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판소 (약 먹고 시작 하는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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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케이MK
작품등록일 :
2024.05.08 11:19
최근연재일 :
2024.07.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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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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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화. 시혼.

DUMMY


시혼이 디켈에게 물었다.


“그런데 앞으로는 뭐라고 부르는 게 좋을까요?”


“디켈. 그리고 말을 계속 낮추는 거도 이상하게 보일 수 있으니 이제부터는 높이도록 하지. 가주 역시 타인을 부르듯이 하고.”


당연히 짚고 넘어갈 문제였다.


“그렇게 하도록 하죠.”


디켈이 달라진 말투로 물었다.


“가주 님께서 사라진 후에 무슨 일이 있었죠?”


“당연히 가문 전체가 비상 체제에 돌입했고 가주 님의 행방을 찾으며 조사하는 중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망 쪽으로 분위기가 기울고 있고요.”


시혼이 잠시 뜸을 들이고 말을 이었다.

“점점 가주 님의 사망을 받아들이고 차기 가주를 임명하자는 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한 달 정도 뒤엔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문제는 가주 님의 암살에 도련님이 연관이 있느냐입니다.”


“조사해보면 알게 되겠죠.”


사실 디켈에겐 어떻게 되든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한동안 침묵의 시간이 흐르고 저택이 슬슬 보이자 시혼이 물었다.


“혹시 필요하신 거라도 있으신지요?”


“일하던 제칼이란 마법 물품점이 있는데, 말없이 사라지면 시끄러워질 수 있으니까 연락을 넣어 주면 좋겠네요.”


“혹시 그간 어떤 모욕이라도 당하셨습니까?”


최근에는 제법 괜찮은 대우를 받고 있었기에 딱히 모욕을 당한다는 느낌은 없었다. 물론 있어도 굳이 말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일은 없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럼 잡음 없이 깔끔하게 문을 닫게 만드는 식으로 처리하겠습니다.”


문을 닫게 만들겠다는 말에 그간 정들었던 사람들이 떠올랐고 전달자가 끼어들었다.


-매입을 지시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


디켈은 전달자의 말을 듣고 말했다.


“그보다는 매입하는 것으로 하죠.”


일개 마법 물품점을 매입하라는 지시가 조금 의아했다.


“외람되지만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굳이 대답하지 않아도 된다.


“이유는 묻지 않았으면 좋겠군요.”


시혼은 왈가왈부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가능한 한 조용하게 매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인수는 며칠간 예약한 가문들을 모두 방문했다. 처음 거래했던 10만을 넘는 가격은 없었지만 모두 1만 루로를 넘는 비싼 가격에 팔 수 있었다.


일차적인 판매를 마치고 인수는 갈누와 함께 짐을 들고 광산마을로 향했다.


조용한 마을. 행정을 맡은 타민이 반겨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그동안 별일 없었고요?”


마을을 둘러보며 묻는 인수에게 타민이 보고를 시작했다.


“네. 먼저 가족 단위로 온 주민의 집을 지었고요. 나머지는 일단 기존의 건물을 청소해서 지내는 중입니다.”


“그렇군요.”


“우선으로 집을 짓는 데에 인력을 집중하고 있어 아직은 채굴에 집중하지는 않고 있습니다. 그나마 올운 마법사가 어려운 일을 도와줘서 예상보다는 채굴량이 많습니다.”


“반가운 이야기네요. 지금은 다들 일하는 중인가 보죠?”


멀리 건물 짓는 소리만 날 뿐 지나다니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네. 남자들은 저와 올운, 그리고 레이를 제외하고는 모두 일하고 있습니다. 곧 식사 시간이 되면 나오겠죠.”


“레이는 마법을 잘 배우고 있나요?”


“네. 재능이 상당하다고 하더라고요. 마을 근처에서 올운과 수련하고 있을 텐데, 불러드릴까요?”


“아니요. 잘 배우고 있다니 괜찮습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자 인수가 갈누를 소개해줬다.


“이쪽은 갈누입니다. 가죽세공사로 핸드백이라는 물건을 만드는 것이 주 업무입니다. 오늘부터 마을에서 지내며 작업을 하게 될 것입니다.”


“환영합니다. 저는 마을의 전반적인 행정을 담당하고 있는 타민이라 합니다.”


“반갑습니다. 갈누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인수가 말을 이었다.


“가죽세공 일은 점차 손이 더 필요해질 거로 생각하고요. 마을 사람 중에 가죽세공에 관심 있는 분을 뽑아 채광 대신 가죽세공으로 업무를 바꿀 생각입니다.”


갈누가 자신 있게 대답했다.


“맡겨주세요.”


인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타민에게 물었다.


“또 보고할 것이 남았나요?”


타민이 문서를 건네며 말했다.


“네. 여기 필요한 물품들을 조사해 놨습니다.”


인수가 문서를 훑어보았다.


문서에는 식자재를 비롯하여 건축자재와 공구, 생필품 등의 물건이 적혀있었다.


“바로 도시로 돌아갈 예정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쉬지도 않고 바로 가시려고요?”


“네. 지금은 갈누와 가죽세공 장비를 옮기려고 온 거라 아직 도시에서 할 일이 남았습니다. 부지런히 움직여야죠.”


“그래도 식사는 하고 가시는 게 어떻습니까? 재미있는 구경거리도 있거든요.”


구경거리라는 말에 약간의 흥미가 동했다.


“구경거리요?”


“말로 하긴 좀 그런데, 요새 마을에 식사 전에 마나지렁이를 한 마리씩 먹는 게 유행입니다. 다들 오만상을 지으며 먹는데 제법 구경하는 맛이 있습니다.”


무슨 느낌인지 잘 아는 인수는 웃으며 대답했다.


“재미있겠네요. 하지만 그 구경은 다음으로 미루겠습니다.”


바로 떠나려는 인수를 타민이 불러세웠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타민이 건물로 가서 주머니를 하나 들고 왔다.


“며칠간 캐낸 마석들입니다. 정확한 금액은 잘 모르겠습니다만 1만 루로 쯤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인수는 채광된 마석을 가지고 라비엔으로 향했다.



라비엔에 도착한 인수는 먼저 공사장을 찾아갔다.


건물이 보름 만에 완공될 거란 소리가 허풍이 아님을 증명이라도 하듯 여러 마법사가 투입되어 진행되는 공사 속도는 기계를 사용하는 지구보다도 훨씬 빨라 보였다.


인수는 이어 플라를 만나기 위해 저택으로 향했다.


다행히 플라는 저택의 사무실에 있어 바로 만날 수 있었는데, 뭔가 바쁜 눈치였다.


“바빠 보이는데, 무슨 일 있어?”


플라는 서류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내가 분가해서 라비엔의 주인이 될 거라 했잖아?”


“그랬지?”


“이제 주인이 됐으니 할 일들이 생긴 거지. 바빠 보여도 나름의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어. 한 가지만 빼면.”


“한 가지는 뭔데?”


“마법사. 당연히 마법사단 하나를 통째로 줄 거로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도시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는 데리고 나올 줄 예상했는데 말이야.”


“몇 명 데리고 나왔는데?”


“10명. 나름 그래도 실력 있는 친한 녀석들을 데리고 와서 치안이나 마계의 문 방비에는 큰 문제는 없지만, 문제는 도시의 주력 산업이야.”


“가죽 공방?”


“맞아. 대충 알고는 있겠지만 마법사들이 숲에서 훈련하며 사냥한 몬스터의 가죽을 가공, 유통하는 사업이 도시의 주 사업인데, 이제 더는 여기에서 훈련하지 않을 테니까. 일거리가 줄겠지.”


사업은 세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잘 알지는 못해도 심각하게 들렸다.


“해결 방안은 있고?”


“당장은 대출로 버텨봐야지.”


“란에서는 지원해 주는 거 없어?”


“아버지께서 삐졌어. 도움은커녕 방해나 안 하면 다행이야.”


“그럼 장기적으로는 어떻게 하게?”


“전에 계획이 있다고 했던 거 기억나?”


“어. 라비엔을 얻게 되면 말해준다고 했잖아? 그래서 계획이 뭔데?”


“뭐긴. 지금 짓고 있는 건물이지.”


“뭐? 핸드백?”


“어. 시작은 핸드백이고, 향수나 구두, 옷 등의 액세서리도 생각하고 있어. 나아가 라비엔이 프랑스의 파리나 이탈리아의 밀라노 같은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면 돈은 굴러들어 올 거라는 계획이야.”


예상보다 큰 규모의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되면야 대박일 텐데, 버틸 수 있겠어?”


“정 안되면 약을 만들어서 팔 생각이야. 돈은 확실히 될 거야.”


“약? 마약?”


인수가 조금 당황해하자 플라가 정정했다.


“마약 말고 그냥 약. 마약도 만들 수는 있지만 그쪽은 이미 레드오션이라 별로야.”


“약을 만들 줄 알아?”


“어. 내가 집에서 연구하고 살았다고 했잖아? 그거 다 약 관련 된 거야.”


“그래? 그런데 약이 돈이 되려나? 어지간한 병은 마법으로 다 해결되잖아?”


“발기부전치료제는 먹히더라고.”


자고로 발기부전제는 발모제의 뒤를 잇는 남자들의 꿈과 희망인 약이었다.


인수가 상기 된 목소리로 물었다.


“응?! 그거면 이야기 끝 아니야? 핸드백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그거만 만들어도 되지 않아?”


플라가 고개를 저었다.


“재료나 설비가 부족해서 대량생산이 불가능해. 소량 만드는 거도 귀찮은 일이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고.”


“쩝.”


부정적인 대답에 김이 샜다.


인수가 마을에서 가져온 꾸러미를 열며 말했다.


“충분할지는 모르지만 광산에서 캐낸 마석을 줄게. 그리고 핸드백 팔아서 번 돈도 있으니 더 필요하면 말하고. 일단 급한 돈은 이렇게 버텨보자.”


“알겠어. 잘 쓸게.”


“그래. 부디 잘 써서 나 좀 살려주라. 잘···. 되겠지?”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결코 가벼운 말은 아니었다.


“되게 만들어야지. 오면서 건물 짓는 거 봤어? 건축양식을 이곳에서 볼 수 없는 지구 식으로 만들 생각이야.”


지구에 있는 독특한 빌딩들을 떠올랐다.


“그런 걸 이곳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플라는 자신 있게 대답했다.


“이해하지 못하면 뒤처지는 거지. 그렇게 유도할 거야.”


“잘 됐으면 좋겠네.”


“찾아온 이유는 이게 다야?”


인수는 플라를 찾아온 목적 중 하나를 이야기했다.


“화려하게 꾸며진 이름표를 좀 부탁해도 될까?”


“이름표?”


“어. 각 모델을 산 손님의 이름이 적힌 이름표. 더불어 가격도.”


인수가 전에 간략히 설명해줬던 것이 기억났다.


“그러고 보니 모델명을 처음 산 손님의 이름으로 한 댔나?”


“어.”


플라가 끄덕였다.


“알겠어. 적당히 금박으로 화려하게 만들어둘게.”


“명단은 여기.”


인수가 여덟 명의 명단이 적힌 종이를 건네주었다. 플라가 명단을 훑어보며 말했다.


“다 아는 귀족들이네. 또 필요한 건 없고?”


인수가 생각을 정리하고 제안했다.


“더 필요한 건 없고 앞으로의 계획 말인데, 먼저 도시의 공방들을 접수하자. 그리고 양산형 핸드백을 만들게 시키는 거야. 수요가 점점 늘 테니 생산력도 늘어야지.”


“괜찮네.”


“그리고 가능하면 가문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면 좋겠어. 충성도가 있어야 기밀 유지에 도움이 될 거 아냐?”


플라가 인수의 제안을 듣고는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야. 어차피 그들도 가죽 수급에 차질이 생겼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겠지. 게다가 말단이라도 가문의 일원이 되는 게 그들에게는 더 나을 거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다음으로 가죽 수급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 급한 대로 다른 도시에서 사 와? 비싸게만 팔면 마진은 문제없을 텐데.”


인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감성을 위해서 재료부터 신비주의를 지켜야 해.”


“그럼 어떻게 하게?”


“어차피 이전처럼 대량의 가공사업을 하는 게 아니니까. 광산 근처에서 잡히는 몬스터의 가죽이면 될 것 같아. 정 부족하면 내가 나서서 사냥 좀 하면 되겠지.”


“좋아.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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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9 89화. 대표. 24.06.28 41 3 11쪽
88 88화. 청혼. 24.06.26 42 3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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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80화. 갈누. 24.06.15 38 3 11쪽
79 79화. 대련. 24.06.14 41 3 11쪽
» 78화. 시혼. 24.06.14 42 3 11쪽
77 77화. No.1. 24.06.13 37 3 11쪽
76 76화. 로혼. 24.06.13 38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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