ㅡ 난 물고기나 잡으러 가야겠다
ㅡ 다들 같이 가세나, 식량 창고가 텅 비었어
각자 흩어지는 노인들 중에 나무하러 숲으로 들어가는 다리 저는 노인을 뒤따라간 여자가 슬픈 표정을 지었다
ㅡ 비둘기가 다 죽어 버렸어요
ㅡ 동생 구하러 갈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인데.. 흐윽
ㅡ 우..울지 말어, 비둘기는 또 잡을 수 있으니께
ㅡ 그 비둘기 지금 잡으면 안 돼요?
ㅡ 지금?
ㅡ 네, 제가 잡을게요
ㅡ 어떻게?
ㅡ 일단 여기 앉아 보세요
여자가 시키는 데로 바닥에 앉은 다리 저는 노인의 뒤통수에 돌이 날아왔다
찍소리도 못한 다리 저는 노인이 앞으로 꼬꾸라졌다
돌을 집어 던진 여자가 손을 탁탁 털었다
ㅡ 별거 아니네
1, 2분이 지나자 새들이 푸드덕거리면서 날갯짓하는 소리는 들리는데 비둘기가 하늘에서 뚝뚝, 떨어지지는 않았다
ㅡ 약해, 한 번 더
처음 내려친 것보다 더 큰 돌을 들어 올린 여자가 다리 저는 노인의 뒤통수를 사정없이 내리쳤다
푸드득, 푸드득
툭
ㅡ 와하하, 비둘기다
비둘기 5마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을 본 여자가 그제야 다리 저는 노인의 상태를 살폈다
ㅡ 아, 얼굴이 눌러지면서 숨을 못 쉬고 있었구나
ㅡ 크큭, 얘기를 하시지
다리 저는 노인을 응급 처치한, 발로 다리 저는 노인의 얼굴을 옆으로 돌려놓아 숨 쉴 수 있게 한 여자가 급히 비둘기쪽으로 갔다
ㅡ 비둘기가 못 날아가게 묶어야 하는데..
비둘기 목줄을 대신 할 만한 것을 찾느라 주위를 둘러 보는 여자의 눈에 숨어 있는 팔 꺾인 노인이 보였다
ㅡ ..다 봤어요?
ㅡ 뭐.., 그렇지
놀란 표정을 감추는 팔 꺾인 노인이 어색하게 숲풀 뒤에서 나왔다
혼자서는 비둘기 교육을 어떻게 시키는지 모르는 여자가 팔 꺾인 노인에게 다가 갔다
ㅡ 제가 오죽하면 이랬겠어요
ㅡ 저는 한시가 급한데 비둘기는 죽고 할아버지들은 아무도 안 도와주고
입을 삐죽이는 여자가 한껏 애처로운 표정을 짓자 팔 꺾인 노인의 마음이 요동쳤다
ㅡ 나는 내 동생만 생각하기로 했어요
결연한 표정을 지은 여자가 팔 꺾인 노인의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바스락
팔 꺾인 노인 뒤로 장님 노인이 섰다
그 뒤로 꼽추 노인이 서고 나머지 노인들이 줄줄이 서자 놀란 여자가 바지 안에 있던 손을 뺐다
ㅡ 어..언제부터
팔 꺾인 노인이 여자의 손을 다시 바지 안에 집어넣었다
ㅡ 아직 시작도 안 했어, 얼른 해
뒤에 서 있던 장님 노인이 팔 꺾인 노인을 발로 차서 옆으로 밀었다
ㅡ 손 뺐으면 끝이야
팔이 이상한 각도로 꺾인 쪽으로 넘어지는 바람에 바닥에 된통 꼬꾸라진 팔 꺾인 노인이 분노로 이글거렸다
'숨어 있던데서 나오려면 좀 있다가 나오던지, 여자가 먼저 다가온 건 처음인데 니놈들이 다 망쳐 버렸어'
땅바닥에 넘어져 있는 팔 꺾인 노인이 발에 모든 분노를 담아 장님 노인의 거시기를 올려 차 버렸다
으헙, 거시기를 두 손으로 감싼 장님 노인이 바닥에 엎어졌다
퍽퍽퍽, 이때다 싶은 노인들의 발길질이 이어졌다
흐흐흐, 기분 좋게 웃던 노인들이 멈칫했다
뒷감당이 두려웠던 것이다
서로를 힐끔거리던 모두가 한 마음으로 숲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제일 뒤에서 내려가는 팔 꺾인 노인이 뒤를 힐끔힐끔 살폈다
아무래도 제일 뒤는 무서운 팔 꺾인 노인이 먼저 가기 위해 꼽추 노인을 옆으로 밀쳤다
어이쿠, 다리가 꼬인 꼽추 노인이 넘어지면서 앞사람을 밀었다
으억, 노인들이 줄줄이 넘어졌다
팔 꺾인 노인이 넘어진 노인들을 그대로 밟고 지나갔다
ㅡ 으억
ㅡ 아오, 나 죽어
미끄덩, 결국 팔 꺾인 노인도 넘어지면서 엉덩방아를 찧었다
자기 가슴 위에 엉덩방아를 찧은 팔 꺾인 노인 때문에 숨이 턱 막힌 노인이 몸 위에 앉은 팔 꺾인 노인을 치웠다
여자 손에 닿아보지도 못한 분노가 가슴에 응어리 진 노인이 눈앞에 있는 팔 꺾인 노인의 엉덩이를 이로 콱 깨물었다
끄아악
여자 손이 닿은 단 한 사람인 팔 꺾인 노인을 보자 화가 치밀어 오른 노인들이 아무곳이나 이로 콱콱 깨물었다
ㅡ 으아아악, 이놈들아 놔 놔, 미친놈들, 끄아아악
ㅡ 장..장님이다
모두의 동작이 멈췄다
발로 채인 거시기의 고통이 멈추자 노기등등한 장님 노인이 소리나는 곳을 향해 내려오고 있었다
저희들끼리 싸우고 있던 노인들이 재빠르게 숲을 내달리기 시작했다
퍽, 쩌억, 커헉, 쿵
뒤에서 들려오는 대가리 깨지는 소리에 노인들의 마음이 급해졌다
ㅡ 더 빨리 뛰어
숲의 내리막길을 일사불란하게 달리는 노인들을 향해 장님 노인이 몸을 날렸다
ㅡ 이놈들아
눈도 안 보이는 장님 노인이 제일 뒤에서 뛰고 있던 노인의 등을 정확하게 발로 깠다
끄억, 한 번의 공격으로 모든 노인들이 줄줄이 앞으로 엎어지면서 굴렀다
으으윽, 한덩어리가 된 노인들의 신음 소리가 온 산에 퍼졌다
노인들의 신경이 다른 곳으로 쏠린 틈을 타 비둘기를 챙긴 여자가 잽싸게 자리를 피했다
노인들이 안 보이는 곳까지 온 여자가 비둘기를 내려놓았다
비둘기 5마리를 뭉텅이로 꼭 끌어안고 허겁지겁 달려왔더니 몸이 찌그러진 비둘기의 날개가 비뚤어져 있었다
ㅡ 씨발
ㅡ 하아, 그 새끼들이 내 돈 찾아내기 전에 얼른 육지에 가야 되는데
사방을 살피면서 조용히 움직인 여자가 다리 저는 노인이 쓰러진 자리로 돌아갔다
다른 노인들은 보이지 않고 다리 저는 노인만 여전히 엎드려 있었다
미소 지은 여자가 마음에 드는 돌을 집으려고 허리를 숙였는데 누군가에 의해 입이 틀어막혔다
ㅡ 읍읍읍읍
여자를 엎드리게 만든 노인이 다짜고짜 허리춤을 풀고 몸을 붙이려는데
휙, 돌멩이가 날아왔고
노인이 여자 위로 축 쳐졌다
무거운 노인을 치웠더니 세 발로 걷는 고라니를 천천히 데리고 가고 있는 밀렵꾼이 보였다
여자가 밀렵꾼을 따라가려는데 쓰러진 노인이 여자의 발목을 잡았다
ㅡ 나랑 한 번..
하이힐로 단련시켜 놓은 뒤꿈치로 노인의 얼굴을 여러 번 찍은 여자가 뒤도 안 보고 뛰어갔다
다친 곳이 낫기도 전에 또 다친 노인들이 한 곳에 모여 앉아 있었다
고라니를 근처에 묶는 밀렵꾼이 한 마디했다
ㅡ 똥맛나는 고라니 먹을 거 아니면 그만 싸웁시다
ㅡ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디서 선생질이야
여자가 밀렵꾼만 쳐다보고 있자 노인들이 도끼눈을 한 채 밀렵꾼을 쏘아보았다
여자와 노인들을 훑어본 밀렵꾼이 혼자서 숲으로 들어갔다
여자가 슬쩍 엉덩이를 떼자 노인들도 엉덩이를 뗐다
쓰읍
다시 앉은 여자가 노인들을 한 사람씩 야렸다
ㅡ 처자는 사명이 뭐요?
ㅡ 그런 거 몰라요
ㅡ 한 번도 마감 센터에서 전화가 안 온 거요?
ㅡ 할아버지들은 사명을 다 알아요?
ㅡ 알지
여자가 흥분했다
ㅡ 사명을 이루려면 육지로 가야 할 것 아니에요
ㅡ 크흠, 아이고 허리야
ㅡ 나는 모래 찜질이나 허야겄다
ㅡ 나는 소금 찜질을..
노인들이 슬그머니 일어서자 여자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ㅡ 싫으면 니들은 여기 남으면 되잖아
ㅡ 왜 방해를 하냐고
ㅡ 이제부터 방해하는 놈들은 내가 다 죽여 버릴꺼야
ㅡ 그래 그래, 날 죽여 준다면 기쁘겠구려
발악하는 여자의 흔들리는 가슴을 흐뭇하게 지켜보던 노인들이 각자 흩어졌다
혼자 숲으로 들어간 밀렵꾼이 혹시나 누가 따라오는 사람은 없는지 살피면서 비둘기 숨겨 놓은 장소로 갔다
노인들이 풍기는 냄새에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둘기를 잽싸게 챙겨 놓았던 것이 20마리나 되었다
육지에 갈 생각으로 입이 절로 벌어지는 밀렵꾼이 비둘기 부리 속으로 물을 흘려 넣어 주고 몰래 챙겨 간 물고기도 찢어 넣어 주었다
비둘기를 보기만 해도 흐뭇하던 밀렵꾼의 얼굴이 난감해졌다
비둘기를 전서구로 훈련시키는 방법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던 것이다
숲에 오래 있으면 누군가 눈치챌까 봐 일단 노인들이 있는 곳으로 내려갔다
때마침 여자가 혼자 있었다
겨드랑이 털을 뽑고 있었다
ㅡ 큼큼
헙,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모습을 들킨 여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처음으로 여자가 인간적으로 보이자 밀렵꾼의 얼굴이 다정해졌다
밀렵꾼이 여자에게 한 발자국 다가서는데 얼굴로 모래가 흩뿌려졌다
풰, 풰, 눈앞에 뿌려진 모래를 손으로 날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빼꼼이 내다보고 있는 눈들이 보였다
밀렵꾼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린 여자의 표정이 굳었다
자신이 겨드랑이 털을 뽑고 있는 걸 다 보고 있었다는 사실에, 그전에 가려웠던 똥꼬를 나뭇잎으로 해결하는 것도 다 보았을 것이라는 사실에 여자의 입에서 십원짜리 욕이 줄줄 흘러나왔다
ㅡ !@#₩%^&*()
욕 들은 노인들이 즐거워했다
ㅡ 여자 한 명 생겼을 뿐인데 삶의 활력이 넘쳐나부러
ㅡ 그랴, 그랴
여자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관심없고 CCTV 저리 가라 할 정도인 노인들을 피해야 하는 밀렵꾼의 마음이 급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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