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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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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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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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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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nomic Life-form for Integrational Cognitive Enhancement

DUMMY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또다른 '성유화'를 보고, 앨리스는 유한과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했다.

AI 조작 영상? 자신의 클론? 도플갱어?

어느 쪽이든 자신의 이름으로 저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미안하지만, 결판은 다음에 내야겠어! 난 지금 당장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으니까..."


앨리스는 유한에게 그렇게 말한 후, 자신의 본래 육체로 돌아가기 위해 접속 종료를 시도했다.

머릿속으로 접속 종료를 생각하면 간단히 자신의 몸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너... 설마 돌아가지 못하는 거냐...?"


눈치 빠른 유한은 앨리스의 몸에 일어난 이변을 눈치챈다.


"아니! 그럴리가 없어... 그럴리가 없다고!!"


앨리스는 바람 계열의 마법을 사용해,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어딘가를 향했다.

목적지는 보나마나 청와타워일 것이다.

유한 역시도 앨리스를 따라 청와타워로 향했다.


청와타워 1층의 출입문은, 기본적으로 허가 받지 않은 사람은 들어갈 수 없게 되어있다.

사람이라면 홍채나 지문, 로봇이라면 출입문의 단말기와의 원격 통신으로 인증할 수 있다.

평소처럼 출입문을 통과하려던 앨리스는, 열리지 않은 철제문에 머리를 박고 만다.


[출입 권한이 없습니다.]


"허? 왜 하필 이런 때에... 출입문도 고장난거야!"


앨리스가 아무리 시도해도 철제문은 열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참다못한 앨리스가 고열광선으로 부수려던 참에, 보안 요원들이 달려온다.


"이봐, 무슨 문제지?"


보안 요원이 앨리스에게 묻는다.


"인증 장치가 이상한 것 같아요. 확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평소 앨리스가 출입문을 드나들던 모습을 목격한 보안 요원들은, 앨리스의 말을 믿고 최선을 다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한다.


"이봐, 아가씨. 확인해 봤는데 권한이 없어졌잖아. 그럼 못 들어가는게 당연하지."


"무슨!? 대체 언제?"


"오늘 없어졌다고 나오는 데?"


보안요원이 말해준 권한이 사라진 시간은, 유한과 산책을 나간 직후였다.

앨리스는 로봇임에도 불구하고, 불길함으로 온 몸에 서늘함을 느꼈다.


"전... 사실 성유화입니다. 제 아버지를 불러주세요."


"당신이 아가씨라고? 거짓말은 적당히 하라고? 아가씨는 기자회견에 갔다 온 후 최상층에서 쉬고계시니까."


"아니...! 그건 가짜예요! 제가 진짜..."


"성유화 아가씨가 멀쩡히 건물 안에 있는데, 청와타워 출입 권한도 없는 로봇 주제에 무슨 소리냐?

조종자가 누구냐? 아니면, AI 고장인가? 아무튼, 더 시끄럽게 굴면 부숴버릴테니 그렇게 알아."


두 보안 요원은 적당히 위협한 후 제 위치로 돌아간다.

앨리스는 난생 처음 겪어보는 절망감과 고립감을 느꼈다.


그나마 남은 수단은, 자신의 정체를 아는 친위대원이나 아버지가 이 건물에서 나올때까지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녹록치 않아 보였다.

어느새 자신의 배터리가 완전히 방전되기 직전이었으니까.

유한과 싸우면서 쓴 전투 AI나 고열 광선, 빔소드 모두 꽤나 큰 전력을 소모시킨 모양이었다.


"안...돼. 제발 누가 날 도와..."


배터리가 끊기기 직전, 앨리스의 마지막 시야에 들어온 것은, 여기까지 쫓아온 유한이었다.

그가 뭐라고 하는 말을 듣기도 전에 앨리스의 의식은 꺼져버리고 만다.


***


"...읏!"


그리고 갑작스레 앨리스의 의식이 회복된다.

어느새 자신의 몸에는 안드로이드 표준 규격 충전기가 꽂혀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겠지만, 장소는 낯이 익다.

이곳은 분명 청암 사무소다.


"깨어났나? 앨리스."


물론 청암 사무소까지 데려온 사람이라면, 유한 밖에 없을 것이다.

그는 앨리스가 충전될 때까지 소파에서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떻게 된 거야... 대체."


"그걸 나한테 왜 물어? 당사자인 너조차 모르는 걸 내가 알 리가."


한결같이 짜증나게 말하는 유한의 모습을 보고 앨리스는 기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하지만 곧바로 유한이 얼마나 위험한 인간인지를 기억해내고, 내심 공포에 질렸다.


"내가 성유화잖아. 뭐였던거야... 그 기자회견은."


"성유화라면 기자회견을 마치고 멀쩡히 청와타워를 돌아다니고 있다고... 언론이 그러더군."


"말도 안 돼..."


계속 말도 안된다는 말만 중얼거리던 앨리스의 머릿속으로, 영상 통화 알림이 도착한다.

전화나 문자와는 달리, 영상 통화는 있는 줄은 알지만 한 번도 써먹지 않았던 기능이다.

뭔가 특별한 것일거라 여기고 영상 통화를 받는다.

앨리스의 오른쪽 눈에서 빛이 나와 홀로그램 영상을 띄운다.


[안녕, 딸아. 기분은 어떻니?]


"아버지...! 이게 다 무슨 일이예요?! 장난치고는 선을 넘었잖아요...!"


영상에 나타난 아버지 성동현의 모습을 본 앨리스는 곧바로 따지기 시작한다.


[장난이 아니란다. 넌 이제부터 그 몸으로, '앨리스'로서 살아가렴.]


"예...?"


[네 영혼은 점점 타락하고 있었지... 어느샌가 청와타워를 나가고 싶어하고, 목적을 위해 기꺼이 살인행각을 벌이고...

그래서 너의 영혼의 그런 부분만을 분리해내서, 그 로봇의 몸에 넣은거란다.]


"아니아니... 말도 안되잖아요, 그딴 건! 전 아버지 딸이라고요!"


[맞아. 비록 결함이 있는 영혼일지라도, 너 역시도 내 딸이라 생각한단다, '앨리스'.

다만, 공식적으로 우리 둘은 아무 관계도 없어.

'성유화'로서 너가 누리던 권리들은 이제 제공해 줄 수 없다는 소리지.

청와타워에 나와서 자신의 힘으로 독립해 살아나가길 바랬지?]


"..."


물론 그런 것을 바랬지만, 이런 어처구니 없는 방법으로 소원을 이뤄줄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앨리스가 아무 말도 하지 못하자 유한이 질문한다.


"이봐, 반년 후에 태생체들을 전부 죽인다는 건 뭔 소리야!"


[아, 유한 군. 자네도 있었구만.

나는 아무 결정도 하지 않았다네.

단지 내 딸 '성유화'는, 그것이 나라를 유지하는 길이라 믿었기에...

난 딸이 원하는 것을 이뤄준 것 뿐.]


"완전히 미쳤군. 미쳤어."


광인이나 다름없는 유한이, 누군가를 미쳤다고 하는 일은 드문 경우였다.


[뭐... 그럼 둘 다 남은 생을 즐기면서 잘 살게. 다음에 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군.]


그렇게 영상 통화는 끝나버린다.

앨리스는 연락이 왔던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어봤지만, 없는 번호라는 안내 음성만이 나올 뿐이었다.


"으으으으으......"


그녀는 괴로운 신음소리를 내며 오열했다.

하지만, 로봇 육체는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그러게 적당히 나대지 그랬냐. 이제... 넌 성유화도 무엇도 아니야.

넌 그냥 AI 로봇... 앨리스지. 한낱 도구로 전락해버린 기분은 어때?"


유한의 말을 듣고 앨리스는 분노하여 덤벼들려고 하지만, 연결된 충전기가 거치적거린다.

애초에 충전도 다 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한을 죽이기란 불가능할 것이다.


"흥... 우울증 환자 행세하고 있을 시간이 있나? 같이 네 몸을 되찾으러 가자고."


"같이...? 네가 왜?"


"너가 내 목숨을 두 번 살려줬잖아? 네 몸을 되찾아서 그 빚을 청산하려고.

난 누군가에게 빚지고 살면 찝찝하거든.

물론, 다른 대가도 가급적 준비해 놓으라고."


거짓말도, 연기도 밥먹듯이 하는 유한이지만, 앨리스는 왠지 그 말에서는 신뢰감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유한은 자신의 이득을 챙기고 싶을 뿐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고, 이성적인 사고를 되찾는다.

생각해보면 방금 전까지만 해도 죽자고 싸운 인간인데 선의 같은 게 있을 리 없었다.

지금은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니 어쩔 수 없었지만.


"몸을 되찾아주겠다는 말은 좋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려고?"


"일단 든든한 우리 직원들을 불러서 회의나 하도록 할까..."


***


"그래서, 우리 앨리스 사무소장이 진짜 성유화라는 얘기지. 이해했어?"


청암 사무소 직원들에게 간단한 설명과, 녹음된 성동현의 영상 통화를 보여주었다.

모두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서서...성유화씨였다고요? 모든 여자애들이 한 번쯤은 그렇게 살기를 꿈꿔본다는... 그 성유화씨 말인가요?!"


김가은은 성유화라는 말에 상당히 감격한 듯 했다.

청와타워 밖의 사람들이 성유화를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을 듣고, 앨리스는 몰래 뿌듯해 했다.


"아아... 어쩐지 뭔가 이상하더라니.

외모말고는 아무 쓸모도 없던 년이, 갑자기 돌아버린 막장 행보를 보이잖아."


이상덕이 숨쉬듯이 독설을 날리자, 앨리스는 짜증을 억눌러야 했다.

덕분에, 성유화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도 알게 되었다. 딱히 알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가짜 성유화'는 진짜 성유화의 몸을 빼았은데다가, 반년 안에 태생체를 전부 죽이겠다는 소리를 지껄였지.

그녀를 목표로 삼는 건 피할 수 없겠군."


유한이 설명하자, 강승천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한국에서 가장 방비가 강한 청와타워를 뚫어내고, 가짜 성유화를 어떻게든 처치해서, 구체적인 방법은 모르지만 몸을 돌려 놓는다고? 반년 안에?

그게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하나?"


"좋은 질문이야. 우선, 5명가지고는 안 돼. 인력과 자금을 최대한 끌어모으는데 집중할거다.

이건 어차피 해야 할 일이긴 했지."


"그 다음은?"


"뭐... 계속 죽이면 되지 않을까."


유한은 두루뭉술하게 대답했다.

사실 그조차도, 청와타워를 어떻게 공략해야 할 지에 대한 답은 없었다.

앨리스가 반신반의하는 표정으로 쳐다보자, 겸연쩍은 유한이 말을 덧붙인다.


"로봇의 몸으로 사는데 익숙해져 보는 건 어때?

로봇 몸에도 여러 장점이 있다고.

불로불사라든지, 고통이 없다든지 하는..."


"그럴거면 도와준다고 폼잡지 말던가..."


앨리스는 도저히 사고를 예측할 수 없는 유한을 보면서 막막한 느낌을 받았다...


***


그 무렵 청와타워 안에는 '성유화'가 있었다.

품위 있게 앉아 있는 그녀의 앞에 서있는 것은, 오민수 셰프였다.


"아가씨, 어떻게 된 겁니까...! 해고는 없던 일이 된게 아닌게...!"


"없던 일...?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신의 해고는 오늘 결정됐어.

아버지는 당신을 꽤 아끼신 모양이지만... 내가 볼 땐 딱히 쓸모없거든.

사후 복지도 확실히 해줄테니 걱정 마."


"사후 복지라뇨...?"


퇴직금이나 연금이라도 두둑하게 챙겨준다는 것일까하고 오민수 셰프는 잠시 기대했다.


"쓸모없는 당신이 앞으로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가지 않도록... 무료로 안락사 시켜줄게."


"무, 무슨 소리를! 제가 없으면 가족들은!"


"그래... 가족들도 고통스럽겠구나. 그러면 가족들에게도 안락사를 제공해야겠네.

거부권은 없어."


오민수가 비명을 지를 틈도 없이, 경호원들이 그의 팔을 붙잡고 끌고 나간다.

그 후로 청와타워에서 그를 본 사람은 없었다.


김은혜는 옆에서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성유화가 내뿜는 차가운 카리스마에 그녀는 전율을 느낄 지경이었다.


'아가씨... 이전까지만 해도 연약하기만 하시던 분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시다니, 감격입니다.'


그녀는 완전히 헛다리 짚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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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 공공의 적 25.05.11 9 0 15쪽
154 배신의 배신의 배신 25.05.09 9 0 11쪽
153 핏값 25.05.05 10 0 12쪽
152 나만의 작은 맹수 25.05.01 10 0 14쪽
151 방생 25.04.27 12 0 12쪽
150 미심쩍은 선의 25.04.24 13 0 12쪽
149 정령계 어드벤쳐 25.04.20 13 0 13쪽
148 필승 전략 25.04.18 13 0 23쪽
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4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4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3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5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4 0 13쪽
142 꺾이지 않는 믿음의 힘 25.03.27 13 0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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