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51화. 너 내 동료가 되라(1)

***
- 카마수트라 공국 왕실.
“폐하, 카인 게오르그 공작과 그의 약혼녀인 리안 게오르그양이 도착했습니다.”
“그러한가.”
크리앙 카마수트라 공왕은 2시간 전부터 안절부절 못했다. 이유는 공국의 축하사절단 사신으로 떠난 보낸 두 명이 이전과 전혀 다른 신분이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허어- 어찌해야 할꼬.”
하지만 그의 고민은 쉽게 해결되었다.
“대령 카인, 폐하께서 주신 임무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무릎을 꿇은 카인대령 옆에 당당하게 서 있는 리안 게오르그 때문에 크리앙 공왕은 인사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엉거주춤하게 서 있었다.
“리안은 그저 제 약혼녀일 뿐입니다. 편하게 대하십시오, 폐하.”
카인의 말은 크리앙 공왕에게 너무나 큰 감동이었다.
“허허- 그래 그러자꾸나.”
그제야 편히 왕좌에 앉은 크리앙 공왕은 근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카인 공작.”
“네 폐하.”
“그대 덕분에 짐은 두 개의 공국을 정복한 역사상 전례 없는 기록을 남긴 공왕이 되었다. 고맙구나.”
“모든 것이 폐하의 덕이라고 생각 되옵니다.”
미운 놈도 떡 하나 더 준다는데, 앞에 있는 카인공작은 말조차도 너무 예쁘게 했다.
“네 너를 카마수트라 공국의 장군을 뜻하는 준장직위를 하사할 것이다. 오늘부터 6명의 장군이 공국을 찬란하게 밝힐 것이다.”
“감사합니다, 폐하.”
하지만 장군이 되었음에도 카인의 표정은 그리 기뻐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되면 크리앙 공왕은 자연스레 추가로 질문을 해야 된다.
“혹여 원하는 것이 있더냐? 표정이 영 밝지 못하구나.”
“하나 간청 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말해 보거라, 무엇이든 들어 주마.”
“사신(死神)부대를 어떠한 직속 없이 단독으로 운영하고 싶습니다.”
카인의 말은 하나였다.
본인을 제외한 그 누구의 명령도 듣지 않고, 보고가 불필요한 부대를 맡겠다는 것이었다.
“단독이라···.”
크리앙 공왕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카인도 자신이 무리수를 던진 것은 알고 있었다. 다만 앞으로 자신의 계획을 이끌어가자면 사신부대의 단독행동은 필수였다.
“좋다. 하지만 조건이 하나 있다.”
오랜 침묵 끝에 나온 공왕의 대답이다,
카인은 누구보다 빠르게 대답했다.
“넵, 하명하십시오, 폐하.”
“사신부대의 총원은 현 인원처럼 666명으로 고정되어야 할 것이고, 대신 부족해진 인원은 본대에서 언제든 차출할 수 있게 하겠다. 이 정도면 만족하였느냐?”
어차피 사신부대의 인원을 더 늘릴 생각도 없던 카인이었다.
“준장 카인, 지고하신 폐하의 뜻을 받습니다.”
웃으면서 대답하는 카인의 말에 크리앙 공왕 또한 환하게 미소를 보여 주었다. 666명이라는 병사는 얼핏 보면 많아 보이지만, 실상 나라를 통치하는 공왕에게는 바람에 휘날리는 티끌 같은 숫자이기도 했다. 작은(?) 것을 내어주고 큰(?) 것을 얻었으니 서로가 만족할 따름이었다.
‘뭐 공작에게 드디어 개인 휘하의 병사가 생긴 수준이지만 말이야. 내가 키운 사신부대는 일반병사들이 아니란 말이지.’
공국 왕실에서 나오는 길, 옆에 있던 아린이 장난스런 미소를 입에 담고는 물었다.
“장군 되니깐 좋아?”
왕실에서 새롭게 하사받은 왼쪽 앞주머니의 청룡배지를 보면서 카인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다음 행선지는?”
“글쎄다.”
둘은 마차를 타고 사신부대 막사로 이동하였다.
어느덧 새해가 훌쩍 지나 24세가 된 카인은 단독 사신부대에 장군의 직위로 대장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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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 탁- 탁-”
얼어붙은 지면을 맨발에 피가 나는지도 모른 채 달려가는 한 소년이 있었다.
“도대체 어디까지 도망가야 하는 거야!!”
뒤쪽으로 보이는 아름다웠던 예술 도시의 건물들은 불에 잔뜩 그슬려 있었고, 하늘은 뿌연 연기로 가득해 잿빛으로 변했으며 코끝으로 스며드는 비릿한 피 냄새는 그를 공포에 휩싸이게 했다.
“제발 살려 줘, 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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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신부대 사열대.
666명, 단 한 명도 빠짐없이 군기가 반짝 든 자세로 앞의 남자에게 집중하고 있었다.
사신부대원들의 모인 시선은 바로 단상 위에 올라가있는 카인 준장이었다.
“다들 오랜만에 보는 군, 잘 있었나?”
“악!!”
카인은 그들의 강한 외침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제군들에게 좋은 소식과 더 좋은 소식이 있다. 무엇부터 듣겠나.”
카인은 소대장인 스미스를 쳐다보며 물었다.
“흐흐- 대장 당연히 좋은 소식부터 듣겠습니다, 좋은 건 아껴먹어야죠.”
그의 걸쭉한 입담에 부대원 몇 명은 킥-킥- 거리며 웃었다.
“그래 말해주지. 첫 번째로 좋은 소식은 이제 앞으로 사신부대는 어느 곳의 명령도 받지 않고 보고할 필요도 없는 단독으로 임무 수행이 가능한 조직이 되었다. 그 조직의 대장은 제군들이 잘 알고 있는 바로 나다.”
부대원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카인을 조용히 주시했다,
그 다음 얘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대장이 된 나는 굳이 본대의 계급을 똑같이 따라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하여 오늘부로 사신부대의 계급편성은 이렇다. 대장은 나, 부대장은 아린, 팀장은 스미스, 쉐인, 리안 이 셋으로 한다.”
카인의 말에 모두들 긍정하는 한편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었다.
성격 급한 스미스는 결국 참지 못하고 바로 물었다.
“대장, 사실 리안 하사와 직급 명 빼고는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거 아닙니까?”
“이해하기 어려운가본데, 내가 말한 5명을 제외한 모든 병사들은 직급 상관없이 모두 동등한 신분이라는 뜻이다.”
카인의 마지막 말은 5명을 제외한 장교, 부사관, 일반병사는 계급을 막론하고 모두가 동등하게 취급받는다는 뜻이었다.
그의 말은 멈추지 않고 빠르게 이어졌다.
“그리고 봉급관련해서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지. 소대장들은 대령급 월급, 나머지 사신부대원들은 소령급 월급이다. ‘나는 본대로 돌아가고 싶다.’하는 인원들은 왼쪽으로 빠져라. 어차피 공왕님에게 부족한 인원은 본대에서 새롭게 인원을 차출 받을 권한을 받은 상태니, 절대로 남으라고 강요하지 않겠다.”
카인의 말은 기존 상식의 틀을 깨는 이야기였다. 사실 공작가의 사설 기사가 되어도 명예직 개념이 크지, 그리 높은 봉급은 받기 어렵다.
그렇다고 본대에서의 진급이 쉬운가?
카마수트라 공국 본대에서 이등병으로 시작해서 장교가 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지금 카인은 장교들 중에도 상당히 높은 영관장교 급으로 자신들을 모두 대우해주겠다고 말했다.
“악!!”
사신부대원들은 한 명도 이탈 없이 단 하나의 구호로 자신들의 긍정적인 입장을 대변했다.
“그럼 없는 걸로 알고, 다음 좋은 소식을 전달하지. 이곳은 본대에서 지어 준 막사라 불가피하게 우리는 이곳을 비어 줘야 한다.”
나름 이곳에 정이든 스미스가 카인에게 물었다.
“헐!! 그럼 우리는 어디로 갑니까, 대장!!”
“이번 달 말에 새로운 막사로 이동할 것이다. 그러니 다들 미리 짐 챙겨둬라!!”
“악!!”
왜 더 좋은 소식인지도 모르고, 부대원들은 짧고 굵게 대답했다.
‘후··· 얼추 된 건가.’
카인은 부대원들의 집합을 해제 시키고,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왔다.
“어때 내가 큰 도움 됐지?”
언제부터인가 카인의 집무실을 제 방처럼 드나드는 아린이 귀신처럼 옆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래 고맙다, 사실 게오르그 가문의 돈을 써도 됐긴 했지만, 부모님 얼굴도 자주 못 뵙는데, 손 벌리기는 조금 그랬어.”
그렇다.
사실 이번 사신부대를 독립시킬 계획을 하면서 제일 부족한 건 돈이었다.
하지만 카인의 약혼녀(?)는 태화 왕국의 여왕이었고, 그녀의 힘을 빌려 태화왕국 수도 내에 새로운 사신부대의 새로운 막사 건설과 부대원들의 봉급문제를 쉽게 해결하였다.
“그건 좀 그렇긴 하지, 그런데 행정을 볼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어?”
아린의 말대로 오로지 전투인원으로 가득 찬 사신부대였다.
“흠··· 그렇다고 태화국의 인원을 데려다가 행정을 보게 할 수는 없는데. 아린아 너는 어때?”
다른일이야 어찌저찌 태화국 인원으로 대체할 수 있다지만, 부대 내 핵심정보가 모이는 행정과 보급을 그들에게 맡길 수는 없었다.
“투자한 돈 뺀다?”
강력한 거절이었다.
“그럼··· 누가 있을까······.”
“리안이는 어때?”
“리안이?”
분명 국립 아카데미 시절 나름 상위권에 항상 있었던 동생이었지만, 문제는 그녀가 필기시험보다는 주력이 실기시험이었다는 것이다.
‘소위 말해 지(知)보다는 무(武)가 높은 아이라는 뜻이지.’
“일단 불러나 볼까? 호출 좀 해 줘.”
“그래.”
아린은 생기발랄하게 웃으며 대답하고선 리안이를 빠르게 호출했고, 잠시 후 카인의 집무실에서는 리안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 해, 아니 못 해.”
리안은 자신의 거절 의사를 한 번 더 밝히며 강한 부정을 표했다.
“음··· 절대로 난 안 돼, 오빠.”
“왜?”
솔직히 거절할 거라고 생각지 못한 리안의 대답에 당황한 카인이었다.
“오빠 난 숫자에는 손 놓은 지 오래야, 그런데 그걸 하루 종일 하라고?
차라리 산악구보를 하루에 12번 하라고 하면 할게.”
“흐음-”
금발 인형의 대답에 카인은 고민에 빠졌다.
“리안아.”
아린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리안을 불렀다.
“응 언니.”
자연스러운 호칭 정리가 된 둘이었다.
‘아직 결혼도 안 했는데··· 동갑끼리 언니라니, 전에 서로 말 편히 하라고 내가 말하지 않았던가?’
“혹시 아카데미 다닐 때 알고 있던 사람 중에 추천해 줄 만한 애는 없어?”
“아카데미 시절이라···.”
“꼭 친하진 않더라도, 행정업무를 잘할 거 같은 애.”
한참을 고민하던 리안의 입에서 한 사람의 이름이 거론 되었다.
“음··· 있어요, 사만다.”
낯익은 이름에 카인은 바로 물었다.
“자주색 머리에 똘망똘망 안경 쓴 걔?”
“응. 오빠, 필기시험에서 항상 1등 하던 애야. 취미가 어려운 수학공식 외우기였을 정도니깐···.”
“그래 집은 어딘지 알고?”
카인과 대화를 진행하면서 리안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응 알고 있어. 그런데···.”
“왜?”
“나랑 아카데미 시절, 나름 라이벌이었다고 할까?
사만다는 필기1등 나는 실기1등 그래서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라서, 얘기를 들어 줄지는 모르겠어.”
“그럼 내일 오전에 나랑 같이 가 보자, 정 안 되면 다른 인원을 구해 보지 뭐.”
“응 알았어···.”
리안은 힘없이 대답하며 어깨를 축 떨어트린 후 조용히 카인의 집무실을 나갔다.
“사만다라···.”
잠시 아카데미 시절의 추억에 빠지려던 찰나, 아린이 말을 걸었다.
“카인.”
“응?”
“혹시, 의사는 구했어?”
“의사?”
“설마 의무병이 수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겠지?”
현 세계의 의술은 마법과 의학적 지식을 통해 환자들을 치료한다. 이는 카인 본인이 극에 오른 혈 마법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더라도 의학적 지식이 부족하기에 환자를 다룰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똑똑한 머리를 가졌으니 공부를 하면 어느 정도 성과를 볼 수 있겠지만 부대의 대장이 치료까지 전담한다?
굉장히 비효율적이다.
“으응···? 새로 구해야 하겠지?”
“역시나 생각 안 했었네, 태화국에서 붙여 줘?”
생각보다 손이 많이 가는 독립부대 창설이었다.
“환자의 병을 고치는데 국가의 장벽은 없다지만, 아무래도 같은 국가의 사람이 좋겠지?”
“뭐 그렇겠지. 그래야 부대원들 마음이 조금 더 편할 테고.”
카인의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군의관 한 명이 있었다.
“아린, 본대 의무대대에 긴급호출 넣어 줘, 위급한 상황이라고, 요청하는 군의관의 이름은 세실리.”
“갑자기 긴급호출?”
여유롭게 팔짱을 끼며 사악한 미소를 짓는 카인을 본 아린은 대충 상황을 짐작한다는 듯 즉시 본대로 마법통신을 걸었다.
[아-1125 군인 신상 정보]
이름: 카인 게오르그
나이: 24세
직위: 준장/정보원장/사신(死神)부대 대장
작위: 명예 공작
학력: 카마수트라 공국 국립아카데미 조기 졸업(2년)
경력: 카마수트라 공국 국립아카데미 명예 교수(2년)
경력: D-45 보급부대 중대장 임관 (1년)
경력: A-48 맹호부대 4소대 소대장 임관(2년)
경력: 사신(死神)부대 대대장 임관(6년)
경력: 국가 정보원장 임관(5년)
경력: 단독 사신(死神)부대 대장 임관(현재)(1년차)
수상: 금익 무공훈장 (국립 아카데미 피습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1왕자 피습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A-28 대규모 오크족의 공격 저지)
수상: 금익 무공훈장 (납치된 자국의 시민들을 구출)
수상: 금익 무공훈장 (산클루즈 공국의 침공에 성공)
수상: 금익 무공훈장 (키메스 공국의 침공에 성공)
수상: 은익 무공훈장 (A-48 부대의 몬스터 피습 저지)
수상: 은익 무공훈장 (A-48 몬스터 군락지 침투작전 성공)
수상: 은익 무공훈장 (적국의 왕족 암살 작전 성공)
수상: 태화 불꽃휘장 (15공국 아카데미 연합대회 우승)
특이사항: 보급부대 병사들의 전투력을 향상시킴.
특이사항: 사지로 들어간 A-48 3소대원 3명을 구출.
특이사항: 위험지역에서 홀로 대량의 몬스터를 도륙함.
특이사항: 병사들의 훈련 강도가 높음.
특이사항: 오크족의 우두머리인 오크 킹을 죽임.
특이사항: 키메스 공국의 왕족인 자비 키메스 암살.
특이사항: 납치된 카마수트라 공국의 시민들을 구출.
특이사항: 최연소 중앙정보부 정보원장 임관.
특이사항: 태화 왕국의 여왕 약혼남.
특이사항: 최연소 카마수트라 공국의 6번째 장군 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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