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비된 투수의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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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요
작품등록일 :
2024.05.08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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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6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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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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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복수를 위해

DUMMY

그가 뒤를 돌아봤다.


“너 약점 잡혔냐?”


우영은 대답을 못했다. 하지만 대답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태무는 금세 알아차렸다.


고개 숙인 우영을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태무는 한숨을 푹 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너, 나 한번 찾아와라.”


“네?”


“찾아오라고, 죽을 생각하지 말고.”


사실 이 몸, 그러니까 도은한도 우영과 같은 경우였다. 두현에게 약점을 잡혔고 결국 두현의 말을 들어주고 싶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했었다.


생각을 하다 보니 문득 걱정스러웠다. 얼굴이 딱 죽고 싶은 표정의 우영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리를 뉴스로 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아.... 네.”


우영이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태우 형한테는 진심으로 사과하고.”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해결할 수 있으니까 다른 생각 하지 마라.”


“네, 감사합니다.”


우영은 허리를 굽혀 감사를 표했다. 아직 얼굴이 어둡기는 했지만, 그래도 조금 전 죽을 상일 때보다는 얼굴이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았다.


안에 들어간 태무가 두현의 옆에 가서 앉으니 두현이 급히 물었다.


“2차는 둘만 가자.”


“왜요?”


그는 더 눈치 없는 척 크게 대답했다.


“내가 너한테 맛있는 거 사주려고 그러지.”


그런데 그 순간 두현의 뒷자리에 앉아 있던 윤석이 몸을 살짝 돌려 물었다.


“2차 어디로 가는데요?”


눈이 번쩍거렸다. 윤석의 말에 태무는 웃음이 나왔다.


두현은 한숨을 푹 쉬고 술을 한잔 마시고는 뒤돌아봤다.


“너도 가려고?”


“그럼요! 다 같이 가야지?”


“너 내일 경기 없냐?”


“경기 왜 없어요? 있죠! 하지만 선배는 비싼 곳에서 비싼 걸 사주실 테니까~ 다들 같이 가야죠!”


윤석의 너스레에 짜증이 났는지 다시 몸을 돌린 두현은 빈 잔에 술을 한잔 더 따라 마시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혼자 소주를 제법 마셨는지 두현의 얼굴은 이미 벌겋게 물들어 있었다. 두현은 일어나 한숨을 푹 쉬었다.


“후!”


태무는 고개를 들어 일어나 있던 두현을 올려다보았다.


“가려고요?”


“어. 오늘은 피곤해서 이만 가야겠다. 내일 경기도 생각해야 하고.”


언제부터 경기를 그렇게 생각했다고?


꼼수나 생각하던 놈이.


태무는 웃겨서 코웃음이 살짝 튀어나왔다.


두현은 약간 비틀거리며 나가다가 들어오는 우영에게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건넸다.


“먹고 계산하고 와라.”


“가려고요?”


“어.”


두현은 똥 씹은 표정으로 자신의 계획을 어그러뜨리고도 좋다고 고기를 한입 가득 먹고 있는 윤석을 슬쩍 노려보고는 그곳에서 나갔다.


우영은 카드를 들고 와서 태무의 앞에 앉았고, 선수들은 오랜만에 소고기를 마음껏 먹고 식당에서 나왔다.


다들 돌아가고, 계산을 하고 나온 우영과 우영을 기다리는 태무 그리고 그 앞에 태우와 주장 정은호만 남아 있었다.


계산을 하고 나온 우영은 눈치를 살피더니 갑작스레 허리를 굽혔다.


“죄송합니다. 선배님.”


“왜, 왜 이래?”


갑작스러운 사과에 당황한 태우는 두 손을 흔들며,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 쓰였는지 주변을 힐끗거렸다.


우영은 곧 허리를 폈으나 고개는 들지 못했다. 자신이 한 일이 있어서 정태우의 얼굴을 똑바로 못 보겠던 모양이었다.


“다치게 한 거... 일부러 그런 겁니다.”


미간이 좁혀진 태우의 고개가 살짝 기울어졌다.


조금 뒤에 있던 강태무도 한숨을 푹 쉬었다. 알고는 있었지만 정확히 듣고 보니 어이가 없어 고개가 저어졌다.


“왜?”


다정하고 높았던 태우의 목소리가 착 가라앉았다.


“두현 선배가... 시켰습니다.”


“시킨다고 하냐? 넌 두현이가 사람 죽이라면 죽일 거야?”


몹시 화가 난 태우의 모습은 익숙하지 않았다. 화를 안내던 사람이 화를 내니 무서움이 더했다. 태우의 목소리가 더 커질 것 같자 옆에 있던 정은호가 태우의 팔을 잡고 진정시켰다.


“그러고 싶어서 그랬겠어요? 김두현 그 자식 알잖아요.”


두현의 소문이 좋지 않다는 것은 태우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영도 잘못한 게 없는 건 아니었기에 선배로서 따끔하게 말해주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풀이 죽은 우영이 불안한 듯 모은 손을 비비적거리며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우영의 사정을 알고 있던 태무는 우영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했다. 저도 도은한의 약점 때문에 두현에게 당할 뻔했고 그 당시 앞이 어둠이 내려 앉은 것처럼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두현이 좋아하는 공을 던져줄 뻔했다.


태무는 앞으로 한 발자국 다가오며 입을 열었다.


“약점 잡혀서 그런 거예요.”


태무는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우영의 축 늘어진 등을 툭툭 두드리며 말했다.


“고개 들어.”


우영은 눈치를 보듯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태무의 말에 태무 쪽으로 고개를 돌린 정태우가 물었다.


“약점?”


“저도 약점 잡혔거든요.”


“무슨 약점?”


우영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는지 놀라지 않고 도은한을 바라보고 빠르게 두 손을 내저었다.


“아! 그 여자 문제는 사실이 아니에요.”


“너도 알고 있었냐?”


“네. 그런데 그거 정말 사실 아니에요.”


“알아.”


태무의 말에 우영의 눈이 커다랗게 변했다.


“아세요?”


“어. 일부러 나한테 약 먹이고 여자랑 침대에 있는 사진 찍은 거잖아. 그 후 성매매 했다고 협박한 거고.”


“어떻게 아셨어요?”


“그 새끼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넌 뭔데?”


태무가 턱으로 우영을 가리키며 물었다.


“저도 그런 방식이었습니다.”


“같은 팀한테도 그러냐?”


태무는 한숨이 푹 나왔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정은호가 놀랐는지 눈이 커져서 고개를 쭉 뺐다.


“그게 무슨 말이야? 그럼 진짜 협박을 하고 다닌다는 거야?”


“네.”


태무는 고개를 끄덕였다. 태무의 대답을 들은 태우는 열이 받았는지 숨을 툭 뱉었다.


“그럼 나를 다치게 한 것도 그 새끼 때문이라는 거지?”


“네.”


“아이 씨발.”


화가 난 태우는 욕을 읊조렸다.


다치면 어쩌려고 같은 선수끼리 그런 짓까지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무리 이기고 싶다고 해도 정상적인 머리로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가슴에 불같은 것이 올라온 태우는 참을 수가 없었다.


태우는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안되겠다. 그 새끼 만나야지.”


화가 난 태우의 손을 강태무가 얼른 잡으며 말렸다.


“하지 마세요.”


“왜?”


“인정할 것 같아요?”


“그럼 어쩌려고?!”


“증거부터 찾아야죠.”


“증거?”


“그 여자요. 찾고 있어요.”


그의 말이 다 맞았다. 태우는 화가 났지만 지금 가서 따진다고 해도 발뺌할 게 뻔했다. 증거를 잡을 때까지 참는 수밖에 없는 보였다. 태우는 화를 삭이느라 허리에 손을 올리고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


집에 도착한 두현은 가방을 현관 바닥에 집어던졌다. 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아 한쪽 발을 세게 굴렀다.


“씨발!!!”


소리를 질러도 속이 풀리지 않았다.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으면 불안했던 두현은 열받아 미칠 것 같았다.


무슨 일인지 몰라도 요즘에는 계획대로 되는 일이 없었다.


“모두 도은한 그 새끼 때문이야.”


이 모든 게 도은한 때문인 것 같았다. 자신의 타율이 떨어지는 것도 그래서 아버지에게 구박 받는 일도 모두 도은한 때문인 것 같았다.


도은한 때문에 모든 일이 꼬여가는 것 같았다.


조금 있으면 알아서 죽을 것 같던 태무에 관한 이야기까지 꺼내서 사람들의 이목을 태무에게로 집중시킬 때부터 알아봤어야 했는데, 도은한이 뭔가 변한 것 같다는 것을.


도은한이 변한 뒤로 이상하게 두현의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


도은한에게서 태무의 그 당당함이 보였다. 이상한 기분에 두현은 고개를 흔들며 거실 소파에 가서 철퍼덕 앉았다.


“하... 씨발.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


아무래도 도은한은 치워버리든 야구를 못하게 하든 해야 할 것 같았다. 눈에 거슬려 살 수가 없었다.


술을 마시고 나니 더 정신이 또렷했다.


두현은 전화를 들었다.


자주 연락하던 심부름센터 사장 이대순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순은 신호가 얼마 가지 않아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사람 한 명 처리해 줄 수 있냐?”


“누구요?”


“도은한.”


“요즘 뜨고 있는 그 야구 선수 말하는 거예요?”


“어.”


“어떻게 해드릴까요?”


“야구 판에서 보고 싶지 않아.”


“알겠습니다. 형님. 걱정 마세요. 빨리 처리하겠습니다.”


"그래, 너만 믿는다."


"네!"


대순은 시원하게 대답했고, 대답을 듣고 난 두현은 전화를 끊었다.


“하.. 이제야 살 것 같네.”


두현은 이제야 공기가 두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기분이 들었다.


*


연승은 8연승까지 가지 못했다.


2루수였던 손예준이 요즘 실수를 많이 했는데, 실수로 공을 놓쳐 점수를 내주고 말았다. 그래서 연승은 끊겼다.


그래도 제주 베어스와 1승 1패를 나눠가진 상태라 6위를 유지했다.


오늘 경기는 꽤 중요했다. 감독이 바뀌기 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고, 5위인 제주 베어스와의 승점 차이도 좁힐 수 있는 기회였다.


선발 투수는 정태우였다.


마운드에 오른 태우는 공 몇 개를 던지더니 자세를 취했다.


"이번에 진짜 이겨야 하는데..."


혼잣말을 내뱉은 태무는 경기장을 유심히 바라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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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우리 팀 24.07.16 58 0 12쪽
54 내 선수 내가 믿지 누가 믿어? 24.07.15 62 0 10쪽
53 돌려줄 시간 24.07.12 78 0 10쪽
52 비겁하게 야구하지 맙시다 24.07.11 76 0 10쪽
51 끝까지 봐주세요. 어디까지 올라가는 지 24.07.10 73 0 11쪽
50 하찮은 팀은 없다 24.07.09 84 0 11쪽
49 눈에는 눈 이에는 이 24.07.08 89 0 11쪽
48 결정구 24.07.05 81 1 10쪽
47 조력자 24.07.04 89 1 14쪽
46 신도 돕고 싶은 팀 24.07.03 100 1 13쪽
45 보이면 쳐! 무작정 쳐! 다 쳐! 24.07.02 104 1 12쪽
44 그런 야구가 좋아서 하는 거지 24.07.01 115 2 11쪽
43 아주 더러운 반칙 24.06.28 125 2 12쪽
42 공도 사람이 던지는 것 24.06.27 122 2 13쪽
41 믿을 것은 오직 실력뿐 24.06.26 131 2 13쪽
40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다. 24.06.25 131 3 14쪽
39 부주장 24.06.24 143 3 12쪽
38 다시 마운드로 24.06.21 162 3 13쪽
37 죽음 24.06.20 170 3 11쪽
36 해결 못해. 24.06.19 156 2 12쪽
35 각성 24.06.18 180 3 13쪽
34 각성 24.06.17 192 3 10쪽
33 확! 인! 24.06.14 170 4 11쪽
32 전조등 24.06.13 177 4 12쪽
31 마지막 경기 24.06.12 188 4 11쪽
» 복수를 위해 24.06.11 215 4 10쪽
29 다시는 당하지 않는다. 24.06.10 205 4 11쪽
28 동기 24.06.07 207 5 11쪽
27 다른 방법 있습니까? 24.06.06 223 5 12쪽
26 이제부터 시작이야 24.06.05 249 6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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