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물섬에 갈 준비

ㅡ 그럼 나 혼자 보낼 생각이었냐?
ㅡ 응
ㅡ ...
ㅡ 어차피 너희 둘 다 수시 붙었잖아
ㅡ 보물섬에 언제 한 번 가 보겠어, 이럴 때 가는 거지
금세 설득 된 만찢남과 반장이 3대 손자를 쳐다보았다
'무인도에 경호와 단둘이 있게 된다면..?'
프흐흐흐, 프흐흐
'경호와 나와 미지의 인물과 삼각관계가 이루어지면, 경호가 날 차지하려고..'
푸하하하하하, 상기 된 얼굴로 소파를 마구 두드리며 몸을 꼬는 3대 손자를 비위 상한 얼굴로 보고 있는 청소년 세 명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았다
'저 할아버지 이상해 보이는데 같이 가도 되겠냐?'
손자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훤히 보이는 3대 회장이 한숨을 쉬었다
'표정을 보아하니 저 똥고집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가려고 할 텐데..'
3대 회장이 남학생을 쳐다보았다
ㅡ 휠체어에 나를 태우고 다닌다면 너희를 데려가는 것을 생각해 보마
ㅡ ...
ㅡ 휠체어를 원하는 데로 개조해 주겠다
ㅡ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미지의 곳으로 간다
ㅡ 총이든, 드론이든, 뭐든 필요할 것 같은 것은 말만 하거라
ㅡ 준비해 주겠다
ㅡ 총이요? 진짜 총이요? 사람 쏘면 피나는 그 총?
ㅡ 흐엑, 할아버지 스케일 장난 아니시다
서바이벌 게임을 실제로 하게 된 청소년 세 명이 기대로 잔뜩 달아올랐다
숨어 있던 주방에서 나온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소파에 앉았다
ㅡ 저도 갈래요
ㅡ 저도요
이참에 두 사람을 떼어 놓고 싶은 3대 회장이 말렸다
ㅡ 거기가 어디라고, 여자 몸으로 힘들어
테이블에 놓인 쪽지를 읽은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눈을 빛냈다
<.. 싣고 갈 금이 많으니..>
크흡, 터져 나오는 미소를 막은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간다'
자신을 우러러 보고 있는 청소년 세 명에게 치부를, 붕대와 반창고와 피멍과 피딱지로 덮힌 채, 눈빛이 음흉하고 콧구멍만 벌름거리고 있는 덜떨어진 130 담당과 식사 담당에게 큰소리 치지 못 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3대 회장이 청소년 세 명을 집으로 보냈다
다시 만날 것을 굳게 약속한 청소년 세 명이 싱글거리면서 집으로 갔다
다음 계획을 위해 130 담당과 식사 담당도 내보냈다
ㅡ 집에 먹을게 하나도 없어, 장 봐와
ㅡ 돈 주세요
ㅡ ...
130 담당과 식사 담당에게 카드를 내주려니 꺼림칙한 3대 회장이 머뭇거렸다
ㅡ 5만원 이상 긁으면 카드 분실로 자동 신고 된다
ㅡ 네에? 5만원을 누구 코에 붙이라고요
ㅡ 얼른 가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대문을 나와 카메라 사각지대라 생각되는 담벼락에 쭈그려 앉아서 주방에서 몰래 가지고 나온 커피를 꺼냈다
ㅡ 복지가 최악이야, 눈치 보여서 커피 한 잔 마실수가 없다니까
포장을 뜯고 커피향을 맡는 두 사람이 조용해졌다
ㅡ 킁킁, 킁킁, 비싼 커피라서 그런지 향이, 킁킁, 킁킁
ㅡ 야, 그러다 커피에 콧구멍 담기겠네
ㅡ 나처럼 우아하게
ㅡ 큭, 우아는 무슨 얼어죽을
3대 회장의 뒷담화를 하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가지고 있는데 검게 썬팅 된 커다란 벤 2대와 벤을 호위하는 검은 차 2대가 집 앞에 멈췄다
검은 양복 입은 사람들이 차에서 내리더니 몇몇은 대문으로 들어가고 몇몇은 차 옆에 섰다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반짝이는 눈을 마주쳤다
ㅡ 무슨 일인지 들어가 보자
집 구경할 때 알아 놓은 뒷문으로 조용히 들어갔더니 딱 봐도 높은 직책을 가진 사람이 인사 중이었다
은행 지점장이었다
ㅡ 아이고, 회장님, 그동안 건강하셨습니까?
ㅡ 이렇게 저희 은행을 이용해 주셔서 무한 감사드립니다
임시 보호 센터에서 돌아와 현금이 하나도 없어 불편한 중에도, 그 누구도 믿지 못 하는 3대 회장이 절대 열지 않던 철문이 열렸다
생각보다 더 가득 차 있는 내용물에 놀란 표정을 감춘 지점장이 직접 골드바 갯수와 현금을 챙겨서 차로 보냈다
3대 회장은 작업이 끝날 때까지 지점장 맞은편, 차가운 골드바 위에 앉아서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멀리서 훔쳐보고 있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철문 안에 있는 것이 자기 것이라도 되는양 행복해하고 있었다
'할아버지가 죽으면 저 덜떨어진 손자놈을 제끼고 내가, 으흐흐흐흐흐'
금덩어리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관심 없는 3대 손자는 짜증을 내고 있었다
'무슨 수로 경호를 배에 태우지?'
'일단 배에만 태우면 지가 바다를 헤엄쳐서 돌아갈 거야 어쩔 거야, 다 끝나는 건데'
'배에 태우는 게 문제란 말이야..'
3대 손자가 일어섰다
임시 보호 센터에서 가져온 유모차에 앉아서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을 불렀다
ㅡ 가자
ㅡ 안 돼요, 금덩어리 옮기는 거 봐야 되요
ㅡ 섬에 안 가고 싶은가 보지?
ㅡ 어디로 모실까요?
3ㅡ3대 경호 집에 도착했다
띵동
집 안에서 카메라를 보는 정장 도우미가 소리쳤다
ㅡ 3대 손자가 찾아왔는데?
ㅡ 문 열어 주지 말아요
띵동, 띵동, 띵동
한참을 문 앞에서 기다리던 3대 손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ㅡ 내가 찾아온 줄 알 텐데 문도 안 열어 주고, 뿌앵
ㅡ 경호야, 경호야
쾅쾅
ㅡ 내가 왔어, 문 좀 열어 봐
지나가는 행인들이 대문에 달라붙어 있는 3대 손자를 힐끔거리자 난감한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슬며시 얼굴을 가렸다
철문 안에 있던 것을 다 옮기고 3대 회장을 소파에 앉혀준 은행 사람들이 돌아갔다
...
집이 조용하다못해 고요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것을 알아 챈 3대 회장의 얼굴이 당황스러워졌다
ㅡ 5만원치 장 보는데 아직도 안 오고 뭘 하는 게야?
ㅡ 쯧쯧, 쯧쯧, 마음에 안 들어
ㅡ 임시 보호 센터든 어디든 돌려보내고 싶은데 방법이 없나?
ㅡ 두 년 눈빛을 보아하니 웬만해서는 떨어져 나갈 것 같지 않던데
꼬르륵
ㅡ ...
ㅡ 돈이 많으면 뭐 하누
ㅡ 내 힘으로 냉장고까지 가지도 못 하는데
미지의 세계로 가는데 이래선 안 되겠다 싶은 3대 회장이 몸을 움직거리는 연습을 시작했다
겨우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거리는데 배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더 커졌다
한껏 신난 청소년 세 명은 휠체어 개조와 준비물을 짜느라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ㅡ 급할 때는 날개도 펼쳐져야지
ㅡ 잠수함으로 변하는 것도 기본이고
ㅡ 낄낄, 미친놈
ㅡ 사기네 뭐네 하더니 지가 제일 신났어
ㅡ 하하하하, 과거의 내가 그랬지
한참 신나게 웃던 반장이 목소리를 낮췄다
ㅡ 젊은 할아버지가 늙은 할아버지한테 회장 짤렸다고 했잖아
ㅡ 찾아보니까..
ㅡ 찾아보니까..
ㅡ 빨리 말해, 미친놈아
ㅡ 대박, 엉회사 3대 회장이었어
ㅡ 와, 엉회사라니, 쥑이네
다음날, 당장에 사격 연습장으로 간 청소년 세 명이 한껏 상기 된 얼굴로 강사의 설명을 듣고 있었다
첫째도 신중, 둘째도 신중, 셋째도 신중이라는 설명을 들으면서도 당장에 총을 쏴보고 싶은 청소년 세 명이 손을 꼼지락거렸다
드디어 실전연습에 들어갔다
썬글라스에 귀마개에 방탄 조끼를 입은 반장이 허세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
ㅡ 나 쥑이지 않냐?
ㅡ 귀마개 뒤집혔어
ㅡ 헛!
급히 귀마개를 바르게 하는 반장을 보는 남학생과 만찢남이 낄낄거렸다
ㅡ 점수 제일 낮은 사람 점심 내기다
ㅡ 콜
세 사람 모두 무조건 자신 있었다
탕, 탕, 탕, 각자 총 10발을 쏘고 목표물로 삼았던 사람 그림이 그려진 표적지가 다가오자 세 사람이 동시에 빵 터졌다
ㅡ 넌 어떻게 총알 10발 중에 사람 그림 맞춘게 단 한 발도 없냐?
ㅡ 야, 지는 겨우 한 발 맞춰 놓고
ㅡ 이거 왜 이래, 그 한 발이 심장을 뚫었다고
ㅡ 눼눼
0발과 심장 한 발과, 사람 그림에 겨우 닿는 세 발을 쏜 청소년 세 명의 자세는 전문 킬러 포스였다
당연히 사진으로 안 남길 수가 없었다
찰칵
ㅡ 이번엔 나 혼자서 찍을래
만찢남이 전방을 향해 총 쏘는 자세를 잡은 반장 가까이 핸드폰을 들이대었다
찰칵
더없이 심각한 표정의 반장이 사진에 찍혔다
ㅡ 와하하, 마음에 들어, 국정원 요원 같아
ㅡ 할아버지는 우리가 섬에 간다는 걸 왜 비밀로 하라고 해서, 이 멋진 사진을 공유하지도 못하고
ㅡ 그래도 대박이지 않냐?
ㅡ 부자라서 그런지 돈에 되게 너그러워
ㅡ 전화해 보길 잘했어
ㅡ 내 말이
사격 연습, 드론 강습, 수영, 클라이밍, 복싱에 요리 학원까지 다니는 남학생, 만찢남, 반장이 눈, 코 뜰새 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는 동안 3대 회장도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움직이는 훈련 중이었다
누군가에게 나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3대 회장이 혼자서 훈련을 진행했다
손가락, 발가락 꼼지락거리는 것을 넘어 아기처럼 네 발로 기어가는 훈련에 돌입한 3대 회장의 숨이 거칠었다
헥헥, 헥헥
띠링, 문자가 왔다
사격장에서 청소년 세 명이 보내 온 사진을 보는 3대 회장이 비릿하게 웃었다
'섬에 있는 금덩어리는 다 내 것이다'
'너희들은 너희 몫을 이미 다 썼으니 모험만 경험하거라'
띠링, 띠링, 문자를 본 3대 회장이 인상을 찌푸렸다
ㅡ 이놈은 무슨 돈을 물 쓰듯이 쓰는 거야?
3ㅡ3대 경호에게 줄 양복 세 벌과 구두 세 켤레를 산 3대 손자가 매장을 나갔다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든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의 얼굴이 지쳐 있었다
3대 손자가 쏘아 보았다
ㅡ 쇼핑백이 바닥에 닿잖아, 똑바로 들어
ㅡ 아까 산 운동복이랑 운동화까지 잘 챙겼지?
ㅡ 너무 힘들어요
ㅡ 돈 버는 게 쉬운 일인지 알아?
ㅡ 섬에 따라가고 싶으면 잘해
철문 안에 있던 금덩어리를 봐버렸고, 싣고 갈 금이 많다는 쪽지를 읽어 버린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하고 싶은 욕이 목구멍까지 차 있지만 3대 회장 곁을 떠날 용기가 없었다
잠옷이 걸려 있는 매장 앞에 선 3대 손자의 표정이 헤벌쭉해졌다
ㅡ 경호랑 똑같은 파자마를 나눠 입고 한 침대에 누워서, 흐흐흐흐
백화점을 나온 3대 손자와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3ㅡ3대 경호의 집 대문 앞에 도착했다
띵동, 띵동, 띵동
...
오늘도 대문은 열릴 기미가 안 보였다
예민해진 3대 손자가 버럭, 소리쳤다
ㅡ 쇼핑백 바짝 못 들어?
ㅡ 그게 다 얼마짜린데 니들 월급에서 제할 거야
택시 타고 오면서 본 과일 집에서 과일 바구니도 2개나 사는 바람에 옷, 신발, 과일을 든 팔을 허공에 들고 있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의 팔이 덜덜 떨렸다
땀을 주룩주룩 흘리고 있는 것을 보자 3대 손자가 인상을 더 찌푸렸다
ㅡ 꼬라지하고는, 더럽게
여자한테 꼬라지가 더럽다니, 더 이상은 못 참겠는 130 담당이 3대 손자에게 마구 쏘아붙이려다가 식사 담당의 얼굴을 보았다
'꼬라지하고는, 더럽게'
'헉, 내 모습도 똑같..겠지? 하, 쓰벌'
얌전히 입을 다문 130 담당이 3대 손자를 뒤에서 노려보기만 했다
한참을 대문만 바라보던 세 사람이 결국, 짐 보따리를 다 들고 3대 회장 집으로 돌아왔다
거실 바닥에서 네발로 기는 연습을 하고 있던 3대 회장 옆에 간 3대 손자가 일단 바닥에 드러누웠다
ㅡ 할아버지, 경호가, 경호가
헥헥, 헥헥
거실에 나란히 누운 3대 회장과 3대 손자의 귀에 쩝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목도 마르고 힘도 없는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이 과일 바구니에서 포도를 빼먹고 있었던 것이다
당분이 들어가자 살 것 같은 두 사람이 허겁지겁 포도를 먹고 있는데 3대 손자의 지팡이가 날아왔다
꺄아악
ㅡ 이 거렁뱅이들아, 감히 어디에 손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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