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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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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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7 0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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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4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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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흥거리

DUMMY

22세기 한국에서, 서울 이외의 지방은 소멸했다.

개발할 가치조차 없어서 버려진 땅에는, 이계에서 소환된 각종 괴물, 오염된 환경, 범죄조직들의 아지트들이 자리를 채웠다.

그리고 범죄조직의 아지트 중에는, 타나틱스의 은신처 중 하나도 포함되어 있었다.


"...의외군. 분명 우리는 불가침 조약을 맺지 않았던가?"


지방으로서는 드물게 자연환경이 유지된 어느 지역의 한 들판.

그곳에 서있는 것은 타나틱스의 수장이라 알려진 이남용이다.

그리고 그와 마주보며 대치하고 있는 것은, 세계 1위 기업 연합 N&R의 총수, 네이든이다.


"약속... 계약... 조약... 이런 것들은 내게 있어서, 어리석은 자를 안심시키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지.

자네는 그렇게 어리석지는 않은 모양이군?"


네이든이 히죽거리면서 이남용을 바라본다.

이남용이 자신의 기습을 알아채고, 방어하러 나왔기 때문이다.

만약 허무하게 기습이 통했으면 재미없어서 실망했을테니까.


"혼자서 괜찮겠나? 부하들을 데리고 올 시간을 줄까? 기다려 줄테니."


이남용 역시, 자신들을 단신으로 기습하러 온 네이든과의 만남이 꽤나 재밌는 모양새였다.


"괜히 나보다 약한 부하들을 먼저 보내서 죽게 만드는 것 보단, 유능한 내가 직접 뛰는게 낫다는 말이지.

나는 할 수 있거든. 네 퍼스널을 파악하고 생환하는 것 정도는 말이야."


"호오... 대단한 자신감이야.

그런데, 난 퍼스널을 숨길 생각 따위는 없다.

숨기든, 드러내든, 결과에는 아무 변화가 없을 테니..."


이남용의 한 손에 마치 체렌코프 현상이 일어나는 듯한 청백색의 빛의 입자들이 모여든다.


"내 퍼스널은 반복되는 것을 멈추는 단순한 마법이다.

지금까지 계속해서 반복되어 온 것일수록, 내 퍼스널에 대한 저항이 약해지지.

자, 정말로 내 퍼스널을 보고 살아남을 수 있을지 볼까?"


그 순간, 이남용의 손에 모인 청백색의 빛이 번뜩였다.

그의 퍼스널이 순식간에 네이든에게 영향을 미치고...

네이든의 심장은, 정지해버렸다.


***


"뭐...? 타나틱스와 N&R의 수장이 만나 싸우고 있다고? 뭐, 알겠다."


청와타워 46층, 자신의 숙소 침대에 누워있던 김은혜는, 심드렁하게 대답한 후 연락을 끊는다.

어차피 그들은 친위대만으로는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다르다.

그보다, 연일 이어진 격무로 지친 몸을 쉬게 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주어진 얼마 없는 휴식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 위해 다시 눈을 감은 찰나, 시끄럽고 성대한 전화벨소리가 들린다.

방 한 쪽에 있는 제단 비스무리한 곳에 한 스마트폰이 올려져 있었다.

그것은 오직 성유화와만 연락하기 위한, 성유화만을 위해 개통한 스마트폰이었다.

이 폰의 번호는 성유화 밖에 모른다, 애초에 누구에게도 알려줄 생각이 없다.


그녀는 전투를 방불케하는 반사속도로 눈을 뜨고, 다급히 제단으로 뛰어가 깍듯이 전화를 받는다.

침대에서 원격으로 통화를 받는 것도 가능한데 말이다.


[여보세요? 은혜 언니? 나야... 성유화야.]


"아가씨? 무슨 일이십니까. 직접 전화를 하시다니, 호출 버튼에 무슨 문제라도."


성유화에게는 언제든지 김은혜를 부를 수 있는 호출 버튼이 있어서, 누르면 즉시 김은혜가 달려간다.

김은혜 자신이 스스로 성유화에게 만들어 준 것이다.


[아니, 지금 큰일 났어! 아버지가 내 영혼을 분리해내서, 앨리스의 안에다 가둬버렸다고!]


"뭣...? 그럴 리가. 아가씨는 멀쩡히 청와타워 안에 계시지 않습니까? 몇 시간 전만 해도 같이..."


[그러니까, 그 녀석은 가짜야! 날 흉내낸 무언가라고!]


통화 속의 성유화의 말은 쉽게 믿기지 않았다.

아가씨가 자신에게 몰래 카메라를 시도하시는 건가?

그런 것 치고는, 통화속의 아가씨는 자신을 증명하는 데에 절박한 것 같았다.


[기억 나지? 내가 어릴 때 청와타워 옥상으로 가서, 망원경으로 같이 별을 봤잖아.

그 때 언니가 보여준 별들도 기억나.

북두칠성에, 처녀자리에, 사자자리까지 찾고 지겨워져서 돌아갔잖아. 기억나지?]


"당연하죠... 제가 어떻게 그걸 잊겠습니까."


[그 가짜에게는, 그런 추억이 없을 거야. 언니의 질문으로 정체를 밝혀줘.]


"그런... 알겠습니다!"


통화 속 성유화의 명령을 받들어, 김은혜는 바로 환복 후 46층부터 성유화가 있는 최상층인 70층까지 계단으로 뛰어오른다.

김은혜는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상하게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성유화의 앞에 도착한다.

책을 읽는 아가씨를 보고 지성미를 느꼈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었다.


"아가씨... 방금 전화했습니까?"


"전화라니? 호출 버튼을 놔두고 왜?"


성유화는 숨을 몰아쉬고 있는 김은혜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쳐다본다.

김은혜 역시 이 성유화에게서 이상함을 느끼는 중이었다.


"아가씨, 갑작스럽지만 추억 얘기를 해볼까요?

기억나십니까?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 별을 관측했던 날을..."


"옥상에 그런 것도 있었어? 난 그런 데엔 흥미 없는데.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 아니야?"


김은혜는 성유화의 차가운 대답에, 머리를 망치로 세게 얻어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이 소중한 추억을, 아가씨가 장난으로라도 없었다고 할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이 '아가씨'에게 적의를 표하려던 찰나에, 성유화가 말했다.


"추억이라면, 어릴 때 17층 유원지를 전세내서 같이 놀았던 것이 있잖아.

그때 언니가 관람차에서 나한테 '평생 지켜드리겠다'고 했었지..."


이것은 같이 별을 보러간 것과 비견되는, 아니 그 이상으로 소중한 추억이다.

김은혜는 혼란에 빠졌다.


"그렇...군요... 그럼 전 이만 가보겠습니다..."


김은혜는 비틀거리면서 어딘가로 향한다.

성유화는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그녀를 이상하게 쳐다볼 뿐이었다.


김은혜가 도착한 곳은 성동현의 서재였다.

그녀는 흥분하여 주먹으로 서재 문을 때려 부술 기세로 두들긴다.

성동현은 평소와 같은 표정으로 서재 문 밖으로 나온다.


"무슨 일인가? 은혜 양. 친위대 대장답지 않게 흥분한 것 같군."


"아가씨를... 대체 어떻게 한거야!"


"음? 내 딸이 자네에게 안 알려줬나?

영혼의 타락한 부분을 분리해서, A.L.I.C.E의 안에다 격리시켰네."


그 말을 듣자마자, 성동현의 멱살이 위로 잡아 올려 진다.

대통령이고 친위대 대장이고 뭐고, 김은혜는 지금 당장 성동현을 죽일 기세다.


"...이게 무슨 짓이지? 진정하게..."


"당신이 그러고도 아버지야!? 당장 유화를 원래 몸으로 돌려놔!"


"진정. 하라고."


냉혹하고 무감정한 성동현의 말과 함께, 멱살을 잡고 있던 김은혜는 튕겨져 날아간다.

그녀는 무언가의 마법을 맞았는지 엎드려서 고통으로 괴로워 했다.


"내가 내전의 영웅이라는 인기로 대통령이 된 사실을 잊었나?

자네가 아무리 분노한들, 날 무력으로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나?"


"죄... 죄송합니다."


김은혜는 얼굴을 들지도 못 하고, 공포에 떠는 비굴한 음성으로 사죄했다.


"내 딸이 이 청와타워를 나가고 싶어 했기에... 여기를 나가고 싶어하는 그녀의 영혼을 분리해서, 밖에서 살기 적합한 신체에 넣어줬을 뿐이야.

그게 딸의 소원을 이룰 수 있는 최선의 길이었으니까."


"그럼... 대체 지금 이 청와타워 안에 있는 가짜 아가씨는... 뭡니까?"


"가짜가 아니야. 그녀 역시 내 딸이지. 분리되고 남겨진, 이 청와타워를 떠나고 싶지 않아하는, 순결하고 순수한 영혼이다.

영혼이 분리되면서 몇몇 기억들은 누락된 것 같다만... 근본은 같아."


"둘 다... 아가씨라니..."


"뭐, 사적으로 '앨리스'와 친하게 지내는 것은 건드리지 않겠네.

하지만 공적으로는, 그녀는 이제 청와타워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것만 명심하게."


성동현은 선고하듯이 말한 후에, 다시 서재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김은혜는 여전히 바닥에 엎어진 채 괴로워하고 있었다.

육체의 고통때문이 아닌, 아가씨를 지키지 못했다는 무력감 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다.


아가씨를 두명의 다른 인격으로 만날 수 있다니, 이런 천국이... 라는 생각이 잠시 머리를 스쳤지만...

그런 생각은 빠르게 쑤셔넣듯이 정리한다.

로봇의 몸에 갇힌 아가씨가 얼마나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 할 지 생각하면, 그딴 망상이나 할 때가 아니었다.


김은혜는 앨리스에서 아가씨의 영혼을 꺼내, 원래 몸으로 돌려낼 방법을 찾겠다고 속으로 맹세했다.

그 앞을 가로막는게 성동현이든, 타나틱스든, N&R이든 모두 제거해버리기로 마음먹고 말이다.


***


그 무렵, 전투가 끝난 벌판에 이남용이 서있었다.

그의 옆에 텔레포트로 나타난 것은, 부하인 김가람이었다.


"어떠셨습니까? 네이든이라는 자는."


언뜻 듣기에는, 쓰러뜨린 상대에 대한 감상을 묻는 듯 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상당히 놀랐다. 설마 내 마법을 그런 식으로 피해갈 줄이야."


네이든은 살아서 상처 하나 없이 돌아간 것이다.

분명, 처음 일격으로 그의 심장은 멈췄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당연히 죽었어야 하지만, 네이든은 자신의 마법을 이용하여 소생한 것도 모자라, 이남용과 몇 시간의 싸움을 펼쳤다.


"어떻게 당신과 대등한 인간이 존재할 수가 있죠? 당신은..."


"대등이라. 지금은 서로 죽일 수 없었으니 대등한 걸까?

하지만 그 자는, 언젠가 반드시 나를 뛰어넘는다.

그리고 신의 영역까지 침범하겠지."


김가람은 이남용이 이렇게까지 네이든을 높게 쳐주는 데에 놀란 듯 했다.


"그래봤자 인간 아닌가요?"


"그는 인간이 아닌 네이든이다."


이남용의 알 수 없는 소리를 김가람은 잘 이해하지 못 했다.

그 때, 두 사람에게 비밀 채널을 통해 영상 통화가 걸려왔다.


영상에 나타난 것은 김가람과 함께 연구소에서 구해진 태생체, 강모현이었다.

그는 태어난 순간부터 노인의 신체였다.

무언가의 악취미적인 실험에 쓰일 예정이었겠지.


[이남용 씨. 명령하신 대로, 저는 신서울 내부에 있습니다.]


"잘 했네. 계획이 실행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겠나? 힘들다면 좀 앞당겨 줄 수도 있네."


[전 기다릴 수 있습니다... 제게 아무런 미래도 남겨주지 않은 한국의 미래를, 제 손으로 뺐을 수 있다면...

다만 제 목숨이 스러져 사라지기 전에만 해주시길 바랍니다.]


"그건 약속할 수 있지..."


이남용과 강모현의 대화를 듣는 김가람은 착잡한 표정이었다.

태어나자마자 죽음에 직면하게 된 강모현에 대한 동정과, 생명을 아무렇지도 않게 유린하는 한국에 대한 증오때문이었다.

연락을 끝낸 이남용에게 김가람이 묻는다.


"당신을 뛰어넘을 인간은 네이든 밖에 없나요?"


"이론 상이라면 어떤 인간이든 날 뛰어넘을 수 있겠지만... 당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네이든과 유한이다."


"유한이라고요? 그 자의 퍼스널은 상대적으로 초라하지 않습니까?

당신이나 네이든과 비교하면 말이죠..."


김가람은 유한의 이름이 튀어나왔다는 게 상당히 의외인 듯 했다.


"그는 스스로 그 초라함을 선택했기에 강한 거다."


이남용이 하는 말을 김가람은 끝까지 이해하지 못 했다.


작가의말

아무도 안 죽으니까 너무 밍밍하네요.


각 화마다 1킬 할당제를 넣는게 좋을까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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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 방생 25.04.27 12 0 12쪽
150 미심쩍은 선의 25.04.24 13 0 12쪽
149 정령계 어드벤쳐 25.04.20 13 0 13쪽
148 필승 전략 25.04.18 13 0 23쪽
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4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4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3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6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4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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