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화 복수 그리고···

지크의 브레스를 맞고 녹아내린 갑옷과 함께 벽에 붙어버린 메이블의 눈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왜··· 내가 이렇게 된 거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지만 메이블은 전투를 되짚어 보며 이유를 찾고 있었다.
‘나는 놈의 오른팔에 표식이 모두 없어진 걸 생각하지 않았지. 아니 애초에 그렇게 큰 동작에 표식을 소모했으면 안 됐어.’
그것은 자신이 처음 실수한 것부터 시작해서.
‘왜 나는 고작 놈의 오른팔 하나 잘랐다고 좋아했지? 놈의 주 손은 왼손이었잖아.’
‘놈을 넘어뜨렸다고 좋아하면 안 됐고, 용의 머리로 변한 오른팔이 단지 무거워 보인다는 짐작만 믿고서 가까이 다가간 나를 잡지 못한다고 생각하면 안 됐어.’
한순간 벅차오른 감정으로 인한 자신의 잘못된 판단까지 이어졌다.
‘나는 용사야··· 성검을 뽑았다고! 난 마왕을 죽일 이번 세대의 용사라고!’
‘성검에게 선택받은 내가 저··· 개자식도 넘지 못한다고?’
이유를 찾던 것은 이제는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 변화했다.
그리고 기억을 떠올려 볼수록 기억은 더 먼 곳으로 메이블을 데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널 죽여야 해!’
‘그래, 너를 죽여서! 아니, 너를 죽이면 나는 다시···!’
조금만 더 기억을 따라 걸어가면 닿을 것 같았다.
‘···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지?’
하지만 기억에 손끝이 닿기도 전에 제 몸속에 끓어 나오던 것을 멈춰 세웠다.
‘나는··· 놈을 무시하고 그냥 돌아가려고 했어.’
방금의 자신이 한 행동이 남처럼 느껴지는지 메이블은 쉼 없이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젠 님에게 들었던 대로··· 말씀드린 대로···! 난 아직 못 이긴다는 걸 알고 있었잖아!’
마음 같아선 주먹으로 바닥을 한번 치고 싶었지만, 불에 지져지고 타버린 제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러지 않기로 했잖아.’
‘··· 정말 왜 그런···.’
@“역시 너는 이것밖에 안 되는군.”
하지만 숲속에서 들렸던, 그리고 지크를 발견하기 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메이블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그리고 눈을 떠보면 짙게 깔린 어둠 속에 서 있는 자신의 몸이 불타버리지 않은 제 몸이 움직여졌다.
훽, 고개를 뒤로 돌리자 지크와 같은 목소리로 옆에서 메이블을 비난하는 그는 검은 숲에서 보았던 거적때기를 입은 지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래 놓고서 그 검을 가지겠다고? 가당치도 않지?”
“뭐?”
검지로 자신의 뒤쪽을 가리키는 것을 보고 고개를 돌리면 제 등에 메인 검이 호프의 검이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제 허리춤에 시선을 옮기면 성검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 그래.
“너는 저 개자식이 아니야.”
메이블이 자신의 앞에서 입을 놀리는 지크와 같은 모습을 한 리자드맨에게서 마나가 아니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네가 날 부추겼구나?”
@“나는 보여주었고.”
놈의 검지가 메이블에게 향했다.
@“너는 이행했다.”
“··· 어쩌라고?”
퍽-! 눈앞의 지크의 모습을 한 놈에게 달려든 메이블은 놈을 바닥에 눕히고서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퍽- 퍽- 퍽-!
“그래···! 검은 숲에서 그리고 지금껏 내 정신을 헤집은 게 너였어!”
주먹으로 놈의 얼굴을 가격할수록 주변의 배경이 불타는 초원, 마왕성, 검은 숲, 푸른 숲 등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 더는 안 속···.”
쾅, 얼굴을 가격하던 메이블의 주먹이 얼굴이 아닌 바닥에 떨어졌다.
@“복수를 원하는 게 아니었나?”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면 여전히 지크의 모습을 한 거적때기를 두른 이가 서 있었다.
@“원한다면 힘을 주마.”
움찔, 지크의 물음에 들어 올린 메이블의 주먹이 떨렸다.
@“못 뚫던 갑옷을 뚫을 수 있게··· 그리고 못 베던 것을 벨 수 있게.”
메이블의 반응에 입꼬리를 올리며 답하는 지크의 모습은 어느새 마왕의 모습을 하고서 메이블의 앞에 서 있었다.
“그런 개수작에 속을 것 같아?”
@“그러니 떠올려라.”
“그냥 닥쳐!”
눈앞에 보이는 마왕에게 달려들자 메이블의 오른손이 마왕의 안면으로 향했다.
@“네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달그락.
철갑의 이음새에서 들릴 듯한 소리와 함께 메이블의 눈앞이 암전했었다.
눈꺼풀을 열었다 닫는 것을 반복하자 조금씩 두 손의 윤곽이 선명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어둠 속에서 서 있는 자신의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 젠장.’
그리고 눈앞에서 자신을 비웃던 놈의 모습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깨어날 수 있지?’
“아빠!”
갑작스러운 목소리에 소름이 돋은 메이블은 고개를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돌렸다.
“아빠···!”
그곳에는 피를 흘리며 쓰러진 호프를 안고 울고 있는 푸른 머리카락을 가진 여자아이가 있었다.
‘저건 나···?’
자신보다 어린 4년 전의 메이블이 호프를 안고 불타는 초원 위에서 울고 있었다.
항상 두 눈으로 보던 모습을 제삼자의 처지에서 지켜보자 무언가 가슴이 답답했다.
마치 네가 저기서 무엇을 할 수 있었는지 물어보는 것처럼 호프를 안은 메이블은 그저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 더는 현혹되지 않겠어.’
이제는 몇 번이나 보았고 잊히지 않은 기억에서 등을 돌리자 그 앞에는 방금의 메이블보다 조금 더 키가 큰 자신이 검으로 시체를 헤집고 있었다.
‘눈이 돌아가서 저랬던 적도 있었지.’
이미 죽어버린 적군의 시체를 검으로 짓누르며 헤집는 모습은 지금의 자신이 보아도 정상이 아니었던 것 같았다.
그 장면에서 눈을 돌리려 하자 그런 자신에게 다가간 하늘색 머리카락이 보였다.
“메이블, 그만 돌아가자.”
이미··· 더 파칠 곳도 안 남았잖아?
시체를 헤집는 자신을 막는 레이너의 등에는 지금보다 더 그을린 나비 문양의 방패를 메고 있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레이너의 등에 보이는 방패를 바라봤을 뿐이지만 순간 머릿속을 헤집듯 두통이 머리를 싸잡고 주저앉았다.
“갑자기··· 어째서?”
마치 누군가가 제 머릿속을 헤집는 느낌과 함께 주변의 장면들이 하나둘 바뀌기 시작했다.
어떤 건 최근의 기억을.
아니면 더 과거의 기억을.
“그만! 그만해!”
바스락.
“헉!”
갑자기 멈춘 기억과 함께 주저앉은 메이블의 바닥에는 싱싱하게 자라난 풀들이 가득 보였다.
그리고 고개를 조금 들어 주변을 에워싼 나무들과 풀들을 둘러볼수록 메이블의 얼굴이 굳어졌다.
“··· 여기는.”
툭, 그저 내뱉은 말에 반응하듯 다시 밀려드는 두통과 함께 무언가 깊은 기억을 자극하기 시작했다.
“설마···.”
빠르게 고개를 좌우로 돌아보며 주변을 확인한 메이블은 수풀이 조금 치워진 흙길을 따라 언덕 위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맡아지는 풀냄새와 조금은 늦은 밤.
“그래.”
이곳이었어.
타닷, 무언가 눈치챈 듯 다리에 박차를 가하는 메이블의 행동에 옆으로 나무와 수풀이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 언덕의 정상에 닿았을 때 눈앞의 자신과 같은 머리카락을, 아니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바라보는 자신의 앞에서 발걸음이 멈췄다.
“··· 그러면 나도 ···을 찾을 수 있겠지?”
거칠게 호흡을 내쉬는 메이블은 자신이 주로 별을 바라보러 찾아왔던 공간에 앉아 있는 4년 전의 자신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스륵, 밤하늘을 바라보던 과거의 자신의 고개가 내려가며 천천히 옆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거야?”
훽, 메이블이 고개를 돌려 자신의 뒤를 바라보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 나한테 물은 거야?.”
“넌 여전히 약해.”
과거의 메이블이 입을 움직이며 현재의 메이블에게 말하고 있었다.
“그냥 널 놓아.”
“2년 전의 너처럼.”
그 물음에 메이블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 그건 미친 짓이었어. 아무리 급해도··· 자신을 놓으면 안 되는 거였어.”
천천히 그리고 미간을 찌푸린 과거의 메이블이 고개를 기울였다.
“그래서 그나마 그때처럼 이성을 놓은 방금의 전투는?”
호승심만 앞섰지 결국 난 복수를 하지 못했어.
과거의 메이블은 현재의 메이블의 대답에 그저 더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다.
“그런다고 복수를··· 아니.”
그래···.
어느새 고개를 조금 숙인 현재의 메이블의 입술이 움찔거렸다.
“그런다고 별을 찾을 수···.”
움찔, 목덜미를 감싸는 스산한 기운에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말끝이 흐려졌다.
“하하하!”
고개를 들어보면 자신을 바라보며 비웃는 과거의 메이블이 있었다.
@“더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었네?”
“뭐?”
훅, 눈을 깜빡이자 어느새 자신을 잔뜩 뒤덮인 어둠에 온몸이 굳어갔다.
@“복수보다··· 아니 복수를 한 다음이 더 중요했던 거구나?”
자신을 비웃는 자신의 목소리가 귀를 통과할수록 머리가 멍해져 갔다.
달그락.
다시 들린 무언의 소리와 함께 눈앞이 점차 밝아졌다.
꿈뻑, 올라간 두 눈꺼풀로 앞을 바라보자 화상을 입은 것인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오른쪽 눈을 두고 왼쪽 눈만 굴려 몸 상태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갑옷은 녹아내려 그대로 몸에 붙어버렸고 브레스를 맞아 생긴 화상과 고통으로 당장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더구나 갑옷이 조금 눌러지며 벽에 붙은 상태로 굳어버려 지금의 메이블로서는 벽에 붙어버린 자신의 몸을 떼어내 일어설 수도 없었다.
“···.”
남아 있는 미약한 마나로 아무리 몸을 수복하고 있지만, 아직은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 어려웠다.
@“자, 저기 앞을 봐.”
목소리를 뜻대로 고개를 들어보자 앞이 보이는 왼쪽 눈으로 저 멀리 자신에게 멀어져가는 지크의 모습이 눈에 훤했다.
@“아빠를 죽인 놈이야.”
움찔, 목소리에 반응하듯 메이블은 오른손가락에 힘을 주어 검을 쥐어보려 했지만, 손가락은 묵묵부답이었다.
@“저놈을 죽이면 넌 다음으로 걸어갈 수 있겠지?”
애써 힘을 더 주며 손가락 하나라도 움직여 보려 했지만, 눈꺼풀만 간신히 열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하지만 너에겐··· 남은 힘이 없어.”
불에 타버려 하얗게 변한 오른쪽 눈으로 보이는 것은, 오직 까만 어둠뿐. 결국 힘이 부족한지 왼쪽 눈의 눈꺼풀도 내려가자 양쪽 눈으로 모두 어둠이 보였다.
@“난 힘을 줄 수 있어.”
불타버려 하얀색으로 변해버린 메이블의 오른쪽 눈동자에 본래의 푸른색이 아닌 검은색이 대신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러면 넌 저놈을 죽일 수 있을 거야.”
눈동자를 채우는 검은 오라가 몸을 덮기 시작하자 점점 몸의 감각이 되살아나고 있었다.
비록 아직도 몸이 떨리고 상처가 회복되지 않았지만 조금씩 움직여지는 오른손으로 검을 쥐고 앞으로 달려갔다.
캉-!
여전히 공격이 지크의 검에 막혔지만 더는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었으니까.
푹-!
내 오른팔을 밟고 오른손에 검을 찔러 놓고서 뭐라고 떠들어대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저 저놈을 찢어 죽여야겠다는 단순한 생각만 머릿속에 가득했다.
손을 뻗어 표식을 새기고 터뜨리자 평소보다 더 큰 소리와 함께 폭발이 일어났다. 덕분에 놈이 균형을 잃었다.
서걱-!
다시 일어서 검을 휘두르자 지크의 용의 머리가 팔에서 떨어졌다.
@“그러니 너를 놓아줘.”
아직도 머릿속에 들리는 환청 때문에 머리가 조금씩 아프지만 너무나 달콤하게 들리는 질문에 점점 비워지는 머릿속과는 반대로 검을 쥔 손에 힘이 더 들어갔다.
@“기회를 스스로 버린 너에게··· 다시 기회가 찾아올지도 몰라.”
&&&
“수식, 변환.”
지크의 용의 머리에 푸른색과 검은색이 뒤섞인 선이 생기더니 곧 가로로 선이 생기며 십자가의 모양을 띠며 폭발을 일으켰다.
“역시··· 위력이 높아졌군.”
전에는 지크에게 작은 상처도 입히지 못한 메이블의 기술이 이제는 지크의 용의 머리를 4등분으로 조각내어 버린다.
“나름 진심으로 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더 집중해야겠군.”
잘린 머리를 다시 재생 하자마자 용의 입을 벌리며 지크가 메이블에게 달려들었다.
풍덩-!
브레스를 피했을 때처럼 몸을 물로 바꾼 메이블은 그대로 땅속으로 사라지며 지크의 공격을 피했다.
메이블이 땅속으로 들어간 자리 위에 서서 주변을 살피는 지크는 바로 자신이 밟고 있는 발밑에서 느껴지는 마나를 감지했다.
지크는 용의 머리를 방패 삼아 땅 위로 올라오며 뻗는 메이블의 검이 자신의 심장을 찌르는 걸 막는다.
“하!”
또, 막아버렸네?
일부러 들리도록 큰 소리로 내뱉은 말에 움찔거리며 반응하는 메이블의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반응은 딱 그것뿐 용의 머리에 박힌 검을 더 누르며 메이블은 지크의 심장에 검 끝을 대기 위해서 힘을 밀어 넣었다.
지크가 순간 팔을 옆으로 뻗자 그 반동으로 메이블은 검을 놓치고 날아가 벽에 부딪힌다.
“하하, 그래도 생각보단 더 단순하게 행동하는걸?”
지크의 비웃음에 금방 정신을 차린 메이블은 두 눈으로 지크를 응시하며 땅을 짚고 일어선 뒤 지크에게 달려오기 시작한다.
“그래 네놈한테 잘 어울리는 검의 형태군.”
지크는 자신의 검을 옆으로 던져 오른손에 박힌 성검을 뽑아 들어 검을 들어보고 있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네가 그런 힘을 쓰는 건 어울리지 않지.”
어느새 지크의 앞까지 다가온 메이블이 지크의 왼손에 들고 있는 성검을 뺏기 위해서 손을 뻗지만, 지크의 용의 머리가 먼저 메이블의 몸을 잡았다.
쿵!
메이블은 이번에도 지크의 용의 머리에 잡혀 그대로 땅에 눌러져 버린다.
“수식, 미···.”
콰아아아아-!
지크는 메이블에게 말할 틈도 주지 않고 브레스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죽여야 하는데 열기가 너무···.’
메이블의 몸을 두르는 푸른색과 검은색의 오라로 방금처럼 갑옷이 녹아내리지는 않았지만, 브레스의 순수하고도 뜨거운 불의 열기에 결국 메이블은 정신을 잃어버린다.
메이블이 정신을 잃은 것을 본 지크는 이번에도 똑같이 메이블을 가장 가까운 벽으로 던져버렸다.
쿵!
벽에 부딪힌 메이블은 스르륵 땅으로 쓰러지더니 충격 덕분에 정신이 들었는지 등을 벽에 기대고 다리를 접으며 일어서기 위해서 움직인다.
“너는 내가 꼭 죽여야···.”
“이제는 그만 좀 쉬라고.”
푹!
지크는 성검을 메이블의 왼쪽 어깨에 찔러 넣는다.
“으윽··· 죽여버릴 거야···!”
메이블은 두 눈으로는 지크를 바라보며 자신의 어깨에 박힌 성검을 빼내기 위해서 천천히 양손을 손잡이에 가져간다.
“그렇게 가만히 있으면 완벽하게는 아니지만, 침식이 조금은 줄어들 거야. 하하, 그러니 다음에는 그런 힘은 쓰지 말라고?”
지크는 그렇게 말하며 검을 더 깊게 밀어 넣자 성검이 메이블의 어깨를 뚫고 기대고 있는 벽에 검날이 꽂혀버렸다.
“커헉···!”
다시 멀어져 가는 지크를 보며 메이블은 양손으로 검 손잡이를 잡고 어깨에 박힌 검을 뽑아내기 위해서 힘을 주지만, 왠지 모르게 점점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는 듯한 느낌에 결국 검을 뽑지 못했다.
점점 멀어져가는 지크의 모습과는 반대로 멍해져 가던 머릿속이 다시 채워지기 시작했다.
“왜···! 몸에 힘이··· 점점 빠지는 거지?”
“안 돼! 이번에는 정말로 저놈을 죽일 수 있었는데··· 심장을 터뜨릴 수 있었는데··· 몸에 더는 힘이···.”
몸을 덮은 검은색이 빠지기 시작하자 다시 두 눈의 시야가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어깨에 박힌 성검은 검날로 메이블의 몸을 덮은 검은 기운을 빨아들였고 검은색의 오라가 빠져나갈수록 메이블의 힘도 서서히 더 줄어들었다.
‘··· 난··· 뭘 하고··· 있었···.’
결국 몸에 힘을 놓아버렸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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