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의 엉덩이를 15등분 하라

밧줄의 효용을 알아버린 남자가 언제든 밧줄로 원하는 것을 꽁꽁 묶었다
ㅡ 씨발, 이놈한테 밧줄 쥐어 준 놈이 어떤 놈이야?
먹을 것이 충분하지 못하면 행패 부리는 근육질 남자 세 명 때문에 날이 밝을 때는 수렵, 채집, 작살 낚시를 하고
날이 저물면 근육질 남자 세 명을 품에 안고 오싹, 오싹, 소름 돋는 시간을 보내며 힘들어하는 노인들이 결연하게 한 자리에 모였다
ㅡ 저번에 꼽추가 파 묻혔던 것처럼 모래에 파 묻자
ㅡ 좋아, 네가 구덩이 파
ㅡ 내가 왜? 네놈이 먼저 말 꺼냈으니까 네놈이 파
ㅡ 그럼 공정하게 가위바위보 하자
ㅡ 좋아, 5명씩 갈라져
ㅡ 아니지, 내 편에 가위바위보 잘하는 사람이 몰릴 수도 있는데 그건 불공평하지
ㅡ 하아, 썩을 놈
모든 노인이 둘러서서 팔을 뻗었다
한나절동안 가위바위보를 한 결과, 팔 꺾인 노인이 당첨되었다
모래 구덩이 파는데 일주일이 걸렸다
과한 노동력 착취와 수면 부족이 일주일이나 늘어나는데도, 구덩이 늦게 판다고 타박만 할 뿐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다
노인들이 이 섬에서 제일 위험한 놈인, 무언가를 잃은 남자를 불렀다
ㅡ 여기 들어 가
남자가 망설임 없이 구덩이에 들어갔다
남자를 구덩이에 어떻게 넣을 것인가, 걱정했던 노인들이 기뻐하며 모래를 채우고 단단하게 돋우었다
ㅡ 하아, 이제 이로 물어뜯길 걱정은 안 해도 되겠네
노인들이 상쾌한 기분으로 흩어졌다
몇 분 후, 모래에 파 묻힌 남자가 목이 마르자 괴성을 질렀다
모래에 파묻혀 있는 남자는 두렵지 않은 노인들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괴성이 그쳤다
그런가 보다,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노인들이 급히 고개를 돌렸다
근육질 남자 두 명이 모래를 파내고 있었다
ㅡ 끄악, 안 돼
노인들이 일제히 달렸다
모래가 왠만큼 들어내지자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혼자 힘으로 구덩이에서 나왔다
힘 빠진 노인들이 손을 내밀었다
ㅡ 구덩이 2개 더 파는 사람, 가위바위보
ㅡ 잠시
ㅡ 왜?
ㅡ 구덩이 2개는 여자가 파는 게 어때?
ㅡ 하는 일도 없이 매일 우리가 갖다바치는 음식만 먹잖아
ㅡ 밥값은 해야지
ㅡ 그랴, 그랴
노인들이 동조하자 구경하러 왔다가 불똥 튄 여자가 자기편을 들어 줄 누군가를 찾았다
장님 노인이 여자의 엉덩이를 철썩, 내려쳤다
ㅡ 으악, 뭐야?
ㅡ 손에서 나무 판대기 놓으면 매질이다
노인들이 장님 노인 뒤에 줄을 좍, 섰다
삽 대신 사용하는 나무 판대기를 가리키는 장님 노인의 얼굴이 무자비했다
나무 판대기를 보는 여자가 움직이지 않았다
ㅡ ...
ㅡ 다음
장님 노인 뒤에 서 있던 노인이 여자의 엉덩이를 철썩, 내려쳤다
ㅡ 꺄
ㅡ 다음
꼽추 노인이 손바닥을 들어 올렸다
여자의 눈에 눈물이 글썽였다
ㅡ 할아버지
철썩
결국, 나무 판대기를 잡은 여자가 울며 겨자 먹기로 모래를 퍼 냈다
ㅡ 그래가지고 어느 세월에 다 파겠어?
ㅡ 다음
ㅡ 꺄, 아니예요, 열심히 하고 있잖아요
구덩이 파는 여자를 아무도 도와주지 않으면서, 아무도 이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자기 차례가 오기를 기다렸다
노동일을 해 보지 않은 여자의 팔이 금세 떨려왔다
모래 파내는 속도도 현저히 느려졌다
ㅡ 다음
철썩
ㅡ 이 미친놈들아
표독해진 여자가 나무 판대기를 집어던지고 도망을 시도하자 노인들이 여자를 중심에 놓고 원이 되게 감쌌다
여자가 원을 둘러 보고 제일 만만해 보이는 다리 저는 노인을 뚫고 나가려고 했다
ㅡ 다음
철썩
ㅡ 흐엉, 아프다고, 미친놈들아
ㅡ 안 맞으려면 모래 파
눈물, 콧물 범벅인 여자가 후들거리는 팔로 모래를 1시간은 더 파고 나서야 오늘은 이만하면 되었다, 는 꼽추 노인의 허락에 노인들이 모두 흩어졌다
그러고는 사과의 의미로 저마다 약풀을 짓이겨 와서 엉덩이에 직접 붙여주겠다고 하자 여자가 답변으로 바닥의 모래를 집어 던졌다
혼자서 어기적거리면서 숲으로 간 여자가 똑같아 보이는 풀들을 바라보다가 아무 풀이나 잡아 뜯었다
독버섯이 군데 군데 솟아 있는 곳의 풀을 짓이겨 엉덩이에 붙인 여자가 숲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렀다
노인들이 달려왔다
한눈에 상황 파악을 끝낸 노인들이 히죽히죽, 웃어댔다
ㅡ 그러게 내가 붙여 준다고 할 때 얌전히 엉덩이를 내밀 것이지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리는 여자를 보는 팔 꺾인 노인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ㅡ 상황이 지체할 수 없어
ㅡ 독버섯 옆에 있던 풀은 독성이 강해서 피부 수분을 다 빨아먹고 쭈글쭈글하게 만들 뿐 아니라 검버섯까지 피우거든
여자의 눈에서 눈물이 더 쏟아졌다
풀뿌리에 관해서는 1도 모르는 여자를 말도 안 되는 말로 얼렁뚱땅 겁을 준 팔 꺾인 노인이 본론을 꺼냈다
ㅡ 지금 상황이 심히 급해, 지체할 수 없어
ㅡ 그러니까 여기 누워
엉덩이 깐 여자가 누웠다
질리도록 봤었지만 다시 보니까 또 좋은 노인들의 얼굴이 밝아졌다
팔 꺾인 노인이 주위 노인들을 둘러보았다
ㅡ 상황이 심각하게 급해서 우리끼리 싸우면 안 되
ㅡ 우리가 15명인가?
ㅡ 여자 엉덩이를 정확하게 15등분으로 나누어서 각자 약풀을 발라주자고
ㅡ 좋소
칸을 나눌 긴 풀줄기 여러 개가 여자의 엉덩이에 놓여졌다
풀줄기가 닿는 것만으로 따가운 여자가 엉덩이를 움찔거렸다
엉덩이 움짤이 마음에 드는 노인들이 괜히 풀을 들었다 놓았다하자 여자가 일어서려 했다
ㅡ 됐으니까 다 꺼져
ㅡ 어어.. 상황이 심각하게 급해, 이미 심각해
ㅡ 허엉, 내 엉덩이 돌려줘
ㅡ 그랴, 그랴, 우리들만 믿으라고
여자를 다시 눕힌 노인들이 예민해졌다
ㅡ 거, 두 번째 줄이 넓잖아
ㅡ 비켜봐, 내가 할게
ㅡ 가만히 좀 있어 봐, 집중하고 있잖아
여자의 엉덩이를 재단하던 꼽추 노인이 뒤로 벌러덩 넘어갔다
ㅡ 능력 안 되는 놈은 빠져, 이건 기하학이 요구되는 섬세한 작업이라고
기하학에 자신 있는 노인이 풀을 잡았다
여자 엉덩이 근처엔 자리가 없어 뒤에 서 있던 장님 노인이 기하학에 자신 있는 노인의 콧구멍에 두 손가락을 집어넣고 끌어 올렸다
ㅡ 으아악, 내 콧구멍, 아아악, 찢어져, 우엌
ㅡ 어우, 이 미친 장님탱이가 미쳤나
코를 감싸 쥔 기하학이 장님 노인에게 발을 걸다가 되려 안다리 후리기 기술에 걸려 옆으로 쓰러졌다
기하학이 빠진 자리를 잽싸게 차지한 노인이 풀을 집었다
ㅡ 내가 할게, 나 건축공학 전공한 사람이야
ㅡ 도면 수천장을 그렸더헉
쭈그려 앉은 건축공학 전공자의 엉덩이 근처에 뒤로 넘어졌던 꼽추 노인의 손이 있었다
꼽추 노인이 손을 치우자 건축공학 전공자의 엉덩이 사이로 사라졌었던 기다란 돌멩이가 툭, 떨어졌다
ㅡ 커흡, 나이가 몇인데 똥침을, 아우 씨벌놈
ㅡ 피나는 것 같아, 봐 줘
아직 넘어져 있는 꼽추 노인의 얼굴 위로 엉덩이가 쑥,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주먹이 나갔다
ㅡ 어따가 더러운 걸 들이대?
기다란 돌멩이 공격을 당한 곳에 주먹까지 맞은 건축공학 전공자가 옆으로 풀썩, 쓰러졌다
엉덩이를 손으로 감싼 건축공학 전공자가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노리고 자리를 차지하려는 다리 저는 노인이 성급하게 몸을 움직이다가 앞으로 꼬꾸라졌다
정확히 여자의 엉덩이에 얼굴을 박은 다리 저는 노인이 움직이지 않았다
끼아아악, 여자의 비명과 함께 다리 저는 노인이 공중에 들렸다가 바닥으로 던져졌다
우르르 몰려온 노인들에게 발길질 당하는 다리 저는 노인이 헤벌레 미소 짓고 있었다
ㅡ 웃어? 감히 그런 짓을 하고 웃어?
열 받은 노인들의 발길질이 더 세졌다
다구리에 참여하지 않은 팔 꺾인 노인이 여자의 엉덩이 앞에 자리를 잡았다
발길질하던 장님 노인이 미세하게 귀를 움찔거리더니 사람들에게 그만하라는 손짓을 했다
노인들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여자에게로 향했다
열 받은 꼽추 노인이 근처에 보이는 독버섯을 뽑았다
뒤 따라가는 두 명의 노인도 독버섯을 뽑았다
심혈을 기울이며 여자의 엉덩이를 재단하려던 팔 꺾인 노인의 입에 독버섯 세 개가 들어왔다
팔 꺾인 노인의 눈에 불이 번쩍였다
입안에서 미친 듯이 타타타탓, 쏘는 것을 훅, 뱉었는데 팔 꺾인 노인의 입에서 튀어나온 독버섯이 여자의 엉덩이에 안착했다
끼아아아아, 여자의 몸이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더니 단번에 일어섰다
아픔에 분노에 부들부들 떨던 여자의 입에서 십원짜리 욕이 다다다다 튀어나왔다
ㅡ 야 이 !@#₩%^&*() 같은 놈들아 다 꺼져
눈물, 콧물로 얼굴이 엉망이 된 여자가 멀어져 가는 것을 지켜보는 노인들이 팔 꺾인 노인에게 달려들어 발길질을 했다
ㅡ 네놈 때문이잖아, 어쩔거야?
주위를 한참 둘러보고 겨우 쑥을 찾은 여자가 조심스럽게 엉덩이에 붙이고 숲을 내려왔다
허나 여자의 엉덩이에는 쑥과 비슷하게 생긴 국화가 붙어 있었다
날이 슬슬 어두워지자 노인들이 주위를 경계했다
근육질 남자 세 명 중 누구에게 잡히든지 힘든 시간이긴 하지만 무언가를 잃은 남자만은 피하고픈 노인들이 눈치를 살폈다
이 시간만 되면 어디에서 무얼 하는지 사라졌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튀어나와 품에 앵겼다
근육질 남자를 피하려는 노인들이 숲에도 숨어보고, 나무 위에도 숨어보고, 물 속에도 숨어보고, 모래 밑에 파고들어가서 숨어도 보았지만 어김없이 잡혀서 힘든 밤을 보냈다
아직도 밧줄은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손에 있었다
워낙 몸으로 하는 것은 금세 배우는 사람이었던지라 정신은 나갔어도 밧줄 던지는 손목 스냅이 장난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밧줄을 획득하고부터는 죽자살자 도망가는 노인들을 향해 마구 달려가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노인을 향해, 옛날 노예 장수들이 사람 목에 밧줄 걸어 잡는 것처럼 밧줄을 날렸다
노인의 목이 밧줄에 걸려 뒤로 켁, 넘어지면 무언가를 잃은 남자 특유의 세리머니가 터졌다
꽦, 꾸웩, 고라니 울음소리를 내는 것이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죽어라 도망가던 노인들이 걸음을 멈추고 잘 준비를 했다
보통 열의 아홉은 성공이었다
그러나 오늘은 하나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꼽추 노인의 목이 밧줄에 걸렸는데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세리머니하는 동안 칼로 밧줄을 끊고 도망가 버린 것이다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세리머니를 듣고 긴장을 푼, 쉽게 잡을 수 있는 노인들이 주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밧줄을 챙긴 남자가 도망가는 꼽추 노인을 향해 달렸다
ㅡ 으아아악, 따라오지 마, 썩을 놈아
텁, 몇 발자국 못 가서 잡힌 꼽추 노인의 몸이 순식간에 밧줄로 묶였다
ㅡ 도망가면 안 돼, 이건 내꺼거든
소름 끼치는 말을 한 남자가 꼽추 노인의 바지를 벗겨 자기 것을 밧줄로 꽁꽁 묶었다
기겁한 꼽추 노인이 비명을 지르려다가 벌렸던 입을 콱, 다물었다
섬이 떠나가라 비명을 질러봤자 아무도 안 도와줄 것이 뻔했고 구경거리만 될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다른 노인들과 떨어져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던 꼽추 노인의 몸이 공중에 들렸다
ㅡ 자러 가자
ㅡ 여..여기서 자자, 아이쿠 졸려라
ㅡ 싫어, 할아버지들 한가운데서 자는 게 좋아
바지는 허벅지까지 내려와 있고 몸 전체와 어딘가가 밧줄로 묶인 꼽추 노인을 안은 남자가 거침없이 걸어갔다
팔이 몸에 딱 붙어 있어 어찌할 수 없는 꼽추 노인이 이를 앙다물었다
'괜찮아, 날이 어두워서 저놈들한테는 내 모습이 안 보일꺼야, 괜찮아'
이미 자리 잡고 누워 있는 노인들 한가운데를 파고들던 남자가 누군가의 허벅지를 밟고 휘청거리면서 꼽추 노인을 떨어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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