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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FT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7
최근연재일 :
2024.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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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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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화 다시 손을 놔버리자 (3)

DUMMY

“··· 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뒤로 물러선 소서러가 눈앞의 메이블을 바라보았다.


분명 몇 분 전만 해도 저 멀찍이서 동상처럼 가만히 칼자루만 만지고 있던 모습이 눈에 선했다.


그런데 눈앞에 나타나, 그것도 팔을 방패 삼아 팔뚝만 한 고드름을 막아선 모습이 이해가 잘되지 않았다.


‘··· 오른쪽 눈은 이미 먹혔는데.’


지금도 메이블의 오른쪽 눈은 본래 색을 잃고 검게 변해 있었지만 기대했던 눈빛이 아니었다.


“하하···.”


지금도 제 팔에 박힌 고드름을 보면서 기분 나쁘게 웃는 것을 보면 기분이 묘했다.


‘저게 어떻게 움직이는 거지?’


팔에 박힌 고드름을 뽑아내고 손에 힘을 줘 그대로 부숴버리는 것을 보면 의식이 아직도 먹히지 않고 살아 있는 것 같다.


“소서러 라며···?”


고개를 삐딱하게 옆으로 꺾고서 자신을 바라보는 슈발리에의 모습에 제 고개도 옆으로 기울어졌다.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해?”


깜빡, 눈을 잠시 감았다 뜬 그 짧은 시간에 소서러의 눈에는 메이블이 마치 순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어느새 검날이 주먹 두 개 정도의 공간을 남겨두고 다가오고 있었다.


메이블의 검끝이 로브로 가릴 수 없는 부위인 목을 정확히 노리고 있었다.


카가가각-!


뒷걸음치며 몸을 반시계 방향으로 조금 돌림과 동시에 소서러는 오른팔을 이용해 목에 들어오는 검날을 빗겨나가게 했다.


목을 겨냥하고 들어온 찌르기를 빗겨 친 덕에 생긴 기회를 놓치지 않은 소서러는 왼손에 고드름을 만들어 이번에는 자신이 메이블의 목을 노렸다.


뿌드득-!


소서러의 고드름은 메이블의 살을 뚫고 들어가며 뼈까지 부쉈는지 소리가 요란했다.


순간 일어진 합이 드디어 끝나자 소서러가 다시 뒤로 물러서 왼손을 털었다.


툭.


메이블의 발 앞으로 떨어진 것은 목이 아니라 손.

건틀릿을 낀 손이 떨어진 곳 주변에 핏방울 또한 후두둑 떨어졌다.


땅에 떨어진 손에서 절단면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 주변에 보이는 새하얀 조각은 뼈가 부서지며 생긴 파편일 것이다.


‘뭐 목이 잘리는 것보단 손목을 잃는 게···.’


어느새 떨어진 손목을 주운 메이블은 그대로 왼손의 절단면에 손목의 절단면을 가져갔다.


마치 두 절단면을 붙이려는 듯 오른손으로 두 절단면을 붙인 다음 감싸자 푸른색의 기운이 그곳을 감쌌다.


절단면이 붙은 곳을 원으로 감싸고 오른손을 놓자 메이블의 왼손이 다시 꿈틀거리며 움직였다.


‘하는 걸 보니 접목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네요.’


3초, 잘린 메이블의 손목이 다시 붙는 데 걸린 시간이었다.


‘그리고 저렇게 빨리 붙는 것을 보면 주 속성은 물이겠네요.’


아마도 마나를 깊게 다루는 속성이 물 속성인 만큼 소서러는 눈앞의 메이블이 보여준 것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릉, 메이블의 손에 쥐어진 성검이 찰랑이는 물을 머금었다.


발이 흙을 밀어내는 소리와 함께 메이블이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양손으로 칼자루를 쥐고서 검날을 앞으로 보여준 채 달려드는 것을 보면 목을 포함한 앞면을 베어버리려는 것 같았다.


슈슈슉- 퍼퍼퍽-!


고드름을 정면으로 날려도 심장이나 얼굴로 향하는 것만 막을 뿐 나머지는 그냥 몸으로 받아내는 모습에 소서러의 미간이 좁아졌다.


흠···.

소서러가 다시 오른팔을 움직여 받아낼 준비를 시작했다.


그그극, 메이블의 성검이 흙을 긁어내며 소서러의 몸을 크게 베어낼 시동을 걸었다.


‘어차피 그런 전조가 큰 공격은.’

피하거나 그냥 막으면 되겠···.


소서러의 코앞까지 다가왔지만 메이블의 검은 흙을 긁어낸 이후로 조금 위로 올려져 있을 뿐 더 움직이지 않았다.


게다가 전혀 줄어들지 않은 속도와 자신을 보며 실룩거리는 메이블의 입꼬리가 검로를 대신했다.


쾅-!


줄이지 않은 속력과 어깨의 갑주를 이용해서 앞으로 들이박자 그대로 소서러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크윽···!”


뒤로 넘어진 몸을 일으키기 위해서 양손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나려는 소서러의 얼굴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한층 어두워진 숲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늘진 메이블의 얼굴과 양손에 들어 올려진 검날이 소서러의 머리를 노리며 내려갔다.


퍽-!


소서러는 아래로 내려오는 검격에 몸을 오른쪽으로 굴렸다.


퍽-! 퍼퍽-!

쉴틈없이 이어지는 검격에 의해서 흙을 때리는 소리와 함께 소서러의 몸은 공격을 피하기 위해서 바닥을 이리저리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위로 검 끝을 향한 채로 소서러를 노리는 검날에 반사적으로 오른팔을 들어 목과 얼굴을 가렸다.


‘근데 방향이 조금 오른쪽···!’


캉-!


처음부터 목이 아닌 오른쪽 어깨를 노린 것인지 강철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검이 소서러의 오른쪽 어깨의 로브와 만났다.


카가가각-!


요란한 소리와 하늘색 빛을 내며 발광하는 로브의 회로가 검을 필사적으로 막아내고 있었다.


‘아직 동력을 공급하는 마나석에 잔량이 있으니···?’


순간 소서러의 오른쪽 어깨 위로 모여드는 파란 점들에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메이블이 소서러에게 몸을 날릴 때 표식을 새겨둔 것인지 소서러의 오른팔에 파란 점 4개가 모여들었다.


“미분.”


쨍그랑-!

점이 터짐과 함께 먼저 오른쪽 어깨에 새겨진 회로가 깨졌고.


서걱-!

절삭음과 함께 소서러의 팔이 바닥을 굴렀다.


“후···.”


이제··· 복수까지···.


눈앞에 보이는 자신의 결과물을 보고 메이블의 거친 호흡을 내뱉었다.


“얼마 안 남았···!”


쾅-! 무언가가 얼굴에 묵직한 타격을 가하자 시선이 옆으로 구르며 몸이 공중에 뜬 것 같은 느낌에 정신이 멍해졌다.


“으으윽···.”


왼손으로 머리를 짚고 바닥을 바라보자 눈앞이 요동치고 있어 초점을 맞추기 어려웠다.


고개를 들어보면 꽤나 떨어진 거리에서 자신이 팔을 잘랐던 소서러가 천천히 몸을 일으키고 있었고 몸이 여기까지 날아오며 검을 놓친 것인지 팔을 뻗으면 살짝 모자란 거리에 성검이 떨어져 있었다.


“어떻게···?”


점점 자리를 찾는 눈으로 눈앞의 소서러를 바라보자 남아있는 그녀의 왼손이 하늘색의 얼음으로 뒤덮여있었다.


“하아··· 재미있네요?”


텁, 소서러가 떨어진 왼팔을 주워 잘린 면끼리 맞대며 메이블이 했던 것처럼 접목을 시도했다.


“처음에는··· 가만히 서서 멍을 때리는 걸 보며 어떻게 써먹을지 고민이 됐는데···.”


팔이 붙었는지 소서러의 왼손이 꿈틀거리며 얼음으로 둘러싸였다.


그리고 천천히 손을 감싼 얼음이 형태를 갖추자 양손에 거대한 건틀릿이 자리 잡았고 무게가 꽤 되는지 아래로 축 처진 팔을 보여주고 있었다.


“확실히 저 정도는 돼야···!”


입 밖으로 웃음을 내뱉은 소서러의 입이 크게 반월을 그렸다.


“써먹을 만하죠.”


&&&


먼저 앞으로 달려 나가 이리스에게 향하던 공격을 대신 맞은 메이블을 확인한 레이너는 우선 바닥에 쓰러진 이리스에게 다가갔다.


“레이너···?”


넘어진 이리스에게 오른손을 내밀며 레이너가 입을 움직였다.


“자, 우리도 메이블을 도와주자.”


레이너가 내민 손을 향해 이리스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위로 올라가는 손에 맞춰 이리스는 피를 잔뜩 머금고 붉어진 레이너의 하늘색 머리카락과 오른편으로 흘러내리는 핏물을 보았다.


고통을 참는 것인지 왼쪽 눈이 조금 감겨 있는 채로 떨리고 있는 모습에 이리스의 눈이 아래로 향했다.


“···.”


잔뜩 찢어진 상처가 가득한 왼쪽 정강이가 조금씩 좌우로 움찔거리며 다리를 덮은 가죽을 붉게 적시고 있었다.


충분히 마나로 치료가 가능한 수준의 상처이긴 했지만, 아직도 치료하지 않은 것을 보면 저것을 그대로 둘 정도로 마나를 아껴야 하는 상황일 것이다.


“너··· 다리에 상처가 아직···.”


눈앞에 다가오는 손을 먼저 잡아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먼저 내뱉은 말이 무색하게 레이너가 다시 손을 뻗어 이리스의 오른손을 낚아채 잡아당겼다.


“···!”


까득, 고통을 참으려는 듯 이리스를 일으켜 세우며 다물어진 레이너의 입과 눈에 힘이 들어갔다.


“미, 미안.”


이리스가 몸을 직접 밀어 일으킨 덕에 레이너의 얼굴에 힘이 조금 풀렸다.


“··· 일단 이 장소 자체가 함정이었던 것 같아. 원래 가려 했던 방향과 조금 틀어져 있기도 헸고 이렇게 뻥 뚫린 장소가 있는 것도 그렇고.”


이리스를 도와준 후 다시 오른손으로 글라디우스를 집어 들며 레이너가 말했다.


“메이블이··· 거리를 벌리면 내가 진입할 테니까 일단 저기로 달려.”


레이너가 글라디우스의 끝으로 나무가 우거져 보이는 방향을 가리켰다.


“저기가 원래 가려 했던 방향이야. 그냥 쭉 직진하면 되니까 그리 어렵지 않을 거야.”


“넌···?”


“··· 알겠지?”


“하지만···!”


“부탁할게···.”


쾅-!


옆에서 들린 충격음에 고개를 뒤로 돌리자 메이블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충격음이 왜···?”


훽, 고개를 소서러에게 돌리자 두 손을 감싼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건틀릿이 보였다.


“저놈도··· 클래스가 배틀 메이지(Battle Mage)? 그래서 생각보다 근접전에 강했···.”


“이리스, 지금이야.”


“뭐?!?!”


이리스가 급하게 입술과 왼손을 움직였지만 이미 방패를 들고서 앞으로 나서는 레이너를 붙잡지 못했다.


‘다가온다!’


메이블에게 달려가는 소서러는 본색을 드러낸 듯 웬만한 슈발리에만큼 빠른 발놀림을 보여주고 있었다.


‘죽어도 내가 막···.’


어차피 가만히 있으면 주먹을 맞고 그대로 몸이 터져나갈 메이블의 모습에 이를 악물며 방패로 주먹을 막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타닷! 소서러 발걸음이 잠시 멈춰 바닥을 밀더니 방향을 틀었다.


쾅-!


그리고 거대한 건틀릿을 장착한 소서러의 오른 주먹의 목적지는 메이블이 아닌 레이너.


“커헉-!”


주먹이 틀어진 것을 보고 서둘러 방패로 앞을 가렸지만, 방패를 통해 느껴지는 충격이 너무나 컸다.


충격 때문에 방패를 든 왼손이 벌어졌고 자연스럽게 이어진 왼손의 연격에 그만 복부를 내어주고 말았다.


퍽-!


몸이 갑자기 위로 떠 오르는 느낌과 함께 맞은 부위는 복부였지만 이상하게 머리가 맞은 것처럼 눈앞이 요동치며 머리가 울렸다.


“더 놀고 싶지만···. 제가 좀 바빠서요.”


귓가로 먹먹하게 들려오는 소서러의 목소리와 함께 눈앞에는 건틀릿 때문에 생긴 그림자에 눈앞이 어두웠다.


쾅-!


서둘러 왼팔을 몸으로 접자 방패가 건틀릿과 부딪혀 금속음이 울렸다.


쾅-!


팔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지만 공격은 막았다.


쾅-!


공격은 막았지만, 방패가 쩌적이는 소리를 내며 갈라지고 있었다.


‘조금만 더···!’


멈추지 않는 연격을 막는 것은 고통스러웠지만 자신이 시간을 끈 만큼 이리스가 부탁한 대로 해낼 거라 생각하며 정신을 차렸다.


“막기만 하는 걸 보니··· 시간을 벌려고 했군요.”


주먹이 아닌 목소리가 방패에 막혔다.


“그 녹색 머리··· 입고 있는 갑옷에 비하면 생각보다 재빠르네요?”


여전히 주먹 대신 들려오는 목소리에 레이너의 숨도 트인 것 같았다.


“하지만 소서러인 제가!”


저 많은 슈발리에 들을 어떻게 가지고 있을까요?

방금 막아냈던 주먹보다 더 큰 충격처럼 느껴진 말에 레이너의 방패가 떨렸다.


“그러니 그 둘은 독 안에 든 쥐예요. 게다가 당신도 피곤하실 텐데···.”


소서러가 왼팔을 크게 들어 준비하는 주먹의 튀어나온 뼈 위로 고드름으로 이루어진 가시가 돋아났다.


“잠시 눈 좀 붙이세요.”


퍽-!


주먹이 뻗어나가며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들렸지만, 방패로 느껴지는 충격이 없었다.


“레이너. 일어서라.”


익숙한 진중한 목소리에 얼굴을 가리고 있던 방패를 치우자 검은 머리카락과 주황색 불꽃을 감싼 주먹이 보였다.


“태화님! 메이블과 이리스가 위험···!”


소서러에게 들은 내용을 서둘러 입 밖으로 꺼냈지만 단신으로 몰려드는 골렘을 상대한 탓인지 감겨 있는 태화의 왼쪽 눈과 함께 오른팔이 새까맣게 타 있었다.


“그럼 네가 움직여라. 여긴 내가 맡으마.”


무엇보다 느껴지는 불꽃의 세기가 너무나 미약해 보였다.


“··· 하필이면 여기서 배틀 메이지를 만나다니.”


“그러게요. 당신의 몸에 새겨진 회로를 보니 교단 소속이었군요?”


꽈악, 태화가 주먹을 쥐어 남은 마나를 어림잡아보자 턱없이 부족했다.


‘만전이라면 몰라도 지금은 한 번 맞으면 뻗겠군.’


따라서 상대의 말에 동조하듯 입을 열었다.


“그 건틀릿은 동부의 방식이고.”


“네~ 그렇죠.”


후욱-!


소서러가 질문에 답하는 사이 앞으로 몸을 숙여 내달린 태화의 주먹이 소서러의 안면으로 향했다.


쾅-! 오른손을 감싼 건틀릿을 방패 삼아 태화의 주먹을 막은 소서러의 입이 미소를 머금었다.


“역시 이렇게 주먹을 맞대고 싸우는 게 가장 재밌는데? 당신도 그렇죠?”


빠악-!


팔로 주먹을 막고 안으로 파고드는 왼 주먹을 태화가 간신히 두 팔을 가까이 붙여 막았다.


스으윽, 그대로 받은 충격에 뒤로 물러난 채로 팔을 조금만 벌려 상대의 다음 동작을 확인하려는 순간 소서러가 발로 땅을 밀며 방향을 틀었다.


‘제길···.’


소서러가 향한 곳의 목적지는 이곳을 빠져나가려는 레이너. 그 모습에 태화가 입술을 짓누르며 뒤따라 발을 움직였다.


“···!”


뒤에서 느껴지는 풍압에 방패를 몸에 가져간 채로 고개를 돌리자 보이는 소서러의 건틀릿.


‘왼팔은 이미 부러졌어. 팔을 내주고 숲으로 숨으면···.’


하지만 부러진 팔은 더는 레이너의 몸을 지켜줄 수 없는 듯 저릿한 감각과 함께 팔이 몸으로 더 움직이지 않았다.


콰지직-!


눈앞에서 주황색으로 이루어진 보호막이 유리 조각처럼 깨져나갔다.


“커헉-!”


외마디의 비명과 함께 레이너의 눈앞에는 자신 대신 소서러의 주먹을 맞은 태화의 널찍한 등이 보였다.


“하핫! 굳이··· 정정당당할 필요 없죠?”


퍽-!


소서러가 그대로 아래에서 위로 주먹을 꽂아넣자 태화의 몸이 위로 붕하고 떠올랐다.


쾅-!


그리고 태화가 떨어지기 전 오른 주먹을 크게 뻗자 그대로 태화의 몸이 레이너의 옆으로 날아가 나무에 박혔다.


“그럼, 패는 맛이 어떨지 볼까요?”


쾅-!


첫 타격에 태화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고.


쾅-!


이어지는 타격에는 태화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퍽-!


부서진 뼈 때문에 물렁해진 살결이 맞는 소리가.


콰직-!


태화와 함께 충격을 받아주던 나무에 파열음과 함께 갈라지는 소리가 들렸다.


“쯧, 확실히 골렘들이 역할을 잘 해줬군요.”


피떡이 되어 움찔거리지도 못하고 있는 태화를 확인한 소서러가 일어서자 인상적인 하늘색 머리카락이 보이지 않았다.


“뭐··· 어차피 안 될 거지만.”


&&&


‘서둘러야 해!’


숲속을 뛰어가는 레이너는 뒤에서 들려오는 충격음에 몸이 떨렸지만 비틀거리는 다리를 어떻게든 부여잡고 달리고 있었다.


‘누군가가 더 있다는 뜻이니 분명 싸움이 일어나면 이쪽 부근에서···.’


흠칫, 황급히 뛰어가던 레이너의 발이 멈췄다.


저벅-.


그리고 그 앞에서 천 갑옷을 입고 있는 슈발리에가 자신에게 걸어오고 있었다.


해가 사라져 숲을 덮은 어둠 속에서도 똑똑히 보이는 푸른 불꽃을 머금은 두 눈이 레이너에게 보였다.


"···!"


눈앞에서 다가오는 사내의 왼쪽 어깨 위에는 들쳐멘 메이블의 긴 푸른 머릿결이 아래로 축 늘어져있었다.


그 모습에 레이너가 서둘러서 손을 허리춤으로 뻗었다.




글라디우스의 칼자루를 잡은 레이너의 손 위로 장갑을 낀 손이 올려졌다.


"확실히··· 외곽 아이들의 수준이 괜찮네."


귀를 간지럽히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사내의 가늘어진 눈이 번뜩이고 있었다.


"내가 있던 곳도···. 이랬음 좋았으려나?"


분명 거리가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레이너가 검을 뽑는 걸 막고 있는 적군의 모습에 몸이 멈췄다.


사내가 그냥 내뿜는 마나만으로도 간신히 붙잡고 있던 정강이가 다시 떨기 시작했다.


'··· 못 이겨.'


바라만 보고 느껴지는 마나의 기운만으로도 알 수 있는 상대와 자신의 메꿀 수 없는 깊이를 깨달은 레이너의 눈이 흔들렸다.


퍽-!


날카로운 물체가 등을 뚫자 뾰족한 고드름의 끝이 눈의 떨림이 멈췄다.


"···!"


그 등을 뚫고 나온 고드름을 바라보는 레이너의 모습에 사내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만 보지 마시죠?"


털썩, 주저앉은 레이너의 옆으로 소서러가 걸어왔다.


"서둘러야 해요. 저 멀리 보이는 횃불이 당신 뒤에 닿는 건 시간문제라고요."


"알겠어. 이 아이랑 이 보라색 보석이 박힌 검만 있으면 된다고 했지?"


"네~! 정확해요."


"그럼, 내 병력까지 내어줬는데 굳이 나까지 부른 이유가 있나?"


슈발리에가 눈을 돌려 레이너를 바라보며 물었다.


'··· 척추가 부러졌나 봐. 움직일 수가···.'


바닥에 주저앉은 레이너의 몸이 움찔거릴수록 피만 더 토해내고 있었다.


"음··· 이쪽에 꽤 강한 슈발리에가 있어서 그랬는데. 지금 코빼기도 안 보이는 걸 보면··· 당신만큼은 아니었나 봐요?"


키득거리는 소서러의 비웃음이 점점 레이너의 등 뒤에서 멀어지고 있었다.


'움직여···!'


레이너의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하자 하늘색의 기운이 상처 부위를 감싸기 시작했다.


'내 목숨이 지금 누구 때문에 붙어있는데···.'


퍽, 오른발을 이용해 땅을 밀어내며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두둑-!


뼈가 억지로 끼워 맞춰지는 소리와 함께 레이너의 오른손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으윽···!”


뒤로 돌아 멀어지고 있는 슈발리에와 소서러를 향해 오른발을 내밀었다.


‘연화가··· 나 대신···.’


씽. 등골이 서늘해지는 감각과 함께 레이너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허··· 억···.”


입을 벌리자 목소리가 잠긴 것처럼 먹먹해 오른손을 목으로 가져갔다.


울컥.


그러자 손가락을 타고 느껴지는 액체의 느낌과 고개를 조금 숙이자 계속해서 목에서 쏟아져 나오는 피.


“··· 애쓰네요.”


저 멀리 들려오는 소서러의 침울한 소리에 고개를 든 레이너의 앞으로 검기가 날아왔다.


“커헉-!”


그대로 레이너의 몸과 푸른 불꽃의 검기가 충돌하자 레이너의 몸이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 허벅지까지 직선으로 찢어졌다.


저벅, 나뭇가지가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자신의 뒤로 걸어가는 두 사람의 걸음 소리를 느끼며 레이너의 눈이 빙그르르 돌았다.


‘··· 연화야.’


천천히 감기는 눈꺼풀과 함께 저 멀리서 다가오는 발걸음의 소리가 먹먹한 귓속을 두드렸다.


‘미안 ···해.‘


스르륵, 레이너의 눈이 코앞까지 다가온 횃불을 보고서야 감겼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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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3) 24.08.23 13 1 18쪽
113 112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2) 24.08.22 10 1 14쪽
112 111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1) 24.08.21 11 1 16쪽
111 110화 그날의 불길 속에서 24.08.20 14 1 14쪽
110 109화 전조 (2) 24.08.19 14 1 13쪽
109 108화 전조 (1) 24.08.18 14 1 13쪽
108 107화 예상과는 달랐다 24.08.17 13 1 13쪽
107 106화 더 다가가기 위해서 24.08.16 14 1 14쪽
106 105화 앞으로도 너와 함께 24.08.15 16 1 16쪽
105 104화 나의 목표 (2) 24.08.14 12 1 16쪽
104 103화 서리가 다가오기 전에 24.08.13 13 1 14쪽
103 102화 우리의 집 (1) 24.08.12 13 1 12쪽
102 101화 방패와 나비 (4) 24.08.11 13 1 13쪽
101 100화 방패와 나비 (3) 24.08.10 14 1 20쪽
100 99화 방패와 나비 (2) 24.08.09 15 1 13쪽
99 98화 방패와 나비 (1) 24.08.08 13 1 13쪽
98 97화 내가 놓친 것 (2) 24.08.07 16 1 13쪽
97 96화 내가 놓친 것 (1) 24.08.06 15 1 13쪽
96 95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3) 24.08.05 12 1 14쪽
95 94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2) 24.08.04 12 1 13쪽
94 93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1) 24.08.03 12 1 14쪽
93 92화 어긋나는 길 (3) 24.08.02 13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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