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스카우트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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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애드헌터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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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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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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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만

DUMMY

- 44화 -


“그 농부가 왜 그랬을까?”


황희 대감의 얘기를 듣고, 이서치는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 어쩜 이리도 내가 아는 얘기만 나오는 지··· 헐~ 이 얘기도 너무나 유명한 황희 정승 에피소드잖아?!’


이서치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마도··· 두 마리가 다 힘들게 일하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더 잘한다고 하면 못한다고 하는 쪽의 소는 기분 나빠 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지요?”

“그래? 허허허. 소가 기분 나빠 할 지 모른다?”


“네. 그 농부에게는 두 마리의 소가 한낱 짐승이 아니라, 마치 자식 같은 소중한 존재가 아니었을련지요? 그러니 아무리 짐승이라지만 그 앞에서 함부로 말하면 안된다고 생각한 게지요.”

“올커니! 허허허.”


황희 대감은 말을 이어 나갔다.


“나는 그 농부의 말에서 사서삼경보다도 더 큰 깨달음을 얻었다네. 그래서 그 농부에게 ‘감사합니다. 저에게 큰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하고 큰절을 했지. 그 이후로 나는 지금까지 누군가의 단점을 절대 입 밖에 내지 않는다네.”


윤곤대가 그 말에 반박을 했다.


“대감!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랫사람이 잘못하면 윗사람이 따끔하게 지적해 주어야 잘못을 고치고, 그래야 아랫사람도 발전도 있는 것 아닙니까?”

“허허. 자네는 젊은 사람이 어디 그리 꽉 막혔는가? 그건 남의 잘잘못을 함부로 말하지 않고, 먼저 자신의 언행을 신중히 하고 겸손하라는 뜻이지. 자네도 이제 중책에 올라서 많은 아랫사람들을 거느리고 있으니, 포용과 아량으로 그들을 대해 주시게나.”


윤곤대는 황의 대감의 질책 아닌 질책에 사뭇 충격 받은 듯했다.

지금까지 살면서 누구한테 이런 충고를 받은 적이 없었는데.

하물며 그가 존경해 마지 않는 스승에게서 이런 말을 들을 줄이야···


황희 대감은 이서치에게 말했다.


“이서치라고 했지? 자네는··· 내가 오늘 처음 보지만, 단골로서의 자질이 아주 훌륭해 보이네. 허허허. 그런데 아직 젊은 친구가··· 어찌 그렇게 윗사람의 도리를 잘 헤아리고 있는가?”

“과찬이십니다! 대감~ 그냥 어쩌다 얻어 걸린 것이옵니다.”


“허허허. 이조전랑은 앞으로 이 친구를 잘 활용해 보시게나. 그럼 전하께서 원하시는 인재를 곧 발굴할 수 있을 것 같네. 허허허~”


황희 대감의 예상치 못한 칭찬에 이서치는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


‘내가 잘난 게 아니라, 역사를 이미 알고 있는 회귀자의 치트키 같은 건데···’


반면, 윤곤대는 얼굴이 벌개져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내가 자네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는 이것으로 다 한 셈이네. 자네들이 찾는 사람은, 앞으로 여러 아랫사람들을 데리고 조선의 과학기술을 이끌어야 하는 책임자이니. 무엇보다도 포용과 아량으로 아랫사람을 대하고 함부로 남 앞에서 아랫사람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고, 대신 틈날 때마다 잘한 짓을 칭찬해주는 그럼 사람. 즉 자신이 존경받기에 앞서서 먼저 아랫사람을 존중해주는 사람이면 좋겠네.”


황희는 자기가 아는 몇 사람을 추려서 곧 추천해주겠다고 했다.


* * *


윤곤대와 이서치는 황희 대감에게 인사를 드리고는 서둘러 한양으로 나섰다.


아직도 윤곤대는 황희가 해 준 말이 이해가 안된다는 듯이 얼굴이 구겨져 있었고, 이서치는 살살 그의 눈치를 보며 말 위 윤곤대 뒤에 올라탔다.


말이 쏜살같이 달려 나가자, 다시 이서치의 말 멀미가 시작되었다.


“아이고! 나 죽네. 우웨엑!”


하지만 이서치가 뒤에서 또 다시 죽는 시늉을 내도, 윤곤대는 뭔가 생각에 잠긴 듯 한마디의 말도 없이 그저 말만 몰 뿐이었다.

이서치는 말 멀미에 속이 다 뒤집혀 왔지만, 왠지 오늘따라 윤곤대가 의식되어서 더 이상 끽소리를 내지 못하고 가만히 매달려 왔다.


한참을 달려 해가 질 녁에서야 운종가 앞 이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휴~ 속이야... 결국은 오늘 먹은 거 다 게워냈네. 형님! 배도 출출한데, 저 아래 객잔에 가서 따뜻한 국밥에 탁주 한 잔 어떠십니까?”

“아니네··· 오늘은 늦었고, 나는 일도 좀 남아서··· 자네도 피곤할 텐데 어서 들어가 쉬게나. 내일 아침에 보세···”


이서치는 윤곤대의 기색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서 괜시리 너스레를 떨며 술 한잔 하자고 권유했지만.

아까부터 경직되어 있는 윤곤대의 얼굴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여기 이조에선 형님이라고 부르지 말게. 다른 사람 보는 눈도 있으니 말이야.”

“네? 네··· 알겠습니다. 이조전랑 나으리. 제가 그만 눈치가 없었습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윤곤대는 차갑게 말하고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신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이서치는 왠지 찜찜한 구석을 지우지 못한 채, 터벅터벅 홀로 퇴근했다.


* * *


지금은 이서치 회귀 +5년. (1423년, 세종 5년)


다음날 아침이 되어 이서치는 이조로 출근했다.

윤곤대는 언제 출근했는지, 미리 와 있었다.


“자네. 속은 좀 괜찮은가? 무슨 말 멀미를 그리 심하게 하는가?”

“네? 네! 덕분에 지금은 멀쩡해졌습니다. 이조전랑 나으리··· 신경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도 윤곤대의 안색은 어제보다는 훨씬 나아 보였다.



윤곤대와 이서치는 이조의 대각선 건너 편에 있는 공조로 김종서 대감을 만나러 갔다.


이조와 공조를 포함한 병조, 예조, 호조, 형조의 6조는 모두 광화문 앞에 연이어 붙어 있었다.

그 앞에는 광화문 너머로 임금이 계신 경복궁이 있었고.

왼쪽에는 맨 앞에 삼군부가 자리를 잡고 있고, 그 아래로 사헌부와 병조, 형조, 공조가 위치해 있었다.

오른쪽에는 의정부가 맨 앞에 있고, 그 아래로 이조, 한양부, 호조, 예조가 차례로 배치되어 있었다.


어제 황희 대감에 이어, 오늘은 공조판서 김종서 대감을 만나기로 약조가 되어 있었다.


윤곤대의 말에 의하면, 김종서 대감은 일찍이 과거 급제 후 사헌부의 우헌납으로 시작해서 대간 및 육조와 의정부의 주요 직을 골고루 거치면서 성공적인 관직 생활을 이어 나갔다고 했다.

그 후 사헌부지평에 제수되었다가 이조전랑으로 근무했다고 한다.


즉 김종서 대감은 이조 근무 시절 윤곤대의 상사였고, 이조전랑 보직의 전임자였던 것이다.


게다가 조만간 사돈이 될 지도 모르는 사이이니, 그 둘은 참으로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김종서 대감이 잠시 지방에 가 있다가, 올해 들어서 세종대왕의 부르심을 받고 다시 한양으로 입성을 해서 현재 공조판서 자리에 있는 것이다.



오늘 실제로 김종서 대감을 마주하니, 이서치가 상상했던 바와는 많이 달랐다.

부리부리한 눈에 검은 수염이 칼처럼 나 있어 마치 관우처럼 보이는 근엄하게 생긴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체구도 남들보다 작고 얼굴도 순해 보이는 평범한 아저씨였다.


우리는 그를 흔히 ‘김종서 장군’이라고 부르며, 무인으로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김종서는 자그마치 황희 대감도 인정을 했던, 조선 초기의 전형적인 문신이었다.


오히려 북방에서 도절제사로 있을 때는 다른 장수들에 비해 몸집도 작고 무예도 그리 출중하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머리가 좋고 관리자로서의 능력이 탁월해서, 그 유명한 북방 6진 개척의 업적을 이룰 수 있었다.


세종대왕이 그를 공조판서에 제수한 이유도.

김종서가 6진을 개척하면서 성을 쌓고 무기를 개량하고 지도를 정비하고 바람과 비를 관측하는 등 여러 기술 방면에 관여한 것을 눈여겨 보았기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시 문무를 겸비한 자인지라, 눈매 만은 아주 매서웠고 꾹 다문 입술은 장부로서의 기개와 의지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판서 어르신. 그간 강녕하셨는지요?”

“오! 이조전랑 오셨구먼. 어서 오시게.”


김종서는 윤곤대를 반갑게 환대했다.


“이번에 공조판서를 제수받으신 거, 다시 한번 감축드리옵니다.”

“아닐쎄. 내가 지금 이렇게 한양에 있을 게 아니라, 북방에서 오랑캐를 한 놈이라도 더 때려잡아야 하는데 말이지.”


윤곤대는 어제 황희 대감 앞에서 와는 사뭇 다르게, 김종서 앞에서는 살갑게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그나저나··· 참으로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보라가 아직 철이 없어서··· 어서 혼인을 서둘러야 하는데, 뭔 그리 할 일이 많다고 하는지 말이죠. 죄송합니다. 그게 다 오라비인 제가 여동생 간수를 제대로 못한 탓입니다.”

“아닐쎄. 피차일반일세. 우리 준기도··· 어서 과거시험이나 보라니까. 어휴! 아직 자신은 세상에 나가 보고 들을 게 많다고 하면서, 과거도 혼인도 차일피일 미루니 말이야··· 쯔쯧!”


그러고보니 윤곤대의 여동생 보라는 김종서 대감의 셋째 아들과 혼인하기로 약조가 되어 있었던 참이었다.


‘보라와 혼인이 약조되어 있다는 김종서 대감의 셋째 아들 이름이··· 김준기구나!’


김종서 대감이 이제서야 옆에 있던 이서치를 둘러보았다.


“그런데 이 친구는···?”

“네. 이번에 이조에서 단골로 일하게 된 이서치라는 자이옵니다.”


이서치는 김종서 대감에서 꾸벅 인사를 했다.

윤곤대와 김종서가 워낙 친한 사이인 듯해서, 그 사이에 쉽게 끼어 들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나저나!

어제는 황희 대감에 오늘은 김종서 대감을 만나다니, 마치 한국사 위인전을 연이어 보는 것만 같았다.



윤곤대가 오늘 온 목적에 대해서 말했다.


“대감님도 들으셨겠지만. 이번에 전하의 명으로 조선의 과학기술을 이끌 책임자를 선발키로 했습니다.”

“그래. 나도 전해 들었네.”


“그래서 공사가 다망하신 데도 불구하고 이렇게 찾아 뵙고, 대감님께 가르침도 받고 좋은 인재도 추천해 주십사 청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허허. 변방에서만 돌던 내가 무슨 도움이 되겠나? 아무튼 잘 오셨네.”


김종서 대감이 말을 이어갔다.


“어제, 황희 대감을 뵈었다지? 그래. 대감은 무강하시던가?”

“네. 아직 정정하십니다. 어제도 큰 가르침을··· 받았사옵니다.”


김종서 대감이 뜻하지 않은 이야기를 둘에게 들려주었다.


“황희 대감님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내가 부끄럽지만 자네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하나 있다네.”


작년에 세종대왕이 기근 대책에 대한 의견을 모으고자, 전 대신들을 비상 소집했던 적이 있었다.

심지어는 김종서와 같은 각 도의 병마절제사부터 집에서 쉬고 있던 황희 정승까지도 전부 호출되었다.


그 비상 어전 회의에서 세종대왕이 나오시기를 기다리면서 모두들 대기하던 중에.

김종서는 삐딱하게 의자에 앉아서는 자신도 모르게 거드름 피우는 행동을 하게 되었다.


모두들 김종서가 그 힘든 북방을 개척하고 6진을 구축했다는 업적에 너도나도 칭찬에 열을 올리던 참이였기 때문이었다.


“김종서 대감! 참으로 대단하시오! 어지 그리 큰 일을···”

“하하하. 그래 봤자 오랑캐들입니다. 뭐 별 거 아닙니다. 하하하.”


그 때 세종대왕의 부르심을 받고 막 입궐한 황희 대감이 우연히 그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황희는 김종서에게 직접적인 언급을 하는 대신.

말단 관리를 불러서 지시했다.


“여봐라. 저 김종서 대감의 의자 다리가 짧은 모양이니, 얼른 가져가서 고쳐 놓거라.”


나중에 다른 이로부터 그 얘기를 들은 김종서는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 나서, 황희 대감에게 달려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잘못을 뉘우쳤다고 한다.


“자네는 앞으로 큰 일을 할 사람이니, 특히 남의 모범이 되어야 하네. 알겠는가?”


하지만 김종서는 여전히 안절부절 못하는 마음은 거둘 수가 없었다.


‘난 이제 끝났구나. 다른 사람도 아니고 황희 대감에게 찍혔으니 말야... 휴우~ 내가 왜 그리 경거망동했을까?’


비상 어전 회의가 모두 끝난 후 대신들은 모두 자신이 있던 곳으로 돌아갔고, 김종서도 다시 함경도로 돌아갔다.


하지만 황희는 집으로 돌아가기 전, 세종대왕에게 ‘이제 김종서를 한양으로 불러서 중용하시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조언을 했다.


김종서는 황희 대감 앞에서 건방을 떨어, ‘이제 나는 황희 대감에게 밉보였으니 출세 길은 끝났구나’ 라고 생각하던 차에.

그런 자신을 황희 대감이 세종대왕께 추천하여 새해부터는 공조판서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어명을 받게 되었다.


이에 놀란 김종서는 황희 대감에게 달려가서 자초지종을 물었더니, 황희가 다음과 같이 말했다고 한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는 법이다. 하지만 금방 그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니 그 자가 진정한 군자로다!”



김종서로부터 사연을 들은 이서치는 황희 대감에 대해서도 김종서 대감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


‘둘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역시 대단한 거물들이구나!’


황희 대감의 포용과 아량, 그리고 공과 사를 구분하는 마음 씀씀이도 대단하지만.

김종서 대감이 바로 잘못을 인정하고 뉘우친 점도 역시 대단하였고.


무엇보다도 김종서는 자칫 자신에게 흠이 될 지도 모르는 얘기를 오늘 윤곤대와 이서치 앞에서 서슴없이 들려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오늘 내가 자네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이게 다라네. 겸손하라!”

“네? 그게 다입니까? 겸손···하라구요?”


김종서의 다소 뜬금없는 말에 윤곤대는 재차 물었다.


“아니. 대감 정도 되시면 그럴 수도 있지 않나요? 그게 뭐 그리 큰 잘못이라고... 그런데 황희 대감님이 그냥 지나가시는 말로 하신 걸 가지고 그렇게까지 하시다니요?”

“아니네. 내가 거기서 느낀 바가 아주 많았다네. 내가 잠시 시건방지고 거만했던 것이야. 그래서 두고두고 아주 후회를 많이 했지···”


“대감···”

“그러니 자네들은 인재를 찾을 때, 그 사람의 겸손함을 잘 살펴 보시게나. 사실 윗사람이 되면 남 앞에서, 특히 아랫사람 앞에서 겸손하게 대한다는 게 그리 쉽지 만은 않은 법이거든···”


“하지만 그것보다는 인재의 출신 가문이나 성리학의 성취도가 더 중요하지 않습니까?”

“그래? 그런가? 음··· 이서치라고 했나?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갑자기 훅하고 김종서 대감의 질문이 들어오는 바람에, 이서치는 다소 당황했다.


“네? 아··· 네.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만···”

“그래? 그럼 자네는 어찌 생각하는가?”


이서치는 얼른 윤곤대의 눈치부터 살피었다.

윤곤대는 묵묵히 김종서 대감 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서치는 할 수 없다는 듯, 자신의 생각을 밝히었다.


“앞으로 그 누군가가 책임자로 등용이 된다면. 그는 추후로 천문 기구를 만들 여러 인재들을 뽑고 그들을 부려서 일을 시켜야 합니다.”

“그렇겠지···”


“그런데 과학기술이라니··· 이전에 조정에서 그런 일을 맡았던 자는 제가 알기로는 단 한 명도 없사옵니다. 그러니 기존의 잣대로는 적임자가 어떠한 경력과 능력을 지녀야 하는지 쉽게 가늠할 수 없겠지요.”

“그러면?”


“그게··· 기존의 조직이라면 이미 체계가 잡혀 있기 때문에, 그 안의 인재들 중에서 출신의 검증이나 학문의 성취도 등을 보고 판단해도 큰 무리는 없겠지요.”

“그런가?”


“하지만··· 과학기술 같이 완전히 새로운 직무에서는 좀 더 윗사람으로서의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덕목을 더 중요시하는 것이 맞을 듯 하옵니다.”

“오호라! 보편적이고 상식적인 덕목이라 함은···?”


“제가 전하로부터 교지를 받은 인재상을 살펴보면. 기존에 과학기술 분야에서 일한 인재가 아니라, 육조에서 현재 다른 일을 하고 있는 인재들 중에서 그 책임자를 선발하라고 들었습니다.”

“전하께서 그리 말씀하셨는가?”


“그 말씀은··· 이번에 찾아야 되는 인재는, 과학기술의 전문가 라기보다는 그런 과학기술 전문 인재들을 앞으로 밀고 끌고 나갈 덕망이 있는 자를 찾으라는 것으로, 소인은 해석을 했습니다.”


김종서 대감은 호기심어린 눈으로 이서치의 말을 경청했다.


“그러므로··· 저도 대감님과 마찬가지로. 무엇보다도 겸손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 자네는···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책임자는 과학기술 업무에 관한 우두머리의 역할이기는 하나. 조금 전에 말씀드린 이유로,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오히려 문외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높겠지.”


“그러므로 자신이 모르는 과학기술 분야에 함부로 감내놔라 배내봐라 하고 아랫사람들에게 주문을 하면 안됩니다. 오히려 겸손한 태도로 본인의 처지를 인식하고, 대신 아래 사람들이 편하고 신나게 일할 수 있도록 여러 주변의 골치 아픈 일들을 대신 해결해 주는 게 더 역할에 맞습니다.”

“골치 아픈 일들을 대신 해결해 준다라···”


“그러니··· 겸손이야 말로 그 책임자가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 아니겠습니까? 저는 그리 생각합니다.”

“하하하하하!”


김종서 대감은 이서치의 말을 다 듣고는, 호탕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이보게. 이조전랑! 자네 꽤나 좋은 단골을 곁에 두고 있지 않은가? 이 친구와 함께 라면··· 곧 좋은 인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네. 하하하.”

“네? 네··· 그렇겠···지요...”


호탕하게 웃던 김종서 대감이 얼굴에서 웃음기를 싹 지우더니,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윤곤대에게 말했다.


“이 친구 말대로. 출신이라거나 학문이라거나 그런 것에 너무 구애받지 말고, 제대로 된 사람을 찾아보시게. 이서치라고 했지? 이 친구가 자네에게 새로운 눈이 되어 줄 걸세.”

“네? 네··· 알겠···습니다···”


김종서 대감도 자신이 생각하는 인재를 찾아서 곧 추천을 해주겠다고 했다.


윤곤대와 이서치는 김종서 대감에게 인사를 드리고 공조를 빠져 나왔다.


* * *


그리고··· 다시금, 윤곤대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어제 만난 황희 대감도, 오늘의 김종서 대감도.

모두 윤곤대의 평소 철학에 반대되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둘은··· 윤곤대에게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의미를 지닌 인물들인 데 말이다.


그리고 하필이면.

둘 다 윤곤대의 생각을 동조해 주는 대신에, 이서치의 인재보는 안목에 대해서 더할 나위 없다고 칭찬하고 그의 남다른 인재관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니 자존심이 세기로 유명한 윤곤대는,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속이 엄청 쓰렸다.

하필 그 비교 대상이 아무것도 모르는 단골 초보 이서치라서 더더욱 속이 상했던 것이다.


이조로 돌아가는 길에 둘은 아무런 얘기가 없었다.

이서치는 다시금 분위기가 심각해지는 바람에, 별 얘기도 하지 못하고 윤곤대와 헤어졌다.


윤곤대는 아무런 말도 없이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고, 이서치는 홀로 아방으로 돌아갔다.


그런 이서치의 마음도 왠지 뒤숭숭했다.


마치 운명의 앞 날을 예측하는 것처럼···



그런데 그날 오후 늦게, 갑자기 윤곤대가 이서치를 불쑥 찾아왔다.


“자네! 아무래도··· 우리가 같이 일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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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저, 수원으로 다시 내려갈까 봐요 24.06.29 90 1 18쪽
53 승자도 패자도 모두 현자타임 24.06.28 90 1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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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 그래서 뭐 어쩌라고?! 24.06.20 105 1 13쪽
»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만 24.06.19 105 1 19쪽
43 누가 누가 잘하나 24.06.18 108 1 18쪽
42 첫번째 채용 오더 24.06.17 118 1 17쪽
41 이런 게 행복인가 봐요 +2 24.06.16 124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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