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저승사자.
1화 저승사자.
학교 앞 큰 사거리.
검은색 정장을 입은 여자가 날 뚫어지게 보고 있다.
170cm 정도 될 것 같은 큰 키에 하얀 피부와 피를 묻힌 듯 한 새빨간 입술.
검은색 페도라를 왼손에 들고 있고 힘 있게 묶은 머리가 돋보인다.
앞머리가 오른쪽 끝에 길게 내려와 있고 짙은 일자 눈썹과 커다란 눈.
눈 끝이 올라가서 무서운 눈매와 오른쪽 볼에 작은 점이 있는 여자.
'나한테 할 말 있나?'
나처럼 횡단보도를 건너는 여자.
서로를 지나치려는 찰나···.
"난 저승사자야."
나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말하고 반대편으로 가버렸다.
'또 저승사자?'
저승사자의 말에 놀라서 서둘러 뒤를 따라갔다.
우리가 온 곳은 공원.
멈추는 저승사자를 보고 나도 걸음을 멈췄다.
"왜 따라왔어?"
뒤로 돌아 얌전한 목소리와 말투로 나한테 묻는다.
나는 대화하기 좋은 거리까지 붙었다.
"2년 전에 만난 저승사자는 아무것도 안했어요. 당신도 아무것도 안 할 지 궁금해서 따라왔어요."
"기억할 거라고 했는데 진짜네."
저승사자가 한 말에 난 고개를 끄덕였다.
"몇 가지 확인하고 싶어."
"제가 한 질문에 답을 해주세요."
"내가 먼저하고 싶어."
"알겠습니다."
날 찾아온 건 저승사자니까 먼저하게 해주자.
"널 저승으로 데려가기 위해 온 거 아니야."
"네."
무덤덤한 내 반응에 살짝 웃는 저승사자.
"난 너한테 저승사자가 하는 일을 가르치러 왔어."
다시 말하면 날 저승사자로 만든다는 뜻?
2년 전에 만난 저승사자는 아무 말도 안해줬는데.
"내 이름은 아스타. 저승 공무부서 지원과 소속이야."
"저승사잔데 영어 이름?"
"진명은 따로 있어."
"가명을 쓸 필요가 있나요?"
"우리들의 이름에 대한 건 나중에 다시 알려줄게."
"일단 알겠습니다."
그래.
지금 중요한 건 이름이 아니니까.
"확인해도 될까?"
"네."
정장 안주머니에서 종이 다발을 꺼내더니 몇 장 넘기고 집중해서 본다.
"이름 도명우, 19살."
종이와 날 번갈아 가며 보는 저승사자.
난 고개를 끄덕였다.
"키는 180cm에 자연 갈색 머리카락 색에 흔히 볼 수 있는 투블럭컷 스타일."
사전에 조사했을 텐데 한번 더 하는 거 보면 성격을 알 수 있다.
"인상이 선하고 서구적 미남형에 팔, 다리가 길고 오른쪽 입술 끝에 점이 있고."
생김새 하나하나 다 확인하려나 보네···.
'나쁘게 말하면 융통성이 없네.'
"일자 눈썹에 부드러운 눈매. 입 좀 벌려볼래?"
"갑자기요?"
"얼른."
시키는 대로 입을 벌렸다.
"입을 벌리면 이가 많이 보인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보이네."
'방금 표정이랑 말투 너무 귀엽잖아?'
"웃어볼래?"
시키는 대로 미소를 지었다.
"웃을 때 눈이 없어지는 것도 맞고."
표정을 풀었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을 짓더니 순식간에 표정을 풀고 종이 다발을 다시 정장 안주머니에 넣는 저승사자.
"끝났나요?"
들고 있던 모자는 언제 없어졌지?
"응, 협조해줘서 고마워."
"절 저승사자로 만들기 위해 오신 건가요?"
고개를 끄덕이는 저승사자.
"사람에게 저승사자가 보일 땐 수명이 끝나는 때라고 들었어요."
"망자가 우리에 대해 아는 건 1%도 안돼."
내 비밀을 아는구나.
하려다 안 한 말이 무엇인 지 알 거 같다.
내가 망자를 본다는 것.
"서서 이러지 말고 저기 앉아서 얘기하죠."
내 말에 좋다며 고개를 끄덕이는 저승사자.
가까이 있는 벤치로 가려는 순간 내 어깨를 잡고 내 걸음을 멈추는 저승사자.
"저승사자···."
어디선가 들리는 노이즈가 가득 낀 목소리.
"움직이지마."
"알겠습니다."
"인간을... 나에게... 주려고... 데려온... 것이냐···?"
"개소리 좀 작작 해."
잡고 있던 내 어깨를 놓는 저승사자.
뒤로 도는 소리가 들렸다.
"말조심... 해라... 저승사자... 죽고... 싶은... 것이냐···?"
"어이없네."
"반대를... 생각하는 듯... 한데... 반대는... 없다···."
짜증이 가득 담아 한숨을 쉬는 저승사자.
"일단 이거부터 해결하자."
"네."
뒤를 보고 싶은데 움직이지 말라고 해서 앞만 뚫어지게 보고 있다.
"억!!"
갑자기 내 몸을 세게 눌러 바닥에 붙여버리는 저승사자. 바닥에 붙은 뒤 고개를 돌려서 노이즈 낀 목소리에 정체를 봤는데···.
'저게 뭐야?'
커다란 낫을 들고 있는 무언가와 격하게 싸우고 있는 저승사자.
["내 목소리 들리니?"]
머릿속에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저한테 뭐하셨어요?!"
["너 뭐야?"]
"네?"
["이따 얘기해."]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안 들린다.
안 보일 속도로 서로 주먹을 주고받고 있는데 태연한 목소리로 나한테 말을 건 저승사자.
일단 편하게 앉아서 둘의 싸움을 구경하자.
'날붙이를 들고 있는 건 저 녀석뿐인데 왜 쇠 부딪치는 소리가 계속 날까.'
["지금 나랑 싸우는 건 사신이야."]
"사신이요?"
["속으로 말해. 쟤도 듣잖아."]
'알겠습니다.'
살짝살짝 보이는 사신의 얼굴과 몸은 뼈 뿐이다.
커다란 검은색 로브를 입었고 몸집이 저승사자보다 2배 정도 크다.
["우리의 적이니까 잘 봐둬."]
'배운다고 한 적 없습니다.'
["너한테 선택권은 없어."]
'왜요?'
["인간은 신이 한 결정을 어길 수 없으니까."]
단호하게 말하니까 할 말이 없네. 그리고 설명 하나 없이 이러기야?
구경할 게 아니라 도망가야 하나?
["이거부터 없애고 차근차근 말해줄게. 이게 방해만 안 했으면 벌써 설명 끝났을 텐데"]
'알겠습니다.'
다시말해 사신 때문에 내가 나중이 된 거네?
자리에서 일어나 몸을 털었다.
저승사자와 사신의 싸움에 끼어들기 위해 달려가서 둘 사이에 몸을 던졌다.
"뭐 하는 거야!?"
날 보며 깜짝 놀라는 저승사자는 뻗고 있던 주먹을 멈췄다.
"영혼줄을... 끊어버리겠다···."
사신은 들고 있던 낫을 내 목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이까짓 거!!"
낫이 내 목에 닿을 듯 말 듯 한 거리에서 멈췄다.
"인간이... 어떻게... 염력을···."
노이즈 낀 목소리에서 당황이 느껴진다.
"들은 거랑 완전 다르네."
저승사자의 말이 끝나자 낫을 거두는 사신.
짜증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고 있는 저승사자.
"영혼줄을... 끊지... 않으면... 귀찮아... 질 것이... 뻔히... 보이는구나···."
"입 좀 다물어."
사신이 낫을 바로 잡자마자 사신의 복부를 가격하는 저승사자.
괴상한 비명을 지르며 뒤로 밀려나는 사신.
동시에 난 주먹으로 사신의 얼굴을 가격했다.
또 괴상한 비명을 지르는 사신.
"저승사자... 이 인간은... 무엇이냐... 인간이... 가진... 힘으로... 나의... 얼굴에... 금이... 생겼다···."
"나도 놀라는 중이니까 입 좀 다물어봐."
나와 사신을 보며 짜증을 내는 저승사자.
"망자가 보이는 거 빼면 평범한 고등학생입니다."
"너!! 딱 기다려."
저승사자가 사신의 몸에 올라타서 목을 잡는 게 보이지 않았다.
망설임 없이 사신의 목을 비틀어버리는 저승사자.
'자기보다 2배나 큰 존재를 아무렇지 않게 제압하네.'
사신의 몸이 조금씩 부서지더니 모래가 바람에 날리듯이 사라져버린다.
소멸확인 후 누가 봐도 화난 얼굴로 내 앞에 서는 저승사자.
"나랑 텔레파시를 한 것도 이상한데 저승사자의 힘 중 하나인 염력을 사용해? 그것도 부족해서 금강석보다 단단한 사신의 얼굴에 금을 만들어?"
이 정도면 눈치챈 거다.
'전부 들킨 마당에 숨겨서 뭐하겠어.'
"네 수명은 오늘을 기준으로 정확히 1년 남은 것과 오늘 내가 올 것도 알고 있었니?"
"알고 있었습니다."
"짜증 나!!"
"2년 전에 만난 저승사자가 말하지 말라고 했어요. 이젠 존재하지 않으니까 전부 사실대로 말씀드릴게요."
"그것도 알아?"
"알려줬어요."
땅이 꺼질정도로 크게 한숨을 쉬는 저승사자.
저승사자는 내 손을 잡고 장소를 바꿨다.
나무가 울창한 이 곳은 어디지?
"저승 공무부서 지원과 소속 저승사자 아스타입니다. 좌표 보냈으니 그쪽으로 수습반을 부탁드립니다."
"텔레파시 능력이죠?"
내 말이 끝나자마자 날 무섭게 노려본다.
"내 얘기는 다 아는 것 같으니까 넘어갈게."
"그쪽한텐 제 얘기가 중요한 거죠?"
"응."
"뒤에 있는 것부터 해결해야 될 거 같아요."
"뒤?"
고개를 뒤로 돌리는 저승사자.
우리가 왔을 때부터 사신이 저승사자의 뒤에 있었다.
'일부러 사신 앞으로 온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아까부터 왜 가는 곳마다 있는 거야!!"
화를 내며 사신의 옆구리를 세게 걷어차는 저승사자.
"저승사자... 갑자기... 무슨... 짓이냐···."
"저승사자가 사신을 처리하는데 이유가 있었던가?"
"고리타분한... 이유... 그리고... 네 놈은... 나를... 찾고 있지... 않았던가...?"
낫을 잡고 공격 자세를 취하는 사신.
아까보다 더 빠른 속도로 사신에게 붙은 뒤 사신의 복부를 가격하는 저승사자.
폭발 소리와 함께 멀리 뒤로 날아가는 사신.
"염력으로 이런 것도 가능해요!?"
"질문금지."
"알겠습니다."
갑자기 저승사자의 뒤에서 나타난 사신은 양손으로 저승사자의 얼굴을 잡고 들어 올렸다.
"이대로... 얼굴을... 부수겠다···."
안돼!! 빨리 도와줘야 돼!!
"소멸하거라... 저승사자···."
"그 손 놔!!"
사신이 양손에 힘을 주려는 순간 빠르게 사신의 앞으로 왔고 내 속도를 보고 놀랐... 얼굴이 해골이라 표정이 없어서 모르겠어.
아무튼!!
괜히 잡혀있는 저승사자를 살짝 본 뒤 사신의 얼굴을 주먹으로 가격했다.
"인간의... 힘으로... 나의... 얼굴을···."
조금씩 금이 가더니 깨지는 사신의 얼굴.
"도망을···."
입고 있는 로브를 펄럭이는 사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화려하게 움직여서 사신의 몸에 올라탄 후 사신의 목을 잡고 비틀어버리는 저승사자.
공원에서 본 것처럼 사라지는 사신.
"네 눈과 몸."
"예?"
"그리고 능력."
전부 알아버렸네.
"넌 내 속도를 봤어. 그리고 네가 낸 속도. 그리고 사신의 얼굴을 깰 정도의 힘과 능력사용법."
"처음 만났을 때 그는 아무것도 안 했어요."
"한번만 만난 게 아니야?"
"네. 두번째 왔을 때 저한테 많은 걸 알려줬어요."
"선배가 날 속였어!!"
"눈을 바꾸고 몸을 받았어요."
"그건 눈치챘어. 나와 텔레파시로 대화했다는 게 그 뜻이니까."
"몸은 이유가 있는데 눈은 어떻게 아셨어요?"
"나와 사신의 속도를 봤잖아. 인간이 가질 수 없는 동체시력이야."
나를 파악하기 위해 날 집중해서 보고 있었구나.
"그래서, 선배의 힘은 얼마나 받았어?"
"몰라요."
"왜 몰라!?"
"힘에 대한 얘기는 안 해줬어요. 능력에 대한 설명과 쓰는 방법, 저승사자와 저승에 대한 것. 그리고 자기가 절 찾아온 이유까지 말해줬어요."
이해 못 하겠다는 표정을 짓는 저승사자.
"설마 100% 다 준 건 아니겠지?"
"혼잣말을 왜 들리게 하십니까?"
"신경쓰지마."
괜히 나한테 성질이네.
"신이 제 수명을 늘렸다고 들었는데 이유가 뭔가요?"
"원래 운명대로면 넌 망자를 볼 수 없어. 그리고 그날의 교통사고로 사망했어야해."
"예?"
"어쩌다 보니 네 운명이 바뀌었어. 그래서 신이 네 수명을 늘린 거야."
갑자기 진지한 분위기를 만드는 저승사자.
어떤 말을 하려고 목을 푸는 거지?
"다른 얘기는 나중에 하자. 본론을 얘기할게."
"제가 저승사자가 되기 싫다고 하면요?"
내가 제일 궁금한 얘기를 꺼냈다.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듣는 저승사자.
일부러 예상 못했을 거 같은 질문을 한 건데.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건 한번뿐이야. 만약 다른 신이 네 운명을 바꾸겠다고 나서면 바꿀 수 있지만 네 운명을 바꾼 신은 저승을 관리하는 신이야."
"염라대왕이 한 거라 절대 바꿀 수 없다?"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저승사자.
"조건을 걸고 싶어요."
"굳이?"
"계약은 양쪽 모두가 이득이 있어야 돼요. 좀 더 생각해보고 말씀드릴게요."
"인간이 저승사자를 상대로 거래를 제안할 줄이야."
"만약 제가 안하면 어떻게 되나요?"
"네가 죽고 난 후. 망자라면 가져야 할 당연한 걸 가질 수 없게 돼."
"제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네요."
"어쩔 수 없어. 네 눈은 인간의 실수 때문···."
"인간의 실수요?"
갑자기 저승사자의 시선 처리가 불안해졌다.
손 떠는 거 보니까 절대 말하면 안 될 걸 말했나보네.
"네 조건이 뭔지 모르지만, 대왕님께 여쭤보고 알려줄게. 알았지?"
냉정해지려는 지 호흡을 크게 하는 저승사자.
서둘러 화제 돌리는 모습이 처량하다.
"알겠습니다."
저승사자는 내 손을 잡고 장소를 바꿨다.
우리가 온 곳은 내가 사는 아파트 입구.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하자."
난 고개를 끄덕였고 저승사자는 사라져버렸다.
"에휴..."
너무 많은 일이 생겨서 머리가 복잡해.
'2년 전에 만난 저승사자도 날 복잡하게 만들었지.'
내일부터 더 머리 속이 복잡해지겠지?
이 생각이 날 더 혼란스럽게 만들어서 집에 왔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푹 쉬려고...
그런데...
"왜 여기 있어요!?"
검은색 정장이 아닌 편한 옷을 입고 우리 집 소파에 편하게 앉아있는 저승사자를 보고 너무 놀라서 큰소리로 말해버렸다.
"누나한테 왜 그러니?”
부엌에서 내 목소리를 듣고 말씀하시는 엄마.
"어?"
누나... 라고?
"오랜만에 왔으니까 싸우지마."
"어어..."
서둘러 저승사자 옆에 앉았다.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서울에서 공부하는 제 누나한테 민폐잖아요."
엄마한테 들릴까봐 작게 말했다.
"널 위해서야."
대충 넘어가자는 뜻 같은데?
"너를 제외한 다른 인간은 날 네 누나인 도우리로 인식할 거야."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세요."
엄마한테 들릴까봐 저승사자를 데리고 내 방에 왔다.
"네 누나는 이제 여기 올 수 없어. 그래서 내가 네 누나를 대신할 거야."
"누나가 여길 왜 못 와요?"
"도우리, 21살. 현 거주지는 대한민국의 서울."
"맞아요."
"어제 사신의 심심풀이 때문에 영혼줄이 끊어져서 사망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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