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도에서 발견한 금

남자 세 명이 소금 창고 앞에 나란히 쭈그려앉고 식사 담당과 바닷사람이 오징어잡이 배 위로 올라갔다
텅텅텅텅
ㅡ 여기요.. 사람 살려..
텅텅텅텅
ㅡ 여기 사람 있..어요..
ㅡ 이게 무슨 소리야?
다 죽어 가는 목소리가 들리자 성폭행 당하기 직전인 바닷사람이 살았다, 생각하며 당장에 식사 담당을 뿌리쳤다
어디서 들리는 소리인지, 어떻게 된 상황인지 안 봐도 아는 바닷사람이 안에서는 열 수 없게 고리가 걸려 있는 수조 뚜껑을 열었다
3일 동안 살아있는 활기찬 오징어와 불어터진 시신과 함께 수조 속에 갇혀 있었던 130 담당이 퉁퉁 불어서 나왔다
배에서 여자가 나오자 열 받은 식사 담당이 바닷사람의 어깨를 거칠게 잡아당겼다
ㅡ 나 몰래 여자를 숨겨.. 130 담당?
으앙, 서러움이 북받친 130 담당이 울음을 터트렸다
ㅡ 맞아 나야, 이제 정신 차린 거야?
ㅡ 꺄, 130 담당, 어디 있었어?
ㅡ 금 찾았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던 130 담당의 눈빛이 번쩍 빛났다
ㅡ 금을 찾았다고?
ㅡ 엄~청 많아
식사 담당이 몸을 꼬으면서 바닷사람의 어깨를 콩, 쳤다
ㅡ 글쎄, 이이가 나한테 다 줬어
130 담당의 머리가 재빠르게 돌아갔다
'식사 담당의 머리가 아직 헤까닥 한 상태야'
'금을 나 혼자 다 차지하려면.. 그러려면..'
ㅡ 음.. 여기는 왜 온 거야?
ㅡ 남편이랑 오랜만에 둘만 있으려고, 호호
ㅡ 먼저 가서 거울이라도 봐
130 담당에게 고마운 눈길을 보낸 식사 담당이 선실로 갔다
ㅡ 자기, 10분만 있다가 와
식사 담당이 몸을 돌리자마자 즉시 도망가려는 바닷사람이 130 담당이 내민 발에 걸렸다
엌, 넘어지면서 얼굴이 수조 안으로 들어갈 뻔한 바닷사람이 소스라치며 바닥을 짚었다
능숙한 몸놀림으로 바닷사람의 항문을 무릎으로 압박하면서 두 팔을 뒤로 꺾은 130 담당이 가뿐하게 수조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아아악
재빨리 수조 뚜껑을 닫고 고리도 야무지게 건 130 담당이 선실로 뛰었다
ㅡ 네 남편이 너한테 준 금을 딴 년한테 주겠다고 갔어
ㅡ 뭐? 딴 년?
식사 담당이 오징어잡이 배에서 훌쩍 뛰어내려 달렸다
130 담당도 따라 뛰었다
ㅡ 야, 금은 어디 있는데?
바닷사람을 찾느라 정신없는 식사 담당이 집과 소금창고 중간쯤을 가리켰다
회심의 미소를 짓는 130 담당이 짐짓 다급하게 소리쳤다
ㅡ 아까 보니까 저기 산으로 가던데
ㅡ 가만두지 않겠다
삼겹살에 김치에 소주를 먹고 후식으로 얼큰한 라면에 또 소주를 먹고 라면 국물에 짭짤하게 간이 배인 쌀밥에 김치를 얹어먹으면서 또 소주를 먹은 섬 사람들이 행복감에 헤롱거렸다
소주에 알딸딸하게 취한 모두가 수면제에 취해서 잠들었던 곳에서 또 잠들었다
제일 먼저 눈을 뜬 3대 회장이 멀찌감치 보이는 섬을 보고 만족스러워했다
'이제 금만 찾으면 된다'
헉
우와아아악, 하하하하, 와하하하핫
3대 회장의 시끄러운 웃음소리에 하나, 둘 잠에서 깬 사람들이 햇빛에 반사되어 번쩍거리는 금색에 눈을 찡그렸다가 눈을 비볐다
ㅡ 헉, 금이다, 진짜 금이다
ㅡ 내가 제일 먼저 발견했으니, 저기 있는 것은 다 내 것이다
3대 회장의 말에 사람들이 웅성거렸다
ㅡ 그게 말이유, 방구유?
ㅡ 삼겹살 제일 많이 처 먹은 사람은 입 다물지?
ㅡ 허, 삼겹살은 삼겹살이고 금은 금이지유
모두의 눈이 초롱초롱해졌는데 단 한 사람, 당혹스러워하는 장님 노인이 입을 열었다
ㅡ 이 섬은 우리가 지내던 곳이 아니오
ㅡ 배를 돌려야 하오
육지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는 장님 노인에게는 금은보화가 아무런 필요가 없었지만 금을 보자 마음이 들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은 달랐다
특히 3대 회장과 전기 감전된 여자는 금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바다로 뛰어들어 헤엄이라도 칠 기세였다
장님 노인이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멱살을 잡았다
ㅡ 오른쪽, 27°, 안다며?
ㅡ 알아
ㅡ 근데
ㅡ 나 오른쪽 싫어해
ㅡ 아아악, 그러면 그때 말했어야지
ㅡ 오른쪽 없어, 없어, 어엉, 오른쪽이 없어, 허엉
ㅡ 쯧쯧, 왜 애를 울리누? 덕분에 금을 발견했는데
ㅡ 금이 있으면 뭐 해? 육지에라도 가려고? 그 시퍼런 낯짝을 들고?
ㅡ 흥, 못 갈 거야 없지
금에서 눈을 못 떼는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려는 장님 노인과 이 와중에 처절하게 통곡하는 무언가를 잃은 남자 한 켠에서 섬 전체를 살피는 경호가 차분하게 말했다
ㅡ 모래사장에 금이 저렇게 퍼져 있다는 게 이상하지 않아요?
함께 있는 사람들 중에 제일 믿음직스러운 경호가 자신과 다른 결론을 내릴까 봐 초조한 3대 회장이 얼른 맞받아쳤다
ㅡ 뭐가 이상해? 금괴를 실은 배가 파선되어서 오랜 세월 파도를 맞으면 저렇게 흩어지는 거지
ㅡ ..아무래도 수상해요, 급할 거 없으니까 천천히 접근합시다
1분 1초가 급하지만 주위에 다른 배나 사람이 없으니까 이성을 잃지 않는 3대 회장이 반장을 보았다
ㅡ 드론 띄워
ㅡ 옙썰
청소년 세 명이 각자 드론 한 대씩 띄웠다
ㅡ 올~
드론 세 대가 나란히 날아가니 신문물이 신기한 사람들의 눈이 휘둥그레해졌다
ㅡ 지금 날아가는 비행기를 니네들이 조종하는 거야?
ㅡ 촌시럽게 비행기라니, 드론이라고 들어보도 못 했는교
ㅡ 내가 섬에 처박혀 있는 동안 세상이 얼마나 바뀐 거야?
이때다 싶은 장님 노인이 얼른 끼어들었다
ㅡ 드롬인지 두놈인지도 모르는 우리 같이 늙은 것들은 육지가서 못 살아, 그냥 여기서 사는 게 나아
ㅡ 그래, 넌 여기서 살아, 누가 못 살래?
ㅡ ...
혼자는 싫은 장님 노인이 팔을 뻗었다
ㅡ 아무도 이 섬을 나가면 안 돼
다른 사람은 다 괜찮지만 단 한 사람, 무언가를 잃은 남자만은 거절하는 장님 노인이 잡은 손을 팽, 놓았다
거절당한 것을 알아차린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표정이 굳었다
어깨에 메고 있던 밧줄을 풀러냄과 동시에 장님 노인이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등에 맞대여 묶였다
ㅡ 뭐..뭐야, 이거 풀어, 당장 풀어라
ㅡ 허허, 잘했어, 이왕이면 남은 밧줄로 입도 막아버려라
ㅡ 아악, 미친 거시기야, 상황파악 못 하고 이럴꺼야? 얼른 풀어라
장님 노인이 난리를 치던가 말든가 금만 쳐다보고 있는 3대 회장이 입을 열었다
ㅡ 일단 금부터 자세히 보자
드론이 금에 가까이 다가갔다
ㅡ 아하하핫, 진짜 금이다, 아하하하하하하
사람들이 화면에 보이는 금에 관심을 보이는 동안 무언가를 잃은 남자의 오금을 찍어 버리려는 장님 노인의 뒤꿈치가 힘차게 다가가는데
3대 손자의 지팡이가 먼저 움직였다
꾹꾹
으흣
장님 노인 괴롭히기에 재미들린 3대 손자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등에 붙은 장님 노인이 사방팔방으로 발차기를 하자 성가셔진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밧줄을 휙 감아 돌려 잡아당겼다
장님 노인의 두 다리가 하나로 묶여 얼굴 가까이 올라왔다
ㅡ 악, 내 몸을 다 구길 셈이냐
ㅡ 할아버지가 자꾸 움직이니까
ㅡ 가만있을 테니 다리 내려 줘
3대 손자의 나쁜손이 움직였다
장님 노인이 멈칫하더니 마구 버둥거렸다
큰소리를 내어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싶지만 또, 아무에게도 지금 모습을 들키고 싶지 않은 장님 노인이 낮게 으르렁거렸다
ㅡ 네놈 손가락에 똥 싸지르기 전에 손 떼라
ㅡ 으흐흐흐, 앙칼진 고양이 같은 게 매력있구만
폭
끄읍
ㅡ 므즈믁 긍그드, 슨뜨
ㅡ 괜찮지? 처음인 것 같아서 배려하는 중이야, 난 부드러운 남자거든
장님 노인이 무언가를 잃은 남자를 불렀다
ㅡ 거시기 꺾인 놈아, 저쪽으로 가자
말 잘 듣는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몰려 있는 사람들을 피해 자리를 옮겼다
어차피 사람들 눈치 따위 보지 않는 3대 손자이지만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지자 나쁜손이 더 자유분방해졌다
붙어 있는 다리 사이로 파고들어와서 앞쪽도 집적거리고 뒤쪽도 집적거리자 견디다 못한 장님 노인이 그제야 소리를 빽, 질렀다
ㅡ 변태 새끼야
꺼어엌, 장님 노인의 비명이 또 들렸다
금을 담을 가방이나 비닐봉지등을 가지러 요트 안으로 우르르 달려가는 사람들에게 밀쳐진 3대 손자의 손이 의도치 않게 깊이 들어와 버린 것이다
섬에 누가 있는지, 위험해 보이는 것은 없는지 구석구석을 살펴보라는 경호의 말에도 금에 마음을 홀딱 뺏긴 청소년 세 명이 대충 살펴보고는 이상 없음으로 결론지은 탓에 뭍에 다다르자 가방 가지러 가는 사람들이 장님 노인에게 깊은 똥침의 말미를 제공하고 바삐 뛰어가 버렸다
짓궂은 3대 손자의 표정을 본 경호가 말렸다
ㅡ 앞도 안 보이는 분께 그러지 마세요
ㅡ 홍홍홍, 이거 지금 질투하는 거지? 그렇지? 꺄항항항
ㅡ 경호얌~
얼굴이 발그레해진 3대 손자가 가슴에 앵기려하자 경호가 즉시 뒷걸음질 쳤다
ㅡ 전 무기 가지러 가는 길이라
ㅡ 홍홍홍, 밀실에서 둘만 있기를 원하는 너의 마음은 곧, 나의 마음이쥐~
긴다리로 저벅저벅 걸어간 경호 뒤를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따라가는 3대 손자의 얼굴이 행복했다
총이 보관 된 방에는 문을 끝까지 활짝, 열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는 것을 아는 경호가 무사히 안으로 들어갔다
무기 보관방은 안으로 들어갈 수는 있지만 나올 수 없게 만들어져 있어서 요트 일행들만 아는 비밀통로를 통과해 총을 멘 경호가 배 위로 나왔다
그러한 사실을 들었지만 한 귀로 흘려들었던 3대 손자가 경호만을 쫓아 방으로 들어갔다가 복면을 쓴 남자가 들이대는 총구와 마주쳤다
ㅡ 손 들어
ㅡ 우왓
만세, 리얼한 VR에 속는 3대 손자가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미간을 조준하고 있던 총구가 콧구멍으로 들어왔다
4D로 콧구멍에 바람이 들어오자 기겁한 3대 손자가 울먹였다
ㅡ 살려주세요, 우리 할부지가 부자지 나는 돈 없어요
ㅡ 경호야
경호를 부르느라 벌어진 입 안으로 세찬 바람이 무지막지하게 들어왔다
양 볼이 불룩해지고 잇몸이 다 드러나 우스꽝스러워진 3대 손자가 스륵, 주저앉았다
ㅡ 살려으으아아악
총구가 내려와 자기 다리 사이를 와다다다다, 쏘았다
피슝, 피슝, 피슝, 나오는 공기에 진심으로 놀란 3대 손자가 거시기를 감싸고 엎드렸다
ㅡ 여긴 안 돼
ㅡ 경호야, 으앙, 할아부지
ㅡ ...
사방이 조용해지자 그제야 실제 상황이 아니란 것을 알아챘다
ㅡ 아악, 누가 장난을 이렇게 진짜 같이 만들어 놨어
ㅡ 어린놈의 새끼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뭣들 한 거야?
ㅡ 애들은 애들이라서 그렇다 치고 할아버지는 이것들이 뭐가 마음에 든다고 쓸데없이 이런데다 돈을 썼대?
ㅡ 할아부지도 이제 늙으셨고만
할아버지 욕을 중얼거리는 3대 손자가 경호에게 가기 위해 눈앞에 보이는 스텐 재질의 문손잡이를 잡았다
레버형 손잡이를 내렸다
찌릿찌릿
아아아악, 약한 전류임에도 야단법석 부르스를 추는 3대 손자가 밖으로 나가려고 들어왔던 문을 열었다
문은 열리지 않고 기계음이 들렸다
ㅡ 축하합니다, 문제를 획득하셨습니다
ㅡ 나는 7월 18일에 태어났습니다, 내 얼굴에는 몇 개의 점이 있을까요?
학창 시절에 우수한 성적이었던 3대 손자가 단번에 문제를 맞히고 밖으로 나가려다가 얼토당토않은 문제에 짜증을 버럭 내었다
ㅡ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ㅡ ...
ㅡ 시간이 초과 되었습니다
천장에서 긴 머리 가발이 내려와 3대 손자의 얼굴을 덮었다
꺄아아아아악, 꺄아아아아악
목이 쉴 때까지 비명을 지르다가 용기를 내어 위를 슬쩍, 올려다보았다
아무런 흔적조차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도 무서웠다
흐엉, 쾅쾅
ㅡ 할아부지, 사람 살료
ㅡ 할아부지의 귀여운 강아지가 갇혔어요
벌컥, 문이 열렸다
ㅡ 아우, 시끄러워 죽겠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