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만의 시간을 가지는 두 여자

ㅡ 짐승이닷
도망가는 식사 담당이 들고 있던 그물을 당장에 집어 던졌다
이마에 있어 전방을 비추던 헤드렌턴이 그물에 걸리는 바람에 머리 위를 비췄다
흔들리는 불빛에 드러나는 숲속이 더 으시시해졌다
헝 헝, 컹 헝, 가까이 들리는 짐승의 소리에 겁에 질린 식사 담당이 줄행랑 세 발자국째 나무 기둥에 머리를 박고 뒤로 벌러덩 넘어졌다
고개를 돌리니 불같은 안광이 가까워지고 있었다
꺄, 용수철처럼 벌떡 일어선 식사 담당이 달리려는데
어푸, 그물에 걸려 버렸다
ㅡ 와하하, 잡았다
매우 매우 매우 불길한 예감에 뒤를 돌아보니 그물 안에 멧돼지도 들어와 있었다
꺄아아아아아악, 멧돼지와 같이 포획된 식사 담당이 그물을 빠져나가려고 허우적거렸지만 입구를 찾을 수가 없었다
ㅡ 나도 그물에 갇혔어
ㅡ 빼 줘
ㅡ 응? 멍청한 놈, 네가 그물엔 왜 들어간 거야?
ㅡ 빨리 빼 달라니까
ㅡ 으아악, 입구가 어디야?
ㅡ 제발 살려 줘
갑작스러운 그물의 방해에 어리둥절하던 멧돼지의 분노 수치가 올라갔다
멧돼지의 숨이 거칠어졌다
식사 담당을 향해 방향을 잡았다
훅, 꺅
옆으로 몸을 날린 식사 담당을 지나친 멧돼지가 거추장스러운 그물에 걸려 앞으로 꼬꾸라졌다
산 아래로 굴러가는 멧돼지의 무게에 같이 딸려간 식사 담당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헐떡이는 움직임이 느껴졌다
얼굴에 거친 털도 느껴졌다
그물에 둘둘 말린 식사 담당이 똑같이 그물에 둘둘 말린 멧돼지의 엉덩이에 얼굴을 딱 붙이고 있었던 것이다
멧돼지가 머리를 들어 올려 다리를 집어 삼킬 것만 같은 식사 담당이 벌벌 떨었다
다행인 것은 그물에 둘둘 말린 멧돼지의 움직임에 한계가 있고 입을 벌려도 그물이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야가 제한되어 있는 식사 담당이 외쳤다
ㅡ 130 담당, 130 담당, 어딨어?
ㅡ 나 좀 제발 꺼내 줘
ㅡ 네가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할게
ㅡ 제발 나 좀 꺼내 줘
ㅡ 무서워 죽겠어
ㅡ 그럼, 8:2
ㅡ ...
벌벌 떨던 식사 담당이 화를 발칵, 냈다
ㅡ 내가 이 고생을 왜 하는데?
ㅡ 고작 쥐똥만큼 가지라고?
ㅡ 그럼 계속 멧돼지랑 붙어 있던지
ㅡ .............7:3
ㅡ 그래, 우리 사이에 그 정도 의리는 있지
처음부터 7:3을 생각한 130 담당이 빙글빙글 웃으면서 다가왔다
ㅡ 널 꺼내려면 일단 멧돼지를 기절시키던지, 죽이던지 해야 해
ㅡ 뭐든 빨리 해 줘
퍽, 꽥에엑, 꺼아아아악
130 담당이 지팡이를 휘두르자마자 돼지 멱 따는 소리와 비명을 많이 질러 목소리가 간 식사 담당의 비명이 연음으로 터져 나왔다
퍽퍽퍽, 꽥 횅액 흐훼애애액, 끄아아아아악
지팡이가 탱글한 멧돼지의 살을 두드리는 강도와 멧돼지의 발버둥을 고스란히 느끼는 식사 담당의 바지가 젖어 들었다
ㅡ 으헉, 다..다른 방법 없어?
ㅡ 그래, 지팡이 가지고는 택도 없겠다
ㅡ 그..그리고 나는 때리지 말아줘
피식
ㅡ 너두 맞았냐?
ㅡ 응, 많이
이왕이면 다리보다는 머리를 때리면 더 재미있을 것 같은 130 담당이 식사 담당을 한 바퀴 굴려서 그물에 여유를 준 뒤 번쩍, 들어 180° 돌렸다
그러자 식사 담당의 얼굴이 멧돼지의 정수리에 닿게 되었다
ㅡ 왜..왜 그래?
ㅡ 미안,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 이렇게 되어 버렸네
ㅡ 빨리 멧돼지나 기절시켜 줘
ㅡ 알았어
뭐가 좋을까, 주위를 살피는데 성난 멧돼지의 뻐드렁니에 그물이 툭, 끊겼다
툭, 툭, 최고로 질긴 그물을 구매했지만 멧돼지의 뻐드렁니를 견디지 못 했다
ㅡ 130 담당
식사 담당의 떨리는 목소리에 호미같이 생긴 그립감 좋은 돌을 찾은 130 담당이 고개를 돌렸다
얼굴이 그물 밖으로 나와 있는 멧돼지가 그물을 완전히 빠져나오려고 몸부림 치고 있었다
ㅡ 그렇게는 안 되지
호미같이 생긴 돌이 가차 없이 허공을 가르고 내려갔다
잔뜩 집중한 130 담당이 첫 공격부터 멧돼지의 눈을 가격했다
꽤액, 멧돼지의 비명이 온 산에 울려 퍼졌다
끄아아악, 멧돼지가 비명을 지를 때마다 식사 담당의 비명도 곧장 터져 나왔다
터져나온 멧돼지의 피가 130 담당과 식사 담당의 얼굴로 고스란히 튀었다
눈을 공격당하고 더 거칠게 버둥거리는 멧돼지의 힘에 이미 뜯어진 그물에 연이은 그물이 툭툭, 끊어졌다
ㅡ 으악, 멧돼지 탈출할 것 같아
식사 담당의 비명에 130 담당의 손이 빨라졌다
멧돼지의 남은 한쪽 눈을 가격하고 싶은데 목표물이 가만히 있질 않자 마구잡이로 찍었다
멧돼지의 얼굴만.을 찍었다
눈 주위를 특히나 많이 찍었다
퍽 퍽 퍽 퍽 퍽 퍽 퍽
크르릉, 흐르릉, 얼굴 형태를 알아볼 수 없게 되었지만 멧돼지는 살아 있었다
다시 한번 허공을 가르며 내려 온 돌이 멧돼지의 뻐드렁니에 맞으면서 돌도, 뻐드렁니도 부서졌다
ㅡ 에이, 아직 못 죽였는데
이제는 돼지 멱 따는 소리도, 목청을 긁는 소리도 내지 않는 멧돼지가 숨만 헐떡이고 있었다
ㅡ 얘는 왜 조용해?
식사 담당의 몸을 건드려 보았더니 이미 기절해 있었다
ㅡ 나랑 비슷한 레벨은 아니어도 같은 과인 줄 알았더니.. 약해 빠진 년
숲에는 멧돼지 잡으러 들어 온 것이 아니라 금을 칮으러 온 것이기 때문에 기절해 있는 식사 담당을 깨웠다
아무 풀이나 뜯어 식사 담당의 콧구멍에 넣었다 뺐다를 반복하자 경기를 일으키면서 정신을 차렸다..가 입에 거품을 물면서 다시 기절했다
손 뿐 아니라 팔, 가슴, 얼굴에 온통 멧돼지 피가 튄데다 렌턴의 불빛에 실제보다 몇 배는 더 소름끼치는 130 담당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것이다
ㅡ 내 얼굴 보고 다시 기절했냐?
ㅡ 지 얼굴은 안 그런 줄 아나, 약해 빠진 년
바닥에 던져놓은 지팡이로 식사 담당을 마구 때린 130 담당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ㅡ 아이고, 대다
ㅡ 기분은 화끈해졌는데 에너지 소모가 크네
배도 고프고, 힘도 없고, 한 명은 기절해 있는 지금 상태로는 금을 찾으러 갈 수 없겠다 싶은 130 담당이 나무에 안 걸리는 방향으로 멧돼지를 발로 밀었다
산 아래로 잠시 굴러가던 그물 덩어리가 나무에 걸려서 멈췄다
ㅡ 아이 씨, 엄청 무거운데 한 번에 안 내려가고
낑낑거리며 위치를 옮겨서 힘차게 발로 찼다
모래사장에 내려오자 그물 덩어리가 먼저 도착해 있었다
피범벅 된 손을 내려다본 130 담당이 옷을 훌훌 벗었다
이마에 착용한 렌턴도 벗어 던졌다
ㅡ 깜깜해서 아무것도 안 보이니까 좋네
자유로움을 느끼는 130 담당이 주저 없이 바닷물로 들어갔다
일주일 넘게 배설물을 옷 안에 간직하고 있던 몸을 드디어 씻게 되자 상쾌해진 130 담당의 콧노래가 조용한 섬에 울려 퍼졌다
ㅡ 꺄아아악, 켁켁, 아아아아악
식사 담당의 비명소리에 130 담당이 짓궂은 웃음을 터트렸다
ㅡ 후훗, 깼나보군
이런 상황을 기대한 130 담당이 기절한 상태의 식사 담당을 멧돼지의 흐물어진 얼굴과 마주 보게 눕혀 놓았던 것이다
ㅡ 쟤도 아까 술통 들고 가던 것들처럼 정신이 나가려나?
ㅡ 시키는 데로 말 잘 듣고 금이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되면 좋을 텐데
아드레날린이 치솟아 총상에 소금물이 닿아도 아픔을 모르던 130 담당의 몸이 펄쩍 뛰어 올랐다
아아악, 물 밖으로 쏜살같이 달려나오자 몰려들었던 해파리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해파리에 쏘인 아픔에, 이제서야 밀려오는 총상의 아픔에 마구 짜증을 내던 130 담당이 모랫바닥에 엎드려 누웠다가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날이 밝았다
ㅡ 음음, 자기 머리카락 개털됐네
끌어안고 있는 것에 얼굴을 부비던 130 담당이 멈칫했다
'내 자기는 병원에 있는데?'
'나한테 다시는 눈앞에 나타나지 말라고 했었는..데?'
불안한 기분에 눈을 슬며시 떴는데
ㅡ 으억, 이게 왜 여기 있어?
얼굴이 흐물어진 멧돼지에 폭 안겨 자던 130 담당의 잠이 한순간에 달아났다
ㅡ 우리 아기 깼어?
ㅡ 잘 잤어? 코~ 잤어?
머리를 쓰다듬는 식사 담당의 미소 띤 얼굴을 보자 눈만 껌벅이던 130 담당이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ㅡ 너!
ㅡ 엄마한테 너가 뭐야
ㅡ 어버버버
ㅡ 우리 아기 좋은 꿈 꾸라고 귀여운 인형도 안겨 줬는데
130 담당의 고개가 삐꺼덕거리면서 돌아갔다
얼굴 형체가 없어지고 피떡이 된 멧돼지가 아직도 숨을 쉬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직 살아 있는 멧돼지가 소름 끼치는지, 자신을 엄마라고 하는 정신 나간 식사 담당이 소름 끼치는지 우월을 가릴 수 없구나 생각하는 130 담당이 벌떡 일어섰다
몸이 불편해서 내려다보니 옷이 거꾸로 입혀져 있었다
당혹해하는 130 담당의 표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식사 담당이 엄하게 얘기했다
ㅡ 여자가 돼서 아무 데서나 옷을 홀딱 벗고 자면 안 돼
ㅡ 엄마가 얘기 했지?
ㅡ 여자답게, 조신하게, 정숙하게
ㅡ 정신 차려!
버럭하는 130 담당의 등으로 식사 담당의 손바닥이 날라왔다
어마어마한 강스매싱에 130 담당이 모랫바닥으로 엎어졌다
맞은 것도 당황스럽고 엎어진 것도 당황스러운데 더 당황스러운 발길질까지 날아왔다
어읔, 총 맞은 곳까지 마구잡이로 발길질이 날아오자 태아처럼 몸을 웅크렸던 130 담당이 상처 주위의 당김에 몸을 크게 꿈찔거렸다
ㅡ 엄마가, 너만을 위해, 살아가는데, 엄마 마음도, 모르고, 어? 어?
ㅡ 엄마가, 원하는 건, 네가, 말 잘 듣고, 착하게, 자라는 거, 그거 하난데, 그게 그렇게 어려워?
막을새도 없이 송곳 같은 킥을 날리던 식사 담당이 130 담당을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ㅡ 엄마가 잘못했어
ㅡ 엄마한테는 우리 아가밖에 없어서 그랬어
식사 담당을 뿌리친 130 담당이 달렸다
우리 아기 깨끗한 옷 입어야지, 하면서 멧돼지 피가 튄 상의, 하의를 거꾸로 입혀 놓은 식사 담당 때문에 빨리 달리지 못 하는 130 담당이 잡혔다
ㅡ 너 도망가는 것 보니까 엄마 말 안 들은 거 있구나?
식사 담당이 130 담당의 바지를 훅 벗기더니 팬티도 확, 내렸다
ㅡ 또 팬티 안 갈아입었지?
130 담당의 맨 엉덩이로 5배는 힘이 세진 식사 담당의 손바닥이 날아왔다
철썩, 악
ㅡ 여자는 이러면 안 된다고 했어, 안 했어
철썩, 철썩
ㅡ 끄으으윽, 아프다고 쌍년아
ㅡ 어..엄마한테 말본새하고는
식사 담당의 손바닥이 또 날아오자 바지랑 팬티가 무릎에 걸려 있는 130 담당이 어기적 걸으면서 도망을 시도했다
ㅡ 어디 가? 엄마가 잘못했어
ㅡ 우리 아기 엄마한테 와야지
겨우 몸을 숨긴 130 담당의 표정이 뜨악해졌다
ㅡ 미친년, 미칠려면 곱게 미칠 것이지
ㅡ 엄마라니, 내가 아기라니, 허!
어릴 때 엄마에게 학대 받으면서 자란 식사 담당이 멧돼지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보면서 무의식에 눌러져 있던 트라우마가 터진 것이다
힘은 엄청 세고, 정신은 확실히 나가 버린 식사 담당 활용법에 대해 생각하는데 탄 내가 났다
ㅡ 헉, 미친년이 내 가방 다 태워 먹는 거 아니야?
숨어 있던 곳에서 헐레벌떡 뛰어나왔더니 고기가 불에 구워지고 있었다
식사 담당이 밝게 웃으면서 피범벅 된 손을 흔들었다
ㅡ 아가, 얼른 오렴
ㅡ 엄마가 고기 구워줄게
식사 담당 옆에는 멧돼지의 배가 짜악, 갈라져 있었다
130 담당이 멧돼지를 향해 팔을 뻗은 채 어버버거리자 식사 담당의 표정이 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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