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화 할머니와 할아버지.

112화 할머니와 할아버지.
"예?"
"예상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많이 강하겠구나 생각은 하고 있었다.
다른 존재도 아닌 사흉수 보다 강하다니...
"넌 여러가지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네 파트너 보다 강했던 거야."
"알고... 있습니다."
이제와서 몰랐다고 할 수 없다.
갑자기 강해진 거니까.
호신형님한테 많은 걸 배웠지만 몇 백 년을 고생한 아스타와 동급이 될 리 없다.
이때 호신형님한테 받은 귀신의 힘.
이 힘 때문에 난 아스타 보다 강해진 거다.
쉼터장님께 받은 반지.
염라대왕의 힘 5%가 들어있는 반지.
신의 힘 덕분에 강해졌다.
내 노력으로 강해진 게 아니라 주변에서 도와준 덕분에 강해진 거다.
내가 한 노력은 없다.
지금은...
내가 가지고 있던 힘 덕분에 강한 힘을 내는 것 뿐이다. 후유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표정이 왜 그래?"
"아니요..."
알고 있던 걸 다시 알게 돼서 현타왔다.
저승사자의 힘만 가지고 사흉수를 이긴 아스타.
여러가지 힘을 같이 써서 사흉수를 이긴 나.
가지고 있는 걸 최대한 발휘하는 것도 중요하다지만 난 내가 직접 이룬 게 없네.
"좋아!!"
"왜 그러니?"
우울해 있으면 어쩔 건데?
달라지는 게 있어?
없잖아!!
내가 할 수 있는 걸 하면 돼.
아스타가 할 수 없는 걸 내가 하면 돼.
이럴 시간에 요괴들을 빨리 없앨 계획을 짜야 돼.
양손으로 내 뺨을 세게 때렸다.
"갑자기 왜 그래?"
"할머님 덕분에 깨달았습니다!!"
"깨달았다고?"
"네. 부족한 걸 인정하면 편해요!!"
예전에 호랑선배도 아스타를 질투했어.
인정해야 될 것을 인정했어.
나도 똑같이 하면 돼.
지원과장님처럼 시기질투에 빠져 살 필요없어.
"얘가 왜 이럴까."
"시기질투는 좋은 자극이 돼요!! 하지만 계속 가지고 있으면 스트레스가 되고, 성장을 방해하죠. 전 바보 같은 짓은 안할 겁니다."
"잘 모르겠지만 좋게 해결한 것 같네."
"맞습니다!! 망타할아범을 찾으러 가죠!!"
할머님은 고개를 끄덕이셨다.
다시 결계를 봤다.
새우초밥씨가 결계를 완벽히 막고 날아가는 우리한테 오고 있었던 것 같다.
새우초밥씨는 책임감이 엄청 강한 저승사자니까.
결계를 만들어서 더 단단하게 덧붙였다.
할머님을 따라서 한 마을에 왔다.
"여긴가요?"
"응. 밤이 될 때까지 기다리자."
"알겠습니다."
표현을 마을이라고 했지만 우린 인구 5만 명 쯤 되는 군에 왔다.
반찬이 많이 나오는 백반집에서 저녁을 먹고, 좀 쉬면서 해가 떨어지길 기다렸다.
현재 시간 밤 9시.
"망태할아범이 아이들을 노리기 좋은 시간이야."
"네."
염력을 써서 다시 유니폼을 입고 페도라를 썼다.
할머님한테서 신의 기운이 느껴진다.
저번에도 그랬지만 비녀에 뭐가 있는 거 같아.
할머님이 힘을 사용하시면 비녀에서 빛이 난다.
'옥황상제도 이랬던가?'
할머님은 무언가에 이끌리듯이 날 데리고 한 아파트에 왔다.
"서로 끌리는 게 있으신가요?"
"비슷한 부분이 있으니까."
복도식 아파트.
14층에 올라왔고, 복도 제일 끝에 있는 집 앞에 왔다.
"들어가자."
"네."
아무것도 안 느껴져.
요괴가 무언가를 할 땐 아무것도 안 느껴지나?
아니야.
산에서 요괴들이 나랑 아스타를 공격할 때 엄청난 살기가 느껴졌어.
우리가 온 걸 알고 망태할아범이 쥐 죽은듯이 숨어있는 것일 수 있어.
문을 통과해서 안으로 들어왔다.
"윽!!"
이 악취는 뭐지?
처음 맡아보는 거라 뭔지는 모르겠지만 코를 세게 찌르는 악취가 너무 심하게 난다.
코로 숨을 쉴 수 없어서 입으로 쉬려는데 냄새가 입 안으로 들어와서 맛이 느껴지는 것 같다.
"돌아버리겠네."
"아무도 올 수 없게 자기만의 결계를 펼 친 거야."
"이 악취가요?"
"응."
난 왜 할머님과 내가 올 줄 알고 악취를 준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
아스타는 저승사자.
영적인 존재이기 때문에 나랑은 정반대다.
내 옆에서 멀쩡한 할머님도 아스타랑 비슷하다면 비슷한 존재니까 멀쩡한 거라 생각한다.
염력을 써서 악취가 나오는 곳을 찾기 시작했다.
생명체의 기척도 안 느껴져.
"할머님. 여기가 맞..."
고개를 돌려 할머님을 보자마자 할머님의 손이 빠르게 나한테 와서 내 목을 잡았다.
"왜 그러세요?"
["빨리 거기서 나와!!"]
아스타의 정신감응.
다급하게 한 것치고 너무 늦었다.
"삼신할매가 신을 믿지 말라고 하지 않았어?"
"했어. 너 누구야?"
아스타가 정신감응을 걸지 못하게 막았다.
도망칠 생각도 없지만 도망칠 타이밍이 아니다.
일단 이 녀석이 누구인 지, 목적이 무엇인 지 알아내야 한다.
손에 힘을 주기 시작했다.
벗어나려고 마음 먹으면 언제든 벗어날 수 있지만 일단 기다려보자.
악취 때문에 숨쉬기 힘든 건 맞지만 아직 버틸만해.
"삼신할매는 정말 약한 신이야."
"뭐?"
"아이를 점지하는 신이니까 약할 수밖에 없어. 하지만 이렇게 약할 줄 몰랐어."
"네가 망태할아범이냐?"
"큿크!! 그렇다. 결계 안에서 나오자마자 날 막으러 온 삼신할매의 몸을 뺏었다!!"
빌어먹을...
왜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럴 수밖에 없었어.
나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었어.
신이라면 알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나와 이 녀석은 적이야.
적에 대해 확실히 조사한 거야. 그래서 나에 대해 디테일하게 알고 있었던 거야.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내가 잡힌 곳이 여기다. 아이를 잡아가기 위해 작업 치는 중에 저승사자한테 잡혔지."
"작업치는 중이었다고?"
"그렇다.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하고, 인간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는데 저승사자한테 잡혔지."
"이 악취는 뭐야?"
"다시 올 거란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저승사자한테 잡혀갈 때 내가 언제든 여기 올 수 있게 작업했다."
선배님이 요괴를 모으기 시작한 건 이 아파트가 만들어지기 한참 전이야.
요괴의 발자취를 없앨 수 없으니까 계속 남아서 이런 형태까지 된 것 같다.
시간이 지나면 없어져야 정상 아니냐고.
"네 목적이 뭐야?"
"널 없애는 거!! 전쟁을 일으킨 게 너잖아."
할머님의 몸을 뺏어서 특별한 목적이 있는 줄 알았는데 없구나.
나한테 쉽게 접근하려고 할머님 몸을 뺏은 거야.
목적이 너무 단순해.
결계 안에서 나오는 게 목적이면 이해할 수 있는데 날 없애는 게 목적이다?
나 하나를 잡기 위해 정성을 너무 쏟았어.
이상해도 너무 이상해.
"네가 산에 왔을 때 걸귀와 싸우는 걸 보고 놀랬다. 분명 저승사잔데 요괴와 싸운다? 그때부터 흥분을 감출 수 없더군!!"
"지금까지 기다리느라 고생했네."
"시기라는 게 있으니까."
"기다린 덕분에 할머님의 몸을 뺏고, 나한테 접근할 수 있었다?"
"큿크!! 맞아."
망태할아범의 얼굴을 가격했다.
"크악!!"
내 목을 놓쳤고, 코피를 쏟으며 뒤로 넘어졌다.
'육체강탈을 가지고 있길 잘했어!!'
우선 할머님의 비녀를 뺏었다.
"이 자식이..."
"강하진 않구나."
"너 같은 놈한테 질 정도는 아니야!!"
"내가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온 지 아는 놈이 그렇게 얘기한다고?"
"나도 그 정도는 할 수 있어!!"
나한테 달려드는데 그런 게 전혀 안 보인다.
뺏은 비녀로 녀석의 어깨를 찔렀다.
"으악!!"
"상대를 봐가면서 허세를 부려야지."
"젠장..."
"어린아이를 잡아가는 것 뿐인 네가 사흉수 만큼 강하다? 말이 안돼."
"빌어먹을!!"
비녀를 뽑았다.
염력을 써서 망태할아범이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었다.
"뭐하려고?"
"할머님은 내가 데려갈게."
"안돼!! 신계에 살면서 내 마음대로 아이를 점지하고, 내 마음대로 아이를 잡아갈 거란 말이야!!"
진짜 목적은 이거였구나.
이름에 걸맞는 목표지만 옥황상제가 모를 리 없다.
금방 들킨다.
옥황상제나 다른 신한테 들켜서 잔인하게 소멸되는 것보다 차라리 나한테 소멸 당하는 게 깔끔할 거야.
정신조작을 사용했다.
망태할아범의 눈에 빨간빛이 들어왔고, 손목을 잡았다. 이제 육체강탈을 써서 망태할아범을 이 몸에서 빼면 될 거야.
"내가 도망치라고 했잖아!!"
갑자기 아스타가 나타났다.
아스타가 들어오면서 베란다를 박살낸 바람에 악취가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베란다를 부수고 들어왔다는 건 결계를 깔았다는 거겠지? 괜히 불안하네.
"도망칠 정도는 아니에요, 아스타."
"뭐?"
"엄청 약해요."
"망태할아범 때문에 도망치라고 한 게 아니야."
"예?"
우선 하던 걸 계속했다.
내 예상대로 육체강탈로 할머님과 망태할아범을 분리시켰다.
"내 계획이... 내 계획이..."
분리된 할머님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는 망태할아범.
이렇게까지 분 할 줄 몰랐네.
비녀를 할머님 손에 쥐어드렸다.
"그래서, 아스타. 뭐가 위험하다는 거죠?"
덤덤한 얼굴로 현관문을 여는 아스타.
뭐랄까.
경계가 가득한 행동이 보이는데.
아스타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커다란 중식도가 아스타를 향해 들어왔고, 아스타는 빠르게 손잡이를 잡고 있는 손을 강하게 내리쳤다.
"크아!! 이거지, 이거야!!"
"이 목소리는... 금돼지?"
현관을 보며 놀라는 망태할아범.
"금돼지?"
"결계를 나온 건... 나 밖에 없을텐데..."
현관문을 박살내면서 무언가가 들어왔다.
약 3m 이상.
황금색 돼지가 이족보행을 하고 있으며, 금방이라도 찢어질 거 같은 옷을 입고 있다.
정확히 바지만 입고 있다.
엄청 커다랗게 나온 배와 세자리 수 일 거 같은 몸무게. 양손에 들고 있는 커다란 중식도.
삼신할머님 몸에 손을 올리고 공간이동을 써서 염라대왕이 있는 곳으로 보냈다.
"뭐야? 어디갔어?"
와중에 망태할아범은 할머님만 보고 있는 거야?
"이 녀석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 거예요?"
"응. 식인요괴야. 도술과 변신술이 특기인 놈이야. 조심해야돼."
"전 망태할아범이 위험하다는 줄 알았어요. 타이밍이 할머님의 몸을 뺏은 걸 알았을 때 였어요."
"저 녀석이 삼신할머님의 몸을 뺏었다고?"
"네. 방금 할머님을 염라대왕한테 보냈습니다."
"빨리빨리 했구나."
"당연하죠."
"맛있는 걸 먹게 해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고작 저승사자냐, 망태기?"
"......"
시선을 돌리는 망태할아범.
엄청 겁 먹은 것처럼 보이는데.
"너 결계는 어떻게 나왔어?"
"부수고."
살짝 놀라는 아스타.
"부탁이야, 저승사자!! 날 살려줘!! 너희를 도와..."
"머저리 같은 놈이 헛소리를 예술감각 높여서 말하고 자빠졌네."
무언가가 나랑 아스타 사이를 날아갔고, 박히는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금돼지가 들고 있던 중식도가 망태할아범의 가슴팍에 꽂혔다.
처음봤을 때 손잡이 끝에 사슬을 연결해 놓은 게 안보였는데.
"빌어먹을..."
"강철이 명령이다, 망태기. 그리고 전하라고 한 말. 너 이제 필요없대."
금돼지는 사슬을 땡겼고, 망태할아범의 가슴팍에 박힌 중식도를 빼버렸다.
덕분에 사방에 피가 흩뿌려졌고, 나랑 아스타한테도 조금 묻었다.
우리처럼 빨간색이 아니다.
갈색이다.
"결국... 아무것도... 못했네..."
사라져버리는 망태할아범.
"살기위해 고른 게 배신이라니."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다.
"방해되는 것들은 없지?"
"없어."
"결계는 어떻게 나온 거야?"
내 질문에 짜증가득한 표정을 짓는 금돼지.
"말했잖아. 부수고 나왔고."
"언제?"
"처음 결계에 빵꾸 났을 때."
"너 말고 나온 요괴는?"
"없어. 나 혼자 인간을 독차지 하고 싶어서 나오는 놈들을 전부 죽여버렸어."
"뭐?"
"약한 놈들은 필요없어. 너희와 싸워서 이기려면 강한 놈들이 필요하지."
"너 말고 나온 요괴는 없다는 거지?"
"그렇다고 몇 번을..."
금돼지의 말을 끊고, 녀석의 복부를 강하게 가격했다.
"야, 뭔데 내 말을 끊냐?"
"어?"
너무 멀쩡해서 깜짝 놀랬다.
염력을 담아서 엄청 세게 때린 건데...
주변이 멀쩡한 걸 확인했다.
충격파가 안 생긴 거야?
"내 바디에 그딴 공격은 안 통해."
"헛소리하지마!!"
양손에 염력을 담고 쉬지 않고 주먹을 휘둘렀다.
금돼지는 아무렇지 않게 내 공격을 전부 맞아주고 있다. 하품까지 하면서...
"모기가 물어도 이거보다 아프겠다."
"닥쳐!!"
이번에는 얼굴을 가격했다.
녀석의 이빨 하나가 부러져서 바닥에 떨어졌다.
"음?"
이제서야 날 쳐다보는 금돼지.
"여자 저승사자도, 너도. 이상해."
"뭐?"
"여자 저승사자가 내 손을 쳤을 때 손목이 박살났다."
왼쪽손목을 들어서 보여준다.
파랗게 멍이 있고, 이상한 방향으로 꺽여있다.
"넌 내 이빨을 부러뜨렸어."
바닥에 떨어진 자기 이빨을 가리켰다.
"사흉수를 이긴 놈들다워!! 간만에 재밌게 싸울 수 있겠어!! 나 너무 좋아!!"
"징그럽게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스타가 손바닥으로 금돼지의 복부를 가격했다.
"끄으윽!!"
조금이지만 금돼지가 뒤로 밀려났다.
아스타가 손을 때자 금돼지의 복부에 선명하게 아스타의 손자국이 있다.
"그렇다면 나도!!"
손바닥으로 복부를 가격했다.
"이것들이!!"
금돼지가 좀 더 뒤로 밀려났다.
손자국은 더 선명해졌다.
"오냐오냐 해주니까 내가 만만해 보여!!"
중식도를 휘두르는 금돼지.
힘이 무시무시해.
대충 휘두르는데도 엄청난 풍압과 참격이 생기고 있어. 막는 것보다 피하는 게 더 나을 정도야.
파괴력도 보통이 아니야.
"짐승새끼들 이겼다고 우리도 이길 수 있을거라 생각한 거냐? 사신수와 버금가는 강한 존재? 사흉수 놈들한테 밀린 2인자는 차고 넘쳐!!"
공격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부러진 왼팔까지 사용하고 있어.
"여기서 빠져나가자."
"결계쳤나요? 저 여기 들어올 때 결계 안쳤어요."
이러고 있는 걸 사람들한테 들키면 큰일이야.
"그거 신경 쓸 때가 아니야."
"알겠습니다."
"2인자가 된 우리는 언제든 그 놈들을 이길 수 있었다고 멍청이들아!! 우리가 언제까지 2인자에 만족할 줄 알아?! 사신수 이름에 먹칠 하는 머저리들 이겼다고 우릴 무시하지 말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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