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판소 (약 먹고 시작 하는 판타지 소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엠케이MK
작품등록일 :
2024.05.08 11:19
최근연재일 :
2024.07.24 00:05
연재수 :
100 회
조회수 :
7,614
추천수 :
541
글자수 :
506,724

작성
24.07.24 00:05
조회
40
추천
2
글자
11쪽

100. 제국의 공격.

DUMMY


진 가문의 가주가 행방불명이 되고, 언제까지고 가주 자리를 공석으로 둘 수 없었다.


원로를 포함한 가신들은 가주의 아들인 타칸을 가주로 임명했다.


타칸은 당연히 자신이 차기 가주가 될 거로 여기고 있었기에 기쁘다거나 하는 감흥은 없었다. 다만 생각보다 일찍 가주가 되면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이 늘어난 것이 귀찮을 뿐이었다. 후사를 볼 때까지는 그 일에 집중하고 싶었는데, 인생은 계획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었다.


직무실로 수행원이 들어오며 타칸에게 물었다.


“락 가문에서 찾아와 뵙기를 청합니다. 만나보시겠습니까?”


진 도시에 있는 가문이었기에 락 가문에 대해서는 대충 알고 있었다.


“무슨 일이래?”


“이유는 직접 말씀드린다고 합니다. 사실 얼마 전부터 매일 찾아와서 뵙기를 청해왔는데, 전 가주님의 문제로 계속 돌려보냈었습니다.”


거절당함에도 매일 찾아왔다는 말에 뭔가 중요한 말인가 싶었다.


“여기로 오라고 해.”


“알겠습니다.”


잠시 후, 직무실에 락 드란의 수행원인 하빈이 들어와 예를 표했다.


“처음 뵙겠습니다. 먼저 가주가 되신 것 경하드립니다.”


타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인사는 됐고, 보자고 한 이유가 뭐지?”


“아직 늦지 않아 다행입니다. 저희 락에서 정보를 입수해 진에 경고를 드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경고?”


“네. 믿지 않으실 수도 있겠지만 락에서 거짓을 경고할 이유가 없음을 헤아려주시길 바랍니다.”


서론이 길어져 살짝 짜증이 나려 했다.


“알았으니 빨리 말해 봐.”


“혹시 남대륙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신 적 있습니까?”


“남대륙? 전설에서나 있는 곳 아냐?”


“아닙니다. 그리고 그곳 사람이 에란드로 넘어왔습니다. 스스로를 이큐라 제국에서 왔다고 밝혔고요.”


믿기 힘든 이야기에 타칸은 잠시 하빈을 노려봤다. 표정이 농담하는 표정은 아니었다.


타칸은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그 말이 진실이라 치고. 하고 싶은 말이 뭔데?”


“그들은 북대륙을 점령할 계획이고, 그 시작은 진 가문이 될 거라 했습니다.”


사실이라면 정말 심각한 문제였지만 곧이곧대로 믿을 수 있는 이야기도 아니었다.


“락 가문은 그 사실을 어떻게 알게 된 거지?”


“락 가문과 먼저 마찰이 있었습니다. 결과는 저희의 패배였고 그들이 제안했죠. 죽거나, 수하가 되라고요. 그리고 저희도 조건을 걸었습니다. 만약 어느 도시든 점령할 수 있다면 수하가 되겠다고 말이죠.”


“그리고 그 점령하려고 계획한 첫 도시가 진이다?”


“네. 락 가문은 부디 진 가문이 그들을 막아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너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 오히려 믿음이 가는 느낌이었다.


“그들은 지금 어디 있지?”


“그건 모릅니다. 조만간 진을 공격할 거란 말을 하고 사라졌습니다.”


“락 가문이 패배했다고 하는데, 인원과 무력은 어느 정도지?”


“그때 당시 단 두 명이었습니다. 패배는 카스토로 결정이 났지만, 락 가문의 모든 마법사가 싸웠어도 졌을 것입니다.”


아무리 도시를 영유한 가문이 아니더라도 락 정도면 작은 가문은 아니었다. 그런 가문의 모든 마법사가 덤벼도 두 명을 못 이길까 싶었다.


“엄살이 너무 심한 것 아닌가?”


“절대 아닙니다. 부디 가볍게 여기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타칸이 끄덕이며 말했다.


“뭐, 좋아. 그런데 내가 믿는다고 해도 할 수 있는 게 없지 않겠어? 가신들을 설득시키는 것부터가 문제고, 언제 쳐들어올지도 모르는 적을 대비해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지?”


하빈은 경고만 하려 했을 뿐, 방법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온 건 아니었다.


“다른 가문에 지원을 요청해 보심은 어떻습니까?”


“잘도 남대륙에서 쳐들어온다는 말을 믿어주겠다.”


“···.”


다른 대안을 말하지 못하는 하빈에게 타칸이 손짓하며 말했다.


“그만 물러가라. 경고는 고맙지만 대비할 방법이 없는 경고였다. 락에서 우리가 질 것을 대비하는 게 현실적인 것 같다.”


“알겠습니다. 물러가도록 하죠.”


하빈은 아쉬운 마음으로 인사하고는 돌아갔다.




타칸과 하빈이 이야기하던 건물의 1층.


하녀들의 공간에서 디켈이 피로 물든 침대보를 들춰 보았다. 작게 베인 상처에서 나온 양이 아닌 듯 보였다.


디켈이 하녀에게 물었다.


“그러니까 종종 이런 식으로 피에 젖은 옷이나 침구류가 내려온다는 거죠?”


하녀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네. 세탁물 회수는 제가 아니라 직접 확인한 적은 없지만 아마 도련님···. 아니, 이젠 가주님의 방에서 나온 거로 알고 있어요.”


디켈은 깊은 한숨을 쉬고는 100 루로짜리 동전을 꺼내 건네줬다.


“저한테 이런 거 보여줬다는 말은 아무에게도 하지 마세요.”


하녀가 끄덕였다.


“물론이죠. 저 역시 알려져서 좋을 거 없으니 걱정하지 마세요.”


“혹시 누구의 피인지는 모르시죠?”


“잘은 모르지만···.”


하녀가 눈을 굴리며 눈치를 보자 디켈이 100 루로짜리 동전을 하나 더 건네줬다.


하녀는 동전을 냉큼 주머니에 넣고는 답해줬다.


“저도 들은 이야기인데요. 가주님의 성벽이 매우 특이하다고 해요. 그래서 상대하는 아오라들이 자주 다친다고 하더라고요.”


전달자에게 이미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었다.


“그럼 지금 아오라는 몇 명인지 알아요?”


“두 명이요. 항상 2인분의 식사가 방으로 들어가기 때문에 혼자서 2인분을 먹는 게 아니라면 맞을 거예요.”


라인은 그렇게 대식가가 아니었기 때문에 두 명이 맞을 것이었다. 디켈은 속으로 부디 라인의 피가 아니기를 빌었다.


방으로 돌아온 디켈은 고민했다.


삼엄한 경비 때문에 하녀와 접촉하기도 쉽지 않았다. 도저히 지금으로서는 라인과 만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설령 만난다고 하더라도 어떻게 도망을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라인의 말대로 포기를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때쯤이었다.


쿠쿵!!


어디선가 땅을 울리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정문 쪽에서 난 소리다. 문이 무너진 듯싶다.


“뭐지? 누가 쳐들어오기라도 한 건가?”


-쳐들어온 게 아니라면 그런 미친 짓을 할 자가 없을 것이다.


자신이 있는 손님용 별채는 정문과 거리가 좀 있었다.


“도망가야 하나?”


-전쟁에 휘말리기 싫다면 도망가는 걸 추천한다. 방금 전투가 시작됐다.


“어떻게 알아?”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디켈이 귀를 기울여봤지만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진에 누가 쳐들어온 거지? 쳐들어올 만한 곳이 있어?”


-없다. 하지만 가주가 바뀌는 혼란한 틈을 타 공격하는 거라면 어디든 가능하다.


“승산은 어떻게 봐?”


-진 가문이 십중팔구 이길 것이다. 여러 가문이 연합한 것이 아니라면 진을 이길 가문은 몇 없다.


“그러면 그냥 여기 조용히 있으면 알아서 정리되려나?”


-그럴 수도 있다.


어느 욕심에 눈먼 가문이 진을 공격하는지는 몰라도 듣고 보니 큰 걱정은 안 됐다. 그저 혹시나 하는 생각에 창문 너머를 살펴봤다.


별채의 하인들이 서둘러 어딘가로 향했고, 이내 조용해졌다.


시간이 지나고, 이따금 큰 소리가 들리기도 했지만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생각보다 오래가네···. 어?”


한 인영이 별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시혼이었다.


이내 그가 디켈의 방에 들어왔다. 옷 여러 군데에 핏자국이 있는 거로 봐서는 한참 싸우다가 온 모습이었다.


“어서 도망치십시오.”


갑자기 와서는 하는 말이 도망치라니, 아무래도 전황이 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모양이다.


“누가 쳐들어온 거죠?”


“가주···. 타칸의 말에 따르면 남대륙에 있는 이큐라 제국이라는 곳이라고 합니다.”


잘못 들었나 싶었다.


“네? 남대륙이요?”


“저도 믿기 힘들었지만, 그들이 마갑도 입지 않고 진의 마법사들과 싸우는 모습을 보니 믿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도대체 무슨···.”


디켈이 뭐라 말을 하려 했지만, 시혼이 다급히 말을 끊으며 말했다.


“진이 패배하면 당연히 이곳으로도 그들이 올 겁니다. 그전에 어서 피하십시오.”


일단 피하는 게 맞는 것 같은 다급함이 보였다.


“알겠습니다. 앞장서시죠.”


시혼이 고개를 저었다.


“저는 전장으로 다시 돌아갈 겁니다. 항복하든, 죽음을 맞이하든 가신들과 함께해야죠.”


결의에 찬 눈빛. 설득의 여지조차 없어 보였다.


시혼은 창문을 열어 밖으로 뛰어내릴 준비를 하며 마지막으로 말했다.


“혹시 살아남는다면 제칼 공방에서 뵙겠습니다.”


시혼은 바로 뛰어내렸고, 디켈은 고민을 잠깐 하고는 별채를 나섰다.


-어디로 가는가?


디켈이 예상외의 방향으로 가자 전달자가 물었다.


“기회잖아? 이때 아니면 언제 구하겠어?”


디켈은 가주의 저택으로 향했다.


-위험할 수도 있다.


“걸리면 하인인 척해야지. 어쩌면 살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


무모한 결정이었지만 라인을 구하기 위한 유일한 기회임은 분명했다.


저택 가까이 갈수록 싸우는 소리가 커졌고, 디켈은 건물 반대쪽으로 이동해 단숨에 라인이 있는 4층 방의 반대편 방으로 날아 들어갔다.


방안에는 아무도 없었고 문을 열어 복도를 살펴보았다. 끝과 끝이 보이는 긴 복도엔 다행히 아무도 없었다.


디켈은 곧장 라인이 있는 방으로 들어갔다.


안에 들어가자 침대 위에 검에 찔린 채 누워있는 여자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미동도 없는 걸 보면 이미 죽은 것 같았다.


설마 라인은 아니길 바라면서 눈을 돌리자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보는 라인이 보였다.


다행히 죽은 건 라인이 아니었다.


디켈이 라인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괜찮아? 저 여자는 어떻게 된 거야?”


라인은 말없이 디켈을 보다가 눈물을 흘렸다. 상황을 따질 여유는 없었다.


디켈이 다가가며 손을 내밀었다.


“가자. 지금이 기회야.”


라인은 끄덕이고는 손을 잡았다.


다행히 4층의 인원은 이미 저택을 다 나간 모양이라 도망은 쉬웠다.


전투 소리가 나는 반대편으로 날아가며 라인이 질책하듯 물었다.


“왜 온 거야?”


“왜긴? 같이 도망가려고 온 거지.”


“이렇게 도망간다고 안 잡힐 거 같아? 도시를 나갈 수도 없을 거고, 숨어있어도 오래지 않아 잡힐 거야.”


“그건 진 가문이 정상적일 때나 그러겠지.”


디켈의 말에 라인의 죽어있던 눈빛이 살짝 변했다.


“그럼 지금 정상이 아니란 말이야?”


“싸우는 소리 못 들었어?”


“들었지. 그거 때문에 타칸이 짜증 내며 다른 아오라를 죽여버린 거니까.”


침대 위에 있던 여자가 떠올랐다.


“넌?”


“나를 먼저 베었는데, 다행히 치명상이 아니라서 그가 나간 뒤에 치료할 수 있었어.”


무덤덤하게 말하는 라인을 디켈이 안쓰럽게 쳐다보았다.


라인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말했다.


“한두 군데 잘리는 건 이제 익숙해서 말이야. 아무튼, 싸움은 왜?”


둘은 지상에 착지해 이목을 피해 움직이기 시작했고, 디켈이 답했다.


“믿을지 모르지만 진 가문이 질 것 같아.”


당연히 상식적으로는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다.


“정말?”


“어. 시혼이라고 누군지 알아?”


라인이 고개를 저었다.


“아무튼, 진에서 제법 높은 위치에 있는 마법사가 알려줬어. 곧 도시의 주인이 바뀌었다는 말이 나올 거야.”


“잘됐네. 그럼 이제 어쩔 거야?”


“공방으로 가려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약판소 (약 먹고 시작 하는 판타지 소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 100. 제국의 공격. 24.07.24 41 2 11쪽
99 99. 탄베 조직. 24.07.22 32 2 12쪽
98 98. 매장 보안. 24.07.19 34 2 11쪽
97 97. 패션쇼. 24.07.17 36 2 11쪽
96 96화. 경쟁심. 24.07.15 37 3 11쪽
95 95화. 손놈. 24.07.12 40 3 11쪽
94 94화. 소식지. 24.07.10 36 3 11쪽
93 93화. 톨 케힌. 24.07.08 39 3 11쪽
92 92화. 갈 카덴. 24.07.05 37 3 11쪽
91 91화. 고인물 마을. 24.07.03 40 3 11쪽
90 90화. 게시판. 24.07.01 43 3 11쪽
89 89화. 대표. 24.06.28 42 3 11쪽
88 88화. 청혼. 24.06.26 43 3 11쪽
87 87화. 조직 폭력배. 24.06.24 51 3 11쪽
86 86화. 빈 시현. 24.06.21 41 3 11쪽
85 85화. 명품 매장 24.06.19 47 3 12쪽
84 84화 알렌. 24.06.17 46 3 11쪽
83 83화. 타호. 24.06.16 42 3 11쪽
82 82화. 던전. 24.06.16 37 3 11쪽
81 81화. 몬사. 24.06.15 44 3 11쪽
80 80화. 갈누. 24.06.15 39 3 11쪽
79 79화. 대련. 24.06.14 42 3 11쪽
78 78화. 시혼. 24.06.14 43 3 11쪽
77 77화. No.1. 24.06.13 38 3 11쪽
76 76화. 로혼. 24.06.13 39 4 11쪽
75 75화. 3년. +1 24.06.12 49 4 11쪽
74 74화. 마나지렁이. +1 24.06.12 40 4 11쪽
73 73화. 레이. 24.06.11 45 4 11쪽
72 72화. 초월체. +1 24.06.11 48 3 11쪽
71 71화. 광고. 24.06.10 45 4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