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색 연못

ㅡ 아우, 시끄러워 죽겠네
문 열어 준 만찢남에게 한눈에 반해 버린 3대 손자가 안기려하자 기겁한 만찢남이 후다닥, 뛰어가 버렸다
3대 손자가 배 위로 나오자 3대 회장과 남학생이 탄 휠체어가 요트에서 내려가고 있었고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초조함에 발을 동동거리고 있었다
풍덩, 빨래 바구니를 어깨에 멘 여자가 기다리지 못하고 바다로 뛰어 들었다
풍덩, 풍덩, 침대보와 이불, 캐리어, 쌀 포대를 든 사람들이 바다로 뛰어내리고 머리 위로 박스를 든 사람들은 망설이고 있었다
여자가 제일 먼저 물로 뛰어내렸는데 자기 앞으로 누군가 뛰어내렸다
ㅡ 엎, 저리 비켜
앞을 가로막고 있는 엉덩이를 발로 밀자 무게가 적게 나가는 여자의 몸이 뒤로 밀려 금에서 멀어졌다
열 받은 여자가 들고 있던 빨래 바구니를 마구 휘두르자 반격하는 캐리어가 날아왔다
커억, 허우적거리다가 이불을 잡은 여자가 매달렸다
자기 이불을 사수하려던 노인의 몸이 거꾸로 뒤집히면서 물로 뛰어내린 모두가 한 곳에서 엉켰다
모래사장에서 가깝지만 발이 바닥에 닿지 않는 곳으로 뛰어내린 사람들이 뒤엉켜서 허우적거리는 것을 보자 박스 든 사람들이 얌전히 휠체어가 내려가기를 기다렸다
드디어 탱크 휠체어가 땅에 내려왔다
넓은 모래사장 군데군데 박혀 있던 금괴가 휠체어가 지나가자 쌍그리 사라졌다
휠체어에 앉아 있는 3대 회장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ㅡ 아아악, 이거 반칙이야
ㅡ 먼저 배에서 내려가는 것도 겨우 양보해줬는데 공정하게 두 발로 뛰어서 주워요
ㅡ 돈도 다 능력이야, 크하하핫, 돈이 제일 큰 능력이지
휠체어가 지나가기 전에 금을 하나라도 더 주우려는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켜고 뛰어다녔다
물로 뛰어 든 사람들은 커다란 이불에 덮인 채 아직 모래사장으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었다
총을 든 경호는 돌발상황에 대비해 요트 위에서 주위를 살폈다
당연히 경호도 요트에서 내렸을 것이라 생각하고 사람들을 따라 모래사장으로 내려왔던 3대 손자가 늠름하게 서 있는 경호를 발견하고 새롭게 반했다
ㅡ 흐흐흐, 내 남자야
경호 맞은편에 자리를 잡은 3대 손자가 턱을 괴고 하염없이 경호 감상에 들어갔다
겨우 물에서 올라온 사람들이 젖은 이불을 촤악 촤악, 털었다
물방울에 봉변당한 3대 손자가 꿈쩍, 놀라자 경호가 슬쩍 미소 지었다
경호의 미소에 머리가 하얘진 3대 손자의 얼굴로 이번에는 침대보의 물방울이 날아왔다
ㅡ 야, 이놈들아, 다들 저리 가
3대 손자가 큰 소리치기 전에 금 주으러 가는 사람들이 이미 뿔뿔이 흩어지고 없었다
넓은 모래사장에 있던 금괴가 순식간에 없어졌다
햇빛에 반사된 모래를 착각해서 달려갔던 사람들이 침울하게 주위를 살폈다
3대 회장 외에는 제일 많이 주은 사람도 금괴 10개가 못 되었다
하나도 못 주은 사람도 있었다
휠체어를 보는 사람들의 눈초리가 매서워졌다
휠체어를 해부해서라도 금을 뺏고 싶은데 탱크 같은 바퀴에 깔릴까 봐 선뜻 행동으로 옮기지 못 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굴렸다
'아무래도 혼자서는 힘들 테고..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배 위에 총 들고 있는 저놈이라면 믿을 수 있겠는데'
ㅡ 나..나늨, 딸꾹, 그..금도 하나 못 줍고, 그냥 여기서 혼자 살아야겠다
어색의 극치를 달리는 쩌렁쩌렁한 목소리에 뭔가 싶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자 안색이 창백한 꼽추 노인이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아 있었다
ㅡ 다들 금 챙겼으면 이만 가
ㅡ ...
ㅡ 아, 뭐 해? 얼른 가지 않고
ㅡ 금이 더 있을 수도
ㅡ 없어
꼽추 노인이 소리를 꽥, 지르자마자 사람들이 눈에 불을 켰다
꼽추 노인의 뒤쪽으로 가려하자 벌떡, 일어난 꼽추 노인이 사람들을 막았다
ㅡ 여긴 없어, 여긴 없다고
다른 곳을 수색하던 사람들도 모두 모여 들었다
으아악, 휠체어가 밀고 들어오자 사람들이 황급히 피했다
ㅡ 내꺼야, 내가 먼저 발견했어, 다 내꺼야, 아무도 손대지마
발악하는 꼽추 노인을 밀치고 휠체어 뒤를 따라 달려간 사람들이 하나 같이 입을 쩌억, 벌렸다
금색 연못이 나타난 것이다
금이 가득 들어 있는 물이 금색으로 울렁거리고 있었다
빨래 바구니를 든 여자가 망설임 없이 물로 뛰어 들었다
뒤이어 물로 뛰어 들려던 노인이 다른 노인에게 뒷머리가 잡힌 채 끌려 나와 모래로 나자빠졌다
그러고는 자기가 물로 뛰어들었는데 길게 말린 이불에 맞고 모래에 처박혔다
아푸, 어푸, 여자가 물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하아 하아, 숨을 몰아 쉰 여자가 다시 물속으로 들어가려는데 한 마음이 된 노인들이 여자의 머리 끄댕이를 잡아 물 밖으로 끄집어냈다
ㅡ 처자 위험해
ㅡ 아악, 놔, 이거 놔
그사이, 직접 물로 뛰어들 수 없는 몸뚱어리를 가진 3대 회장이 휠체어를 전진시켰다
휠체어의 탱크 바퀴가 넓지 않은 연못 위를 그대로 지나쳤다
후진한 휠체어가 바퀴 하나만 연못 속으로 집어넣으려고 방향을 잡는데 모든 노인들이 달려들어 휠체어를 막았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노인들이 휠체어를 막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는 여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아직 장님 노인을 등에 붙이고 있는 무언가를 잃은 남자에게 갔다
무언가를 잃은 남자 주위를 매의 눈으로 살핀 여자가 밧줄 매듭을 확 잡아당겼다
몸이 반으로 접혀 있던 장님 노인이 엉덩이부터 바닥으로 떨어졌다
커억, 장님 노인이 고통에 몸부림치는 것도, 갑작스럽게 무게중심이 바뀐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휘청거리는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 여자가 오로지 밧줄만 잡아당겼다
밧줄의 한쪽 끝을 손에 쥔 여자가 뛰어가자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흥분하며 뒤따라왔다
ㅡ 내꺼, 내꺼
몸으로 휠체어를 막아서며 양쪽에서 밧줄을 놓지 않는 여자와 무언가를 잃은 남자를 보던 노인들이 연못 속의 금을 내려다보았다
ㅡ 깊은가 봐
말 한마디로 마음의 준비를 끝낸 대여섯 명 남짓의 노인들이 연못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첨벙, 첨벙, 첨벙
대여섯 명의 사람이 들어가자 팔을 휘저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연못 속이 비좁아졌다
첨벙 소리가 들리자 무언가를 잃은 남자에게서 밧줄을 뺏으려던 여자가 손에 감고 있던 밧줄을 놔버리고 연못 속으로 뛰어 들어갔다
으아악, 무언가를 잃은 남자가 밧줄과 함께 뒤로 벌러덩 나자빠졌다
그러거나말거나 빨래 바구니를 낚아채 연못 속으로 뛰어든 여자의 발에 머리를 밟힌 밀럽꾼이 물 속 깊이 들어갔다
여자 덕분에 금에 제일 먼저 당도 한다고 기뻐하는 밀렵꾼이 몸의 방향을 돌렸다
다이빙으로 뛰어내렸어야 했는데..,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좁은 연못에서 동시에 몸의 방향을 돌리느라 야단법석이었다
물에 들어가지 않은 사람들이 연못 주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데 엉망진창으로 버둥대는 사람들의 모습이 가려졌다
대장 근육질 남자 때문에 늘어날데로 늘어난 바지가 벗겨져 떠오른 것이다
팬티도 떠 올랐다
3대 회장이 소리쳤다
ㅡ 치워
덩치 큰 대장 근육질 남자가 집어올려 자기가 입었다
물에 떠오르는 모든 것을 차례대로 입었다
바지 팬티 바지 바지 팬티
ㅡ 이놈아, 그걸 니가 왜 입어?
ㅡ 할아버지들 옷 안에 무서운 거 들어가면 안 돼
ㅡ ..네가 제일 무섭다, 야
금을 향해 열심히 헤엄치는 밀렵꾼의 얼굴이 당황스러워졌다
한참을 내려온 것 같은데 아직도 금에 다다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금을 위해 최대한 숨을 참았지만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물 위로 올라가려고 몸의 방향을 돌렸는데 사람들로 꽉 막혀서 올라갈 수가 없었다
숨을 참고 있는 노인이 입을 뻐끔거렸다
'수영도 못 하는 놈이 여긴 왜 들어와?'
'저리 가'
노인에게 채인 밀렵꾼이 물 속 깊이 빠져 들어갔다
다들 숨이 막혀왔다
금을 향해 내려가던 몸을 돌렸다
물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있는 밀렵꾼을 보면서도 아무도 손 내밀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물 위로 올라가는 반동을 얻기 위해 밀렵꾼의 머리를 발로 찬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연못 물을 꿀떡, 꿀떡 마시던 밀렵꾼이 정신을 잃었다
물 위로 올라가다가 여자의 빨래 바구니에 팔이 걸린 노인이 입을 뻐끔거렸다
'좁은 것 뻔히 알면서 지랄스럽게 빨래 바구니는 왜 들고 들어와?'
여자도 뻐끔거렸다
'네가 보태준 거 있어? 꺼져'
열 받은 노인이 빨래 바구니를 여자 머리에 덮어씌워 놓고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다
마찬가지로 열 받은 여자가 노인의 바지가랑이를 붙잡고 물귀신 작전을 쓰려고 했는데 이미 없었다
팬티라도 잡아당기려 했는데 그것도 없었다
그 덕분에 손에 바로잡히는 것을 훅 잡아당긴 여자가 후련한 표정으로 물 밖으로 나갔다
엌,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몸을 움츠린 노인의 머리를 밟은 노인들이 조금이라도 쉽게 물 밖으로 나왔다
하의없이 물 밖으로 나간 노인들이 금에 닿지 못한 것에만 분노하며 자기 몸차림에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보는 사람들만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덩치 큰 대장 근육질 남자가 입고 있는 노인들의 옷을 보며 가망 없다고 판단한 3대 회장이 요트를 가리켰다
ㅡ 가서 아무 옷이나 주워 입고 와
ㅡ 우리가 간 동안 너희끼리 금을 차지하려고?
ㅡ 그렇게는 안 되지
ㅡ 여자들도 있는데 이 무슨 추태야?
ㅡ 보기 싫은 사람이 눈을 감아야지
한참 싸우는 중에 연못 안에서 정신을 잃은 밀렵꾼 때문에 연못 밖에까지 지독한 냄새가 퍼졌다
물 속 깊이 보이던 밀렵꾼이 천천히 떠올랐다
인상을 찌푸린 노인들이 코만 막을 뿐 아무도 건져 주지 않았다
결국, 냄새를 참을 수 없는 만찢남과 반장이 뒤집혀서 물에 둥둥 뜬 밀렵꾼을 건져 내었다
만찢남과 반장이 밀렵꾼에게 응급처치를 하기도 전에 꼽추 노인의 발이 엎드려 있는 밀렵꾼의 등허리를 지근지근 밟았다
다른 노인들도 합세했다
어어.., 당황한 만찢남과 반장이 뒤로 물러났다
등허리를 밟히면서 배가 압박되자 물을 토해내는 밀렵꾼이 눈을 떴다
켈럭 켈럭, 몸을 돌린 밀렵꾼이 똑바로 누웠다
꼽추 노인의 손바닥이 날아와 밀렵꾼의 뺨을 쳤다
철썩
ㅡ 정신 차려
철썩
ㅡ 니놈이지? 물에 제일 깊이 들어간 게?
철썩
ㅡ 정신 차려 봐, 금에 닿았어?
ㅡ 으으어
철썩, 철썩, 철썩
ㅡ 말해, 말 하라고, 금에 닿았어? 몇 미터 들어갔어?
철썩, 철썩, 철썩
멀리서 보다가 오로지 동생이 눈 배릴까 봐 바지를 챙겨 왔던 경호가 밀렵꾼의 얼굴을 내려치는 꼽추 노인의 손목을 잡았다
ㅡ 그만하시죠
ㅡ 자요, 옷 없는 사람 입으시고요
ㅡ 꺄, 너무 멋있다, 내 경호
경호의 일거수일투족만 지켜보고 있던 3대 손자가 난데없이 나타나 등에 달라붙었다
ㅡ 누가 네 경호야?
열 받은 도우미가 딱, 하나 주은 금괴를 3대 손자의 뒤통수를 향해 날렸다
퍼억, 금괴에 정통으로 가격당한 3대 손자가 비틀거리는 동안 달려간 도우미가 경호를 낚아채왔다
경고의 눈빛을 날리려는데 날아온 금괴를 차지하려고 달려든 노인들에게 짓밟힌 3대 손자가 사라져 있었다
누군가 금괴를 들고 도망갔다
덕분에 3대 손자가 해방되었는데 이미 몰골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날아온 금괴 하나 차지하려던 노인들이 모래사장에서 힘들게 주은 서로의 금괴까지 마구잡이로 뺏어갔다
곧장 큰 싸움이 났다
싸움도, 3대 손자에게도 관심 없는 경호가 도우미를 보며 미소 지었다
ㅡ 열심히 뛰어다니더니 금은 많이 챙겼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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