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3화 정리.

103화 정리.
"다녀오겠습니다."
"그래, 다녀와."
"네에."
활기차게 인사하며 학교를 가는 혜리.
아스타는 여유롭게 아침을 먹고 있다.
나는 방에 들어가서 가방을 챙겨서 나왔다.
엄마와 포옹을 하고 밖으로 나왔다.
학교로 가는 길.
["악귀 소멸, 100% 달성."]
새우초밥씨한테 정신감응이 왔다.
'전부터 물어보고 싶었는데요.'
["응?"]
'수치화를 했다는 건 숨긴 악귀의 숫자를 알고 있었다는 거 아니에요?'
["어? 듣고보니."]
'과장님이 알려준 수치죠?'
["맞아."]
에휴.
저승 전체가 지원과장님한테 휘둘리고 있는 것 같긴 한데 신경쓰지 말자.
덕분에 큰 문제를 해결했으니까.
["과장님한테 물어볼까?"]
'좋은 얘기 못 들을 거 같아요.'
["내 생각도 그래."]
새우초밥씨는 알겠다며 정신감응을 끊었다.
어디서부터 문제를 집어야 될 지 모르겠네.
숨긴 악귀를 이번에 완전박멸을 한 건 좋다.
문제는 또 이런 일이 생긴다는 거다.
망자쉼터의 666호실에 있던 악귀를 없애서 다들 악귀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된 덕분에 빠르게 작전을 성공한 것 같은데 그래봤자 한달이다.
다음 달부터는 악귀의 냄새를 맡을 수 없기 때문에 또 누구나 쉽게 악귀를 숨길 수 있다.
"악순환은 반복이라더니."
뒤에서 누가 내 어깨를 잡아서 뒤로 돌았다.
"아스타."
"오도리랑 하는 대화 다 들었어."
같이 걷기 시작했다.
"별로 신경 안 쓰이시죠?"
"응. 이런 적 한 두번이 아니라서."
"과정보다 결과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타.
안 좋은 게 아니다.
결과로 보여주는 경우가 더 많으니까.
내가 이해 못하는 부분을 이해시켜줬으면 해서 한 말이다. 뭐, 아스타가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 그냥 넘어가는 거지만.
"알아."
또 내 생각을 읽고 있었구나.
"냄새를 맡을 수 있게 됐잖아. 정확하진 않지만 가늠할 수 있어."
"아아."
듣고보니 맞는 말이다.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싶네.
"대왕님들께 부탁해서 신계로 가서 똑같이 했고."
"그래서 수치화가 가능했군요."
"응. 솔직히 100%는 말이 안돼."
"아무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존재하는 모든 존재에게 경고를 한 거야. 또 악귀를 숨기면 징계 받는 걸."
"괜찮네요!!"
"응."
저승사자를 포함한 존재들에게 징계내용을 공유했겠지. 내 예상이지만 지옥에 가둘 것 같다.
자격을 박탈할 것 같기도?
"동기들이 잘 도와줬나보네요?"
"들었구나."
"네. 과장님께 직접 들었어요."
"대왕님들이 나서면 별 수 없어."
예상대로 됐네.
이럴 거 같아서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학교 앞 사거리에서 아스타는 집으로 돌아갔다.
난 평소와 똑같이 학교에 왔고, 계단을 오르던 중 담임 선생님을 만났다.
인사를 하고 정신조작을 확인했다.
교실에 와서 자리에 앉았다.
호신형님과 아네모네가 저승문에 들어간 지 벌써 일주일이 지났다.
옥황상제는 천계에 복귀.
염라대왕도 마찬가지로 저승에 복귀했다.
'옥황상제의 자식과 염라대왕의 자식들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갔고.'
빡빡했던 저승은 순식간에 내가 처음 이 일을 배울 때처럼 돌아왔다.
이걸 어떻게 알게 됐냐면 호랑선배한테 들었다.
이틀 전에 인솔과에 갔는데 호랑선배가 엄청 여유로워 보였다.
물어보니까 저승이 다시 되돌아왔다면서 엄청 기뻐하셨다. 혹시 몰라서 망자쉼터도 가봤다.
'쉼터장님과 김비서님은 둘이서 파티를 하고 있었지.'
염라대왕들이 얼마나 저승을 빡빡하게 운영하고 있었는 지 느끼고 있었는데 저승사자들의 반응을 보니 심각했다는 걸 다시 느꼈다.
인솔과에 갔을 때 호랑선배한테 잡혀서 망자를 인솔했고, 망자쉼터에 갔을 때도 쉼터장님께 잡혀서 쉼터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망자를 인솔했다.
'그리고...'
형님의 빈자리를 크게 느낄 줄 알았는데 빈자리가 1도 느껴지지 않는다.
알고 지낸 지 얼마 안된 것도 있겠지.
제자가 된 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붙어있던 게 아니었으니까.
["사신에 대한 얘기도 들었니?"]
'호랑선배한테 들었어요. 염라대왕이 하나도 남김없이 전부 소멸시켰다는 거.'
["들었구나."]
'네. 이해가 안되는 게 있어요.'
["어떤 거?"]
내 앞에 있는 사신.
가끔 날 도와주는 사신.
'얘는 왜 여기 있죠?'
["걔 때문에 물어본 거야."]
이 녀석은 아직 학교에 있다.
왜 소멸되지 않고 아직도 여기 있는 거지?
"인간..."
교실에서 날 부르면 대답을 못한다.
사신과 밖으로 나가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배가 아프다고 거짓말 치고 사신과 같이 밖에 왔다.
"넌 왜 살아있냐?"
"나도... 이유가... 궁금하다..."
"나한테 오면 이유를 알 수 있어?"
손가락으로 날 가리키는 사신.
"로브를... 돌려주겠는가..."
"아아. 독기에 녹아버렸어."
"내 힘으로는... 버틸 수... 없었군..."
"예상했나봐?"
"그렇다..."
로브 얘기하려고 날 가리킨 거야?
내 집중력을 올릴 수 있는 말을 할 줄 알고 기대했는데 아니었네.
"너한테... 있는... 힘..."
"힘? 합체한 사대신의?"
고개를 끄덕이며 손을 내리는 사신.
"장담... 할 수 있다... 남은... 사신은... 나 하나야..."
"나한테 힘이 있어서 네가 사라지지 않은 거야?"
"그런... 것 같다... 그리고... 내 로브... 때문에... 너와... 내가... 연결... 된 것 같다..."
"엥?"
아스타한테 물어봐야겠어.
"사신의... 로브를... 누군가에게... 빌려준다... 누구도... 생각... 한 적이... 없다..."
"아무도 모르겠구나."
"신도... 모를 거라... 생각한다..."
난 고개를 끄덕이며 사신의 말에 공감했다.
어떤 존재든 빌려준다고 해도 싫다고 할 거야.
나는 거부감이 없어서 빌려주는 걸 받은 거고.
["그럴 수도 있구나."]
내 예상대로 아스타도 모른다.
["그럴 수도 있구나."]
염라대왕은 갑자기 뭐야?!
["그럴 수도 있구나."]
옥황상제까지?
내 허락없이 마음대로 나랑 연결하지마!!
매너없이 이게 무슨 짓이냐고!!
"내 소멸은... 너한테... 달려있다..."
"나보고 결정해라?"
"그렇다..."
과거 저승사자였던 사신.
나한테 힘을 준 김차사와 동기.
사대신한테 배신 당했다.
지금도, 며칠 전에도 이 녀석은 동료가 없다.
제일 중요한 건 날 셀 수 없이 도와줬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이 녀석을 놔둘 생각은 없다.
몇 번이고 말했어.
이 녀석도 소멸시킬 거라고.
"가자."
"어디를... 말이냐..."
사신의 손목을 잡고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염라대왕이 있는 건물 앞에 왔다.
염력을 써서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반지에 염력을 넣고 신의 힘을 써서 사신의 로브를 다시 만들어 줬다.
"이걸... 왜...?"
"너희들 아이덴티티잖아. 없으니까 엄청 어색해."
"발가벗고... 있는 것... 같은가...?"
"응. 그리고 백골을 보고 싶지 않아."
사신은 웃는 소리를 내며 로브를 걸쳤다.
"나는... 이 안에... 들어갈... 수 없어..."
합체된 사대신의 힘을 내 몸에서 꺼냈다.
"이런 것도... 가능할... 줄이야..."
염력으로 안될 것 같아서 신의 힘을 사용했다.
사신과 같이 염라대왕 앞에 왔다.
"용기가 대단해. 사신을 데리고 여길 오다니."
근엄한 얼굴로 날 보고 있는 염라대왕.
주변에 있는 저승사자들은 놀란 표정이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저승사자들도 있다.
"뭐 어때. 과거에는 저승사자였는데."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지금이 중요하지."
"그런 얘기하자고 온 거 아니야."
"왜 왔지?"
"이거 받아."
사대신의 힘을 염라대왕한테 줬다.
염라대왕은 살짝 웃었고, 내 앞으로 왔다.
"이걸 없애면 이 녀석도 없어져."
"응. 그거 해달라고 온 거야."
"몸에서 힘은 뺄 수 있는데 없앨 수는 없다?"
"오면서 해봤는데 안돼."
크게 웃는 염라대왕.
이 거짓말이 금방 들킬 거 예상했다.
말이 안되니까.
"더러운 일은 나한테 시키겠다?"
"아니. 이 녀석은 그 쪽이 마무리 해야 돼."
"내가?"
"응. 이유는 설명 안해도 되지?"
염라대왕이 이 녀석을 해결해야 되는 이유.
저승사자였던 이 녀석을 버리지 않았다면 사신이 될 일이 없었다.
저승사자로 만든 장본인이 끝을 보게 해주는 게 맞아.
모든 책임은 염라대왕한테 있으니까.
"내가 너한테 해줄 말은 하나 밖에 없어."
"무엇이냐..."
"고생했다."
염라대왕은 말이 끝나자마자 내가 준 힘을 없애버렸다. 동시에 사신의 몸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야, 사신."
"뭐냐, 인간..."
"지금까지 고마웠다."
"내가... 선택한... 인간을... 지켜봐줘... 라더군..."
"뭐?"
"김차사 녀석. 안 어울리는 짓을 했군."
염라대왕은 자기 자리로 돌아갔다.
"내... 동기의... 부탁을... 들어줬을... 뿐이다... 다른 이유는... 없다..."
"이유는 상관없어."
"인간..."
"응."
"너도... 김차사처럼... 후회없이... 살았으면... 좋겠다... 내가... 그것을... 가장... 부러워... 했다..."
사신의 오른팔과 낫이 사라졌다.
로브와 함께 양쪽 다리와 얼굴이 사라지고 있다.
"후회하는 거 있어?"
"진작에... 여기... 오지... 않은 것..."
사대신한테 버려졌을 때 여기 왔으면 달랐을 수도 있다는 뜻인가.
염라대왕의 성격상 사신이 원하는 결과는 안 나왔을 거야. 시도 조차 안해봐서 후회하는 거겠지만.
"알았어."
"복수를... 끝낸... 것을... 축하하지..."
완전히 사라져버린 사신.
이 녀석이랑 헤어질 땐 별 생각이 안 들 줄 알았는데 아니네.
조금 아쉬워.
'이별은... 익숙해지지 않는구나...'
"네가 원하는 것을 이뤄냈구나."
감탄하는 염라대왕.
염라대왕을 쳐다봤다.
"응. 이렇게 빨리 될 지 몰랐어."
"네가 적극적으로 해서 그런 거야."
"글쎄. 잘 모르겠어."
"저승사자들이 너한테 자극 받은 거야."
"알겠어."
"사신 말고 할 얘기가 있지?"
"응."
손가락에서 반지를 뺐다.
처음 반지를 낄 땐 안 빠졌는데 지금은 빠졌다.
형님이 내 상태창을 없애버렸을 때와 같은 거겠지.
앞으로의 나한테 이 힘은 필요없다.
"돌려줄게."
"필요없어?"
"응. 저승사자는 망자를 인솔하는 게 일이잖아. 다른 존재와 피 터지는 게 싸우는 게 아니라."
"네 말이 맞아."
"사신이니, 사대신이니, 사흉수니. 이상한 게 많아서 셀 수 없이 싸웠어. 이젠 그럴 일 없을 거 같아."
"망자나 원귀, 악귀는 계속 나타난다."
"지금 가진 힘으로 충분해."
염라대왕한테 반지를 넘겼다.
나한테 반지를 받은 염라대왕은 자기 손가락에 반지를 끼웠다.
제자리로 돌아간 느낌이 세게 드네.
"아, 영력도 가져가."
"그것도?"
"응. 필요없어."
"너와 같이 일하는 저승사자가 다칠 수도 있어."
"의료반이 있잖아."
"알겠다."
육체강탈은 일단 가지고 있자.
살아있는 존재라 의미는 크게 없지만 가지고 있는 게 더 나을 것 같아.
염라대왕이 내 어깨를 잡았고 영력을 빼갔다.
"공간분리 말이야."
"내 자식들이 언제든 쓸 수 있게 허락해준 거 들었다."
"그건 유지해줘."
"알겠다."
별 말 없이 알겠다고 해줄 지 몰랐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왔구나."
"이게 좋아. 귀신의 힘이니, 신의 힘이니. 너무 많은 걸 가지고 있었어."
"차기 염라대왕."
"그 얘기를 당신이 한다고?"
"왜 거절했지?"
"당신만큼 잘할 자신이 없어서."
"분명 나보다 나을 거라 생각한다."
"그건 그쪽 생각이고. 그냥 지금처럼만 해."
염라대왕들이 저승을 관리할 때 크게 느꼈다.
저승은 나랑 대화하고 있는 염라대왕이 해야 된다는 것을 말이다.
며칠 전에 호랑선배와 쉼터장님, 김비서님을 보고 더 세게 느낀 거지만.
"저승이란 세계를 관리하고 있는만큼 좀 더 확실히 해줘. 대충대충 하지 말고."
"안그래도 옥황상제와 많은 대화를 나눴다."
"진짜?"
"응. 네 말대로 좀 더 확실히 하고, 대충대충 하지 않기로 약속은 했다."
"말이 이상하다? 안 지키겠다는 말로 들리는데?"
살짝 웃는 염라대왕.
"대답해줘야지 왜 말이 없어?"
"이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해. 걱정하지마라. 지옥에 갇히기 전처럼 이상한 짓은 안 할 거니까. 저승사자와 사신의 약속 같은 것도 안할 거고."
왜 믿음이 하나도 안가냐.
"옥황상제나 다른 신이 저승에 관여하지 않게만 해."
"그럴 거야. 근데 왜 계속 반말이지?"
대답하지 않고 도망치듯 염라대왕의 방에서 나왔다.
공간이동을 써서 망자쉼터 입구에 왔다.
"후회없이 살았으면 좋겠다라."
흔히 들을 수 있는 말인데 사신이 한 말이라서 그런 지 계속 머리 속에서 맴돌고 있다.
'그래서 여기 온 거야.'
안될 거 알고 있지만 시도는 하고 후회하자.
안해도 후회하고, 해도 후회할 거면 차라리 하고 후회하는 게 나으니까!!
"드디어?"
"깜짝이야!!"
갑자기 아스타가 내 옆에 나타났다.
"왜왜왜 여기 계세요!?"
"너야말로."
당장이라도 놀릴 것처럼 웃고 있다.
대견하다듯이 쳐다보는 게 너무 킹 받는다.
내가 이럴 거 알고 구경하려고 온 거 다 알고 있다.
"내 예상이 맞지?"
아스타는 정확히 맞췄다.
내가 좋아하는 저승사자를...
정확히 말하면 눈길이 가는?
관심이 생긴?
아무튼 아스타는 맞췄다.
"근데 왜 여기왔어? 소속 바꿨잖아."
"예?"
왜 나보다 더 놀라는 거야.
부서는 언제 옮긴 거지?
만나기 부끄러워서 일부러 카운터로 안 들어간 건데.
이럴 줄 알았으면 카운터로만 들어갔지!!
아스타가 옮긴 부서를 알까?
쉼터장님께 물어보면 바로 알 수 있긴 한데 왜 궁금해 하냐고 물어보실 게 뻔하다.
아스타 말고 다른 저승사자한테 알리고 싶지 않은데...
"후임을 위해서 힘 좀 써야겠군."
어깨동무를 하는 아스타.
"안 어울리게 왜 이러세요?"
"나만 믿어."
자신만만한 표정 때문에 믿음이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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