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판소 (약 먹고 시작 하는 판타지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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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케이MK
작품등록일 :
2024.05.08 11:19
최근연재일 :
2024.07.24 00:05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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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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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95화. 손놈.

DUMMY


“엊그제 올라온 기사였는데요. 아주 악의적으로 썼더라고요.”


인수는 소식지를 훑어보며 생각했다.


‘그럴 만도 하지. 상식을 깨는 사치품의 등장을 싫어하거나 배 아파하는 부류도 있을 거니까.’


소식지를 본 인수가 대충 요약했다.


“핸드백이란 작은 가방이 사교계에 유행하고 있다. 가방은 본디 아랫사람이나 드는 물건이다. 부끄러운 줄 모르는 유행이다. 가격 또한 상식에서 벗어나는 가격으로 막대한 마진을 남기고 있을 것이다. 핸드백을 들고 다니는 건 자신의 씀씀이가 헤프다는 것을 증명하는 짓이다. 뭐, 이런 식의 이야기군요?”


“그렇습니다.”


“뭐, 그래도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네요. 그저 그 글을 쓴 사람은 시야가 거기까지인 겁니다.”


로혼은 인수가 조금은 화를 낼 것으로 생각했지만 덤덤히 받아들이자 조금 의아했다.


“시야가 넓으면 뭔가 다른 게 보이나요?”


“반대로 묻죠. 과연 핸드백을 사는 사람들이 그 사실을 모를까요?”


로혼은 고개를 저었다.


“설마요. 바보가 아니라면 그 정도는 다 알고 있겠죠.”


“그러면 왜 그런 불합리한 물건을 알고도 사는 걸까요?”


로혼은 자신이 핸드백을 팔면서도 아직 정확히 이해할 수 없는 이유였다.


“그저 돈이 많은 자는 평범한 사람과 생각이 다른 게 아닐까 넘겨짚고 있었습니다.”


인수가 끄덕였다.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핵심은 우월감입니다. 자신의 부를 과시하며 남들이 하기 힘든 무언가를 뽐내며 그 우월감을 느끼는 거죠. 물론 핸드백만이 아니라 다른 사치품도 모두 해당하는 말입니다.”


“우월감이군요.”


“네. 그리고 저는 다른 사치품과 달리 각 모델에 이름을 붙임으로 그 행위를 부추긴 거고요. 제가 예상하건대 그런 기사가 나왔다고 해서 분위기가 바뀌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저희에게 이득이 될 수도 있어요.”


의도치 않은 노이즈 마케팅이 될 수도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득이요?”


“그들은 서민이 욕하는 이유가 질투심 때문이라고 여길 테니까요.”


로혼은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인수의 능력을 전적으로 믿고 있으므로 따지지는 않았다.


“그러면 저는 하던 일을 계속하기만 하면 되는 겁니까?”


“네. 며칠간 저도 라비엔에 있을 거니 궁금한 게 생기면 언제든 물어보세요.”


“알겠습니다.”


인수는 게시판의 반응이 궁금해져 게시판을 꺼내 훑어보았다. 전보다는 핸드백에 관한 이야기가 많았다.


“대충 보니 결론은 안 사면 그만이란 거네요.”


로혼이 끄덕였다.


“당연한 반응이라 생각합니다. 누구도 사라고 강요하지는 않으니까요.”


인수가 웃으며 물었다.


“과연 그럴까요?”


인수의 물음이 어떤 의도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그럼 누가 강요라도 한다는 말인가요?”


“강요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물리적, 정신적인 협박이 있을 것이고요. 나머지 하나는 협박이 아닌 강요죠. 예를 들면 보통은 먹고 살기 위해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라도 해야 하잖아요? 누가 하라고 협박하지 않아도요.”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대충 이해가 갔다.


“그러니까 핸드백의 경우는 후자라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쩌면 전자보다 후자가 더 무서운 법입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우러러보는 우상이 핸드백을 가지고 있는데 과연 무시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사기 위해 노력은 해보겠죠.”


“자신을 제외한 모임의 모든 사람이 가지고 있다면 사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요?”


로혼이 잠시 생각하고는 고개를 저었다.


“모임을 나올 생각이 아니라면 힘들겠네요.”


“순간의 엄청난 만족감을 느낀 경험을 두 번 다시 느끼지 않고 평생을 참으며 살 수 있을까요?”


“쉽지 않겠죠.”


“결국, 저희는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파고들어야 하는 겁니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장담하는데 시간이 지나면 부유한 사람만이 아닌 서민들도 사게 될 것입니다. 가능하면 그 시간을 당기면 좋겠지요.”


로혼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전에 고민해본다고 하신 게 그런 거였군요?”


“그렇죠.”


“저도 한 번 생각해보겠습니다.”


“좋죠. 아무리 이상한 생각 같아도 말씀해 주세요. 아이디어는 그런 얼토당토않은 것에서 나오기도 하니까요.”



낮은 가격에 산 핸드백을 찢어버렸던 판 슈렌. 그녀는 소식지에 글을 올린 기자를 불러 따졌다.


“분명히 안 좋은 기사를 쓴다고 했잖아?”


기자는 노려보는 슈렌의 얼굴 근처도 보지 못했다.


“네. 분명히 안 좋은 면만을 골라 썼습니다.”


“그런데 반응이 왜 이래? 오히려 전보다 더 뜨거워진 것 같은데?”


“가끔 글의 의도와 다르게 반응이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가끔? 하필 그 가끔이 왜 지금인데? 제대로 쓴 거 맞아?”


“네. 가방의 이미지와 가격 등 최대한 반론의 여지가 없이 썼습니다.”


“그런 거 말고. 좀 더 자극적으로 쓸 수 없었어? 필요하다면 이야기도 좀 지어내고 말이야.”


기자는 난처해했다.


“아무리 악의적으로 쓰려고 해도 거짓을 지어서 쓸 수는 없습니다. 잘 못 하면 목이 달아날 수도 있으니까요.”


“목이 달아날까 두려워서 못 쓴다?”


“네. 귀족에게 원한을 사면 저 같은 일개 기자는 살아남기 힘듭니다.”


“그래? 지금 내게 원한을 산 거 같지는 않고? 여기서 목이 달아나게 해 줄까?”


기자는 엎드려 빌었다.


“살려주십시오. 의뢰비는 돌려드리겠습니다.”


슈렌은 마음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이마에 힘줄이 생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내가 지금 돈 때문에 이러는 줄 알아?”


“물론 아닙니다. 그저 능력 밖의 일이라 용서를 구하는 겁니다.”


슈렌은 잠시 엎드려 있는 기자를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됐다. 꼴 보기 싫으니까 꺼져버려.”


“감사합니다.”


기자는 축객령에 감사의 인사를 하며 잽싸게 나갔다.


슈렌은 이어 옆에 서 있는 수행원에게 말했다.


“여론을 움직이려는 건 실패네.”


“다른 기자를 구해볼까요?”


“아니야. 기자는 됐어. 암살자 길드에 의뢰를 넣는 게 나을 거 같아.”


“의뢰 내용은 어떻게 할까요?”


슈렌이 고민하며 말했다.


“사람을 죽이면 이목이 끌려서 좋을 거 없을 거 같고, 건물이나 물건을 망가뜨려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은데 말이야.”


수행원이 의견을 건넸다.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어떤 방법?”


“영업을 방해하는 거죠. 험악한 분위기의 남자들이 문 앞에서 인상을 쓰고 있으면 손님들이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슈렌이 고개를 저었다.


“평범한 손님들이라면 통하겠지만, 핸드백을 사는 대부분은 귀족일 거라고. 호위들도 데리고 다닐 텐데 그깟 인상 쓰는 놈들에게 위축될 것 같아?”


수행원은 멋쩍게 머리를 긁으며 답했다.


“그렇군요.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뭐, 방법이야 잘 못 됐지만, 영업을 방해하자는 건 좋은 의견 같아. 차라리 손님으로 위장해 들어가 깽판을 치는 게 나을 거 같은데?”


“쫓아내면 그만 아닌가요?”


슈렌이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드러누워야지. 그런 거 잘하는 놈 하나 있지 않을까?”


“알겠습니다. 의뢰를 넣어보도록 하죠. 의뢰비는 어느 정도로 할까요?”


“1만 루로 선수금에 만약 망하게 만든다면 10만 루로를 더 주겠다고 해.”


“알겠습니다.”



라비엔에서 보급형 상품을 만드는 공방들을 다니며 감독을 하던 인수를 로혼이 다급히 찾았다. 그는 차는 숨을 고르며 말했다.


“여기 계셨군요.”


로혼의 표정을 보고 뭔가 일이 터졌다는 느낌이 왔다.


“무슨 사고라도 생겼나요?”


“매장에서 한 남자 손님이 말 같지도 않은 이유를 들먹이며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사장을 부르라며 막무가내로 나오네요. 허리춤에 검을 차고 있는 거로 봐서는 마법사 같아 보였습니다.”


인수는 짐작이 간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손놈이라···. 올 것이 온 모양이네요.”


“올 것이라니요?”


“저희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소식지 다음의 수를 쓴 모양입니다.”


“일부러 계획적으로 난동을 부리는 거란 말씀입니까?”


“네. 그리고 이번 손놈을 어설프게 돌려보낸다면 그들의 목적을 이룰 때까지 비슷한 일이 계속 일어나겠죠.”


“어떤 목적이요?”


“정확히는 모르죠. 단순히 악의를 가지고 저희를 망하게 하거나 그저 못살게 굴려고 하는 걸 수도 있고, 아니면 사업을 매수할 생각일 수도 있고요.”


“그러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잘 타일러서 돌려보내야죠.”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타이른다고 타일러질까요?”


인수가 매장으로 걸음을 옮기며 말했다.


“타이르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말이 될 수도 있고, 돈과 같은 보상이 될 수도 있죠. 그리고 앞서 말한 방법보다 즉각적인 효력을 보이는 방법이 있으니···.”


인수가 주먹을 내밀며 말을 이었다.


“바로 매죠. 아무래도 상대는 저의 무력을 잘 모르는 모양입니다.”


로혼은 인수의 강함을 알고 있었기에 따라가며 고개를 끄덕였다.


매장 안에 로혼과 함께 들어온 인수를 보며 중년의 손놈이 다가와 따졌다.


“당신이 사장이야?”


눈에는 눈. 예의를 지키지 않는 자에게는 똑같이 예의 없이.


“그런데? 나를 찾는 이유가 뭐지?”


손놈이 허리에 손을 올리며 자세를 잡고 뭐라 말을 하려 할 때 인수가 손을 들어 제지하며 말했다.


“아니. 생각해보니 이유는 어찌 됐든 상관없네. 이유 따위 집어치우고. 원하는 게 뭐야?”


손놈이 황당해하며 성을 냈다.


“뭐가 어째? 내가 무슨 원하는 게 있어서 사장을 부른 건 줄 알아?”


인수가 능청스럽게 대답했다.


“아닌가? 아무리 봐도 맞는 거 같은데? 10만 루로면 어때?”


10만 루로라는 말에 손놈은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어···. 그러니까···. 10만 루로를 주겠다는 말인가?”


인수가 끄덕이고는 밖으로 다시 향하며 말했다.


“은행에 가서 줄 테니 따라와라.”


손놈은 잠시 주변을 살피고는 따라갔고, 로혼은 인수가 알아서 할 거라 믿고는 매장에 남았다.


앞장서서 길을 걷는 인수를 따라가던 손놈이 말했다.


“이쪽은 은행으로 가는 길이 아닌데?”


사실 인수는 은행이 어디 있는지 몰랐다.


“그래? 네가 아는 은행과 다른 데인가 보지.”


손놈은 의아했다.


“무슨 소리야? 라비엔에 은행은 한 개밖에 없을 텐데?”


“하긴. 넌 모를 수도 있겠네. 거기는 돈만 거래하는 평범한 은행이 아니거든.”


“대부업체 말하는 건가? 아직 라비엔에는 없는 거로 아는데?”


평범한 손님이 아닌 걸 확인시켜주듯 대부업체를 언급하는 손놈이었다.


“잘 모를 수도 있지. 거기는 목숨을 거래하는 사자가 있는 곳이거든. 참고로 어디에서나 찾을 수 있는데, 안 보여?”


손놈은 이제야 뭔가 이상하다는 걸 깨닫고는 화를 냈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날 속인 거냐?”


인수가 고개를 저었다.


“속이다니. 잘 들어봐. 내가 생각하기에 네 목숨값은 10만 루로 정도 될 거 같아. 아주 후하게 쳐준 거니까 섭섭해하지 말고. 그리고 내가 대가 없이 널 죽이지 않고 살려준다면 10만 루로를 주는 거 아니겠어? 아니면, 그냥 죽여주길 바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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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 99. 탄베 조직. 24.07.22 31 2 12쪽
98 98. 매장 보안. 24.07.19 32 2 11쪽
97 97. 패션쇼. 24.07.17 34 2 11쪽
96 96화. 경쟁심. 24.07.15 36 3 11쪽
» 95화. 손놈. 24.07.12 39 3 11쪽
94 94화. 소식지. 24.07.10 35 3 11쪽
93 93화. 톨 케힌. 24.07.08 37 3 11쪽
92 92화. 갈 카덴. 24.07.05 36 3 11쪽
91 91화. 고인물 마을. 24.07.03 39 3 11쪽
90 90화. 게시판. 24.07.01 41 3 11쪽
89 89화. 대표. 24.06.28 41 3 11쪽
88 88화. 청혼. 24.06.26 42 3 11쪽
87 87화. 조직 폭력배. 24.06.24 50 3 11쪽
86 86화. 빈 시현. 24.06.21 40 3 11쪽
85 85화. 명품 매장 24.06.19 46 3 12쪽
84 84화 알렌. 24.06.17 44 3 11쪽
83 83화. 타호. 24.06.16 41 3 11쪽
82 82화. 던전. 24.06.16 36 3 11쪽
81 81화. 몬사. 24.06.15 42 3 11쪽
80 80화. 갈누. 24.06.15 38 3 11쪽
79 79화. 대련. 24.06.14 41 3 11쪽
78 78화. 시혼. 24.06.14 42 3 11쪽
77 77화. No.1. 24.06.13 37 3 11쪽
76 76화. 로혼. 24.06.13 38 4 11쪽
75 75화. 3년. +1 24.06.12 48 4 11쪽
74 74화. 마나지렁이. +1 24.06.12 39 4 11쪽
73 73화. 레이. 24.06.11 44 4 11쪽
72 72화. 초월체. +1 24.06.11 47 3 11쪽
71 71화. 광고. 24.06.10 44 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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