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립무사 (白笠武士)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무협

완결

새로핀
작품등록일 :
2024.05.08 10:26
최근연재일 :
2024.08.25 20:40
연재수 :
112 회
조회수 :
35,722
추천수 :
585
글자수 :
662,209

작성
24.06.01 20:40
조회
337
추천
5
글자
13쪽

청려각

DUMMY

배에는 육검연의 예측대로 삼도천 사람들과 궁사들의 병장기가 실려 있었다. 그 병장기의 주인은 바우가 데려온 36명의 궁사 것이었다.


삼도천 사람들과 함께 온 산채 두령 바우도 반가운 인물이었지만 또 하나의 반가운 사람이 있었다. 이작도였다. 이작도는 태건의 부탁으로 바우와도 만나 앞날을 논의했고 삼도천에도 들러 추연소에게서 앞으로의 계획도 들었다.


마침 뱃길로 바우가 조련한 궁사 1개 조를 데리고 태건에게 간다는 말을 듣자, 이작도도 함께 따라나선 것이다.


삼도천에서는 삼연의 스승이 삼도천 무사 10명을 데리고 왔고, 바우는 궁사 1개 조 36명과 함께였다.


오랜만에 만난 일검과 이작도, 그리고 사부를 만난 삼연이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동안, 태건은 산채 두령 바우와 만났다.


“그간 무고하셨습니까? 워낙 무공이 뛰어나시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늘 안위가 염려되었습니다.”


“저보다 바우님이 고생 많았습니다. 별다른 문제는 없었는지요.”


“처음에 반감을 품은 자들이 있긴 했지만, 태건님이 삼도천 대주가 되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삼도천에서 궁사들을 위해 식량을 보내오고부터는 아무도 불만을 말하는 자가 없었습니다.”


“궁사들의 실력은 믿을만합니까?”


“어휴, 누가 지도했는데요. 이검과 세검님, 이연과 세연님 모두 조선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분들인데요.”


“그래도 배우는 것과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은 별개라서···”


바우는 태건의 말을 듣고는 벌떡 일어나 궁사 지휘관을 불러 무언가를 지시했다. 그러고는 태건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무리 설명한들 그냥 한 번 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시범을 보이라고 했습니다.”


태건은 그곳에 있는 모든 사람을 불러 앉게 하고 이검과 세검, 그리고 이연과 세연이 기틀을 잡아준 36명의 전술 시범을 직관했다.


마당의 끝에 보병의 높이와 기병의 높이에 각각의 표적을 세우고 전술 시범이 시작됐다.


12명씩 3개 조로 짜인 궁사들은 지휘관의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앞에는 애기살을 쏘는 궁수 12명, 중간에는 커다란 방패 두 개를 운용하는 방패조 12명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12명의 장궁조가 모여 하나의 부대를 이루고 있었다.


바우가 태건을 보며 속삭였다.


“애기살 쏘는 통아도 백운령 장인이 만들었습니다. 한 번 쓰고 못 쓰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사용해서 아주 좋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쇠뇌와 연노로 대체할 거라 했습니다. 삼도천 무사들 일부는 이미 사용 중이고 우리가 사용할 것들은 지금 열심히 만들고 있답니다.”


“그렇군요. 백운령이 우리에게 큰 힘이 되고 있네요.”


지휘관의 구령 소리와 함께 두 개로 포개졌던 방패가 아래 사수들을 보호한 채 내려지자, 장궁조 12명의 모습이 드러났다. 곧이어 12개의 화살이 표적을 향해 날았다. 화살은 정확하게 과녁의 정중앙에 모두 들어가 박혔다.


이어 구령 소리와 함께 방패가 올라가니 방금 장궁을 쏜 12명의 장궁조의 모습이 방패 안으로 사라졌다. 다시 구령과 함께 이번에는 아래 방패가 들리는가 싶더니 애기살 12개가 표적을 향해 날았다. 역시 모두 표적에 명중하자, 이번에는 애기살 부대가 가려졌다. 그렇게 여러 번 반복이 되고는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 때의 상황이 연출되었다.


적이 가까이 다가왔을 때를 염두에 둔 훈련이었는데, 애기살 조가 화살을 쏘고는 곧바로 뒤로 물러남과 동시에 방패 조원들이 뒤에 있던 장궁조에게 방패 하나씩을 건넸다.


방패의 옆에는 한 번 접히는 장창이 매여 있었는데, 장궁조가 방패를 받자마자 창을 풀어 결합하고 함성을 지르며 공격을 시작했다. 백병전을 염두에 둔 훈련이었다. 바우가 다시 태건을 바라보며 정보를 주었다.


“접히는 장창은 대장장이 마을 천우형이 만들어 주었습니다. 그 사람은 상황을 보면 딱 맞는 무기가 저절로 떠오르나 봅니다.”


“네, 잘됐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36명 1조씩 3개 조가 다인가요?”


“아닙니다. 이미 훈련을 끝난 조는 1개 조는 여기에 오고, 또 한 조는 분부하신 대로 정주목에 장만회 여각이 지어지면 그곳 방비에 나설 겁니다. 그리고 남은 한 조는 우리 산채를 지키며 새로 시작하는 조원들 훈련도 맡을 것입니다.”


“인원과 물자는 부족하지 않나요?”


“알음알음 찾아오는 청년이 꽤 됩니다. 물자는 삼도천에서 충분히 대주고 있고요. 아, 그리고 길주에 있는 산채에도 연락이 닿았습니다. 아마 태건님 오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겁니다.”


“길주라면?”


“여기 북청 지나면 단주고 거길 지나면 바로 길주지요. 거기 고두산에 산채가 있습니다.”


삼연의 사부가 바우와 태건의 대화 중에 끼어들며 흐뭇한 표정으로 태건을 보며 말했다.


“이렇게 제대로 된 시범은 처음 봅니다. 생각보다 강력하네요. 장궁에 백운령 화살을 메기면 더욱 파괴력이 있을 듯싶습니다.”


태건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부는 함께 온 10명에게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10명의 여인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횡대로 서더니, 등 뒤에서 무기를 꺼내 들었다. 앞의 다섯은 연노를 들었고 뒤의 다섯은 노궁을 들고 있었다. 노궁과 연노는 애기살과 장궁보다 강력했다.


태건이 사부를 바라보며 물었다.


“백운령이 결국 만들었군요.”


“네, 저기 이작도님께서 대장장이 마을의 기술자들을 불러와 백운령의 지도하에 만들었습니다. 노궁은 장궁보다도 더 빠르고 강력하며 연노는 모두 5발이 동시에 발사되는데, 애기살보다 살상력이 좋습니다.”


“그렇군요. 이제 여기에 대국의 화포와 왜놈들의 총, 그리고 화약까지 확보해 두었으니 더 강력한 무기를 만들 수 있을 듯합니다.”


태건의 말을 듣고 놀라는 사부에게 서연이 상세하게 겪은 이야기를 전해주자, 사부뿐만 아니라 바우와 이작도도 매우 놀라며 태건을 바라봤다.


“군사를 일으켜 성을 함락하고 군사를 움직이는 것만이 전쟁은 아닌 듯합니다. 이들은 벌써 우리 깊숙이 침투해 살인을 일삼고 공포를 조장해 혼란을 만들고 있습니다. 소규모 전쟁은 이미 벌어지고 있는 겁니다.”


태건의 말에 이작도가 주먹을 쥐며 분개했다.


“여진만이 아니라 대국까지 그럴 줄을 몰랐습니다.”


노궁과 연노의 시범까지 마치고 나자, 사부는 여인 하나를 불러 태건에게 인사시켰다.


“이 여인이 북청관의 옛 주인 청려입니다.”


청려(淸麗)라는 여인은 태건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인사했다.


“정확히는 북청관이 아니라 청려각의 주인이었지요. 청려각은 저희 부친께서 제 이름을 따 지어주셨는데, 부친께서 돌아가시고 얼마 되지 않아 청려각을 빼앗기고 이름까지 북청관으로 바뀐 거랍니다.”


“그런데 삼도천에는 어떻게···”


“아, 제가 모든 걸 버리고 세상을 떠나려 할 때 추연소 대주님이 절 구해주셨지요. 그 후로 저는 죽을힘을 다해 무술을 연마했습니다. 다시는 힘이 없어 제 것을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하려고요. 많이 기다렸는데, 오늘 같은 날이 오네요. 그동안 화선을 통해 이곳 소식은 계속 듣고 있었습니다.”


태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 그리고 좌중을 보며 말했다.


“이제 여기 북청관은 주인을 찾았습니다. 여기는 다시 청려각이 될 것이고 행수는 청려님이 맡을 것입니다. 아마 저들도 원래의 주인이 다시 찾은 것이니 명분을 들먹이지는 못할 것입니다. 다만 위험은 계속될 겁니다. 이곳은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곳이니만큼 철저히 방비해서 다시 빼앗기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태건은 백두와 천두를 청려에게 인사시키고 청려각을 잘 지켜 달라고 당부했다. 사부도 삼도천 무사들과 바우의 궁사들에게 손으로 먼 곳을 가리키며 세세히 설명했다.


“저기 검덕산 지나면 희사봉과 후치령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시작한 물줄기가 동해로 이어지거든요. 이곳은 북으로는 육로가 넓게 열려 있고 동쪽으로는 뱃길이 닿아 있어 이동하기 좋은 요충집니다. 아마 대국 놈들은 이곳을 되찾으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에게 달렸습니다. 잘 막아주세요.”


청려는 기생들을 모두 모아놓고, 2패 기생들은 악기 연주와 좋은 음식으로 손님들을 맞으라 했고, 매춘을 업으로 하던 3패 기생들은 고향으로 돌아가거나 삼도천 여인이 될 것을 선택하게 했다. 그리고 색주가 유곽은 다시 예전처럼 보부상들의 여각으로 만든다고 알렸다.


3패 기생들의 대부분은 부모도 없거나, 고향으로 돌아갈 수도 없는 처지여서 모두 삼도천으로 가는 것을 선택하였다.


태건이 약에 취해 깨나지 못하고 있는 거식을 찾아가려는데 이작도가 다가왔다. 그러고는 깊이 고개 숙이더니 마음에 있는 말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의심도 했지만, 저를 각성하게 해 주시고 올바른 일을 함께할 수 있게 해 주셔서 진심 감사드립니다.”


“이미 작도님은 많은 일을 해 주고 계십니다. 앞으로도 하실 일이 많아질 겁니다.”


“그래서 말씀드리는 건데, 이참에 저도 대장장이 마을 떠나 더 의미 있는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태건은 이작도를 바라봤다. 굳은 결의가 보였다.


“발각되는 날에는 누이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을 텐데요.”


“사실 그것 때문에 망설이기도 했지만, 언제까지 숨어 살 수는 없는 노릇이라서···”


태건은 잠시 망설이다 제안했다.


“그럼, 이참에 우리와 동행하시어 고두산으로 가시지요. 그곳 산채도 체계적으로 조련이 필요할 듯싶소만.”


태건과 작도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청려각 문 앞에서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관군이 온 것이었다.


“여기에 싸움이 났다는···”

“그런 거 없습니다.”

“그런데 왜 북청관 현판은 떼어버린 거요?”

“원래대로 바꾸려 합니다.”

“원래대로라면··· 청려각 말이오?”

“그렇습니다.”

“변고가 있었던 게 틀림없네. 행수 좀 봅시다.”

“행수는 지금 없습니다.”

“어허, 내가 들어가서 직접 확인해 봐야겠소.”

“안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청려각으로 다시 복구하면 그때 문을 열겠습니다.”


군관은 화선의 제지에 당황하면서 안을 보려 기웃거렸다. 멀리서 지켜보고 있던 백두와 천두가 화선의 옆으로 오더니 나졸들을 노려봤다. 군관은 백두와 천두의 덩치에 놀란 듯 목소리를 낮추며 물었다.


“이 자들은 누구요?”

“청려각을 지키는 사람들입니다.”

“원래부터 있던 사람이오?”

“아닙니다. 새로 왔습니다.”

“내가 잠깐만 들여다보고 가면 안 되겠소?”

“꼭 여기서 소란을 피우고 싶으신 겝니까?”


화선의 목소리가 커지자, 백두와 천두가 한 발짝씩 앞으로 나섰다. 군관은 기가 질리는 듯 뒤돌아보며 일행에게 말했다.


“아무 일도 없다 하고 곧 다시 문을 연다고 하니 그때 오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돌아가자.”



***



거식은 깨어나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기가 오래도록 깨나지 못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는 듯 달라진 환경에 놀란 듯 보였다. 문을 열고 나오며 툇마루에 있는 태건을 발견하고는 반갑게 다가왔다.


“여기 계셨네요. 제가 늦잠을 잤나 봐요. 많이 기다리셨어요?”


거식의 물음에 태건은 미소 짓더니 작도에게 거식을 소개했다.


“백운령님이 내게 붙여준 아이입니다. 박거식이라 하고, 나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작도가 일어나 반갑게 손을 내밀자, 거식은 건성으로 손을 잡고 인사를 마치고는 두리번거리며 물었다.


“그 피리 부는 요괴들은 다 어디로 갔대요?”


태건은 그 말에는 대답하지 않고 거식에게 일렀다.


“바로 떠날 준비를 해라. 오늘도 갈 길이 멀다.”


태건은 반드시 보복 공격이 있을 거라 예상하고 삼연을 당분간 청려각에 머물도록 했다. 태건이 백철립을 쓰며 나설 채비를 하자, 이작도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쇠로 만든 백립은 난생처음 봅니다. 언제까지 쓰고 다니실 생각입니까?”


“글쎄요. 우선 장군의 억울한 죽음이 밝혀지는 날까지는 쓰려합니다.”


태건의 말에 이작도는 고개를 숙이더니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목숨을 바쳐서라도 그 일을 해내겠습니다.”


태건과 이작도 그리로 삼검과 거식은 바우와 함께 길주에 있는 고두산 산채를 찾아가기로 했다. 청려는 말을 타고 가려면 멀리 돌아서 가야 하고, 기찰이 심할 거라 알려주며 걸어서 너덜경을 지나면 빠르게 단주에 갈 수 있으니, 그곳에서 다시 말을 구해서 가라 조언했다. 바우는 말을 타고 가며 들를 곳이 있다고 하여 수하 둘과 함께 먼저 떠나고 나머지는 걸어서 산비탈을 올랐다.


길주에 가려면 우선 단주를 지나야 하는데, 단주로 가는 길부터 녹록지 않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백립무사 (白笠武士)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안내 (수정) +1 24.05.10 434 0 -
112 (제 1부 마지막 회)전설의 시작 +1 24.08.25 266 5 13쪽
111 귀환 24.08.24 242 4 13쪽
110 쑥대밭 24.08.23 231 5 13쪽
109 척살 24.08.22 237 5 13쪽
108 쓰시마 24.08.21 235 4 14쪽
107 해상전투 24.08.20 227 5 13쪽
106 결단 24.08.19 248 5 13쪽
105 뜻밖의 손님 24.08.18 246 5 14쪽
104 대금이 무사 24.08.17 232 5 14쪽
103 가토의 위기 24.08.16 227 5 13쪽
102 변화하는 차화양 24.08.15 235 5 13쪽
101 연합작전 24.08.14 234 5 14쪽
100 차화양 연합군 24.08.13 239 5 13쪽
99 차화양 영주 24.08.12 236 5 13쪽
98 저격수 24.08.11 236 5 14쪽
97 검계의 몰락 24.08.10 249 5 13쪽
96 고수들 24.08.09 233 5 13쪽
95 결투 신청 24.08.08 246 5 13쪽
94 해동각 24.08.07 257 5 13쪽
93 재물의 힘 24.08.06 245 4 13쪽
92 새로운 소식 24.08.05 249 5 14쪽
91 끝은 아니다 24.08.04 249 5 13쪽
90 삼도천 살수대 24.08.03 241 5 13쪽
89 강자와 약자 24.08.02 247 5 13쪽
88 자객(刺客) 24.08.01 241 5 13쪽
87 본국무 무도관 24.07.31 244 5 13쪽
86 구궁각 일전 24.07.30 254 5 13쪽
85 두 대인 24.07.29 278 5 14쪽
84 협공과 협정 24.07.28 261 5 1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