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화 사대신 토벌(2)

97화 사대신 토벌(2)
사신이란 존재를 처음 만났을 때.
날 보고 한 말이 있다.
[우리에게 위험한 존재.]
만나는 사신들이 전부 이 말을 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말을 안하기 시작했는데 왜 안하는 지 궁금하지 않았다.
저승사자와 사신은 앙숙.
서로 없애려고 하는 사이.
여기에 더해 불합리한 저승사자와 사신의 약속.
사대신이 다쳐서 움직이지 못할 때 저승사자가 사신을 공격할 수 없다는 내용의 약속이다.
이 약속을 만든 게 염라대왕이었고, 내가 직접 이 약속을 없애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없애려고 했지만 좀처럼 기회는 생기지 않았고 어쩔 수 없이 반포기 상태였다.
아무튼.
사신들이 나한테 위험하다고 한 이유는 정확히 모른다. 알고 싶지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내 뇌피셜이지만, 저승사자가 되고 있는 인간을 처음 봤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저승사자는 인간이 죽은 뒤 되는 거니까.'
신도 두려워 하는 인간.
사신이 두려워 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
'사대신은 나란 존재를 조금도 경계하지 않았지만.'
무시무시한 독기 속에서 사신을 소멸시키고 있다.
동료애가 없는 놈들이기 때문에 동료의 복수를 위해 날 공격하는 게 아니다.
이 놈들은 위험한 존재인 날 없애기 위해 공격하고 있는 거다.
이 이유에 더해 자기들의 대장인 사대신을 지키기 위해서.
"내 질문에 답해줄 놈은 없는 거 같네."
체력소모가 심한 귀신의 힘을 좀 더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서 분배를 해보고 있다.
여기 들어와서 염력을 썼는데 염력이 결정으로 변해서 염력을 쓸 수 없기 때문에 귀신의 힘을 쓰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힘을 분배하니까 덜 지친다.
"덕분에 사신들이 더 무섭게 달라들고 있지만 이 정도는 괜찮아."
낫을 휘둘러 내 옆구리에 상처를 만들었다.
사신의 얼굴을 잡고 힘을 줘서 얼굴을 깨버렸다.
"저승사자의 힘인 염력보다 확실히 강한 힘이야."
악력으로 다이아몬드처럼 단단한 사신의 얼굴을 박살낼 정도니까.
"우리가... 막아야... 한다..."
"사대신님께... 가까이... 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저... 존재를... 막아라..."
"위험한... 저것을... 막아야... 한다..."
"가지고... 있는... 모든... 수를... 써서... 막아라..."
서로가 서로에게 명령이라.
처음보는 광경이라서 너무 신기해.
이끌어주는 존재가 없으니까 서로가 서로한테 명령을 하고 있는데 아무도 듣지 않고 있다.
좀 더 용기있는 사신이 먼저 나서고 있을 뿐.
'이런 식으로 하면 끝이 없는데.'
이 안에 사신이 얼마나 있는 지도 모르겠고.
계속해서 귀신의 힘을 쓰면 사대신을 만났을 때 아무것도 못할 수도 있어.
무엇보다 내 질문에 대답이 없잖아?
이 안에 있는 사대신한테 물어볼 수밖에 없지.
"그러려면 최대한 빨리 이 녀석들을 없애버려야지!!"
내 앞에 있는 사신 전부한테 정신조작을 사용했다.
녀석들의 눈에 빨간빛이 생겼다.
"이제부터 서로를 죽여라."
사신들이 서로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대사.
한번 해보고 싶었다!!
'꽤나 짜릿한데?'
내가 움직일 때마다 사신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지만 정신조작에 걸린 사신들 덕분에 힘 빼지 않고 앞으로 가고 있다.
["여유 부릴 시간없어."]
토벌과장님께 정신감응이 왔다.
'문제가 생겼나요?'
["아니. 우리도 토벌을 시작했다."]
'사대신 2명이 나타났다는 말씀이세요?'
["응. 독기 안에 있는 놈만 네가 확실히 처치해주면 밖에 있는 둘은 우리가 잡을 수 있어."]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여유 부리지 말고 빨리 없애버려."]
'네!!'
정신감응이 끊겼다.
빨리 안에 있는 사대신을 없애고 우리한테 붙어 라는 말을 엄청 돌려서 하시네.
그럴 수밖에 없다.
과장님은 동료들을 지키면서 싸울 테니까.
가능하면 여기 온 저승사자들 전부 무사히 귀가하길 바라고 있을 거야.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만 이 정도는 바래도 되니까.
양손으로 귀신의 힘을 모으기 시작했다.
체력소모가 심하겠지만 할 수밖에 없어.
나도 동료들이 무사히 귀가하길 바라니까.
동료 한명이라도 더 많이 저승으로 돌아가야 하니까!!
모은 귀신의 힘을 내 앞으로 발사했다.
엄청난 속도로 뻗어나가면서 내 앞에 있는 모든 사신들을 소멸시키거나 신체부위 중 하나를 없애버렸다.
모은 힘을 전부 발사하고 팔을 내렸다.
"응?"
독기 안이 뚫려서 밖이 보이네?
"굉장하구나, 인간!!"
목소리가 들린 위를 봤다.
입을 딱딱 부딪치면서 날 보고 있는 사대신.
지금까지 사대신 밑에 있었구나.
독기가 아니라 사대신의 로브 안에 있는 거 같아.
사대신의 가슴팍 쪽에서 사신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런 식이면 끝이 없겠어.
귀신의 힘을 내 앞으로 쏠 게 아니라 위로 쏠 걸.
"너에게서 귀신의 힘이 느껴진다."
이 사대신은 평범하게 말하네?
합체된 사대신 같아.
"알 거 없어."
"사신을 이용하고 귀신의 힘을 사용하는 저승사자. 이런 저승사자는 다시는 못 볼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싸우고 있던 사신들이 멈췄다.
눈에 빨간빛이 아직 있는 거 보면 능력이 풀린 건 아닌데 뭐지?
정신조작이 안 걸린 사신들도 멈췄어.
사대신이 뭔가를 했구나.
"돌아오거라."
사대신의 말 한마디에 사신들이 공중으로 떠올랐고 사대신에게 빨려들어가고 있다.
사신들이 전부 사라졌고 사대신이 몸 크기를 나와 비슷하게 줄였다.
"우리 로브를 왜 걸치고 있지?"
"날 도와주는 사신이 있어. 걔가 줬어."
"누군지 알고 있다. 저승사자였다가 사신이 된 존재."
"맞아. 너희가 버렸지."
"우릴 배신해도 할 말이 없긴 해. 그 녀석이 너한테 로브를 준 이유를 모르는 것 같구나."
"몰라."
"네가 이 안에서 능력을 쓸 수 있게 해준 거다. 숨을 쉴 게 해줬고, 밖에 있을 때처럼 움직일 수 있게 해줬다."
로브 하나에 저런 능력이 있었을 줄이야.
과거에 저승사자였다고 해도 지금은 사신.
언제가 될 지 모르겠지만 난 그 녀석도 소멸시켜야 한다. 지금까지 날 도와준 건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기회는 정말 많았지만 나한테 해준 게 많아서 방치한 건데 이번 사대신 토벌에서 3명 전부를 소멸시키는데 성공하면 난 녀석을 소멸시킬 생각이다.
"알려줘서 고마워."
"인간."
"왜?"
"사신이 될 생각없는가?"
"뭐라는 거야. 뭐 잘못 먹었어?"
"넌 우리한테 위험한 존재다."
"그래. 말 잘 꺼냈다. 내가 왜 너희한테 위험한 거야?"
뭐지?
방금 이 녀석 웃은 거야?
해골이라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웃는 소리가 들렸다.
합체된 사대신 말고 웃는 사신이나 사대신을 본 적 없어서 꽤나 충격이네.
"오래 전. 우리들에게 이런 예언이 있었다. 저승사자가 된 인간이 우리들을 소멸시킬 거라고."
"고작 그거야?"
"너한테는 고작이겠지만 우리들에게 이 예언은 염라대왕이 저승사자한테 하는 말과 같다."
비유가 아주 좋은데?
저렇게 말하니까 이해가 딱 됐다.
"사신이 태어날 때마다 이 예언을 알려줬고 이런 낌새가 보이는 인간의 영혼줄을 끊으라고 말했다."
"너희가 영혼줄을 끊는 이유, 재미가 아니었어?"
"처음에는 아니었다. 시대가 바뀌면서 재미가 됐다. 최근 50년 안에 태어난 사신 중 예언을 아는 사신은 없어."
시대가 바꿀수록 예언이 틀렸다고 판단했나보네. 그래서 일부러 알려주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예언이 맞은 거 같아?"
고개를 끄덕이는 사대신.
"사흉신(死凶神)이 너한테 소멸당했다."
"합체된 사대신을 사흉신이라고 불러?"
"그렇다. 우리 3명이 합체된 신이지."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사대신은 사신이 합체한 거야?"
"틀렸어. 사대신은 사신들 중 강한 사신이면서 사신을 만들 수 있는 존재다."
"사신을 만들어?"
살짝 삐거덕거리며 고개를 끄덕이는 사대신.
사신을 만들 수 있는 존재...
"사신 중 강한 사신이 사대신이 되는 건 알겠어. 사신을 만든다는 건 뭐야?"
"사신 하나를 반으로 자르면 둘이 된다."
"뭐?"
"이렇게 사신이 만들어진다."
이럴수가...
믿어야... 겠지...?
"보여줄까?"
사대신이 자기 가슴팍에서 사신을 꺼냈다.
1차적으로 사신을 저렇게 만드는구나.
낫으로 반으로 잘랐더니 하나가 둘이 됐다.
둘이 된 사신을 다시 자기 가슴팍에 넣었다.
숫자를 늘리는 방법은 저거고...
"이래서 저승사자가 사신의 숫자를 따라잡을 수 없는 것이다."
사대신 말이 맞다.
절대 따라잡을 수 없다.
말도 안되는 물량생산이야.
"하던 얘기를 마저 하지. 예언은 딱 맞아버렸어. 그래서 마지막 싸움이라고 생각해서 너희가 만든 판에 들어온 거야."
"날 없애기 위해서?"
"아니."
"뭐?"
"저승사자들을 없애기 위해서."
"내가 아니라 저승사자라고?"
"그렇다!!"
갑자기 목표를 바꾼다고?
"저승사자가 없으면 넌 저승사자가 될 수 없어."
이유를 없애버리면 된다고 생각한 게 너무 어이없다.
주먹구구식의 일처리 뭐냐고.
"인간을 사신으로 만드는 방법. 알지?"
"알아."
"내가 널 사신으로 만들 거야."
나한테 오는 사대신의 손을 강하게 때렸다.
뼈가 박살났지만 다시 재생됐다.
내가 저승사자가 되지 않으면 사신이 될 거라는 거?
저승사자가 될 수 없으면 난 사람이 될 거야.
말도 안되는 소릴 하고 있어.
"과격하네."
"닥쳐!!"
인간을 사신으로 만드는 방법.
자기 힘을 인간에게 준다.
힘을 준 사신은 소멸.
사신이 된 인간은 기억을 전부 가지고 있다.
여기서 전부는 사신의 기억도 포함.
서로 합의해야 가능한 줄 알았는데 방금 사대신의 행동을 보면 강제로 할 수 있다는 뜻이야.
"개짜증나네."
"사대신을 토벌한다는 걸 듣고, 이 기회에 우리에게 위험한 널 사신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하면 예언은 틀린 게 되니까."
타이밍이 너무 안 좋아.
이 녀석들도 이런 계획을 짜고 있었을 줄 누가 알았겠냐마는...
합체된 사대신을 소멸시켰을 때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한번에 3명이 사라졌기 때문에 이 녀석들이 일을 크게 벌일 명분이 생겼는데.
"언제 시작할까 고민했다. 너희 움직임이 수상한 걸 알고 곧바로 움직였지."
우리가 사신을 손바닥 위에 올린 게 아니야.
사신 손바닥 위에 우리가 올라간 거야.
'이 녀석... 똑똑해.'
"사신이 돼라, 인간. 자유롭게 살 수 있다."
"안 해."
"또 안 물어볼 거야."
"몇 번을 물어봐도 난 똑같이 말할 거야. 사신따위 되지 않아."
"따위? 지금 우릴 따위라고 한 거야?"
"응."
독기가 점점 세지고 있어.
사신이 준 로브 덕분에 버티고 있는 것 같은데...
방금 손이 찌릿한 거 보면 오래 못 버틸 거 같아.
밖에 있는 저승사자들이 걱정되지만 지금은 귀신의 힘을 전부 쓸 타이밍이야.
'뒷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상관없어. 곧 사신이 될 테니까."
"같잖은 소리 좀 그만해!!"
사대신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어?'
"이렇게 느린 주먹으로 나랑 싸우겠다고?"
시간정지를 써서 뻗은 주먹을 멈췄다.
내 몸이 왜 이러지?
"로브가 버틸 수 없는 독기 때문이다!!"
시간정지를 풀고 사대신이 휘두르는 낫을 피했다.
피하긴 했지만 몸을 움직일 때 너무 무거웠어.
점점 세지고 있는 독기 때문에 벌써 로브 효과가 사라지고 있는 거야?
로브의 효과가 이 정도로 굉장할 줄 몰랐네.
"독기는 점점 세질 거야. 넌 아무것도 못하고 사신이 된다. 어차피 될 거 힘빼지 말고 사신이 돼라."
"싫다고 몇 번이나 말해!!"
"알 수가 없구나. 저항해봤자 소용없다는 걸 알았으면서 왜 고집을 피울까."
귀신의 힘을 방출하기 시작했다.
"귀신의 힘은 염력이 아니야."
"뭐?"
"염력은 불가능 할 거 같은 것도 가능하게 해주는 힘이다. 하지만 귀신의 힘은 그렇지 않아."
"네가 모르는 게 있어."
"모르는 거?"
"내가 가진 귀신의 힘은 저승사자의 힘과 합체됐어."
"그 말은..."
"응!! 귀신의 힘으로 불가능도 가능으로 만들 수 있다 이거야!!"
내 몸에 결계를 둘렀다.
결계에 귀신의 힘을 써서 독기가 내 몸에 닿지 않게 만들었다.
사신이 준 로브가 내 몸에서 나왔고 독기에 닿자마자 종이가 불에 타듯이 사라졌다.
"인간의 힘으로 합친 거냐?"
"응."
"이게 될 줄이야. 너를 더 사신으로 만들고 싶어졌어!!"
"실패한 적이 있잖아."
"저승사자를 사신으로 만드는 것과 인간을 사신으로 만드는 것이 같다고 생각해?"
"내가 가진 힘을 그대로 쓰게 된다 이거냐?"
"그렇다."
"내가 없애야 될 존재가 될 생각없어."
"후회하게 마..."
사대신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풍압만으로 사대신의 왼팔을 없애버렸다.
다시 재생되고 있다.
"합체된 사대신은 분리를 위해 부정을 모으고 있었어."
"그게 왜?"
"부정을 모으지 않았다면 난 이기지 못했을 거야."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너. 그 녀석보다 강해?"
"......"
"사흉수 보다 강해?"
"......"
"넌 날 절대 이길 수 없어."
"입 닥치고 얌전히 사신이 되란 말이야!!"
낫을 휘두르면서 나한테 다가왔다.
사대신의 낫을 쉽게 피하고 안면 오른쪽을 주먹으로 때렸다.
얼굴에 금이 가기 시작해서 주먹을 땠는데 사대신이 내 어깨를 잡았다.
"나한테 닿으면 안되는 거 알면서 이런 공격을 한다?"
"멍청이."
"뭐?"
"내가 힘조절을 했을까?"
"설마..."
실금이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고 얼굴이 조각이 땅에 떨어지고 있다.
"이럴수가..."
"처음부터 넌 날 이길 수 없었어. 날 사신으로 만들 수 없었고."
"밖에 있는 2명한테 맡길 수밖에."
"날 이길 거 같아?"
"못 이길 거 같아."
모래먼지가 바람에 날리듯이 소멸하는 사대신.
독기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이 녀석은 망자와 융합한 사신이 아니야."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약해.
들어오기 전에 사신이 잘 모르겠다고 한 이유가 구분을 할 수 없기 때문이겠지.
돔처럼 만들어진 독기가 순식간에 사라졌고, 토벌과 저승사자들이 싸우는 곳으로 가고 있다.
"남은 건 둘."
내 복수를 끝낼 때가 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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