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뱀과 새.

110화 뱀과 새.
살기들이 우리와 가까워 지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강자와 싸웠지만 이 정도로 긴장된 적은 없었다.
요괴들은 다른 의미로 긴장을 주고 있다.
정보가 없어서?
아니다.
내가 이렇게 긴장하는 이유는 요괴들은 사람을 목적으로 두고 살아가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결계 덕분에 이들이 여기서 나갈 일은 없지만 해피하게만 생각할 수 없다.
"놈들이 멈췄어."
아스타 말에 느껴지는 살기에 집중했다.
아스타 말대로 더 이상 다가오지 않고 있다.
"왜 멈췄을까요?"
"경계하는 것 같진 않아."
"저희처럼 정찰일까요? 탐색?"
"놀랐을 거야."
"어떤 부분에서요?"
진짜 모르냐는 표정으로 날 보는 아스타.
몰라서 물어본...
"아..."
"에휴."
어색한 웃음이 나왔다.
요괴들이 이런 행동을 하는 이유.
나한테 있다.
"전쟁을 일으킨 당사자가 직접 왔기 때문이죠?"
"맞아."
"의도한 건 아니지만 자기 위치를 알려줬고요."
"위치는 나 때문이니까 신경쓸 필요없어."
"네."
아스타 말이 맞다.
굳이 퇴치방법을 쓰지 않아도 됐었다.
염력으로 소멸시키면 됐으니까.
"일부러 저희 위치를 노출시킨 거예요?"
"응."
아스타는 이번 일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어했다.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나도 도와야돼.
이 녀석들이 온 덕분에 오늘 많이 진행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잖아.
"저승사자."
"우와..."
"이무기?"
먼저 모습을 보인 요괴는 엄청 커다란 뱀이다.
"이무기요?"
"뱀 요괴는 이무기일 가능성이 높대."
"여자 저승사자 말이 맞다. 나는 강철이라고 불리는 이무기다."
고개를 어디까지 올려야 얼굴을 볼 수 있을까 싶을정도로 엄청 크다.
이무기도 여러 종류... 종류라고 하니까 이상한데...
여러 타입... 타입도 아닌 거 같은데...
"넌 그게 중요하니?"
"신경쓰이잖아요."
"여유롭다?"
"죄송합니다. 자중하겠습니다."
"우리 지금 심각한 일을 해결하러 온 거야. 너무 무거운 것보다 나은데 이 정도로 가겹게 대할 일은 아니야."
"네. 제가 너무 경솔했습니다."
단어가 너무 신경쓰이는 바람에.
흠흠!!
헛소리 그만하고 할 일 하자.
아스타 말대로 저승사자와 요괴의 전쟁이야.
전쟁을 일으킨 장본인인 내가 이러면 안돼.
집중해서 빨리 끝낼 생각하자.
가능하면 평화롭게.
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강철이가 꼬리를 휘둘렀다.
너무 갑작스러운 공격이라 염력을 써서 방패를 만들어서 막아냈다.
"괜찮아?"
"네."
단단하게 만든 방팬데 팔이 얼얼해.
"전쟁을 선포한 건 너희들이다."
"맞아."
깔끔하게 인정하는 아스타.
"그래서?"
"지금 그래서? 라고 말한 것이냐?"
당당히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타.
이미 벌어진 일에 변명하고 싶지 않은 것 같다.
할 변명도 없다.
"우릴 전부 소멸시킬 계획인가?"
"응."
"예상하고 있었다. 저승사자가 우릴 이 곳에 모았을 때부터. 이상한 건 강제로 우릴 여기로 데려오지 않았다는 것."
"동의를 구했어?"
"그것도 아니다. 능력을 써서 우릴 데려왔다. 여기에 있는 요괴 대부분 정신차리고 보니 여기로 왔다."
아스타는 왜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는걸까?
선배의 목적은 망자를 찾는 거였다.
요괴는 사람을 홀리기 때문에 망자를 찾기 위해 요괴를 이용했다.
무력을 써서 요괴들을 이곳에 데려올 필요가 없다.
"망자를 너희가 데리고 있었어?"
아아!!
아스타는 순서 때문에 이해를 못하겠다는 표정을 지은 거구나.
맞아.
앞뒤가 안 맞아.
망자를 찾기 위해 요괴들을 쓴 건 좋은 방법인데 요괴들을 여기로 모았어.
그 말은 망자가 처음부터 여기 있었다는 거니까.
하나 걸리는 건 이 산은 진짜 산이 아니라 요괴다.
"눈치가 빠른 저승사자구나."
강철이가 인정했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가 안되는 망자였다. 그 망자는 요하입수거인의 몸에 들러붙었으니까."
"살기 위해서겠지."
"살기 위해서라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스타.
강철이는 무언가 깨달았다는 표정을 짓는다.
"망자는 환생하고 싶지 않았을 수도 있어. 그래서 요괴 몸에 붙은 거겠지."
"지금은 환생했잖나. 강제로 데려간 것이냐?"
"아니."
둘 대화에 끼어들었다.
선배 때 일은 내가 해결했으니까.
"너희가 뭘 했든 관심없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서 물어본 것 뿐."
"궁금증은 해결한 거지?"
손에 염력을 모으는 아스타.
"해결했다. 너희는 없는가?"
"없어."
"나도 없어."
아스타와 나는 당당히 말했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하나."
"우엑!!"
"너 왜 그래?"
내 액션을 보고 크게 놀라는 아스타.
강철이는 살짝 당황한 것처럼 보인다.
토 한 거 아니다.
토 한 척 한 거다.
"오글거리잖아요. 아니, 무슨 전쟁을 이런 식으로 시작해? 엄청 진지한 목소리로 '우리가 할 일은 하나.' 라니. 오글거려서 손발이 안 펴질 거 같아요."
내 말에 힘들게 웃참하고 있는 아스타.
슬쩍 강철이를 쳐다봤다.
요괴라 사람인 내 감성을 이해 못하겠지.
자기가 한 말에 내가 이런 반응을 할 거라고 생각 못했을 거다.
창피하다는 생각도 안 들겠지.
"마음의 준비를 위해 해준 말이었다. 내 성의를 무시할 줄 몰랐다."
"그딴 거 필요없어."
"필요없다면 내가 할 일은 하나 뿐."
강철이가 다시 꼬리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피했다.
아스타를 보니 염력으로 강철이의 턱을 가격했다.
괴로워 하는 강철이를 향해 염력을 모아서 발사했다.
"뭐야?!"
부리가 커다란 새가 나타나서 내 염력을 막았다.
부리가 왜 저렇게 커?
덩치도 만만치 않게 큰데 부리가 시선을 끌고 있다.
"닷발괴물이야."
"예?"
"곤란한 녀석이 나타날 줄이야."
"강해요?"
"식인새야."
"식인새요?"
상상도 못한 요괴가 나왔다.
식인새라서 아스타가 곤란하다고 한 것 같다.
나 때문이겠지.
"인간이다!! 인간이야!!"
날 보고 흥분한 것 같은 닷발괴물.
열정 가득한 눈으로... 열정 가득하다고 하니까 이상한데 당장이라도 날 공격할 눈을 하고 있다.
"하아... 하아... 먹고 싶어... 나 저거... 먹고 싶다... 강철이... 먹어도 되나...?"
"마음대로 해."
"이리와!!"
"감히 누구한테 손 대려는 거야!!"
나한테 빠르게 날아오는 닷발괴물의 얼굴을 때려버리는 아스타.
"방해하지마!!"
닷발괴물이 발로 아스타를 공격하려고 하는데 가만히 맞아줄 아스타가 아니다.
시간정지를 써서 너무 쉽게 공격을 막았다.
"안 움직여!!"
"고작 이 정도로는 우릴 이길 수 없어."
막간을 이용해서 작은 허세를 부리는 아스타.
"고작 이 정도라."
인정하듯이 말하는 강철이.
옆에서 계속 시끄럽게 하고 있는 닷발괴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여자 저승사자."
"뭘?"
"전쟁이 꼭 이겨야만 승리인가?"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모르는 저승사자가 시작한 거 알고 있다."
날 보는 강철이.
"그래서 신경 안 쓰려고 했다. 나 말고 다른 요괴들도 그렇게 말했다."
"우리가 지레 겁 먹고 일을 벌렸다는 거야?"
"아니.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목표?"
"여기에 너무 오래 갇혀 있었어."
"아스타!!"
하늘을 가리켰다.
아스타도 하늘을 보고 있다.
"결계가... 없어지고... 있어..."
"이 전쟁은 우리의 승리다."
산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느껴지던 살기가 전부 사라졌다.
"나가서 내 마음대로 먹어도 돼?"
"그렇다."
"너무 좋아!!"
아스타의 시간정지를 너무 쉽게 풀어버리는 닷발괴물.
일부러 못 푸는 척 한 거였어.
"하하하하!! 이게 얼마만에 느끼는 자유냐!!"
커다란 날개를 힘차게 움직이며 하늘로 올라간다.
"마음대로 둘 거 같냐!!"
시간정지를 쉽게 풀었으면 다른 능력을 쓰면 돼.
공간이동을 써서 녀석의 이마로 이동했다.
"저리 꺼져, 인간!!"
"너야말로 얌전히 여기 있어!!"
닷발괴물을 강하게 때렸다.
"왜 멀쩡하지?"
"쿠하하하하!!"
아드레날린이 넘치고 있어서 고통을 못 느끼는 건가?
다른 의미로 무서운 녀석이잖아.
["밀어!!"]
갑자기 닷발괴물이 멈췄다.
아스타가 염력을 쓴 것 같다.
아스타가 시키는 대로 염력을 써서 닷발괴물을 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수준 맞춰주기 힘드네."
"뭐?"
"너희 둘. 사흉수를 이긴 저승사자 아니야?"
"그럴 네가 왜 알아?"
"까탈스러운 놈들을 이겼으면 그만큼의 힘을 보여. 우리가 만만하냐?"
날개를 푸드덕거리니까 내 염력과 아스타의 염력이 깔끔하게 사라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왔는데."
"우리가 별 거 아니라는 거냐?"
"응."
"네가 얼마나 많은 경험을 했는 지 모르지만 너희가 우릴 왜 방치했는 지 알게 해주마."
"실력발휘 좀 해봐."
기분 나쁘게 웃는 닷발괴물.
좋아.
내 도발에 넘어왔어.
이렇게 하면 이 녀석은 결계 밖으로 안 나가.
'아스타.'
["응."]
'이 녀석은 저한테 맡기세요. 밑에서 다른 요괴들이 결계를 못 나게 해주세요.'
["알겠어. 결계는 걱정하지마."]
'예?'
["결계는 나한테 맡겨!!"]
새우초밥씨도 여기 왔구나.
["오도리한테 지금 오라고 했어."]
'네!!'
["내 걱정 많이 했지? 아스타 선배를 위해서 왔어. 네가 알던 내가 아닐 거니까 기대해!!"]
'얘기는 다음에 하죠. 결계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만 믿어!!"]
결계를 보니 사라지는 게 멈췄다.
내가 신경 쓸 건 이 녀석 밖에 없어.
밑을 보니 아스타가 화려하게 싸우기 시작했다.
강철이는 가만히 있는 거 보니 다른 요괴들이 아스타를 공격하기 시작한 것 같다.
"사흉수를 이긴 저승사자다워."
"아스타를 말하는 거냐?"
"응. 혼자서 많은 요괴를 상대하고 있는 거 보면 말이야. 그런데 넌 뭐지? 너도 사흉수를 이겼잖아. 그런데 나 하나를 못 막아?"
"지금 한 말. 후회하게 해주마!!"
오른손에 염력을 모으고 닷발괴물의 부리를 가격했다. 폭발소리와 함께 녀석의 부리가 박살났다.
쓸데없이 크기만 한 부리였잖아.
튼튼한 부리는 아니었어.
"끄아악!!"
"상대를 봐가면서 허세부려. 너 같은 건 사흉수의 발 끝에도 못 미치니까."
"이렇게 나와야 재밌지!!"
순간이동이라도 하듯이 사라버렸다.
나는 염력을 써서 공중에 떠 있다.
녀석을 찾기 위해 공기에 염력을 뿌렸고, 집중에서 녀석을 찾기 시작했다.
속도가 장난 아니야.
잡히긴 하는데 순식간에 사라져버려.
속도만 따지면 사흉수 이상이야.
그래봤자 이 녀석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공간이동을 사용했다.
"왜 내가 네 앞으로?"
"주파수는 진작에 훔쳤어."
발차기로 녀석의 얼굴을 가격했다.
얼굴이 움푹 들어갔고, 동시에 주먹을 연속으로 휘둘렀다.
너무 큰 덩치 때문에 내 공격을 막아내지도, 피하지도 못하고 있다.
"젠장..."
"넌 날 못 이겨."
신의 힘, 귀신의 힘 등등.
없다는 게 갑자기 체감된다.
많이 약해졌어.
존재하는 모든 존재 중 제일 약하다고 한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다.
"한 눈 팔지마."
닷발괴물이 입을 벌리더니 불을 발사했다.
염력을 써서 막아내긴 했지만 깜짝 놀랬다.
이런 재주도 있었는 지 몰랐네.
["강철이 때문이야."]
'예?'
["강철이 녀석. 나 몰래 힘을 줬어."]
'요괴들은 이런 것도 가능하군요.'
["정보가 많이 없으니까 어떤 식으로 대응해야 될 지 잘 모르겠어."]
'아스타... 지금까지 본 요괴들을 전부 알고 있었잖아요. 강철이가 힘을 준 것도 눈치채고.'
["힘을 줄 수 있는 건 몰랐어."]
'아아.'
["그리고, 지금 내가 싸우고 있는 요괴들은 하나도 몰라. 일단 어찌저찌 소멸시키고 있긴한데 잘 모르겠어."]
그래도 아스타는 나보다 휠씬 나은 상황이네.
"사흉수를 이긴 놈이라 그런 지 특별한 공격이 아니면 다 막아버리는구나."
"방금 한 게 특별한 공격이었어? 별 거 없는 불발사잖아. 네 힘도 아니라 빌린 거고."
"우릴 너무 무시하네."
"신과 싸운 적도 있어서 말이야."
"저승사자가 신과 싸웠다고?"
"그럴 수도 있지 뭘 따져."
이상한 걸 눈치챈 것 같은데.
"너 정확히 뭐야? 인간이야, 저승사자야? 둘 중 뭐든 신과 싸우는 게 말이 되나?"
날 보자마자 먹고 싶다고 흥분한 놈이 이런 질문을?
내가 정확히 뭔지도 모르고 그런 말을 한 거야?
"점점 저승사자가 되고 있는 인간이야."
신과 싸운 얘기는 굳이 이런 놈들한테 할 필요없다.
["말하면 안돼!!"]
'예?'
"저승사자가 맞긴한데 네 본질은 인간이라는 거지?!"
닷발괴물이 사악하게 웃기 시작했다.
뭐지?
녀석의 살기가 더 강해졌어.
검정색 오라가 닷발괴물의 몸을 휘감고 있다.
["오도리!! 인간의 집으로 가!!"]
["네? 갑자기요?"]
'왜 그래요, 아스타?'
["어머니가 위험해!!"]
'네?'
["선배 말대로 하겠습니다."]
새우초밥씨가 이 자리에서 없어진 게 느껴진다.
덕분에 결계가 다시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무슨 말씀이세요, 아스타? 엄마가 위험하다니?'
["닷발괴물은 이런 요괴야."]
'네?'
"보아하니 내가 어떤 요괴인 지 알았나보네?"
"너. 뭐하는 요괴야?"
"처음 봤을 때 여자 저승사자가 말했잖아. 식인새라고. 난 인간을 잡아먹는 요괴야."
"다른 게 더 있잖아."
["닷발괴물은 사람의 가죽은 나무에 걸고, 몸으로 국을 끊여먹는 요괴야."]
'이럴수가...'
["전승에 이런 이야기가 있어. 아들과 어머니가 같이 살고 있는데 둘 다 외출을 했어. 어머니가 먼저 돌아왔고, 아들이 집에 와서 보니 어머니가..."]
'그만 얘기해도 돼요, 아스타.'
엄마가 위험한다고 한 이유가 있었구나.
난 지금 밖에 있어.
엄마가 집에 있을 지 모르겠지만 집에 있을 수도 있어.
매번 똑같을 수는 없으니까.
["퇴치방법은 조마귀와 똑같아."]
'아니요.'
손에 염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이제와서 네가 뭘 할 수 있지?"
"네가 그런 요괴인 줄 알았으면 장난 안 쳤을 거야."
"뭐?"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너 같은 놈들이야."
빠르게 다가가서 닷발괴물의 날개를 잡고 뜯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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