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 매장 보안.

로혼이 계속해서 보고했다.
“그리고 일반 매장은 기존에 한 시간에 한 명씩 받았었는데, 이제는 세 명씩 받고 있습니다.”
“소화가 되나요?”
“네. 예약 요청이 너무 많아서 시간을 줄이는 것보다는 나을 것 같아 그렇게 한 거고요. 다행히 손님들도 이해하는 분위기입니다. 혹시 다른 지시할 사항이 있으시면 말씀해주십시오.”
인수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충분히 잘해주고 계십니다. 혹 진행 중에 문제 될만한 건 없고요?”
“네. 딱히 문제 될만한 건 없었습니다. 너무 계획대로 잘 풀려 오히려 불안함이 느껴집니다.”
인수는 매출과 매입, 세금 등 돈과 관련된 서류를 보며 물었다.
“그럼 또 보고할 사항이 남았다면 이어서 해주세요.”
“끝으로 어제 탄베라는 자가 와서 사장님을 찾았습니다.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더라고요.”
전에 손 봐줬던 건달이었다.
“알겠습니다. 바로 찾아가 봐야겠네요.”
인수는 서류를 마저 읽어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알렌에게 말했다.
“따라오시죠. 볼일도 있고, 지내실 곳도 알아봐야 하니까요.”
인수는 알렌을 데리고 건달들의 아지트로 갔다. 전과 달리 그곳에는 두목을 포함한 마법사들만 있었다.
아지트는 여전히 지저분했지만, 사람이 적어져서 그런지 전보다는 정리가 된 느낌이었다.
탄베가 인수를 보고 달려 나오며 맞이했다.
“오셨습니까?”
“그래. 날 찾았다고?”
“네. 저희 힘으로 감당이 되지 않는 일이 생겼습니다.”
“뭔데?”
“라비엔에 한 조직이 들어 온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시하신 대로 이익의 1%만 보호비를 받는 식으로 사업장들과 거래를 트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업주가 말하기를 이미 다른 곳의 보호를 받고 있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좀 알아봤는데, 꽤 큰 조직이 발을 넓힌 것으로 보였습니다.”
“이런 경우는 어떻게 진행 되지?”
“보통 서로 구역을 나눠서 관리하거나 전쟁을 일으키죠. 저희의 세력이 약하다고 판단하면 언제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고요.”
인수가 대충 상황을 이해하고는 물었다.
“이런 경우를 예상하지 못한 건 아니잖아? 내가 없었다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어?”
“항복하고 밑으로 들어가거나 도망가야죠. 세력 차이가 조금 나야 싸워보기라도 하지 이 정도는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알렌은 이야기를 들으며 상황 파악을 하고는 물었다.
“혹시 키우는 조직입니까?”
“그건 아닙니다. 다만 조직을 소탕하는 게 불가능하다면 제어하에 두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알렌이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매장 보안과도 관련이 있는 일 같은데, 제게 맡겨주십시오.”
“어떻게 하시려고요?”
“피할 수 없다면 맞서야죠. 어차피 조직이라고 해봐야 어중이떠중이 집단일 것이고, 저 혼자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풀 생각도 겸사겸사하는 알렌이었다.
“이번 조직을 부숴버린다고 해도 다른 조직이 또 들어올 겁니다. 뭔가 그런 여지를 없앨 방법은 없을까요?”
“···.”
알렌이 별다른 수를 내지 못하자 탄베가 끼어들었다.
“제가 생각을 좀 해봤습니다.”
“말해봐.”
“무력에 자신 있다면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지금 라비엔은 저희 조직이 접수하고 있다고 경고하면 됩니다. 그리고 찾아오는 조직이 있다면 카스토를 해도 되고 전쟁을 해도 되죠.”
“경고는 어떻게 하면 되는데?”
“사업장들에게 알려도 되고, 지금 같은 경우는 사람을 보내도 되죠.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됩니다.”
인수가 알렌을 쳐다봤고 알렌이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은 생각입니다. 다만 매장 근처에 본거지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조직과 매장을 모두 관리해야 하니까요.”
당연히 그래야 하는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매장 근처에 건물을 알아보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뭘요. 귀찮은 일 맡아주시는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럼 며칠만 여관에서 지내고 계시면 구하는 대로 말씀드릴게요.”
알렌이 고개를 저었다.
“여관은 필요 없습니다. 구해질 때까지 그냥 여기 있도록 하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나눌 이야기도 있고요.”
“그편이 좋으시다면 그렇게 하시죠. 그럼 전 먼저 돌아가 보도록 하겠습니다.”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인수가 인사를 하고 나가자 알렌이 두목인 탄베를 포함한 다섯 명에게 말했다.
“머리 박아라. 아니면 덤벼도 되고. 머리 박는 걸 추천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덤벼줬으면 좋겠군.”
알렌의 실력을 모르는 조직원들이 인상을 썼지만 탄베가 대뜸 머리를 박자 조직원들도 따라 머리를 박았다. 인수가 아무나 데리고 온 건 아니라는 판단이었다.
“제법 상황판단이 빠르네. 좋다 일어나라.”
알렌의 말을 끝으로 모두 벌떡 일어났다.
“내 실력은 다른 조직이 오면 알게 되겠지. 지금부터는 나를 두목이라 생각해라. 물론 정말 두목이 될 생각은 없으니 두목이라 부르진 말고. 알렌 님이라 불러라.”
“알겠습니다.”
짝짝.
알렌이 손뼉을 치며 말했다.
“자, 그럼 청소부터 해라. 며칠이라도 여기 있어야 하니까 말이야. 난 지저분한 거 별로 안 좋아해.”
알렌의 지시에 조직원들은 바삐 청소하기 시작했다.
슈렌이 핸드백의 가격과 매출이 실린 소식지 수행원에게 집어 던지며 화를 냈다.
“쪽팔려서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란 말이야?”
수행원이 재빨리 답했다.
“라비엔에 No.1을 판매하는 귀빈 매장이 열렸다고 합니다. 방문하셔서 높은 가격에 사면 될 것 같습니다.”
“됐어. 이미 다 손가락질하고 있을 텐데 인제 와서 비싸게 사 봐야 무슨 소용이야. 그보다 의뢰했던 건 어떻게 됐어? 시간이 제법 지났는데 별 소식이 없지?”
수행원이 머뭇거리다가 답했다.
“그게···. 아무래도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무슨 문젠데?”
“매장의 보안이 의뢰를 받은 집단의 능력을 상회하는 것 같습니다. 다른 곳에도 의뢰를 넣어볼까요?”
슈렌이 화를 삭이며 말했다.
“차라리 이렇게 된 거 나도 만들어야겠다.”
수행원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핸드백을 말입니까? 직접 만드시겠다고요?”
“누가 직접 만든대? 사람 시켜서 만드는 거지. 자기들만 만들어 팔라는 법은 없잖아?”
유통 사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 판 가문이었기에 비교적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매장을 만들고 가죽세공 장인을 섭외해 만들어 팔면 그만 아니야?”
단순히 보면 어려울 게 없어 보였다. 마법 물품처럼 특별한 기술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고작 가방이었으니 말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분부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라비엔에서 일을 마치고 고인물 마을에 돌아온 인수를 비샨테에 있는 몬사 조교인 타호가 반갑게 맞이해줬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다시 뵙는군요. 찾아오는 데 어렵지 않으셨습니까?”
“숲에서 지낸 세월이 얼만데, 어렵지 않게 찾아왔습니다.”
“다행이네요.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덕분에 바쁘게 지냈습니다.”
타호는 가지고 와 쌓아놓은 몬스터 가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동안 모아 놓은 가죽입니다.”
잘은 모르지만 종류도 다양하고 양도 적지 않아 보였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많네요? 거저 받아도 되나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됩니다. 부담 갖으시면 오히려 제가 더 부담스러워집니다.”
“그래도 한 번도 아니고 3년간 계속 이러시면 부담이 될 수밖에 없겠는데요?”
인수가 난처해하자 타호가 방법을 제시했다.
“그럼 핸드백을 하나 얻어갈 수 있을까요? 아내에게 선물하고 싶어서요.”
의외의 말이었다.
“핸드백을 아세요?”
“아내에게 전해 들었습니다. 최근 파티에서 핸드백을 든 자들이 생겼다고요. 그리고 그 인기가 하늘을 찌른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도 퍼지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좋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핸드백을 여기서 만든다는 건 어떻게 아셨죠?”
“그건 인수 님을 기다리면서 마을을 둘러보다가 알게 된 겁니다.”
가죽을 받고 핸드백을 하나 주면 남는 장사였다. 문제가 있다면 지금 고인물에서 만드는 핸드백은 양산형이 아닌 No.1 제품이라는 거였다.
“그렇군요. 핸드백 하나 드리도록 하죠. 다만 이 마을에서 만드는 건 No.1 제품인데 괜찮으시겠습니까?”
“No.1이 뭐죠?”
타호는 핸드백 판매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고, 인수는 적당히 설명해줬다.
“No.1은 각 디자인 별로 처음 만들어진 제품을 뜻하는 말로 구매한 사람의 이름이 모델명으로 붙습니다. 그리고 가격을 구매하는 사람이 직접 결정하는데, 그 가격의 10분의 1 가격으로 양산형 가격이 결정되죠. 이름과 가격이 소식지에 공개되기 때문에 부담스러우실 수 있어서 드리는 말입니다.”
인수가 하고픈 말은 감당되냐는 거였고, 대충 이해한 타호는 손을 저었다.
“어휴. 그냥 양산형으로 하나 주십시오. 듣기만 해도 소름이 돋네요.”
인수가 끄덕이며 말했다.
“그럼 공방에 가서 양산형으로 하나 따로 주문할 테니 기다려 주세요.”
“감사합니다.”
핸드백 이야기가 마무리되고 인수가 물었다.
“혹시 던전에서 발견 한 책. 해석되었나요?”
“완벽히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해석했습니다.”
“내용을 들을 수 있을까요?”
“다른 세계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응?’
별 기대 안 했지만 엄청나게 흥미로운 내용이 타호의 입에서 나왔다.
“다른 세계요?”
“네. 이곳, 차느 대륙외에 다른 세계가 있고, 그 다른 세계로 가는 방법을 연구한 내용입니다.”
“그게 가능하대요?”
아쉽게도 타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다른 세계의 이야기도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람의 증언이 전부라 완전히 믿을 수 있는 거도 아니고요. 당연히 연구도 미완성으로 끝났다고 합니다.”
다른 세계에서 왔다는 사람이 플라의 할아버지인가 싶었다.
“증언은 어떤 말이 있는데요?”
“그게 좀 허무맹랑한 이야기들뿐입니다. 무슨 하늘을 나는 비행기가 있어 사람을 실어나른다느니, 마나가 아닌 전기를 이용해서 물건을 움직인다느니 하는 식입니다.”
-호식아.
호구의 부름에 머리 위에 호식이가 나타났고, 인수가 쳐다보자 호구가 말했다. 이젠 호구도 호식이를 부를 수 있는 모양이었다. 타호는 호식이를 보며 신기한 표정을 지었지만 물어보지는 않았다.
-네가 있던 세상의 이야기인가?
인수는 호구가 알아들을 만큼 고개를 살짝 끄덕이고는 타호에게 물었다.
“혹시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전에도 발견된 적 있나요?”
“아니요. 처음입니다. 그리고 몬사에서는 별로 인정받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너무 믿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라서 말이죠.”
아쉽지만 딱히 도움이 되는 내용은 없어 보였다.
세간에 회자가 되는 핸드백은 소식지의 단골 주제였고, 덕분에 많은 홍보가 되었다. 물론 이후로도 플라와 디네가 파티에 참여해 적극적으로 뽐냈고, 여자들의 마음에 소유욕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로혼이 밝은 표정으로 인수에게 보고했다.
“하나둘 서민으로 보이는 자들도 매장에 방문하기 시작했습니다.”
기다리던 반가운 소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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