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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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최근연재일 :
2025.05.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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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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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범 깜짝 방문

DUMMY

앨리스는 최대한 빠르게 사무소로 돌아가 유한을 포함한 3명에게 김가은이 납치당했음을 설명한다.

세사람이 그럴 리 없다며 관심을 보이지 않자, 앨리스는 자신의 오른눈에 장착된 홀로그램 프로젝터를 가동해, 자신이 보았던 광경을 재생한다.

물론 앨리스의 정체에 관해 대화하는 부분은 AI로 자연스럽게 편집했다.


세사람은 평소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이 심각해진다.


"저 연구원 놈은 '황영석'이다. 김가은의 신체를 개조한 장본인이지.

과거에 김가은이 갇혀 있던 연구소를 습격했을 때, 다른 연구원들은 다 처리했지만 제일 중요한 저 놈만을 처리하지 못 했었지..."


유한이 영상 속의 연구원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지금은 어디 소속인건데?"


"곧 알게 될거야."


유한은 자신의 스마트폰을 조작한 후, 최소한의 UI만 있는 투박한 앱을 열어 책상 위에 얹는다.

화면에는 평면 지도와, 붉은 점, 어려운 수치들이 있었지만, 앨리스의 AI는 단번에 그것의 정체를 알아냈다.


"발신기랑, 도청 장치인가? 하지만 너가 그 연구원들한테 붙일 틈 따윈..."


말하는 도중에 앨리스는 스스로 답을 깨닫는다.

...발신기와 도청 장치를 붙일 시간이 넘쳐 날 정도로 많은 상대가 있지 않은가.


"김가은 녀석에게 붙어있다. 애초에 김가은은 황영석을 끌어들일 미끼였으니까."


"무슨...! 널 그렇게 따랐는데도 미끼로 쓴다고!?"


앨리스는 화가 나서 유한에게 버럭 소리를 지른다.

하지만 유한은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간다.


"...황영석을 잡겠다고 그 녀석이 스스로 미끼 역할을 자처한거야.

애초에 이 발상을 먼저 꺼낸 것도 그 녀석이다.

바보처럼 보인다고 진짜 그 녀석이 생각 없는 바보인 줄 아는 거냐?"


앨리스는 어리숙하고 친숙하게 느껴지던 김가은을 떠올렸다.

하지만 그 모습이 전부 컨셉이었던걸까?

자신을 잡으러 온 연구원에게 적의를 불태우던 그 표정이 그녀의 진짜 얼굴이었을까?


"이 방향에 있는 국립 연구소라면, '뇌과학 연구소' 밖에 없겠군."

발신기의 위치를 유심히 지켜보던 강승천이 말한다.


"그래. 그곳을 뚫는다."


유한은 당당하게 정부 기관을 뚫는다고 선언했다.

그런 수준의 장비들과, N&R 용병들이 지키고 서 있을 그곳을, 고작 몇 명으로 뚫겠다는 것이다.


"어이, 듣기는 좋은 말이다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할려고? 무지성 꼬라박기라도 하게?"


이상덕이 건들거리면서 말한다.


"일단 제일 귀찮은 고출력 배리어를 파괴할 수 있는 전문가를 불러와야지. 지금 부르면 언제 올지는 모르겠다만."


유한의 말과 동시에, 열린 사무실 문으로 누군가가 걸어온다.

한국인스럽지 않은 갈색 피부를 가진, 동남아계 혼혈의 남자였다.


"기다릴 필요는 없지. 내가 왔으니.

다들 반갑네. 연구소 철거 전문가 '다니엘 리'라고 한다."


유한을 제외한 누구도 갑자기 나타난 이 남자의 정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이 남자에 대한 정보는 아직 정부 내부에서도 퍼지지 않았을 정도였으니 당연하다.

다른 사람들이 긴장하고 경계하는 동안, 유한은 그의 앞으로 걸어가 악수를 한다.


"다들 긴장 풀라고. 어떻게 알고 제 발로 찾아오신 전문가 분이니까."


이상덕과 강승천은 의외로 순순히 납득했다.

앨리스만은 이 남자가 명백히 수상하다고 의심했지만, 김가은을 구하는 게 급선무이므로 일단은 넘어갔다.


"주일장에게 연구소의 설계도와 차량을 부탁하겠다. 차 가지고 올테니 다들 잠시 여기서 기다려라."


***


몇 십분도 안 되어 유한은 검은색 밴을 끌고 돌아왔다.

구서울 안락사 지부는 '실종'된 사람들의 차를 임의로 보관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한 대다.

일행들은 바로 다 같이 차에 타서 신서울로 향하는 차량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유한, 대체 넌 가은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나름 소장이라고 조수석에 앉혀진 앨리스의 질문에, 유한은 귀찮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린다.


"소중한... 인적 자원?"


평소라면 '그럼 그렇지'라고 말하며 넘어갔겠지만, 오늘따라 심각한 유한의 태도를 본 앨리스는, 한 가지 더 질문하고 말았다.


"정말 그게 전부야?"


"..."


그 순간, 유한은 분노와 불쾌감이 치밀어오르는 듯한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평소에라면 거짓말이나 궤변을 늘어놓아서라도 대꾸하던 유한은, 보기 드물게 아무 말도 하지 못 했다.


둘만의 어색한 시간이 흐르고, 엘리베이터는 신서울에 도착했다.

그리고 밴은 주위에 인적이 드문 연구소로 향하기 시작한다.

연구소 주변 적당한 샛길에 차를 세우고 모두들 내린다.


"드디어 설계도 파일이 도착하셨군... 이봐. 이 파일을 모두에게 보여주는 기능은 없어?"


유한이 앨리스에게 부탁하며 설계도 파일을 전송하자, 앨리스는 손바닥 위로 빛을 내뿜는다.

그러더니 평면으로 그려졌을 터인 설계도가, 자동으로 3D로 변환되어 홀로그램으로 출력 된다.


"기술력은 좋군."


유한은 3D로 된 건물의 내부를 이곳저곳 둘러보더니,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건물 내부는 마왕성이나 미궁같은 다이나믹한 지형이 아닌, 평범한 연구소 그 자체였다.

1층에 편의점과 카페가 있고 2층부터 6층까지 복도와 연구실만 있는 지루할 정도의 구조.

게다가 건물의 출입구는 단 하나로, N&R의 용병들이 지키고 서 있다.


"기발한 작전 따위를 세울 건덕지가 없는 구조군. '무지성 꼬라박기'밖에 없겠어."


유한이 모두에게 말한다.


"국립 연구소를 쳐들어간다는 의미는 알고 들 있지? 들어가는 순간 우리는 정부의 적이다.

그러니 후환이 두려운 놈들은 빠지도록 해."


유한의 말에 이상덕이 낄낄거리며 웃는다.


"이봐... 너가 날 영입할 때 말했잖아? '끝을 보게 해주겠다'고.

그런데 내가 겁나서 중간에 빠질 사람으로 보이나?"


"그거 참 우연이군. 나한테도 그 소리를 하더니...

예상보다는 빠르지만, 어차피 우리는 이럴 예정이었잖아?"


강승천이 맞장구 친다.

유한의 시선은 앨리스에게로 향한다.


"나도 가겠어. 생체 실험을 막고 가은이를 구한다. 그러기 위해선..."


앨리스는 말 끝을 흐렸지만, 유한은 그 뒤에 이어질 말을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다니엘에게는 굳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준비되어 있을테니까.


"그럼 가자고. 연구소 안의 모든 인간들을 죽이러.

...김가은 빼고."



***


그 무렵, 연구소 5층에 있는 수술실에 수술 침대에 포박된 김가은이 들어오고 있었다.

김가은은 늑대와 같은 눈동자와 송곳니를 한 채, 무서운 표정으로 자신을 끌고 온 황영석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녀의 맹수같은 낮은 그르렁대는 소리에, 연구원들은 오금이 저려올 정도였다.

황영석만은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었지만.


"이봐... 네 창조주를 그렇게 노려보면 안 되지.

노려본다고 해도 달라지는 건 없겠지만.

우리가 아주 고생해서 네 변이를 막는 약물을 만들었거든?

그러니 얼굴 찌푸리지 말고, 얌전한 딸내미로 있어달라고."


황영석에 말에 김가은은 분노하여 포효하더니, 얼굴과 몸에 조금씩 털같은 것들이 나기 시작한다.


"에휴. 벌써 내성이 생기는 중인가? 하여간 너무 튼튼하게 만들어서 곤란할 정도라니까."


황영석은 수면 마법을 사용해 완전히 변이하기 직전인 김가은의 의식을 빼앗아 버린다.

김가은의 변이는 중단되고, 다시 소녀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것을 보고 황영석의 곁에 다른 연구원들과 수술 보조 AI 로봇들이 모여든다.


"깨어나기 전에 빨리 수술을 끝내자고. 안 그러면 우리가 찢길테니."


***


연구소 출입문 앞을 두 명의 N&R 용병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그들은 자신들 쪽으로 다가오는 사람의 그림자를 보고는 바로 소총을 겨눈다.


"누구냐! 신원을 밝혀라!"


용병은 능숙한 한국어로 말한다.

하지만 그림자가 멈추지 않고 다가오자, 경고 사격도 없이 바로 쏴 갈겨버린다.

그림자는 순식간에 벌집이 되어 쓰러진다.


"내가 확인하고 오지."


용병 중 한 명이 소총을 겨누고 경계하면서 쓰러진 시체에게 다가간다.

하지만 멀리서는 입체적으로 보였던 시체의 그림자는, 가까이서 보니 그냥 천에 그려진 그림일 뿐이었다.

천은 갑자기 날아올라 용병의 시야를 가리고 머리를 완전히 묶는다.


"제, 제길! 뭐야 이건!!"


필사적으로 천을 떼어내려 하는 용병의 모습을 보고, 다른 용병이 긴급히 무전을 시도 한다.


"적습이다! 보안 장치를 모두 가동해!"


그 때, 그 용병의 귓구멍에 무언가 걸쳐진 느낌이 들었다.

이 익숙한 촉감은 분명 무선 이어폰이다.


"자... 들어라. 나의 청각적 예술을...! 제목은 '자살 충동'이다."


이어폰에서 음악이 흐르자, 용병의 마음속으로 슬픔과 회한이 물밀듯이 밀려들어온다.

소총을 든 그의 팔이 의지와 상관없이 점점 움직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용병은 자신의 턱 밑에 총구를 들이대고 있었다.


"그, 그만둬!!"


하지만 방아쇠가 당겨지고, 음악의 클라이맥스와 함께 용병은 비참하게 자살하고 만다.


"이 작품은 인간의 내면 속에 있는 자살 충동을 증폭시키지...

하지만 개방된 곳에서 재생하면 효과가 떨어져서, 직접 이어폰을 끼우러 다녀야 하는 건 골치아프군."


강승천이 용병 하나를 자살시키는 동안, 다른 쪽에서 천조각과 씨름하던 용병은 이미 질식사한 모양이었다.

이상덕의 자칭 '자연을 다루는 마법'인 모양이었다.


"아... 그리고. 감시 카메라로 보고 계실 관객분들에게도, 내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줘야겠군."


그는 이젤을 소환하더니, 한 폭의 그림을 감시카메라 쪽을 향해 전시해 놓는다.

작품의 이름은 '경계 해제'.

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아, 마음의 경계를 허물고 사람들과 가까워질 수 있게 만든다.

상황통제실에 있던 용병들은 그림을 보고 느긋하게 위기 의식 없이 풀어져 버렸다.


하지만 보안 장치는 자동으로 작동하는 지, 고출력 배리어가 출입구를 틀어막아버렸다.


"이상덕. 자네의 특기인 자연과의 대화로 어떻게든 안되나?"


"...대화는 되긴 하지만, 고출력 배리어와의 대화는 벽보고 말하는 느낌이거든.

완고하고 어려운 말만 지껄이는 설득이 어려운 친구랄까?"


이상덕이 변명하고 있는 틈에 나머지 세 사람이 문으로 다가선다.

다니엘은 문을 향해 손바닥을 펼쳤다.


"너희가 괜히 용쓰지 마라... 애초에 이걸 뚫는 건 내 역할이니."


그가 가볍게 힘을 주자, 철옹성 같던 고출력 배리어는 스파크를 일으키더니 산산이 흩어져 사라진다.

커먼 마법 중에 이런 일이 가능한 마법 따위는 없었으므로, 일행들은 이것이 다니엘의 퍼스널임을 알아챘다.


"친구들? 난 N&R과는 아직 비즈니스적인 관계라서 손댈 수가 없단 말이지. 나머지는 알아서 들 하라고."


그는 자기 할 일은 다 했다는 듯이 발걸음을 돌려 어딘가로 떠나간다.


"이런...결국 우리가 직접 이 건물을 뒤져가며 죄다 죽여야 되는 건가?"


이상덕이 불평하는 투로 말한다.


"그래서, 싫어?"


유한이 물었다.


"아니? 최고다!"


이상덕은 소총을 주워 들고 춤추듯이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작가의말

이번 화는 어쩔 수 없이 심심해 졌네요.


빌드업이랑 심리묘사만 하느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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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사실 같은 거짓말 25.03.13 10 0 12쪽
137 내가 뒤를 맡지, 모두 앞으로 가! 25.03.09 10 0 11쪽
136 극성 괴물맘 25.03.06 11 0 11쪽
135 늘 있는 불화설 25.03.02 11 0 12쪽
134 잠자는 아이돌의 콧털 25.02.27 13 0 13쪽
133 AMCT 25.02.23 12 0 13쪽
132 간이 지옥 25.02.20 13 0 12쪽
131 양동 작전 25.02.16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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