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6화 방법찾기.

106화 방법찾기.
저승 공무부서가 모여있는 건물에 왔다.
"둘 중 누구한테 가실 건가요?"
"같이 움직이자."
"시간절약을 위해서 저랑 아스타가 따로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그럴 필요없어."
"왜요?"
"요하입수거인이 움직이자마자 토벌과와 처벌과도 경계태세에 들어갔으니까."
덤덤히 말하고 아스타 먼저 걸어갔다.
경계태세에 들어갔다는 건 오래 전부터 토벌과랑 처벌과는 알고 있었다는 거 아니야?
염라대왕도 알고 있었을 테고.
옥황상제도 알고 있었을 테고.
왜 알고만 있지?
이런 일이 생길 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움직여야 맞는 거 아닌가?
"우리가 먼저 공격한 게 되잖아."
먼저 간 아스타가 다시 왔다.
"왜 다시 왔어요?"
"네가 안오니까."
"아아."
생각하느라 가만히 있었다.
"먼저 공격하면 왜 안돼요?"
"자칫 잘못하면 전쟁이 돼."
"스케일이 그 정도로 커져요?"
"응. 그래서 방치한 거야. 지금까지 우리가 먼저 공격한 적도 없고."
"그 쪽에서 먼저 공격한 적은 있다는 거네요?"
"내가 저승사자로 일하면서 4번 정도."
생각보다 많진 않네.
그렇다면 왜 깨끗하게 처리를 못한 걸까.
어른들의 사정 때문이라고 하면 할 말 없다.
'여기선 어른들의 사정이 아니라 각자의 존재이유 때문이겠지만.'
나랑 아스타는 우선 토벌과에 왔다.
우리가 온 이유를 아는듯이 토벌과 소속 저승사자 두명이 우릴 데리고 과장님 방에 데려다줬다.
"이번에는 우리가 먼저 공격할 거야?"
바로 본론을 꺼내는 아스타.
과장님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있다.
"이번 기회에 없애자."
"우리도 그러고 싶어. 시대가 점점 변하고, 발전하면서 요괴라는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으니까."
"됐네, 그럼."
"너도 알잖아.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전쟁이 되는 거."
"이번에도 요괴 쪽에서 먼저 공격했어."
"그걸 공격이라고 봐야될 지."
과장님 말씀이 맞다.
협박만 했을 뿐 아무것도 안했다.
"왜 그러세요?"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과장님.
"아니야."
"네가 걱정하는 건 우리가 못 이긴다잖아."
자기 생각을 들켰다는 듯 웃는 과장님.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우리 앞으로 오셨다.
"사신이 전부 없어졌어."
"없어졌지."
"토벌과의 존재의의가 사라졌어."
이 얘기는 설마...
"이 부서를 없애는 얘기가 나왔어."
"......"
과장님 말씀대로 토벌과는 사신 때문에 생긴 부서다.
나한테 힘을 준 김차사한테 이 얘길 들었다.
사신 때문에 만든 부서지만 사신이 없어졌다는 이유로 토벌과를 없애야 될까?
저승에 위협이 되거나, 인간들을 지키기 위해 계속 유지해도 되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든다.
"토벌과는 빠지겠다는 거야?"
"빠질 수밖에 없어. 대왕님의 명령으로 상위권에 있는 애들이 은퇴했어."
"은퇴했다는 건 설마..."
"환생했어요?"
"원하는 부서로 옮겼어."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아스타.
나도 깜짝 놀랬다.
부서 하나 없어진다는 얘기가 나온건데 저승사자들이 환생한 줄 알았네.
"네가 도와주면 되잖아."
"내가? 왜?"
"어?"
"예?"
상상도 못한 과장님의 발언.
나보다 아스타가 더 놀란 것 같다.
망치로 세게 한대 맞은 사람의 표정이 됐다.
뭐랄까.
과장님의 말을 머리로 이해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근데 나도 마찬가지.
순간 다른 나라 말을 한 줄 알았다.
"이제 그만 싸우고 싶어. 알다시피 난 처음부터 토벌과였어. 인정 받아서 과장까지 올라왔지."
"알아."
"거의 600년. 이렇게 긴 세월을 난 싸우기만 했어."
"......"
아무 말도 못하는 아스타.
이렇게 말하면 상대방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과장을 시작한 후에는 줄어들었지만 그래봤자 아직 100년도 안됐어."
"이해합니다, 과장님."
"아스타가 아니라 네가 이해해준다고 하니까 이상하구나. 그래도 고마워."
"저승사자 일을 배우기 시작한 지 아직 1년도 안됐지만 종종 싸우기 싫을 때가 있어요."
살짝 웃으시는 과장님.
"그래서 전 과장님 말씀에 공감합니다."
"알아줘서 고마워."
"하나만 물을게."
"응."
"토벌과 없애는 것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
"아니. 모든 건 신의 결정대로 할 뿐. 만약 토벌과를 유지한다는 결정이 내려오면 난 과장자리에서 내려올 거야. 그만하고 싶어."
"알고 있을게."
"선배도 내 생각에 공감해준 거야?"
아스타가 질색하는 표정을 짓는다.
나랑 과장님은 아스타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랬다.
"과장들은 두번 다시 날 선배라고 부르지마. 너무 징그러워. 알겠어?"
"선배 맞잖아."
"과장님 말이 맞아요. 선배잖아요."
"100년 가까이 선배란 말 안 듣다가 갑자기 들으면 얼마나 어색하고 이상한 지 너희가 몰라서 그래."
아스타는 양팔로 어깨 쪽을 비비며 질색하고서는 밖으로 나가버렸다.
"저렇게 나가면 어쩌자는 거야. 아직 대화 안 끝났는데. 무책임하게 말이야."
"과장님 마음대로 하라는 뜻이에요."
"아스타 선배는 항상 똑같아서 보기 좋아."
과장님도 아스타를 오래봐서 알고 있구나.
"저희가 과장님의 은퇴를 막을 수는 없어요."
"아직 결정된 게 없지만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줄게."
"요하입수거인과 같이 있는 요괴들의 정보를 주실 수 있나요?"
"정리해놓은 게 있을 거야. 찾아보고 알려줄게."
"감사합니다."
나가려고 하는데 또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보신다.
가볍게 목례를 하고, 나도 밖으로 나왔다.
'신경쓰이네.'
흠흠!!
우리가 여기 온 이유는 요괴에 대한 정보를 얻기 위해서였다.
과장님은 찾아보고 알려주신다고 했기 때문에 우리의 첫번째 목적은 이룬거나 다름없다.
우리 둘이서 할 수 있는 범위가 아니라서 토벌과의 힘을 빌리려고 했는데 예상 밖의 내용을 들어버려서 이번 일도 쉽지 않겠다는 느낌이 세게 들어버렸다.
서둘러 처벌과에 왔다.
이번에도 우릴 기다렸다는 듯이 처벌과 소속 저승사자가 우릴 데리고 과장님 방에 왔다.
"뭐야?"
"뭘까요."
우리가 들어갈 수 없을정도로 방 안에 서류더미가 쌓여있다.
"왔구나."
처벌과장님이 우리 뒤에서 나타났다.
"여기서 업무를 볼 수 있어?"
"여기서 안해."
"어디서 해?"
"옆방. 숨긴 악귀 때문에 내가 할 일이 터져버렸어."
"아아."
"사신이 전부 소멸된 후 또 일이 밀려들어왔고."
"왜?"
"일단 다른 곳으로 가자."
우린 과장님을 따라서 다른 방에 왔다.
방이라기 보다 지원과에서도 본 휴게실이잖아.
"앉아, 앉아."
우린 적당한 곳에 앉았다.
과장님은 마실 걸 우리 앞에 내려놓고 앉았다.
"요하입수거인가 일어난 거 봤어."
이번에도 곧장 본론이네.
빨리빨리 진행해야 여러가지로 좋지.
"요괴 전문가잖아. 우릴 도와줘."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전쟁이 일어나."
똑같이 얘기할 줄 알았다.
그런데...
왜 토벌과장님처럼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날 보는 거지? 과장님들이 왜 이럴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정보를 주는 것과 인원을 대주는 것 뿐이야."
과장님 말씀에 고개만 끄덕이는 아스타.
나랑 아스타가 바라는 건 이 정도 뿐이다.
"토벌과가 없어질 수도 있는 거 들었지?"
과장님 질문에 우린 고개를 끄덕였다.
"난 토벌과와 처벌과를 합쳤으면 좋겠어."
"대왕님께 말씀드려야 되는 거잖아."
"말씀드렸어. 반응이 없으시네."
"왜 합쳤으면 하시나요?"
"숨긴 악귀랑 사신 때문이잖아."
들켰다는 듯 머쓱하게 웃는 과장님.
"말대로 최근 갑자기 일이 물 밀듯이 들어오고 있어서 우리 애들로만 감당이 안돼."
"솔직하게 말하니까 얼마나 좋아."
"아스타가 요괴까지 맡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
"저기요? 두 분, 지금 이런 얘기하려고 만난 게 아니잖아요."
본론으로 빨리 들어오면 뭐하냐고.
갑자기 근황얘기를 시작해버리네.
"과장님은 토벌과가 없어지길 바라겠네요?"
"마냥 그렇지도 않아."
의미를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아스타를 지긋히 보기만 하고 있다.
내가 선배였으면 한마디 했을텐데.
속이 빤히 보이니까 말이다.
"아무튼. 우린 너희를 위해서 정보제공과 인원제공. 이건 해줄게."
"알겠어."
우린 휴게실에서 나왔다.
"많이 찝찝하네요."
"듣고 싶지 않은 걸 들어버렸어."
"토벌과요?"
"응. 내가 듣고 싶은 내용들은 이게 아니었는데."
"토벌과장님이 찾아서 알려준다고 했잖아요."
"처벌과장 얘기한 거야."
"예?"
"토벌과장은 요괴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어. 그리고 처벌과장은 요하입수거인의 몸에서 살고 있는 요괴들을 전부 알고 있어."
그래서 아스타가 둘을 찾아왔구나.
요괴 전문가로 한 이유가 있었어.
아스타가 인정한 요괴 전문가를 찾아왔는데 원하는 걸 못 얻어서 아스타의 표정이 안 좋아진 거 같다.
"이제 어쩌실 건가요?"
"둘이 합심해서 우릴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지금 상황 때문에 그럴 거 같진 않아."
"저희는 어쩌죠?"
"기다릴 수밖에 없어."
"왜요? 선공을 하시죠."
"몇 번을 말해. 우리가 먼저 공격하면 전쟁이 된다니까. 통제하기 위해 요하입수거인의 몸에 가둔거야."
"가뒀다는 건 함부로 손 댈 수 없다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타.
이래서 아스타가 정보를 얻으려고 한 거구나.
"그냥 무작정 대기하나요?"
"일단 넌 집에 가."
"갑자기요?"
"응."
아스타가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눈을 한번 깜빡였는데 내 방에 와 있다.
집에 아무도 없는 걸 알고 여기로 보냈나보네.
방에서 나와서 보니 집에 아무도 없다.
쇼파에 누웠다.
"대책없이 무언가를 하려는 건 처음인 것 같네."
이 일을 배우면서 모든 일이 느닷없이 벌어지긴 했지만 이번 일처럼 대책이 없기는 처음인 것 같다.
"오빠."
혜리 목소리에 몸을 일으켰다.
"왜 여기서 자?"
"어어... 편해서."
잠든 지 몰랐네.
시간을 보니 벌써 8시가 됐다.
해는 진작에 떨어졌고, 혜리 뿐만 아니라 엄마도 집에 왔다.
"밥 먹을래?"
"먹을래."
엄마가 해준 밥을 먹고 내 방에 왔다.
"이젠 놀라지도 않네."
깜깜한 방 안에 아스타가 서 있다.
"뻔하잖아요."
대화를 위해 침대에 앉았다.
아스타는 의자를 가져와서 앉았다.
"뭘 하고 오셨나요?"
"천기누설."
"예?"
"오도리가 또 실수를 했어."
"잠깐만요, 아스타. 천기누설이라는 건 사람들이 이쪽 세계를 알게 됐다는 거 아니에요?"
짜증난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타.
"새우초밥씨는 왜 그런 실수를 했죠?"
"망자인솔 중에 문제가 생겼나봐."
"잠시만요."
혹시 몰라서 스마트폰을 열고 뉴스나 관련 글이 올라왔나 확인했다.
다행히 없긴 한데...
언제 갑자기 문제가 터질 지 모른다.
"믿는 인간이 얼마나 될 지 모르겠지만."
"아아!! 그 생각을 못했네요."
점점 과학이 발전하는 지금 시대에 이걸 믿는 사람이 많진 않을 거야.
뻘글로 보는 사람들이 더 많을 수도 있어.
"그것과 이건 달라."
"그렇죠. 엄청 다르죠."
아스타는 내 방에 결계를 만들었다.
갑자기 방을 나가서는 엄마랑 혜리와 잠깐 대화를 하고, 누나 방으로 들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공간이동을 써서 다시 내 방으로 온 아스타.
"누나 방에 결계를 만들고 오셨나요?"
"응. 엄마랑 혜리 성격에 방에 들어올 일은 없지만 주기적으로 인기척이 느껴지게 해놨어."
"제 방에도?"
"응."
아스타는 또 내 어깨에 손을 올렸다.
우린 저승문 영역에 왔다.
"선배..."
"우왁!!"
"오도리..."
시체가 움직이는 줄 알았다.
표정부터 해서 걸음걸이 등등...
내가 아는 새우초밥씨가 아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고, 당장 저승문을 열고 들어갈 것 같은 얼굴이다.
"괜찮으세요?"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지 마세요. 실수는 누구나 하니까."
"그런 거야?"
"말은 똑바로 해."
"예?"
"선배?"
"천기누설은 있을 수 없어!! 인간들이 이 세계에 대해 믿고 안 믿고는 중요한 게 아니야!!"
"선배 말씀이 맞아요..."
"대왕님이 어떤 식으로 하실 지 모르겠어."
"모르긴 뭘 몰라."
염라대왕이 나타났다.
새우초밥씨는 겁에 질린 얼굴로 날 쳐다보고서는 내 뒤에 숨었다.
공간이동을 써서 다른 곳으로 가봤자 의미없지.
염라대왕과 저승사자들은 연결되어 있으니까.
이 실수 때문에 연결을 끊고 도망가는 것도 웃기고.
환생을 하는 건 더 책임감 없는 행동이다.
맞는 벌을 받고, 벌인 일을 해결하는 게 제일 좋다.
"오셨습니까."
"아스타."
"네."
"이번 일에서 빠져."
"제 후배의 실수입니다. 선배가 도와주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더군다나 오도리는 같은 지원과..."
"내 말이 장난 같아?"
저승문 영역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염라대왕...
진짜 화났어.
"아니요."
"넌 할 일이 있잖아. 요괴를 어떻게 처리할 거지?"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정보 때문이냐?"
"맞습니다."
"내가 해결해주겠다."
"......"
"염라대왕."
"뭐냐, 인간."
"아스타 성격 몰라요? 지금 당장 요괴를 잡으러 갈 수 있더라도 이런 일이 생기면 이게 우선이 되는 저승사자라는 거."
"알고 있다."
너무 잘 알고 있어서 강압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
무엇보다 염라대왕이 직접 명령하면 토벌과장님도, 처벌과장님도 빠르게 움직일 테니까.
"아스타 몰래 징계를 주려는 겁니까?"
"하던대로 반말 해. 왜 오락가락 하는 거야?"
"신경꺼요."
"말투도 싸가지 없고."
"제 질문에 대답이나 하세요."
"천기누설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수? 고의가 아니다? 어떤 이유도 통하지 않아."
"모든 게 핑계다?"
화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염라대왕.
"오도리한테 어떤 징계를 주시려는 건가요?"
"환생, 지옥행, 전생의 기억."
"예?"
"셋 다 과격하네요..."
"전생의 기억은 왜 과격한 거예요?"
"난... 전생에 큰 죄를 짓고 저승사자가 됐어. 그래서 과거의 죄를 떠올리는 게 벌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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