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에 스카우트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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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애드헌터
작품등록일 :
2024.05.08 11:36
최근연재일 :
2024.07.1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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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2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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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쪽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DUMMY

- 49화 -


세종대왕의 높아진 목소리에 대신들은 모두 얼어버렸다.

심지어 윤곤대는 안색이 파리해진 채, 제자리에 우두커니 서있기만 했다.


잠시 무거운 정적이 흐른 뒤, 세종대왕이 말을 이어 나갔다.


“이조전랑과 대신들의 의견은··· 잘 알겠도다. 그럼··· 다음은 이서치 단골서리가 발표하도록 하라!”

“네? 네··· 소신 이서치, 명 받들겠나이다!”


갑작스레 세종대왕이 이서치에게 발표를 하라고 명을 내렸다.

자동적으로 윤곤대의 발표는 끝!


서치는 잠시 당황했지만, 이내 마음을 추수리고는 세조대왕 앞으로 걸어 나왔다,


드디어 이서치의 후공이다.


좀 전까지 윤곤대가 섰던 자리에 그가 오르자, 모든 대신들이 서치의 일거수 일투족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 중에 우호적인 눈길은 하나도 없었다.

이전에 봤던 황희 대감이나 김종서 대감도, 지금은 얼굴에 아무런 표정을 짓고 있지 않았다.


대신들의 속마음이 귓가에 들리는 것만 같았다.


‘뭐? 단골서리? 어디서 굴러먹다 튀어나온 개뼉다귀야?!’

‘저런 시골 촌놈이 발표는 무슨 놈의 발표? 참으로 어이가 없네!”


그런 상상을 하고 있노라니, 갑자기 머리 속이 멍해지고 온 세상이 하얗게 보였다.

귀도 잘 안 들리는 것 같고, 가슴은 먹먹해졌다.


이건··· 흔히 말하는 ‘화이트 아웃’ 현상이다.

경험상, 지금 발표를 하게 하면 완전히 절게 된다!

이서치가 광고대행사 초년병 시절, 발표 자리에 가서 여러 번 마주쳤던 경험이다.


‘어이! 지금 이 상태에서 발표하면··· 죽도 밥도 안된다!!’


이서치는 마음을 다 잡으려고, 잠시 숨을 골랐다.

눈을 지긋이 감고, 속으로 자기 암시를 했다.


‘이서치~ 힘내자! 너가 전생에서 이런 경쟁PT 한 두 번 한 게 아니잖냐? 그때처럼 오늘도 잘 해낼 거야··· 지금은 모두들 너를 똥친 막대기 정도로 보지만, 발표를 끝내고 나면 모두 너를 다시 보게 될 거야. 그러니 파이팅!!!’


여러 번 심호흡을 하자, 차츰 진정이 되었다.

조심스레 눈을 뜨자, 조금 전까지 하얗게 보이던 세상이 이제는 온전히 제 눈 안에 선명하게 들어왔다.

도파민이 마구 분비되는지, 오감이 아주 예민해졌다.


‘즐길 수 없다면 피하는 게 상책이지. 하지만 피할 수 없다면··· 제대로 한 번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이제 때가 되었다. 기다리던 순간이 왔다.

카운터를 날려라! 뿌뿌뿌뿌이~~


* * *


지금은 이서치 회귀 +5년. (1423년, 세종 5년)


이서치는 아까 선정전에 들어와서 자신의 뒷자리에 가만히 놓아 두었던, PT 준비물을 꺼내어 들었다.

여러 장의 문서를 커다란 족자에 이어 붙인 발표 자료이다.

마치 예전 20세기 관공서 같은 데서 발표하는 데 흔히들 썼던 보고용 차트같은 것이다.

노트북도 파워포인트도 빔프로젝터도 없는 시대이다 보니, 당연히 장비 빨은 기대할 수 없었다.


“안녕하십니까! 오늘 이렇게 존경하는 상감마마와 여러 대신들님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를 갖게 되어 참으로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소신은 이조에서 단골서리로 근무하고 있는 이서치라고 합니다.”


대신들은 여전히 경직된 상태로, 표정이 심드렁한 채였다.


“소신은 작년에 체아직으로 이조 근무를 시작한 단골서리 초보입니다만, 영광스럽게도 이조전랑과 함께 조선의 과학기술 책임자를 선발하라는 전하의 막중한 명을 받들게 되었습니다. 경험은 비록 매우 일천하지만, 제 나름껏 열심히 준비하였사오니 부디 경청하여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이서치가 그냥 단골서리도 아니고 체아직이라는 신분을 밝히자, 대신들의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이 터져 나왔다.

웅성거림이 커지자, 도승지가 중간에 나서서 의사진행 발언을 했다.


“모든 대신들은 들어주십시오. 이서치 단골서리가 비록 이조의 체아직이긴 하나, 그의 사람 보는 능력을 눈여겨 보신 전하께서 특별히 이번 채용 건에 이조전랑과 함께 임하라는 명을 내리셨습니다. 그러니 그의 신분과 자격에 대해서 더 이상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지 않으시기를 당부 드립니다.”


그러자 모두들 의외라는 듯 세종대왕을 힐끔 쳐다보았다.


“그리고 비록 전하께서 이서치 단골서리를 특별히 중용하셨으나. 이번 채용 건에는 아무런 두둔 없이 오로지 객관적으로 심사하시고 평가하실 터이니,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섣부른 오해는 삼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도승지의 상황 설명에, 토를 다는 대신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이서치는 다시 발표를 이어 나갔다.


“네. 어떻게 아침 진지들은 모두 든든하게 드시고 나오셨는지요?”


뜬금없는 이서치의 아침밥 타령에 모두들 벙찐 표정일 뿐, 아무도 대꾸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서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제가 아까 출근하면서 보니까, 벌써 궁 안에 개나리며 진달래가 활짝 피었더군요. 여러분들도 혹시들 보셨습니까?”


헐~ 좀 전에 아침밥이더니 이번엔 웬 꽃 타령?

역시 아무도 호응이 없었다.


“저는 목련을 좋아라 합니다. 목련의 커다란 앞사귀를 보고 있노라면, 이제 진짜 봄이 껑충 온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요. 근데··· 아쉽게도 목련은 이미 지고 없더군요. 요새 미친놈처럼 살았더니, 그간 계절이 흐르고 있는 지도 몰랐었나 봅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 바아흐로 봄이더라구요. 꽃피는 춘삼월요!”


이서치의 봄 얘기에 세종대왕은 사뭇 재미있어 했지만, 대신들의 표정은 똥씹은 표정들이었다.

‘뭐 저런 놈이 다 있나’ 하는 표정.


“그렇게 고생한 건 아마 이조전랑도 마찬가지일 겝니다. 자~ 그런 의미에서 그간 계절이 바뀌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인재를 찾아다닌 이조전랑과 저에게 뜨거운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당연히 아무도 박수를 치지 않았다.


하지만!


“짝짝짝~’


세종대왕 만이 홀로 박수를 쳐주었다.


‘역시 세종대왕님! 역시 우리 임금님!!’


이서치는 잠시 세종대왕에게 목례를 하고는, 다시 눈길을 대신들에게 주었다.

그가 계속해서 쓸데없는 날씨 이야기며 꽃 얘기에다 박수까지 요구하자, 이제 대신들의 표정에서는 불만의 표시가 거침없이 터져 나왔다.


“비록 부족한 몸이지만, 그렇게 꽃이 피고 산이 초록색으로 물드는 것도 미처 모를 정도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인재를 발굴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제 오늘 여러분들 앞에서 그 인재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하옵니다.”


드디어 이제 본론 시작인가?


“아! 발표 중간에 혹시 궁금한 게 생기시더라도 발표자의 매끄러운 진행을 위해서 질문은 조금 참으셨다가, 제 발표가 모두 끝난 후에 한꺼번에 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제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이서치가 긴 오프닝으로 한참이나 뜸을 들이자.

황희 대감과 김종서 대감을 제외한 대다수의 대신들은 이서치를 전에 본 적이 없기에.

‘저 놈이 얼마나 간덩이가 부었길래 이런 막중한 자리에 나와서 저리 황당한 헛소리를 할 수 있냐’며 수근거렸다.


이서치가 이런 의도된 헛소리?를 하는 이유는 3가지였다.


첫째.

조금 전 까지만 해도, 세종대왕의 호통에 모든 대신들이 경직되어 있던 상태였다.

프리젠테이터도 너무 긴장하면 안되지만, 청중들도 긴장하면 안 좋은 법이다.

발표자의 목소리가 제대로 안 들리고, PT 내용이 제대로 안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서치는 청중들의 텐션을 좀 업시키고 처음 보는 대신들과의 어색한 분위기도 깰 겸해서, 가벼운 아이스 브레이크로 시작을 걸었던 것이다.


‘자~ 이제 다들 긴장들 푸시고, 제 얘기를 제대로 좀 들어 보더라고!’


두번째.

이서치에 대한 기대감이 원래 1도 없던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주목률을 높여서, 예상치 못한 반전을 얻기 위한 의도도 깔려 있었다.

원래 기대치가 높으면 실망도 커지는 법이다.

반면에 KPI(Key Performance Indicator, 핵심 성과 지표)를 낮춰 놓으면, ROI(Return On Investment, 투자 대비 이익률)가 커져 보이기 마련이다.


세번째.

이런 저런 캐쥬얼한 소프트 스피치로 인해, 이서치의 입이 이제 다 풀렸다.

고로 발표를 위한 워밍업 끝!


다 이서치가 노렸던 바였다.


‘나를 다 만만하게 보시고 있지? 어디들 두고 보시라!!!’


* * *


“그럼 가장 먼저! 여러분들은 전하께서 어느 인재를 어떤 목적으로 왜 찾는 지 명확히 아시나요?”


예상했던 바대로 모두들 아무런 응답이 없었다.


“전하께서 처음 하명을 하실 때··· ‘당연히 조선의 천문을 측정하기 위한 시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만! 그보다 앞서! 일련의 지난한 업무를 추진하고 관리할 능력이 있는 책임자를 제일 먼저 뽑고자 한다!’ 라고 말씀주셨습니다.”


이서치는 JD를 꺼내어 읽으면서, 세종대왕이 원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대신들에게 리마인드시켰다.


“그래서 이조전랑과 저는 제일 먼저. 모두들 존경해 마지 않는 조선의 제일가는 지성, 황희 대감을 찾아 뵙고 조언을 구했습니다.”


작전의 첫번째. 먼저 황희 대감과의 만남을 들먹인다.


“황희 대감께서는 ‘포용과 아량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되 함부로 남 앞에서 잘못을 지적하지 않는 대신 틈날 때마다 공적을 칭찬해줘서 아랫사람을 인정해주고 존중해주는 상사’를 구하면 되지 않겠냐고 말씀주셨습니다.”


작전의 두번째. 황희 대감의 인재상을 거론한다.


“그리고 또 저희는 조선 과학기술 분야의 가장 상위 조직인 공조의 판서이신 김종서 대감도 찾아 뵈었습니다.”


작전의 세번째. 다음으로 김종서 대감과의 만남도 얘기한다.


“김종서 대감께서는 ‘겸손한 태도로 본인 능력의 한계를 제대로 인식하고 대신 아래 사람들이 편하고 신나게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주변의 온갖 골치 아픈 일들을 해결해 주는 윗사람’을 찾아보라고 충고해 주셨습니다.”


작전의 네번째. 김종서 대감이 전한 조언을 들려준다.


오늘 발표하는 내용의 핵심인 채용 목적 및 그 목적에 부합하는 인재상에 대해서 다시 한번 리뷰함과 동시에.

최종 의사결정권자이자 이번 프로젝트의 발의자인 세종대왕이 원하는 인재상의 지원 조건에 대해서 언급함으로써.

이서치가 앞으로 할 발표의 내용이 그 얼마나 세종대왕의 생각에 일치하는 인물인지를 보여줄 목적이었다.


또한 현재 조정의 가장 실권자 중의 실권자들인 황희 대감과 김종서 대감이 해 준 조언과 충고를 거론함으로써, 오늘 발표 내용의 객관성과 당위성을 보여 주기 위한 의도도 다분히 깔려 있었다.


‘앗싸! 이로서 3표(세종대왕, 황희, 김종서) 획득 석세스!!!’



지금까지는 빌드업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본론이다.


“그런 취지 하에서 오늘 제가 추천드리고자 하는 인재는··· 1차로 올렸던 5명의 후보자들, 즉 차두식, 홍명성, 하동구, 박영서, 안정수 중에서··· 바로 박영서 이옵니다!”


모두들 박영서가 누구나며 웅성거렸다.

세종대왕도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아마도 대부분 모르시겠지만··· 박영서는 현재 정7품 박사로 공조에서 근무하고 있는 관료이옵니다. 그는 25살에 과거를 보고 관리로 등용되어 한양부에서 공직 생활을 시작했으나, 이후 이조, 호조, 예조를 거쳐서 현재는 공조에서 녹을 먹고 있사옵니다. 그의 핵심직무역량은···”


이서치가 파악한 박영서의 핵심 역량 첫번째는 추진력과 실행력이었다.

이를 풀이하면 ‘세종대왕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때까지 계획을 짜고 그걸 현실화할 수 있도록 밀어붙이는 능력’이다.


두번째는 지도력 : 인재 발굴과 육성 능력.

세번째는 역량 : 책임자로서 성과를 낼 수 있는 의지와 열정.

네번째는 경험 : 여러 가지 다양한 상황에 노련하게 대처할 수 있는 풍부한 경험.

다섯번째는 소통력 : 다른 유관 부서와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해서 목적하는 바를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

여섯번째는 지도력 : 최상의 팀웍을 유지하고 팀원의 성향에 따라 리더십을 어떻게 융통성 있게 발휘하는 가의 문제.

일곱번째는 인성 : 타의 모범이 될만한 올바른 태도와 행동.

마지막 여덟번째는 위기 대응력 : 리스크에 직면했을 때 이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헤쳐 나가서 성과를 낼 수 있는가.


“··· 이상과 같이 여러 면을 고루 살펴본 결과, 저는 최적임자로 박영서 박사를 자신있게 추천코자 하옵니다.”


* * *


그렇게 이서치의 발표가 끝나자, 많은 대신들이 웅성거렸다.

이서치가 대신들에게 말했다.


“오랫동안 기다리셨습니다. 궁금한 게 많으신 것들 같은데··· 지금부터 질문 받겠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시지요.”


이조판서가 먼저 물었다.


“가장 중요한 것을 빠트리지 않았는가? 박영서라는 이의 출신 성분이 어떻게 되는가?”


드디어 들어올 것이 들어오는구나 라고, 이서치는 생각했다.


“그의 부친은··· 고향인 전라도 나주에서 참봉으로 일하다가 지금은 은퇴하고 동네 서당에서 훈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의 말에 다시 주위가 웅성거렸다.


“참봉··· 을 하다가 지금은 훈장··· 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나주에서는 꽤 유명한 서당이고, 그의 제자 중에 과거에 급제한 자가 제법 되는 줄로 알고 있습니다.”


이조판서가 다시 물었다.


“그럼 그의 조부는 어떤 자였는가?”

“네? 제가 그것까지는 알지 못합니다만···”


이서치가 속으로 외쳤다.


‘아이고! 이제 지긋지긋하다. 그 놈의 출신 성분··· 참 나 원!’


이조판서가 살짝 성을 내며 말했다.


“어허! 어찌 조부의 출신 성분에 대해서는 모른다는 겐가?”

“아니··· 그게요. 지금 일할 사람은 박영서이온데, 어찌 대감은 자꾸 그의 아비와 할아비를 물으시는 게옵니까?”


이조판서가 아예 욱하면서 다시 물었다.


“아니... 이 자가!! 허 참··· 그럼 박영서가 공부는 어디까지 했느냐? 성균관에서 수학은 했느냐?”

“과학기술 전문가로서 필요한 공부는 차고 넘치도록 한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하지만 성리학을 말하시는 거라면··· 박영서는 성균관은 근처에도 가본 적이 없사옵니다.”


이조판서가 바로 물어뜯었다.


“아니! 어찌 그런 못 배운··· 대체 이게 말이 되는··· 흐흠! 그 아비도 꼴랑 시골 훈장이지 않은가? 그러면 본인이라도 유학을 죽어라고 더 배웠어야지?!”

“아니! 여기서 왜 박영서의 부친을 끄집어내서 모욕을 주십니까? 꼴랑 시골 훈장이라니요?! 박영서의 부친이 그 얼마나 훌륭한 선생인지 아십니까? 또 그의 인격은요?!”


이조판서는 이제 길길이 날뛰었다.


“보자보자 하니까··· 이 놈이! 여기가 그 뉘 안전일 줄 알고··· 감히 일개 단골서리가! 그것도 꼴랑 체아직 따위가!!”


역시 꼰대들은 시대를 달리해도 꼰대들이었다.


‘이 와중에 내가 체아직인 것을 걸고 넘어지다니··· 헐! 계약직이라고 만만하게 허투루 보는 것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똑같구나?!’



그 때 세종대왕이 나섰다.


“모두 그만들 하거라!”


세종대왕이 대신들에게 물었다.


“다른 대신들은 질문할 게 더 이상 없느냐?”


모든 대신들이 묵묵부답.


세종대왕이 윤곤대에게 물었다.


“그럼 내가 묻도록 하지. 먼저 이조전랑은··· 이철수 병마절제사를 최종 후보자로 선정한 이유가 무엇인가?”


윤곤대가 자신있게 대답했다.


“네. 전하! 그 자가 출신 성분이 가장 출중하였고, 또 성리학 공부를 가장 깊이 많이 한 자 이기 때문이옵니다!”


그러자 세종대왕은 이서치에게도 같은 질문을 했고, 이에 이서치가 박영서의 추천 사유에 대해서 답했다.


“네! 아까 발표에서 보여 드린 박영서의 핵심 직무 역량들 중에서 소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표가 소통력과 지도력이온데, 박영서는 그 2가지 지표에서 가장 좋은 평가를 얻었기 때문이옵니다.”


그러면서 이서치는 따로 준비한 육각형 인재 평가 차트를 세종대왕과 대신들 앞에서 펼쳐 보였다.


“이처럼 보시다시피. 역량, 경험, 인성, 지도력, 위기 대응, 소통력의 6가지 지표에서 어떤 지표는 비록 박영서의 지표보다 더 우수한 후보자가 있을 지 몰라도, 박영서는 6개의 지표가 모두 골고루 평균 이상 이옵니다.”


이서치는 자신있게 답했다.


“그 중에서 특히!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번 채용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인 지도력과 소통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사옵니다. 그래서 소신은 감히 박영서를 추천드리고자 하는 것이옵니다!”


그러자 이조판서가 갑자기 끼어 들었다.


“전하! 신은 이조전랑이 추천한 이철수야말로 최적임자라고 생각되옵니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옆에 있던 다른 대신도 거들었다.


“신도 같은 생각이옵니다. 박영서라는 자는 출신성분과 성리학 공부의 성취도, 그리고 잦은 이직 횟수가 말해 주듯이 어떻게 보아도 함량 미달인 자이옵니다!”


대신들이 여기저기서 수근거렸다.

세종대왕이 대신들을 보며 말했다.


“대신들의 의견은··· 모두들 같은 생각인겐가?”


“그렇사옵니다!”

“같은 의견이옵니다!”


대신들은 모두 윤곤대와 이조판서의 편이었다.

이서치는 내심 많이 초조했지만, 슬쩍 황희 대감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드디어 황희 대감이 입을 열었다.


“전하! 소신은 이미 은퇴하여 조정의 일에 함부로 끼어들면 안 되는 몸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히 한 마디 올리겠나이다! 노신이 보기에는 이조전랑가 추천한 이철수 병마절제사는 나름 휼륭한 자임에 틀림없어 보입니다.”


아니! 믿었던 황희 대감님 마저도???


“허나, 이서치 단골서리가 추천한 박영서 박사의 면면도 그에 못지 않아 보입니다. 왜 이런 말이 있지 않습니까?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으라고··· 이번 자리가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자리이므로, 박영서와 같은 새로운 인물이 중용되는 것도 나름 그 의미가 있어 보입니다.”


그러면 그렇지. 댕큐! 황희 대감님!


연이어 김종서 대감도 호응을 해주었다.


“소신 김종서도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저도 영의정 대감과 비슷한 생각이옵니다.”


역시! 김종서 대감님!!


“소신이 북방에서 오랑캐와 맞서 진지를 구축하고 백성을 지키는 고되고 험한 일을 하고 있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장수들의 지도력과 백성과의 소통이었사옵니다. 장군들의 솔선수범과 백성들의 협조가 아니었다면, 결코 제대로 진지를 구축하고 오랑캐와 맞설 수 없었을 것이옵니다.”

“오! 그러했는가?”


“네. 전하~ 이번 인재의 채용 취지가 재작년과 작년에 연이은 흉년이라는 국가적 재난에 앞으로 대처할 방법을 찾고자 하는 것이 그 주된 목적 중의 하나일진대, 그렇다면 출신 성분과 공부 경력도 물론 중요하지만 소신이 말한 것처럼 필히 소통력과 지도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되옵니다!”


이서치는 계속되는 대신들의 태클에 의기소침해져 있었지만, 황희 대감과 김종서 대감의 응원에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황희 대감님, 나이스! 김종서 대감님, 알라뷰!’



이에 세종대왕이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흐흠··· 대신들의 생각이 많이 엇갈리는 구려. 허 참! 이걸 어떻게 하나···”


그러자 도승지 한종회 대감이 나섰다.


“전하! 신이 감히 아뢰고자 하옵니다. 윤곤대 이조전랑과 이서치 단골서리의 의견이 모두 나름 일리가 있어 보이고, 여기 모인 대신들의 의견도 그와 비슷하지 않을까 합니다.”

“짐이 보기에도 그런 것 같소이다.”



“그러니 오늘 자리는 1차 전형으로 하시옵고, 다음에 직접 후보자들을 불러서 질의응답을 하는 등 좀 더 심층적으로 따져보는 2차 전형의 시간을 추가로 가지면 어떨까 하옵니다. 그 자리를 통해서 최종 적임자를 선발하시면 여기 모인 대신들도 다 납득하지 않을까란 생각이옵니다!”


세종대왕이 구세주를 만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구려! 도승지는 말 한번 참 잘하셨소! 짐도 도승지의 생각과 같은 생각이오.”


세종대왕이 도승지를 바라보자, 도승지가 고개를 깊숙이 숙였다.

아무래도 사전에 그 둘이 뭔가 교감이라도 있었는 듯싶다.


“짐이 보기에, 오늘은 추천 인재가 5명의 후보자군 중에서 선발 취지에 맞는 최종 적임자 인지를 검증하는 자리였다고 생각하오. 허니 두 사람 모두 최종 후보자로 삼기에 충분히 타당한 인물임은 분명해 보이는 구려.”


이런~ 세종대왕은 처음부터 계획이 있었나 보다.

도승지는 그에 입을 맞춘 거였고···


“고로 나흘 후 이자리에서 2차 면접 전형을 가지도록 하고, 그를 통해서 최종 합격자를 가리고자 하겠노라!”


세종대왕이 새로운 명을 내렸다.


“윤곤대와 이서치는 나흘 후 각 후보자와 함께 참석하여 짐과 대신들의 질문에 답하라. 그리고 도승지는 이철수와 박영서, 두 후보자한테 나흘 후의 면접에 임하라 알리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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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개와 늑대의 시간 24.06.30 93 1 20쪽
54 저, 수원으로 다시 내려갈까 봐요 24.06.29 90 1 18쪽
53 승자도 패자도 모두 현자타임 24.06.28 90 1 14쪽
52 그것이 알고 싶습니다 24.06.27 103 1 21쪽
51 이제부터는 전쟁이다. 나가자 싸우자 이기자! 24.06.26 104 1 14쪽
50 보일 듯 말 듯 가리워진 길 24.06.25 102 1 17쪽
» 해보자 해보자 해보자! 후회하지 말고 24.06.24 109 1 21쪽
48 드디어 배틀 시작이렸다~ 드랍더비트! 24.06.23 105 1 17쪽
47 전하 앞에서 PT를 하라구요? 24.06.22 124 1 15쪽
46 이제는 저도 더 이상 물러서지 않겠습니다 24.06.21 105 1 18쪽
45 그래서 뭐 어쩌라고?! 24.06.20 105 1 13쪽
44 저는 생각이 좀 다릅니다만 24.06.19 104 1 19쪽
43 누가 누가 잘하나 24.06.18 108 1 18쪽
42 첫번째 채용 오더 24.06.17 118 1 17쪽
41 이런 게 행복인가 봐요 +2 24.06.16 123 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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