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한 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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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FFT
작품등록일 :
2024.05.08 10:17
최근연재일 :
2024.08.23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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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5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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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64화 아무것도 (2)  

DUMMY

“으윽···.”


지끈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어루만지자 눈앞에는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에 살랑거리는 짧은 풀이 보였다.


“··· 어떻게 된··· 거지?”


분명 레이너가 소서러에게 달려들자마자 메이블의 팔을 잡고 숲속으로 달렸다.


그리고 저 멀리서 불빛이 반짝이는 걸 눈에 담았던 것을 뒤로 아무런 기억이 안 난다.


웅-! 웅-!


머리가 울려서 그런지 귓속으로 들리는 소리가 뭉개져 웅웅거렸다.


“앞이··· 잘 안 보여···.”


어눌하게 움직여지는 입술을 달싹거리며 이리스가 앞에서 이리저리 움직이는 두 형체를 바라보며 집중했다.


“··· 메이블?”


점점 초점이 맞춰지는 눈에는 어떤 슈발리에와 싸우고 있는 메이블의 모습이 보였다.


캉-!


이어진 합에 메이블의 검이 뒤로 튕겨 나가자 상대는 메이블을 대각선으로 베었다.


촤아악-!


“··· 아, 안 돼.”


메이블의 피가 넓게 퍼지는 장면을 눈으로 봐서 그런지 이리스의 몸이 일어섰다.


“으윽···!”


한 걸음 앞으로 걸어갈 때마다 복부가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상처 틈으로 자꾸 뭔가가 흘러나왔다.


“··· 여기서 머뭇거리면.”


왼손으로 복부를 움켜잡고.


“레이너도 메이블도··· 헛고생한 거잖아···.”


오른손으로는 망치를 들어 눈앞에 보이는 슈발리에에게 휘둘렀다.


쾅-!


소리는 요란했지만, 공격을 받은 적의 반응은 미묘했다.


“다, 다시···.”


방금의 휘두름으로 복부의 상처도 더 찢어진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텁.


힘겹게 들어 올린 오른팔이 적군의 손에 잡혔다.


“···!”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을 내려다보는 장신과 어둠 속에서 반짝거리는 두 눈.


푸른 불꽃을 머금고 자신을 바라보는 눈에 이리스의 몸이 얼었다.


‘달라···.’


망치를 휘두르지 못한 이리스의 손이 달달 떨렸다.


‘아까 소서러보다··· 아니··· 이건···.’


그리고 적의 오른손에 쥐어져 있는 양손이 물결치는 푸른 불꽃을 보여주며 타오르는 모습에 이리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죽을 뻔한 마왕성에서도 푸른 숲에서 아리엘과 싸울 때도 느꼈지만 이 정도로 몸이 얼지는 않았던 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스윽, 손목을 잡고 있어 그대로 이리스의 공포를 눈치챈 적은 말없이 검을 들어 올렸다.


‘··· 움직여야 하는데.’


손목을 잡혀있더라도 몸을 옆으로 돌리거나 하다못해 안쪽으로 파고들기라도 해야 한다고 머리는 말하고 있었지만, 눈앞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푸른 불꽃에 의지까지 공포에 먹혀버린 것 같았다.


이리스의 이리저리 요동치는 눈을 바라보는 적군의 눈이 가늘어졌다.


"생각보다 의지가 빨리 식는데···."


슈발리에가 움켜쥐고 있는 이리스의 손목에 압력을 불어넣자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보여줄 건 여기까지인가?"


"···!"


퍽, 그대로 이리스를 뒤로 걷어찬 르노는 양손으로 검을 잡고 오른발을 뒤로 밀었다.


화륵, 슈발리에의 검을 집어삼킨 푸른 불꽃이 물결처럼 일렁거렸다.


"헉!"


검을 위로 들어 올린 슈발리에의 두 눈의 불꽃이 이글거리며 이리스를 노려보았다.


엉거주춤 뒤로 밀려난 이리스가 몸을 겨누기도 전에 검이 물결 같은 검로를 그렸다.


콰직-!


검날이 길게 검로를 그리며 어깻죽지를 파고들었다.


"아···."


짧은 탄성이 이리스의 입에서 튀어나와 자신에게 등을 보이는 푸른 머릿결에 닿았다.


두득- 드득!


뼈가 갈라지고 부러지는 소리, 그것은 이리스의 어깨가 아닌 정면에서 들려왔다.


퍽, 어깨를 파고든 검이 땅을 때리자 그 옆에 오른팔이 툭하고 떨어졌다.


"메이블···."


떨어진 오른팔을 따라 손안에 있는 것은 하얀 검날의 성검.


털썩.


마치 줄 인형의 줄이 끊긴 것처럼 메이블의 몸이 주저앉았다.


"···."


뚝, 머리에서 무언가 끊어지는 감각과 함께 이리스의 발이 앞으로 뻗었다.


오른발이 땅에 닿은 순간 그대로 몸을 앞으로 내던지자 어느새 망치를 쥔 손이 위로 올라갔다.


쾅-!


금속음과 함께 이리스의 망치를 물결처럼 일렁이는 푸른 불꽃이 받아냈다.


"흐음."


다시 가늘게 눈을 뜬 슈발리에의 눈에는 피로 물든 눈으로 자신의 검을 밀어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이리스가 보였다.


"··· 그래. 슈발리에라면 그래야지."


꾸륵, 조금 틀어진 몸 때문에 복부의 상처에서 장기가 흘러나왔지만, 망치를 양손으로 잡고서 힘을 불어넣었다.


"하지만, 너무 늦었어."


팅-!


슈발리에가 검에 힘을 넣자 이리스의 망치가 뒤로 튕겨 나갔다.


서걱-!


이어진 깔끔한 검격에 더 벌어진 이리스의 상처 위로 피가 솟구쳤다.


"커헉!"


벌어진 상처를 왼손만으로 틀어막기에는 쏟아져 나오는 게 너무 많았다.


털썩, 결국 그대로 무릎을 꿇고만 이리스의 앞에는 슈발리에가 쓰러진 메이블을 어깨에 짊어지고 있었다.


저벅- 저벅-.


쏟아져 나오는 것을 간신히 양손으로 붙잡고 있는 이리스의 옆으로 지나가는 적은 눈길 한 번 주지 않았다.


&&&


“아직 안 자고 있었니?”


천막 문을 열고 들어간 방에는 늦은 시간임에도 침대에 눕지 않은 이리스가 있었다. 판금 갑옷 대신 천 옷을 입은 이리스의 살결은 여러 겹 둘린 붕대에 덮어져 있었다.


“아빠, 레이너는···.”


“깨어났단다. 게다가 상태도 많이 좋아져서 내일 너랑 함께 왕국으로 돌아가는 거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이야기해 줬지.”


툭- 툭-.


침상에 앉아서 발을 앞뒤로 흔드는 이리스의 고개가 발끝을 향했다.


“··· 우리 딸, 꿀물이라도 마실래?”


이리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조르륵, 컵에 꿀을 한 숟갈 넣고 물을 따르자 꿀과 물이 조금 섞였다.


“자, 숟가락도 넣어 뒀으니 저어서 마시렴.”


“네···.”


올리비에가 건넨 컵을 양손으로 받자 따뜻한 물을 넣었는지 컵과 맞닿은 손으로부터 온기가 느껴졌다.


“··· 아빠.”


“편하게 이야기 하렴.”


“전··· 항상 메이블을 도와주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우리 딸, 기특하네.”


이리스가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마법을 쓰고 싶어도 뭔가 잘 안됐어요. 검을 잡아도 마찬가지였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망치를 잡은 이유는 아니지만, 이래저래 방법을 찾다가 판금을 입고 적당한 체술 마법 정도만 사용해서도 잘 싸울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무거운 판금 갑옷은 그대로 들이받아도 영향이 있었고 망치는 둔기인 만큼 조금 빗나가더라도 충격이라도 줄 수 있다 보니 ‘이거다!’ 하고 생각했어요.”


휙-, 이리스가 컵의 숟가락을 젓자 꿀과 따뜻한 물이 섞여 달콤한 향을 냈다.


“그래서 처음엔 좋았어요. 방법을··· 찾은 것 같았거든요.”


“더 올라가려면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래도 점차 갑주술이나 둔기술을 배우고 몸에 마나를 두르는 것도 연습했어요. ‘느리지만 계속하면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마음으로 계속했고 당장은 만족했어요.”


“그리고 메이블이 용사가 되었다는 걸 듣자마자 바로 지원했었죠.”


꿀꺽, 따뜻하고도 달콤한 물이 넘어가자 이리스의 얼굴이 조금 펴졌다.


“··· 마왕은 괜찮았어요. 어차피 정찰이 목표였고 이전 용사들의 영웅담을 벌써 써 내려가기엔 부족하다는 것도 알고 있었으니까요.”


“엄마랑 싸우게 되었을 때도··· 아무래도 가족이니까 끝까지 손에서 무기를 놓지 않기조차 어렵고 상황 자체가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제 기억 속의 엄마는 여전히 다정하고 좋았으니까요.”


“그리고 메이블이 설석산으로 떠난다고 했을 때도 제가 아직 오른팔이 없기도 하고 젠 아저씨 말로는 푸리에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것도 괜찮았어요. 아저씨가 같이 가니까 둘 다 무사히 돌아올 거고 전 그동안 더 연습하면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한 번의 휘저음으로는 꿀이 완전히 섞이지 않았는지 이리스의 눈에 물 안쪽에 남아있는 꿀 덩어리가 밟히자 얼굴이 굳어졌다.


“하지만··· 제가 그동안 너무 막연하고 긍정적으로 생각했더라고요. 기회와 위기는 제가 준비되어 있든 아니든 찾아온다는 걸 잊고 있었나 봐요.”


“전, 항상···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느낌인 거 있죠?”


이리스가 고개를 들어 올리비에에게 어색한 미소를 지어보았다.


“게다가··· 메이블이 사실은 용사가 아니라는 걸 일찍 눈치챘다면 그때 그런 말도 안 했을 텐데···.”


메이블과 남부로 떠나기 전날 밤에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 것인지 이리스의 눈빛이 탁해졌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전 성검의 힘까지 받았어요. 이유가 뭘까요?”


“우리 이리스는 이제 뭘 하고 싶니?”


“··· 메이블을 찾고 데려와서 같이 놀고 싶어요. 아직 못 갚은 빚이··· 못한 일이 너무 많은걸요.”


“우리 딸에겐 메이블이 정말 소중한 친구인가 보구나.”


“네··· 덕분에 지금껏 잘 살았죠.”


“같이 있으면 뭐 하지 않아도 좋고 믿을 수 있고 무엇보다 마음이 편했겠구나.”


아래로 향하던 이리스의 시선이 올리비에의 얼굴로 향했다.


“아빠에게도 그런 친구가 있단다.”


언제 탄 것인지 이리스에게 준 같은 꿀물을 한 모금 마신 올리비에의 입이 열렸다.


“메이블이 우리 딸의 인생에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즐거운 추억을 많이 만들어 준 것 같은데 맞지?”


이리스의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졌다.


“아빠의 친구도 아빠에겐 그런 친구란다. 내 첫 친구이자 나와 같은 꿈을 꿨던 소중한 친구지.”


“그 친구와 같은 아카데미에 갔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그걸 알았던 날은 아빠가 그 친구를 집에 초대해서 밤새워서 놀고 그랬단다.”


“그런데 재밌게도 학교에 가서는 아빠도 우리 딸과 같은 고민을 했단다.”


올리비에가 컵을 정면의 탁자에 올려두고서 오른손을 위로 향하게 두었다.


“아빠가 조금 독특한 거 알지?”


녹색의 기운이 올리비에의 손에 모이더니 점점 물처럼 느껴지는 기운이 넘쳐흘러 탁자 위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보통은 급하게 아군에게 마나수혈을 할 때 혹은 내 마나를 제공해야 할 때 이렇게 마나를 꺼내주지. 하지만 우리 딸도 알고 있듯 아빠의 마나는 무한하기에 이렇게 손에서 마나를 뿜어내고 지내도 죽지도··· 그렇다고 마나 부족으로 쓰러지지도 않는단다.”


녹색 빛과 황금빛이 공존하는 올리비에의 마나를 바라보며 이리스의 눈이 커졌다.


“그런데···.”


“이해가 안 되지? 마나가 무한한데 뭐가 문제냐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그런데 놀랍게도 바로 그 ‘마나가 무한하다’라는 게 문제였단다.”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지 이리스의 고개가 기울어졌다.


“아빠의 상태를 구멍 난 항아리에 무한한 물을 계속 담는 꼴로 비유하면 가장 큰 문제가 뭐겠니?”


“잘 모르겠어요.”


“바로 항아리의 크기와 모양을 알 수 없단다.”


“그게 왜··· 문제인가요?”


올리비에가 손에 흐르는 마나를 거두고 다시 마나의 흐름을 바꾸자 작은 나뭇가지가 손 위에 자라났다.


“이리스도 알고 있듯 우리는 모두 정령에서 기원했단다.”


따라서 우리의 영혼은 모두 정령(Spirit)이고 누구나 마나를 다루고 마법을 쓸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지.


"그렇담, 푸리에를 지나 최종적으로 라플라스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게 되는지 알고 있니?”


“그저··· 강해지는 걸 표현하는 거 아닌가요?”


이리스의 물음에 올리비에가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그 의미는 바로 지금의 삶에서 내가 되고 싶은 모습으로 내 영혼을 담는 그릇인 항아리를 완성하는 것이자. 결국에는 ‘나’를 표현하는 마법을 만들어내는 것이란다.”


내가 되고 싶은 모습? 내 영혼을 담는 항아리를 완성···?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어. 고개를 숙여 손에 주먹을 쥐고 피는 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의 영혼, 정령은 한 번 태어나서 죽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란다. 우리가 죽어도 작금의 내가 죽는 것일 뿐 우리의 영혼은 정령계로 돌아가 기억을 없애고 다시 다음을 기다린단다.”


그렇게 계속 내 영혼의 수명이 끝날 때까지 이 땅에서 태어나고 죽는 걸 반복하지.


“하지만 재밌다고 할 수 있는 건 우리에게 항상 정해져 있는 건 내 기질과 주속성 뿐, 나머지는 모두 우리가 직접 내 삶에서 정하고 만들어 나갈 수 있단다.”


“만들 수 있다···.”


“단순히 과거에는 농부였거나 귀족이었거니와 같은 신분이나 외모, 직업 등이 아니라. 내가 바라고자 하는 모습이.”


“예를 들면 어떤 동물.”

위로 향한 올리비에의 오른손에 뭉친 마나가 주먹 크기의 소와 돼지 그리고 용의 모습으로 변했다.


“아니면 어떤 꽃.”

이번에는 목련, 개나리꽃, 장미로.


“아니면 자연현상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눈 덮인 바닥, 폭염으로 메말라간 대지, 그리고 폭풍우의 모습이 올리비에의 손에서 하나 둘 펼쳐졌다.


“··· 아빠도 라플라스를 사용할 수 있으니 아빠도 무언가 되거나 아빠만의 마법을 가지고 있어요?”


“이론적으론 그렇지.”


이론···.

올리비에의 답변에 이리스의 눈이 가늘게 떠졌다.


“아빠는··· 조금 애메하단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이거 조금 어려운 이야기가 될 것 같으니···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하마.”

올리비에가 꿀물이 들어있는 잔을 수저로 휘휘 저으며 말을 줄였다.


“어쨌든 이론적으로 그렇다는 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것이지 ‘무조건’은 아니니까.”


스르륵, 올리비에의 손에 뭉친 마나가 형상을 이루더니 어느덧 검으로 변했다.


“딸이 보기에는 이런 마법이 아빠만의 마법이 아닌 건 알고 있잖니?”

이런 건 라플라스 계열의 마법일 뿐이지.


올리비에가 손에 주먹을 쥐자 검이 팟하고 녹색과 황금빛의 작은 가루로 변해 흩날렸다.


“아빠가 말한 라플라스의 경지라는 건. 정말 바라는 무언가가 함께 있어야 한다는 것과 자신이 그렇게 될 수 있다는 일종의 매개체가 필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아빠처럼 그저 효과적으로 싸울 수 있는 수단에 불과해지는 거지.”


더 쉽게 말하면··· 주속성이 불인 사람이 자신의 불꽃색을 알게 되면 자신을 상징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 것과 비슷하단다.


“그래서 자신이 어떤 항아리인지 아는게 중요하단다. 내 삶의 통해서 결정된 내 항아리의 모습을 알아낸다면 내가 어떤 모습으로 되고자 하는지 조금이라도 알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으니까.”


스윽, 수저를 잘 휘저어 덩어리진 꿀이 잘 섞인 물을 입으로 가져가자 달콤함이 부드럽게 목을 넘어갔다.


“이제 조금 알겠지? 서론이 길었지만, 아빠는 아직도 조금이라도 고차원적인 마법은 못 쓴단다. 내 마나는 '적당히'를 몰라서 마나를 조절해야 하는 마법은 전부 망가지거든.”


검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주자 검이 나무로 바뀌어 작아지더니 다시 나뭇가지로 변했다.


“결국 더 위로 올라갈 수 없었기에 아빠도 친구에게 점점 도움이 못 된다고 생각하면서 좌절했던 적이 많았지. 그것 때문에 울기도 엄청나게 했고.”


“참··· 성별이라도 달랐으면 내 얼굴이라도 써먹어 볼 텐데 그것도 아니니 내가 가진 것 중 쓸모 있는 게 없다고 많이 생각했었단다.”


올리비에가 이리스의 손을 부드럽게 감쌌다.


“그런 아빠에 비하면··· 우리 딸은 훌륭하게 잘 해내고 있단다. 아빠도 내가 강했으면 적어도 마법이라도 좀 다양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을 많이 했거든.”


“··· 하지만 전 아빠처럼 그런 것도 아닌데 아직도 제 마나를 잘 모르겠어요.”


“그래도 우리 딸의 마나가 뭐가 이상한지는 아빠가 알려줬지 않니?”


“아빠의 말에 비유하면··· 항아리가 엄청 크다는 거였죠?”


“그래, 한 번은 그 항아리에 든 것을 다 털어낸다면 앞으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될 거지만··· 그게 어렵긴 하지.”


“··· 그래서 매일 토할 때까지 마법 연습을 했는데.”


이리스의 말에 올리비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나왔네.”


“··· 토하는 것 이상을 해야 한다···?”


“아빠도 그렇게 연습했거든. 피를 토하면 다시 마나로 회복하며 반복했단다.”


“풋, 그게 뭐예요.”


어이가 없는지 이리스의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그래도 지금은 아빠가 옆에 있잖니? 아빠가 손 닿는 만큼은 도와주마. 그러니 오늘은 이만 침대에 눕자꾸나.”


“··· 아빠.”


탁자 위의 컵을 치우던 중 이리스의 부름에 고개를 돌렸다.


“아빠는··· 친구를 다시 만나셨나요?”


이리스가 탁자를 한쪽 구석으로 몰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만났지. 당연히 가장 먼저 찾아가 봤는걸? 개랑 아내랑 둘 다 크게 변한 것이 없었지··· 여전하다니까.”


올리비에가 기분이 좋아졌는지 얼굴이 활짝 펴졌다.


“개도··· 아들이 한 명 있는데··· 내 친구를 똑 닮았더구나.”


“다음엔 같이 찾아가도 될까요? 아빠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궁금해요.”


“그럴까? 게다가 개 아들이 아마도 너랑··· 그래 동갑이겠구나.”


“그래요···?”


“어때? 관심이 생겼니? 아빠는 그 아이라면 언제나 환영이란다.”


“하.하.하.”


이리스가 어색하게 웃음을 내자 올리비에는 그것을 보며 마음이 풀렸는지 이리스가 이불속에 몸을 넣는 것을 보며 천천히 등불을 꺼트렸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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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4 113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3) 24.08.23 13 1 18쪽
113 112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2) 24.08.22 10 1 14쪽
112 111화 또다시 그날의 불길 속에서 (1) 24.08.21 11 1 16쪽
111 110화 그날의 불길 속에서 24.08.20 14 1 14쪽
110 109화 전조 (2) 24.08.19 14 1 13쪽
109 108화 전조 (1) 24.08.18 14 1 13쪽
108 107화 예상과는 달랐다 24.08.17 13 1 13쪽
107 106화 더 다가가기 위해서 24.08.16 14 1 14쪽
106 105화 앞으로도 너와 함께 24.08.15 16 1 16쪽
105 104화 나의 목표 (2) 24.08.14 12 1 16쪽
104 103화 서리가 다가오기 전에 24.08.13 13 1 14쪽
103 102화 우리의 집 (1) 24.08.12 13 1 12쪽
102 101화 방패와 나비 (4) 24.08.11 13 1 13쪽
101 100화 방패와 나비 (3) 24.08.10 14 1 20쪽
100 99화 방패와 나비 (2) 24.08.09 15 1 13쪽
99 98화 방패와 나비 (1) 24.08.08 13 1 13쪽
98 97화 내가 놓친 것 (2) 24.08.07 16 1 13쪽
97 96화 내가 놓친 것 (1) 24.08.06 15 1 13쪽
96 95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3) 24.08.05 12 1 14쪽
95 94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2) 24.08.04 12 1 13쪽
94 93화 새벽을 등지고 더 안으로 (1) 24.08.03 12 1 14쪽
93 92화 어긋나는 길 (3) 24.08.02 13 1 14쪽
92 91화 어긋나는 길 (2) 24.08.01 12 1 15쪽
91 90화 어긋나는 길 (1) 24.07.31 14 1 20쪽
90 89화 파고드는 가지 (4) 24.07.30 14 1 14쪽
89 88화 파고드는 가지 (3) 24.07.29 12 1 13쪽
88 87화 파고드는 가지 (2) 24.07.28 14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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