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39화. 다이나믹한 출장(1)

15일 뒤
카마스트라 공국의 카이룬 항구에 지옥(?)에서 돌아온 66명의 남자와 사신(死神)이라 불리는 한 남자가 육지를 밟았다.
“내가 돌아왔다.”
태양은 그들의 도착을 반기는 듯 뜨겁게 항구를 내리쬐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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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돌아온 카인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가볍게 왕실도 한번 들려주고 본대에 들려서 금색, 은색 배지도 하나씩 군복 상의에 더 추가했다.
며칠 뒤면 19세가 되는 카인은 적이 누군지 모르는 현 상황에서 추가로 작전에 나서는 건 위험하다고 판단해 사신부대로부터 전역을 신청했지만, 본대는 이를 거절했고, 오히려 내년 1월 1일자로 본대가 아닌 왕실에서 내려준 추가 보직(?)이 생겼다.
“아씨, 혹 때려다가 혹 붙었네.”
추가 보직(?)을 얻은 카인은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와 있었다.
똑- 똑-
“들어와!!”
“대장 접니다요.”
군대에 복귀해서도 아직 어투를 못 바꾼 스미스였다.
“왜 무슨 일이야!!”
“거참 대장 무슨 화나는 일 있슴까? 진정 좀 해요.”
“됐고 왜?”
“저번에 대장이 시킨 일 있잖소.”
“뭐였더라?”
최근 하도 분주히 움직여서 기억이 안 났다.
“사신부대 병사 충원 말입니다.”
“아 그랬었지, 너한테 모두 위임했잖아. 안 그래도 내년되면 난 개인적으로 다른 임무를 맡아서 사신부대를 잠시 떠나야 해.”
“그럼요 대장을 번거롭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이번에 사신부대에 신청한 두 명만큼은 대장이 봐줘야 할 거 같아서요.”
“그냥 네 선에서 처리하면 안 되냐?”
“제 선에서 감당이 안 됩니다.”
“줘 봐.”
스미스는 가지고 온 두 개의 서류를 카인에게 넘겼다.
‘뭐! 공국 4년제 사관학교를 2년 만에 조기 졸업을 해? 그것도 중간에 편입해서?’
첫 번째 서류 봉투에 적혀진 신청자 이름은 아린 게오르그였다. 카인이 군대로 복귀한 이후에 게오르그 가문의 지원을 받아 사관학교에 중도 입학한 아린은 2년 만에 졸업을 하고 소위 계급으로 사신부대에 입대 신청서를 넣었던 것이다.
“흐음-”
‘하긴 어차피 내년에 나갈 때 한명 정도는 데리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잘 됐지.’
카인은 다음 서류 봉투를 열었다.
‘에라이!!’
두 번째 서류 봉투에 적혀진 신청자 이름은 리안 게오르그였다.
“얘는 왜 입대를 하려는 거야!!”
카인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고, 앞에 있던 스미스의 뺨에는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리안 게오르그, 아카데미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예정, 추천서는 아버지랑 망할 여우 놈이네.’
분명 아버지는 리안의 성화에 못 이겨서 어쩔 수 없이 승낙했을 가능성이 크고, 여우는 그냥 나 엿 먹으라고 한 거네.
‘아버지는 이왕 허락하실 거면 차라리 사관학교라도 졸업시켜서 장교로 보내던가,
일반병사인 이등병으로 입대를 시키면 어쩌자는 거야···.’
카인은 눈앞의 스미스를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런 늑대소굴에 솜사탕 같은 리안이를 밀어 넣으려고 하다니, 아버지 미쳤어?’
“야 스미스, 쉐인 불러와.”
“넵!!”
오랫동안 같은 부대에서 카인과 부대끼며 생활한 스미스는 카인의 표정을 읽을 줄 알았다.
빠른 대답과 함께 카인의 집무실에서 스미스는 부리나케 뛰쳐나갔다.
“후우-”
어차피 리안이가 고집을 피거나 부탁을 하면 나도 거절하기 힘들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다.
“똑-똑-”
“왜 또 노크 질이야, 그냥 처 들어와!!”
스미스와 쉐인은 겁먹은 표정으로 들어와 카인 앞에 섰다.
“이번에 내 여동생이 들어온다.”
스미스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큰 표정의 변화는 없었지만, 쉐인의 입은 하마처럼 크게 벌어졌다.
“훈련은 다른 병사와 똑같이 시키되 이성적으로 접근하는 놈이 있으면 그놈하고 너희 둘까지 내가 직접 피를 말려 죽일 거야. 무슨 뜻인지 알겠어?”
“넵!!”
내가 할 수 있는 건 두 가지였다.
하나는 훈련이 힘들어서 포기하게 하는 것과 주변의 늑대들을 리안이로 부터 격리시키는 것.
“둘 다 내년 초 입대란 말이지.”
“후우----”
카인의 한숨은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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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카인은 19세가 되었고, 라일라에 이어 공국에서 두 번째로 겸직을 하는 군인(?)이 되었다.
“대장, 다 모였습니다.”
“그래 알았다.”
카인은 스미스와 함께 사열대로 향했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오와 열을 완벽하게 맞춰 도열해 있는 사신부대.
그들이 이렇게 서 있는 이유는 오늘 사신부대 신입들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덜컹- 덜컹-
사신부대 막사 입구로 천천히 들어오는 다수의 병사마차들.
‘새끼들 신입 애들 기강을 얼마나 잡으려고 숨소리도 안 내고 저렇게 서 있냐.’
섬에서 돌아온 뒤로 많이 퍼져(?)있던 놈들이었다. 하지만 오늘 사열대 앞에 서 있는 부대원들의 모습을 보면 거의 지옥에서 방금 올라온 피에 굶주린 전사들 같았다.
‘재밌겠네.’
카인은 씨익- 웃으며 마차에서 내리는 신입 병사들을 지켜봤다.
이번에 새롭게 뽑은 인원은 총 600명.
기존인원들과 합쳐서 666명을 만들자는 스미스의 말에, 카인은 마음대로 하라고 지시했다.
‘신입 애들 얼어붙은 거 같은데?’
마차에서 내린 신입들은 인사는커녕 어떠한 말도 없이 사열대 앞에 서 있는 사신부대 병사들을 멀뚱멀뚱 멀리서 지켜보고만 있었다.
잠시 모두가 얼어붙은 고요한 연병장.
이전에 사신부대에 신청을 했다가 떨어진 애들이 포함 되어 있었는지, 바로 상황을 눈치 채고 사열대 앞으로 달려 나가자 뒤이어 다른 인원들도 눈치껏 사열대 앞으로 이동해 기존 사신부대원들 뒤로 빠르게 집합했다.
“집합하는데 걸린 시간 총 8분이다.”
앞에 도열해 있던 놈들이 이빨을 보이며 씨익- 웃는다.
‘무식한 놈들 지들도 같이 할 거면서···.’
“사신부대에서 8분이면 모든 일을 해낼 수 있는 시간이다.”
카인은 막사 뒤로 보이는 산으로 시선을 옮기며 말했다.
“뒤쪽에 보이는 산의 정상에는 사신부대 병사들이 이름을 적는 바위가 있다. 현재시간 오전 08:00 정상까지 달려서 이름을 적고 오는 시간 80분.”
고함을 지르지도 않았다.
호통을 치지도 않았다.
카인은 그저 조용한 소리로 말했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을 달랐다.
“알았나?”
“악!!”
대답과 함께 66명이 뒤를 돌아 빠르게 산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렸다. 아직 정신없던 600명의 신입들은 눈치는 어느 정도 있는지, 앞서 달린 66명을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리안아 미안하다···. 그런데 아린이는 왜 안보였지?’
도열해 있던 인원들 중 금발 머리인 리안이는 한눈에 쏙 들어왔는데, 붉은 머리가 보이지 않았다.
‘장교도 저 마차를 타고 같이 들어온다고 했었는데?’
고개를 갸웃거리며 카인은 자신의 집무실로 휘적휘적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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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인이 집무실로 들어간 지 30분이 채 되지 않아 집무실 문에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똑- 똑-
“들어와, 스미스.”
“대장 66명은 모두 도착했습니다.”
예상했던 바였다.
눈앞에 있는 산?
본인과 함께 몇 번 작전을 치르고 야생의 잔혹함이 흠뻑 묻어난 섬에서 생활했던 부대원들이라면 가벼운 산책정도 느낌이었을 거다. 게다가 신입들이 보고 있는 앞이다.
‘바람처럼 달렸겠지.’
“새로 온 애들은?”
“똥꼬에 불나도록 달리고 입쥬.”
“알았다. 밖에서 대기해 곧 나가지.”
“넵, 대장.”
의무병조차 괴물인 사신부대였다.
신입들은 몇 명이나 따라올 수 있을까?
카인은 살짝 걱정을 하며 사열대 앞으로 천천히 걸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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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오···!!’
66명까지는 당연히 익숙한 얼굴이 보였는데, 카인이 놀란 것에는 이유가 있었다. 67번째와 68번째 도착한 이들이 아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
바로 금발의 리안과 은발(?)의 아린이었다.
‘나름 준비를 한 건가?’
왼쪽 손목을 들어 시계를 보자, 「오전 08:43」이었다.
‘기특하네.’
카인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걸었다.
사실 사신부대의 극한 훈련과 실전은 이미 군대뿐이 아니라 공국 전체에도 널리 알려진 내용이었다.
오죽하면 말 안 듣는 아이가 있으면 사신부대에 보내버린다고 하는 순간.
“아 싫어!! 안 한다고!!”
“너 자꾸 엄마 말 안 들으면 사신부대에 보내버린다.”
“소자 앞으로는 불효하지 않고, 어머님 말씀 귀 기울여 듣고 행동하겠습니다.”
이렇게 어린아이조차 무서워하는 사신부대를 지원한 자들이다. 미리 준비와 각오를 다지지 않았다면 엄청난 바보일 것이 분명했다.
60분이 살짝 넘어가자, 666명의 병사들은 사열대 앞으로 모두 집합 완료했다.
‘생각보다 엄청난 애들을 모아 버렸군.’
앞에 있던 기존의 66명도 살짝 놀라워하는 모습이었다.
“다들 가볍게 스트레칭 했으니 맛있는 아침을 먹기 바란다.”
“악!!”
“스미스 소위가 인솔하여 식당으로 모두 이동하도록.”
“알겠습니다.”
카인도 물론 동생과 아린을 만나 그동안의 사정을 듣고 싶었지만, 사신부대 안이었다. 대대장이 한명의 병사에게 관심을 표하는 것은 앞으로 군 생활을 하는데 있어 둘에게 더 큰 어려움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에 아쉬움을 삼킨 채 카인은 집무실로 발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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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 똑-
집무실의 정직한 노크소리, 이 시간에 올 사람은 누군지 뻔하다.
“들어와.”
“대장 접니다.”
“애들은?”
“밥 먹이고 잠시 휴식시간 줬습니다.”
카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던 스미스의 등 뒤로 익숙한 얼굴을 가진 두 명의 병사가 집무실 문을 열고 천천히 들어왔다.
탁- 탁- 탁- 탁-
아직은 어색한 군인 걸음이었지만, 카인의 눈에는 너무나도 완벽한 병사였다.
“그··· 어차피 부르실 거 같아서 데리고 왔습니다, 다른 병사들 오해 안 하니깐 걱정 붙들어 매셔도 됩니다.”
‘저놈에게 저런 세심한 면이 있었나?’
카인은 살짝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오히려 스미스는 그 표정을 보고 안심한 듯했다.
“스미스는 잠시 나가 있지.”
“네 알겠습니다.”
스미스가 밖으로 나가자, 카인은 동생이 달려들어 와락- 안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정직한 자세로 똑바르게 서 있었다.
“편히 하도록.”
“넵!!”
아직은 계급이 주는 차이가 있어 어색한가보다.
“작은 오빠!!”
라고 생각했었지만 틀렸다.
“둘 다 여긴 왜 온 거야?”
카인은 평소답지 않은 따스한 얼굴로 질문을 하였고, 둘의 얘기를 천천히 들어주었다. 요점은 자신을 동경해서 엄청 노력했다는 가슴 아프고(?) 눈물 시린(?) 동생의 아름다운 이야기였고, 아린은 그저 집에 있기 심심(?)해서 왔다고 했다.
“리안이는 앞으로 훈련 열심히 받아.”
“응 알았어, 오빠.”
“훈련 때 100%가 아니라 200% 정도 몸을 쓸 수 있어야, 실전에서는 80% 정도 실력이 나올 거야.”
“그럼 300% 훈련하지 뭐!!”
대답조차 귀여운 리안이었다. 이내 카인은 흡족한 표정을 풀풀 풍기며 옆에 뚱한 표정의 아린에게 물었다.
“그리고 아린아 너는 짐 풀었냐?”
뾰루퉁한 표정을 숨기지 않은 아린의 대답에는 짜증이 잔뜩 섞여 있었다.
“아직 안 풀었다, 네가 오자마자 뛰게 했잖아.”
카인은 조용히 그녀의 기분을 무시한 채 말을 이었다.
“그 짐 그대로 들고 내 집무실로 다시 와라.”
눈을 동그랗게 크게 뜨며 놀란 리안은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카인에게 질문을 던졌다.
“어머- 작은 오빠, 벌써 언니를 챙기는 거야?”
“둘이 동갑인데 언니는 무슨.”
“오빠의 부인 될 사람이면 호칭이 언니가 맞지 않나?”
“둘 다 서로 편하게 이름 부르는 걸로 해.”
사실 둘은 얼굴을 마주한 것이 처음이었다. 리안은 아카데미에서, 아린은 사관학교에서 바로 사신부대로 왔기 때문이다.
둘은 그제야 가볍게 서로 인사를 하며 통성명을 나누었다. 이후 둘의 가벼운 대화가 끝나고 집무실이 잠시 조용해졌을 때 아린이 무표정한 얼굴로 카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짐을 챙겨 오라는 건, 방을 너와 함께 쓴다는 뜻인가?”
‘얘는 무슨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얼굴이 살짝 상기된 카인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아니, 너는 나와 함께 출장이다.”
“출장?”
“그래 너도 직함하나 줄 테니깐, 같이 이동하지.”
“직함?”
카인의 말이 도통 이해가 안가는 아린이었다.
‘뭐 설명은 가는 동안 하면 되겠지.’
카인은 스미스를 불러 둘을 집무실에서 내보냈고, 자신의 신상 정보를 보며 왕실에게 부여받은 새로운 직위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1125 군인 신상 정보]
이름: 카인 게오르그
나이: 19세
직위: 중령/정보원장
작위: 명예 공작
학력: 카마수트라 공국 국립아카데미 조기 졸업(2년)
경력: 카마수트라 공국 국립아카데미 명예 교수(2년)
경력: D-45 보급부대 중대장 임관 (1년)
경력: A-48 맹호부대 4소대 소대장 임관(2년)
경력: 사신(死神)부대 대대장 임관(현재)(2년차)
경력: 국가 정보원장 임관(현재)(1년차)
수상: 금익 무공훈장 (국립 아카데미 피습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1왕자 피습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A-28 대규모 오크족의 공격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납치된 자국의 시민들을 구출)
수상: 은익 무공훈장 (A-48 부대의 몬스터 피습 저지)
수상: 은익 무공훈장 (A-48 몬스터 군락지 침투작전 성공)
수상: 은익 무공훈장 (적국의 왕족 암살 작전 성공)
수상: 태화 불꽃휘장 (15공국 아카데미 연합대회 우승)
특이사항: 보급부대 병사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킴.
특이사항: 사지로 들어간 A-48 3소대원 3명을 구출.
특이사항: 위험지역에서 홀로 대량의 몬스터를 도륙함.
특이사항: 병사들의 훈련 강도가 높음.
특이사항: 오크족의 우두머리인 오크 킹을 죽임.
특이사항: 키메스 공국의 왕족인 자비 키메스 암살.
특이사항: 납치된 카마수트라 공국의 시민들을 구출.
특이사항: 최연소 중앙정보부 정보원장 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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