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환생(死神幻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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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쿠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3
최근연재일 :
2024.07.04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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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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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EP1] 37화. 산과 바다 너의 선택은?(4)

DUMMY

***


“대~장, 오늘 잡은 횟감 좀 보실 랍니까?”


군대화법은 다 잊어 먹은듯한 저 말투,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망할 놈, 평상시에도 흥분하면 말을 잘 못 가리더니, 섬에서 조금(?) 지냈다고 그세 잊어먹어?’


“스미스 애들도 있는데 체통 좀 지켜라, 나름 왕실 군 장교출신 아니냐.”

“대장 저기 애들 좀 보십쇼, 체통이 밥 먹여줍니까.”


스미스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해변에는 의무병(?)이었던 남자 둘이 알몸으로 가슴 근육을 통통- 튕기며, 넓어진 어깨에 사냥감을 메고 이빨을 보인 채 환하게 웃으며 걸어오고 있었다.


“하아---”


“대장, 무슨 한숨을 그리 길게 쉬십니까? 이번에 완성되는 배는 확실 합니다요!”

“그 말이 28번째인 건 알지?”

“이번엔 진짭니다.”


스미스의 말에 해변 가 우측을 바라본 카인의 시선의 끝에는 다수의 건강미(?)를 자랑하는 남자들이 모여서 뜨거운 열기를 이겨 내며 배를 건조하고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배의 이름은 카인 28호였다.


“쉐인은 어디 갔냐?”

“아마 목재 구하러 갔을 겁니다. 저기 내려오네요.”


좌측으로 완만한 곡선을 따라 시선을 올리니, 훌륭한 검은 피부를 빛내는 쉐인이 좌우로 손을 크게 흔들며 내려오고 있었다. 그의 오른손에는 두툼한 목재가, 왼손에는 거대한 늑대 한 마리가 들려 있었다.


“저건 뭐냐.”

“나무 캐다가 거슬려서 한 마리 잡았나 보네요, 저거 질겨서 맛없다고, 그리 잡지 말라했는데, 멍청한 놈, 머리카락이 없으니깐 기억력이 떨어지나 봅니다, 대장.”


“하아---”


카인은 우측의 건조되는 배를 향해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동안 얼마나 실패했던가.


첫 배는 완성된 후에 바다에 띄었더니 우리가 타기도 전에 물이 배 안쪽으로 스며들어 실패.


두 번째 배는 촘촘히 물이 들어오지 않게 건조했지만 짐승의 가죽으로 만든 돛이 무거워서 바람의 영향을 받기도 전에 배가 가라앉아서 실패.


나뭇잎 돛은 바람에 날아가 버려서 실패.


우리의 속옷(?)으로 만든 돛은 누군가의 팬티에 구멍이 나 있어서 균열이 시작되더니 결국 강한 바람에 찢어져서 실패.


그 이후로도 정말 다양한 소재를 사용해 배를 건조했지만 계속 실패했다.


‘그래서 만든 게 저거란 말이지.’


돛이 없는 그저 무식하게 튼튼한 배.

저 배는 바람의 도움 없이 오로지 인력(?)으로만 움직인다.


‘하긴 이 섬에는 나를 포함 67명의 강한 자연인(?)이 존재하지.’


이 섬에서 지내는 동안 모두가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지니게 되었고, 수렵 생활은 물론 바다 잠수까지 1시간씩 해내는 만능 자연인들이 되었다. 다만 이상하게도 나는 피부가 타지 않았다. 아마도 이제는 정말 티끌만큼 남아 있을, 혈 마법의 피의 인자 때문이 아닐까 추측한다.


“스미스.”

“네 대장.”

“이번엔 성공해야 된다, 실패하면 이제 마지막 보루인 저거뿐이 안 남았다.”


카인의 시선을 따라 목을 돌린 스미스는 대답했다.


“대장 저거는 우리가 섬에서 나갈 때 입기로 한 흑의 군복 아닙니까. 저건 절대 못 건듭니다.”


어느새 흑의 군복은 우리의 희망이 되었다. 곱게 개어서 동굴 안쪽에 고이 모셔둔 우리의 희망. 만약 카인 28호가 실패한다면 아마도 카인 29호의 돛 재료로 쓰일지도 모른다.


‘과연 카인 28호는 우리를 조국으로 데려다줄 수 있을까?’


카인은 눈을 감고 팔짱을 낀 채 과거의 일을 떠올렸다.


***


- 과거의 라일라타 도시.


5시간이나 이어진 장시간의 전투는 푸르던 도시의 거리를 붉게 만들었다.


“흐흐- 대대장님 얼추 끝났지 말입니다.”


흑의에 피 칠갑을 한 스미스가 털썩 주저앉으며 카인에게 말을 걸어왔다.


“처 앉지 말고, 건물에 들어가서 사다코쪽 애들, 생존 확인이나 해.”

“당연히 살아 있지 않겠습니까.”

“주변 안 보이냐?”


지금 우리가 있는 위치는 타국의 도시 안이었다. 동이 튼 도시 안에서 시민들이 전부 지켜보는 가운데 장시간 동안 처절한 사투를 벌였기에, 겁에 질린 라일라타 시민들은 모든 문을 굳게 걸어 잠근 채 벌벌 떨며, 건물 밖으로 일절 나오지 않고 있었다.


“큼큼- 다녀오겠슴다.”

“여기는 적진이야, 우리가 넘어왔던 길도 믿을 수 없고, 다른 길을 모색해야 하니깐, 애들 빨리 불러 모아.”

“넵!!”


이제야 정신을 좀 차린 스미스였다.


“대장 이것보십쇼.”


잠시 후 들려오는 스미스의 목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기니 건물에서 사다코 병장의 얼굴이 보였다.


‘하나- 둘 – 일곱- 여덟- 스물.’


사다코 팀원은 단 한 명도 죽지 않고 모두 살아 있었다.


“느릿느릿 걷지 말고 빨리 집합해!!”


카인의 목소리는 날카로웠고, 사신부대 병사들은 눈치를 살피더니 헐레벌떡 뛰어와 카인의 앞으로 집합했다.


“상황은 어렴풋이 다들 알고 있을 거다. 지금 우리의 기습정보는 어디선가 적에게 정보가 흘러 넘어갔다. 아무도 믿을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노출된 우리들이 들어왔던 길로, 되돌아가는 것은 제발 죽여 달라고 자살기도를 하는 행위일 거다.”


내통을 한 자는 키메스 공국의 왕족인 자비에게 어떠한 보상을 받기로 하고 정보를 주었을 것이다. 현재 그 보상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진(?) 상황에서 조국의 배신자는 사신부대의 복귀를 그 누구보다 막고 싶어 할 것이다.

이 시점에 공공연히 알려진 침입루트를 역으로 이동해 ‘오클리아’로 복귀한다?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다.


“다들 아무거나 좋으니깐, 의견 내봐.”

“다른 쪽 산을 통해 넘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산을 통해서 알 수 없는 세력이 넘어왔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아마 산 쪽 국경부터 봉쇄하기 시작할 거다.


“다음.”

“일반시민으로 위장해서 워프 게이트를 이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왕족이 죽었다.

기차든 워프 게이트든 키메스 공국은 모든 외국인의 출국부터 막을 것이다.


“다음.”

“육로가 어려우면 해로를 이용해 넘어가는 건 어떻습니까?”


‘해로?’


머리가 빛나는(?) 쉐인 상사가 오랜만에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여기 배에 관련해서 잘 아는 사람.”


사신부대의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까짓거 대충 노 저어서 가면 되지, 방향이야 내가 별자리 보고 가늠하면 되고.’


이때 카인은 본인의 생각을 멈췄어야 했다.

.

.

.


우리는 몸을 숨겨 산의 능선을 타고 키메스 공국의 남쪽으로 향했다. 코끝에 바다의 습하고 짠 내음이 다가왔을 때, 눈물을 흘리는 사신부대 병사들도 있었다.


3개월.

자그마치 3개월간 오직 생존하여 조국으로 돌아가겠다는 일념 하에 우리는 최소한의 음식을 먹고 잠을 줄여가며 남쪽을 향해 끊임없이 달렸었다.


‘복수하기도 전에 힘들어 뒤질 뻔했네.’


뻥 뚫린 넓은 바다를 보자 나의 조급했던 마음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었다.


“스미스 애들 풀어서 탈만한 배 좀 찾아봐.”


67명이나 되는 성인 남자가 배를 구한다?

100% 의심을 살 것이 뻔했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좋은 배를 잠깐 빌리는(?) 것이다.


“대대장님 멀리 갈 것도 없이, 저건 어떻습니까?”


스미스의 해맑은 미소와 함께 그가 가리킨 곳에는 우람한 거대 목조 함선이 보였다.


‘그래 이왕 타고 갈 거면 크고 튼튼한 게 좋겠지.’


산 중턱에 위치한 우리의 넓은 시야로 항구를 내려다보면, 사실 모든 배는 바다로 나가 있었고 유일하게 우람한 목조 함선만이 주인을 기다리며 외롭게 정박해 있었다.


“그래 더 기다릴 것도 없지, 바로 가자!!”


그리하여 바다지식이 전무한, 67명의 사신부대는 희망찬 발걸음으로 빠르게 산을 내려가 목조 함선을 절도, 가 아닌 빌려서(?) 바다로 나아가게 되었다.


그때 우리는 알았어야 했다.

일반 배보다 이 거대하고 우람한 함선이 왜 넓은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항구에 정박해 있었는지···.

.

.

.


“대대장님-!!”

“망할!!”


이 거대한 함선은 오로지 돛으로 바람을 타고 이동할 수 있는 종류의 배였다. 그런데 육지로 부터 3일이 지난 지금 강력한 태풍을 만나 낡고 군데군데 문제가 있던 돛은 제 역할을 못 하며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빌어먹을 어쩌지!!’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 하는 배 안에서 연신 구역질을 하는 선원(?)들이 눈에 보였다.


“에라이!!”


태풍으로 인한 강한 바람에 의해 돛을 접지도 못 하는 상황에서 내가 내린 결단은 이거였다.


“스으으으윽-”


나의 검은 여전히 날카로웠고.


“우지끈-”


돛대는 내 검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돛대가 사라져 버리자 자연스럽게 바다의 흐름에 따라 우리의 배는 정처 없이 1개월간 표류했고, 결국 한 섬과 부딪치며 크고 우람했던 배는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채 좌초되고 말았다.


‘별 자리 위치를 보니, 카마수트라 공국과 멀리 떨어진 곳은 아니야!’


부서진 배에서 내려 땅을 밟은 나의 시선은 하늘에 닿아 있었고, 내 희망은 꺾이지 않았다.

.

.

.


***


“드디어 내일입니다, 대장.”

“혹시 모르니깐 물이랑 식량 많이 챙겨둬라.”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표류할 당시 우리가 타고 있던 함선에 식량은 충분히 보관되어 있었다.

문제는 물!

바다 위에서는 어디서도 그 흔한 물을 구할 수가 없었다.

만약 가끔씩 내려주는 비가 아니었다면 우리는 모두 말라죽었을 것이다.


“저것도 옮기는 거냐?”

“저희의 희망이니까요.”


카인과 스미스의 시선에는 라이언, 사다코, 케일이 흑의를 새롭게 건조된 배로 열심히 옮기고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의 별들은 사신부대원들에게 어두운 밤을 따스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이튿날 아침. 바람은 온순했고 날씨는 좋았으며 병사들의 건강(?)상태는 완벽했다.


‘우리가 이 날씨에 속은 게 한두 번이 아니지.’


카인 28호가 만들어 졌다는 건 이전에 총 27번의 도전이 있었다는 얘기다. 섬을 떠나 3시간 정도만 바다로 나아가면 이상한 조류로 인해 앞으로 나아가질 못하다가 결국 이후에 들이닥치는 강한 바람들로 인해 돛이 망가지며 탈출은 매번 실패했었다.


“자!! 가자!!”


‘걱정만 해서 뭐 하냐. 어차피 길은 하나다.’


67명의 인간 괴물들은 배에 탑승하여 자신들이 손수 나무를 깎아서 만든 노를 젓기 시작했다. 상관이라고 뒤에 멀찌감치 서서 노를 안 젓는다?

내가 용납 못한다.


“웃차- 웃차-”


스미스의 힘찬 구령이 사방에 울려 퍼졌다.


“웃차- 웃차-”


속옷도 안 입은 강인한 전사(?)들은 드디어 숙적을 만났다.


조류였다.


“누가 이기나 보자. 저 새끼(?)가 3번 뒤로 밀면 우리는 4번 앞으로 나아간다!! 알았나!!”

“악!!”


카인의 말에 강인한 전사들은 힘차게 노를 저었다.


‘바다를 이기는 인간이라···.’


사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고 무식하기 그지없는 행동이었지만 우리는 간절했다.


철썩- 철썩- 철썩-

“악- 악- 악- 악-”


철썩- 철썩-

“악- 악- 악-”


철썩-

“악- 악-”


우리의 카인28호는 뜨거운 남자들의 열정적인 땀과 함께 거센 조류와 파도를 뚫고 앞으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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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EP1] 54화. 너 내 동료가 되라(4) 24.06.30 75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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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EP1] 52화. 너 내 동료가 되라(2) 24.06.27 95 1 12쪽
51 [EP1] 51화. 너 내 동료가 되라(1) 24.06.26 87 1 14쪽
50 [EP1] 50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5) 24.06.25 97 1 13쪽
49 [EP1] 49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4) 24.06.24 107 1 13쪽
48 [EP1] 48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3) 24.06.23 11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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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P1] 46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1) 24.06.21 124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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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EP1] 44화. 대 마법사(2) 24.06.18 145 2 11쪽
43 [EP1] 43화. 대 마법사(1) +1 24.06.17 143 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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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EP1] 40화. 다이나믹한 출장(2) 24.06.14 132 2 11쪽
39 [EP1] 39화. 다이나믹한 출장(1) 24.06.13 148 2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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