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화 숨은 망자.

89화 숨은 망자.
공간이동을 써서 아스타와 같이 집에 왔다.
아스타가 먼저 집에 들어가고 엄마한테 전화 온 후 집에 들어왔다.
오랜만에 누나가 집에 온 설정이라 가족들과 함께 저녁을 먹었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스타의 오랜 경험 덕분에 해외에 있었다는 게 거짓말이 아니었다.
'진짜 해외에 나가봤을 줄이야.'
이 거짓말을 어떻게 할 지 엄청 궁금했는데 자기 경험을 조금 각색할 줄 상상도 못했다.
지금까지 쌓아온 얘기를 신나게 떠들고 우린 각자 방으로 해산했다.
엄마 혼자 정리한다고 했는데 가만히 보고 있을 아스타가 아니다.
정리를 돕기 시작했고 혜리도 같이 정리했다.
아빠를 따라서 조용히 사라지고 싶었는데 아스타가 잡아서 도망치지 못했다.
'덕분에 정리는 빨리 끝났지만.'
아스타는 조금 남았을 때 엄마와 혜리도 방으로 보냈다. 나랑 할 얘기가 있어서 이러는 거 안다.
정리하면서 대화하기 불편하니까 우린 빠르게 정리를 끝냈고 아스타는 누나 방으로 들어가는 척 하고 내 방으로 들어왔다.
아스타가 들어온 걸 보고 결계를 만들었다.
"간만에 엄청 웃었어."
"저도요. 최근 가족끼리 밥 먹은 적도 없고 이렇게 시끄럽게 한 적도 없었거든요."
"그럴 수밖에."
"형 때문이 아니에요. 서로 바빴어요."
"그래?"
"네. 아빠는 직장 때문에 지방에서 혼자 살고 있어요. 2주에 한번 오세요."
"변화가 있었구나."
"네. 아무래도 저랑 혜리는 대학 때문에 중요한 시기라 빡세게 공부하고 있고요."
"넌 아니잖아?"
"넘어가요."
웃는 아스타.
나도 같이 웃었다.
한참을 웃고 아스타는 대화를 위해 내 침대에 앉았다. 난 의자를 가져와서 비스듬히 놓고 서로 눈을 마주칠 듯 안 마주칠 듯 하게 앉았다.
"남은 4개월. 아스타는 저승사자가 아닌가요?"
"응. 모든 걸 뺏겼어. 능력도, 힘도, 유니폼도. 전부..."
"그래서 인간이라고 했군요."
"응. 저승에 갈 수 없어. 대왕님들께서 마지막으로 해준 건 인간들이 날 네 누나로 인식하게 하는 것 뿐."
"아스타가 부탁했죠?"
"응. 저승에서 쫓겨났잖아. 인간계에서 내가 갈 곳은 여기 말고 없어."
"잘 왔어요."
아스타의 어깨를 토닥였다.
"엄마아빠도 누나가 여기 있는 걸 더 좋아해요. 혜리도 마찬가지고요."
"그렇게 말해줘서 고마워."
"간만에 인간으로 살겠군요."
"걱정 안돼?"
"예?"
"널 도와줄 수 없어. 능력을 못 쓰니까 널 서포트 할 수 없고 저승에 갈 수 없으니까 정보를 얻어줄 수 없어."
"제가 하면 되잖아요."
"어?"
"저 혼자 지금까지 잘했어요. 새우초밥씨도 도와주면서요."
아스타의 어깨에서 손을 내렸다.
놀란 얼굴로 날 보고 있다.
내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
왜 이런 반응을 하실까나.
"오도리가 널 도와준 게 아니라 네가 오도리를 도와줬다고?"
"네."
"선배라는 녀석이..."
지옥에 가기 전에 새우초밥씨한테 여러가지 말을 하고 갔구나.
날 많이 도와주라는 말은 할 필요없는 건데.
저승에서 제일 우수한 저승사자 옆에서 배웠는데 굳이 라는 생각이 든다.
새우초밥씨는 이걸 잘 알고 있어서 나한테 도와달라고 한 것 같다.
'왜 그랬는 지 이해는 가.'
의지하고 있던 선배가 없어졌잖아. 그래서 나한테 의지한 거겠지.
이상한 건 새우초밥씨 본인이 제일 잘 알고 있을 거야.
어쩌겠어.
이렇게 안하면 자기가 저승생활을 버틸 수 없는데.
난 상관없지만 아스타는 아닌 것 같다.
"당분간 아스타는 평범한 사람처럼 지내주세요."
"할 수 있는 건 해줄게."
"예?"
"뭐든 말해."
할 수 있는 걸 하겠다고 했는데...
냉정하게 말해서 힘도 없고, 저승에 갈 수 없는 아스타가 뭘 할 수 있을까?
아스타는 지금 저승사자가 아니라 사람이다.
내가 이 힘을 얻기 전과 똑같다.
"가족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주세요."
"어?"
"아스타가 할 수 있는 건 그거예요. 시간이 얼마 안남았어요. 저 대신 많은 시간을 보내주세요."
"왜 너 대신이야?"
"네?"
"넌 너고 네 누나는 네 누나야. 너희 부모님과 동생한테는 서로 달라."
"아아..."
"저승사자 일도 중요하다면 중요하지만 아들, 오빠의 역할도 확실히 해."
"알겠습니다. 그건 생각 못했어요."
"그럴 수 있어. 난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 할게."
"감사합니다."
아스타는 조용히 내 방을 나갔다.
저런 말을 할 줄은 상상도 못했네.
허를 찔렸어.
다음 날 아침.
나와 아스타에게 남은 시간은 정확히 7개월.
아스타가 다시 힘을 얻기까지 4개월.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겠지만 가족에게 그런 일이 생기지 않게 노력할 거다.
아스타 말대로 난 아들, 오빠의 역할을 확실히 할 거고 아스타는 딸, 언니의 역할을 확실히 할 거다.
학교에 가는 길.
["점심시간에 조퇴 할 수 있어?"]
새우초밥씨의 정신감응이 왔다.
'네. 망자인솔인가요?'
["응. 과장님께서 뿌리 뽑으시려는 것 같아."]
'네?'
["자세한 건 만나서 얘기해줄게."]
'알겠습니다.'
정신감응을 끊었다.
뿌리 뽑겠다는 게 뭘까?
수업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는 사이 점심시간이 됐다.
일을 시작하면 밥 먹을 시간이 없을 테니까 빠르게 점심을 먹고 담임 선생님께 허락을 받고 조퇴했다.
'혹시 몰라 정신조작은 다시 확인했고.'
수습반 덕분에 그 날 선생님께는 아무 문제 없었다.
운명이 바뀌지 않았고 다친 곳도 없었다.
학교 앞 사거리가 보이기 시작했고 주변에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고 염력을 써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공간이동을 써서 저승에 왔다.
새우초밥씨가 날 끌어당겼는 지, 내가 온 곳은 새우초밥씨 앞이고 저승 공무부서들이 있는 건물 앞이다.
"아스타 선배에 대해 전부 들었지?"
"네."
"어제 너희 집에 보내드리려고 했는데 너한테 가고 싶다고 해서 네 앞으로 보냈어."
"역시나."
"예상했구나?"
"네."
새우초밥씨랑 아스타에 대한 얘기를 하며 우린 과장님 방 앞에 왔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어어."
과장님 방 안으로 들어왔는데 저번에 본 것처럼 과장님은 빡세게 운동을 하고 계시다.
방 전체에 땀냄새가 가득하고 땀 때문인 지 습하게 느껴지고 있다.
수증기가 보이는 건 내 착각이겠지?
우린 가운데에 있는 쇼파에 앉았고 과장님은 복장을 대충 정리하고 앉았다.
"뿌리 뽑겠다는 얘기가 뭔가요?"
삼천포로 빠지기 전에 서둘러 본론을 꺼냈다.
과장님 성격에 100% 아스타 얘기를 꺼낼 테니까.
"아스타가 받고 있는 벌에 대한 네 생각이 궁금해."
역시나...
이런 예상은 틀리질 않네.
그건 그렇고 본론을 먼저 꺼냈는데 무시하고 아스타 얘기를 꺼내버리네.
상대하기 너무 어렵다.
"과장님. 저는 이미 벌어진 일에 관심없습니다."
내 말에 살짝 웃는 새우초밥씨.
과장님은 놀란 표정을 짓는다.
"염라대왕들이 직접 결정한 거잖아요. 생각없이 일을 하는 신이 아니니까 전 그들이 한 결정에 불만없습니다. 가지면 달라지나요?"
염라대왕의 시켜서 했지만 염라대왕들도 괜찮으니까 진행한 거라 생각하고 있다.
"안 달라져."
"네. 이 얘기 끝입니다."
"알겠어..."
텐션이 쭉 내려갈 정도인가?
과장님이 아스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거 알고 있다.
아스타를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다.
아스타보다 위에 있고 싶어하는 것도 잘 알고 있지만 굳이 이런 얘기를 할 필요없다.
같이 아스타 뒷담을 까길 바랬던 거 같은데 상대를 잘못 골랐어.
나 말고 동기들이랑 이런 얘길 해야 된다.
'열등감과 시기질투.'
사회생활을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자기 능력을 키우게 해줄 수 있는 원동력인 줄 알았는데 과장님을 보면 볼수록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열등감과 시기질투 때문에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는데 막아버리는 것 같아.
내가 아직 경험이 부족해서 이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만 말이야.
"뿌리 뽑겠다는 게 무슨 뜻인가요?"
"어어... 잠시만..."
갑자기 밖으로 나가는 과장님.
나 때문에 저러는 거야?
엄청 당황스럽네.
"잘했어."
"네?"
"과장님은 선배를 엄청 싫어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에 보이는 저승사자를 붙잡고 선배 뒷담화를 엄청 했어. 지금은 과장자리에 있다보니 줄었지만."
"이거 때문에 과장자리를 인수인계 한 건가요?"
"글쎄. 전(前) 과장님 성격에 그럴 분은 아니야."
"오로지 능력?"
"응. 능력은 정말 뛰어나."
"왜 아스타를 싫어해요? 아스타 못지 않게 뛰어난 부분이 있을 건데."
호랑선배도 아스타 보다 나은 점이 분명 있었다.
아스타는 그 부분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아스타가 정말 대단한 저승사자인 건 알겠지만 모든 면에서 완벽할 수 없다.
부족한 부분은 무조건 있다.
호랑선배도 과장님처럼 아스타를 시기질투 했지만 서로를 인정했다.
덕분에 호랑선배는 아스타의 시기질투를 멈춘 것처럼 보였다.
"모든 면에서 자기보다 선배가 뛰어나다고 생각하는 거 같아. 아직도 말이야."
"언제 한번 자릴 만들어야겠네요."
"굳이?"
"네?"
"선배의 동기 중에서 후배들에게 제일 미움 받는 게 과장님이야."
"진짜요?"
"응. 뭘 해도 나아질 수 없는 상황까지 왔어."
"그렇군요."
"우리는 우리 할 일만 잘하면 돼. 우리가 말한다고 들으실 분이 아니야. 선배한테 얘기해도 소용없을 거고."
"아스타 성격에 안하죠."
동기들한테 관심이 아예 없으니까.
한참이 지나서 멍한 표정으로 들어온 과장님.
아무나 붙잡고 나한테 하려던 아스타 뒷담을 하려고 했는데 못한 거 같다.
"흠흠!! 인간계에는 우리가 놓고 온 망자가 있어."
"말을 똑바로 해주세요, 과장님. 놓고 온 건 고의잖아요. 잃어버렸다고 해야죠."
"아니야. 내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그럼 어떤?"
무서운 말이 아무렇지 않게 왔다간 거 같은데 그냥 넘어가도 되는 거야?
"신경쓰지마, 인간. 네가 김차사님 일을 해결해서 인솔과에서 전담반을 만들었어. 우리가 놓고 온... 아니, 잃어버린 망자를 인솔하고 있어."
"알겠... 습니다."
찝찝하지만 전담반을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는데 내가 더 무슨 말을 하겠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야지.
"숨기고 있는 망자."
"네?"
"과장님? 그건..."
"발급과장이랑 인솔과장이랑 같이 얘기 끝냈어."
"알겠습니다."
숨기고 있는 망자?
뭐길래 과장 3명이 합심하는 거지?
이번 일도 쉽게 끝낼 수 없겠구나.
'너무 놀랐는 지 당황하는 새우초밥씨만 봐도 알 수 있어. 이거 보통 일이 아니야.'
"망자쉼터, 인간계, 신계, 저승문 등등. 신과 저승사자, 천사, 그외의 존재들이 숨기고 있는 망자들이 있어."
"왜 숨겨요? 인솔을 해야죠."
"좋은 질문이야, 인간!! 우리가 왜 망자를 숨겼을까!! 하물며 신도!!"
텐션 뭐야?
방금까지 침울해 있던 저승사자 맞아?
"장소들만 봐도 가지각색이야. 누가? 왜? 저승문으로 인솔해야 되는 망자를 왜 숨겨놨을까?"
"정답!! 문제가 생겼다!!"
"맞아."
"정확히 말하면 악귀야."
새우초밥씨가 입을 열었다.
"악귀요?"
"오도리 말대로 악귀야. 너도 알다시피 악귀는 저승문으로 인솔할 수 없어."
"악귀는 소멸시켜야 되는 존재잖아요. 인간에게 피해를 줬으니까."
둘은 고개를 끄덕인다.
숨길 수밖에 없구나.
저승문으로 데려가고 싶어도 데려갈 수 없다.
악귀 중에 저승사자 보다 강한 악귀도 있다고 했으니까 일부러 숨겨놓은 거야.
소멸시킬 힘은 없고, 위에 보고 하면 문제가 커지니까.
'아니지?'
차라리 위에 보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당연 욕은 먹겠지만 누군가는 해결을 해줄 거잖아.
숨겨놓았다가 더 큰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기도 어렵고 신들이 항상 말하는 모든 세계의 균형에도 영향을 끼치면 해결 못할 문제가 되잖아.
"악귀를 전부 소멸시키라는 말씀이세요?"
"응. 대왕님들께도 허락 받았어."
"신과 천사도 포함되잖아요. 그래도 됩니까?"
"대왕님들께서 상제폐하께 직접 허락 받을 거라고 하셨어. 결과는 아직 못 들었지만 대왕님들께서 전부 책임진다고 일단 시작하래."
설득할 자신이 있나보네.
"숨긴 이유를 하나만 들을 수 있나요?"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과장님?"
"해."
새우초밥씨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진지한 얼굴이 됐고 날 뚫어지게 보고 있다.
"나도 악귀를 숨겼었어."
"진짜요?"
"응. 선배와 네가 만나기 5일 전에 소멸시켰어. 숨긴 이유는 내가 이길 수 없어서."
"네?"
"내가 악귀를 못 이겼어."
새우초밥씨 말고도 악귀한테 질 수도 있는 저승사자는 많을 거다.
인솔과는 현장직이지만 강해질 필요가 없는 저승사자라 악귀와 싸워서 이기지 못할 거다.
"내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결계와 염력을 써서 악귀를 가두는 것 뿐이었어."
"아아."
"중징계를 받을 게 뻔해서 숨겼고."
"믿을 수 있는 선배인 아스타한테 말해서 악귀를 소멸시켰다?"
"응. 98% 정도 나랑 같은 이유로 악귀를 숨겨."
"신이랑 천사는요? 솔직히 말해서 이 두 존재는 이해가 안갑니다. 왜 악귀를 숨겨요?"
"이유는 정말 많아."
과장님께서 대화에 끼어들었다.
"사대신의 영혼줄 끊기 같은 이유일 때도 있어."
"재미요?"
"응. 호기심 또는 연구라는 이유도 있어."
"외 존재들도 언급하셨잖아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시는 과장님.
왜 불안해보이지?
"외 존재들이 어떤 존재인 지 모르겠지만 이들은 왜 악귀를 숨기죠? 악귀를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인가요?"
"그게 말이야..."
"말씀해주세요, 과장님."
"제가 설명해도 될까요?"
"응응!! 오도리, 네가 해줘!!"
은근슬쩍 시선을 피하는 과장님.
새우초밥씨는 과장님을 보고 살짝 웃는다.
"외 존재들은 악귀를 만나지 않아. 만날 수 없어. 악귀는 인간이었던 망자 한정이야."
"외 존재들은 왜 언급했나요?"
"과장님이 쓸데없이 부풀린 거야."
"예?"
"심각하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최악의 수를 둔 거야."
이래서 아스타가 과장님을 싫어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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