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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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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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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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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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어있는 동안

DUMMY

최남선 일행은 다같이 유한이 제시한 은신처로 이동했다.

은신처는 지하 하수도에 위치해 있었다.


신서울과 구서울이 분리되기 전에 쓰였던 시설물으로, 철거비용이 어마어마해 철거하지도 못한 채 버려져 있는 곳이었다.

유한은 잘도 이런 곳을 찾아내 자신의 은신처 중 하나로 만든 것이다.


"식량이나 전기 정도는 구비해 놨다. 설마 1년치 생활분을 다 써버리진 않겠지."


"방호 설비는 어떻지?"


"뭐... 기본적인 건 해놨어."


유한은 설명하기도 귀찮은 듯이 최남선에게 대답한디.

기본적인 것들이란 물론 적들을 탐지하는 마법이나, 공격을 막아낼 결계나, 은엄폐를 도와주는 마법같은 것들이다.

거기에 더해서 감시카메라나 통신 장비등의 비마법적인 수단들 까지 갖춰져 있었다.


하수도의 공간은 일행들이 들어가도 10%도 채우지 못 할 정도로 넓은 공간을 갖고 있었다.

사람들은 제각기 흩어져서 적당한 공간에서 자기들끼리 휴식시간을 가진다.


유한은 식량 보관함에서 낱개로 포장된 수프 가루 같은 것을 꺼내, 적당히 입에다 털어넣고 물을 마신다.

유한의 말에 따르면 이것은 생존에 필요한 필수 영양분은 다 들어있는 전투 식량이라고 한다.

하지만 수프를 타먹으려면 온수나 그것을 담을 용기가 필요하니, 귀찮아서 이렇게 먹게 되었다고 한다.

맛은 옥수수 수프 맛이라 한다.


"그것보다 정신 조작 마법이라... 여기 있는 사병들도 죄다 최남선에게 세뇌당한 건가. 블쌍하군."


"오해하고 있군. 우리는 불쌍하지 않네."


유한이 사병들을 바라보며 불쌍하다는 듯이 말하자, 한 사병이 다가왔다.

그는 자신을 백남수라 소개했다.

김제현과의 전투 중 인력을 다루는 마법을 쓴 것이 이 남자인 듯 했다.


"오해라니?"


"우리는 자발적으로 의원님의 사병이 된거야. 최남선 씨는 고아나 태생체인 우리에게 찾아와서, 사병이 될 기회를 준 것 뿐이니까."


그 말대로라면 최남선은 신서울 사람들 치고 꽤나 선량한 인물인 것 같았다.

보통 신서울 사람들은 그런 자들에게 혐오나, 경멸, 또는 싸구려 동정만 줄 뿐 절대 가까이 하려 하지 않는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말이다.


"뭐... 고아나 태생체들을 직접 키워서 쓰는게 비용적으로 싸니까 그렇겠지. 마침 세뇌 마법도 있으니."


유한의 말에 백남수의 눈썹이 조금 흠칫거렸지만, 그는 참을성 있게 반론했다.


"글쎄. 만약에 세뇌 마법으로 자유의지를 전부 빼았겼다면, 내가 퍼스널을 각성할 일은 없었겠지.

의원님은 언제나 우리의 자유를 존중해 주셨다. 언제나... 우리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주셨단 말이다."


백남수가 말하자 이번엔 유한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지켜보던 앨리스에게는 그것이 왠지 위험신호로 느껴졌다.


"그래? 하지만, 의원님께서 너가 그런 생각을 하도록 만든 거라면?"


"무슨 소리를... 내 마력은 이미 의원님을 뛰어넘었어! 세뇌 마법이 통할 리가..."


"사람을 조종하는 방법이 세뇌마법만 있다고 생각하나?

잘 생각해 보라고. 너가 사랑하는 의원님이 널 자유롭게 풀어주는 생색을 냈지만...

결국 너가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항상 한정되어 있지 않았나?

우습군. 결국은 정해진 선택밖에 할 수 없는데도, 자기가 자유로운 줄 착각하다니."


"이 자식이...!"


슬슬 둘 사이에 언성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앨리스는 유한을 말리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판단하고, 일단 유한의 어깨를 잡는다.


"...넌 또 무슨 짓이야?"


그때, 빡, 하는 충격음이 들렸다.

앨리스가 앞뒤 재지 않고 유한의 이마에 박치기를 선사한 것이다.

유한은 예상치 못한 일격에 고통으로 이마를 감싸 쥐었다.


"죄송해요... 이 친구는 아무한테나 시비거는 걸 좋아하거든요. 사무소장인 제가 이렇게라도 말리는 수 밖에."


"그,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백남수는 앨리스의 과격한 대응에 화내는 것조차 잊어버리고 황급히 자리를 피한다.


"야. 넌 또 무슨 짓이야..."


유한은 충격이 가시지 않았는지 아까 했던 대사를 반복하고 있었다.


"너 말이야. 방금 전에 꽤나 감정적이게 됐지?"


"..."


"대체 왜?"


"...실수였군. 미안하게 됐다."


유한은 이거나 먹고 떨어지라는 듯한 성의없는 사과를 한다.


"계속 보다보니 느낀건데, 넌 온갖 합리적인 척, 이성적인 척은 다하면서... 별 이상한 부분에서 화를 낸단 말이지."


"뭣...!"


유한은 그 말에 발끈했는지 뭐라고 말하려고 하는 듯 했지만, 결국 반박할 말을 찾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니 너가 쓸데없이 흥분하면, 앞으로는 내가 이런 식으로 말려주겠다는 거야. 사무소장님의 의견에 불만 없지?"


앨리스의 싱글벙글한 미소를 본 유한은 결국 체념해버린 듯 했다.


"...말리는 건 좋은데, 머리는 때리지 말라고... 뇌세포는 재생이 안되니까..."


"넌 이 와중에도 뇌세포 타령이야?"


앨리스는 유한의 꽤나 웃긴 면모를 발견한 것 같았다.

정작 유한은 웃기지도 않은 표정이었지만.


***


유한.

태생체로서, 생산년도는 10년 전.

가족관계나 보호자는 없음.


3년 정도 공장 노동자로서 일하던 중, 돌연 이규찬이라는 자에 의해 스카우트 되어, 1년간의 훈련을 이수하고 안락사 요원 자격을 취득했다.


그는 모든 임무를 적법하게 수행해 왔으며, 청암 사무소 이전에는 어딘가에 소속된 적도 없고,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다.

퍼스널은 각성하지 않았다고 한다.


"뭐... 공식적인 서류들로 알아낼 수 있는 유한의 모습은 이게 전부였어."


남철이 그렇게 말하자 이상덕은 코웃음을 쳤다.


"맞는게 없구만. 그녀석이 특이사항도 없고, 퍼스널도 없다니."


퍼스널은 각성자가 자진신고하는 방식이다.

당연히 퍼스널을 각성해 놓고 신고하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가짜 정보를 기입하는 교활한 자들도 존재하는 것이다.


"그놈은 강박적일 정도로 자신의 행적을 철저히 숨기니 말이지.

물론 그래봤자 개인이 할 수 있는데는 한계가 있지.

국가 기밀에 해당하는 부분은 건들 수 없을테니까. 그걸 위해 여기 온 거고"


남철과 청암 사무소의 세 사람이 와있는 곳은 생명관리국 구서울 지부였다.

그곳의 직원인 주일장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남철을 바라본다.


"그래서, 나한테 유한의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건가?"


"그래."


"주란다고 순순히 줄 것 같아?"


"확실히, 순순히 주지는 않겠지. 당신은 유한과 모종의 관계가 있잖나."


주일장은 남철이 이대로 포기하는 것처럼 보여서 안심했다.

하지만 남철은 6.0버전의 USB 저장장치를 선보였다.


"그럼 이것과 교환하도록 할까. 당신, 과거에 페이롱과 함께 마약 밀수 사업을 했지?

여기에 증거 영상과 그 때의 장부가 남아있다."


"말도 안되는 망상을... 그딴게 있을리가 없다! 빈 USB로 허세부려봤자 안 통해!"


남철은 말없이 USB를 스마트폰에 무선 연결해 영상을 재생한다.

영상이 재생된지 5초 안에 주일장은 무슨 영상인지 알아본 것 같았다.

남철에게 영상을 바로 멈추라고 할 수 밖에는 없었다.


"알았다... 원하는게 뭔지 말해."


"유한이 안락사 시킨 사람들의 명단이 있지? 그걸 줘라."


주일장은 투덜대면서 업무용 PC를 몇번 조작하더니 데이터가 담긴 USB를 남철에게 준다.

남철은 자신이 가진 USB와 그의 것을 교환한다.


"백업본을 따로 만들어 둔 건 아니겠지?"


"아니. 이제 당신에겐 아무 관심도 없어. 협박할 일은 영영 없겠지."


남철 일행은 그 자리에서 바로 USB의 파일을 열어보았다.

정부의 요인들부터, 잡사무소의 말단들까지, 다양한 사람의 사진과 프로필이 등록되어 있었다.

압도적인 리스트의 길이에 동종 업계 경력자인 이랑조차 놀랄 정도였다.


"아, 드디어 흥미로운 이름을 찾았군."


남철은 리스트를 훑어보다가 한 프로필에서 손을 멈춘다.

유한이 4년 전에 죽인 남자였는데, 이름도 사진도 너무나 익숙했다.

여기있는 모두가, 심지어 유한과 지금까지 접점이 없던 이랑조차도 아는 사람이었다.


'양진무'...


현재도 타나틱스에서 가장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테러리스트의 이름이었다.


***


"젠장... 썩을 놈들... 이 나를..."


자신의 본거지로 삼은 정당 본부의 당대표실에 앉아서 김제현은 신음하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마법이 없었더라면 저번의 전투로 몇 십번은 죽었을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세뇌마법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밟으면 간단히 죽을 것 같았던 유한에게 저지당한 게 치욕적인 일이었다.


그가 어떤 원리로 자신의 마력을 뻥튀기 한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분명 아무 조건없이 쓸 수 있는 힘은 아닐 것이다...

당에서 독자적으로 수집한 유한의 정보들을 취합해보면 어느정도 답이 나올 것이다.


"꽤나 깊은 고민에 빠져있는 것 같군. 김제현 의원."


"네놈은...!"


당대표실에 느닷없이 나타난 것은 타나틱스의 수장, 이남용이었다.


"기껏 N&R 전투원들의 시선을 끌어줬는데, 고작 유한따위에게 막힌건가?"


"시끄럽다!! 애초에 네놈이 같이 나섰다면 전부 죽일 수 있었을텐데! 왜 아무것도 안하는 거냐!"


김제현이 역정을 내자 이남용은 측은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리석은 질문을 하는군. 모든게 제대로 되어가고 있는데 왜 굳이 나서야하지?

물론 자네 입장에서는 모든 일이 꼬이는 것처럼 느껴지겠지만..."


"무슨 개같은 소리를...!"


자신의 계획이 완성되면 건방진 이남용을 없애버리겠다고, 김제현은 마음속으로 결심했다.

일개 테러리스트 따위가 자신과 맞먹으려 하는 것은 꽤나 심기에 거슬리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럼 김제현 군. 저번처럼 사람들의 퍼스널을 각성시켜 주게."


"...! 이제는 나한테 명령까지 하는거냐?"


이남용이 요구하는 것은, 저번에 구서울에서 일으킨 대규모 퍼스널 각성 사태를 다시 일으켜 달라는 얘기였다.

김제현의 퍼스널로 심은 영혼의 조각을 희생시키면 대상의 퍼스널을 강제로 각성시킬 수도 있다.

다만 심어놓은 영혼의 조각을 소모시켜야 한다는 것은 김제현이 마력을 갈취할 대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것은 김제현의 전투력의 직접적인 하락을 의미했고, 큰 싸움이 벌어지려 하는 이 때에 딱히 쓰고싶지 않은 수였다.


"어차피 사병이 아닌 일반 시민들 따위는, 자네가 아무리 조종해도 전투력에 한계가 있어.

그러니 퍼스널을 각성시켜서 날뛰게 하는게 이득이란 말이다."


"닥쳐! 네놈따위가 내 능력에 대해 뭘 안다는 거냐!"


김제현이 욕설을 퍼부었지만 이남용은 흔들리지 않는 고요하고 차디찬 눈빛으로 이남용을 압박했다.


"자네, 페이롱도 슬슬 자네와의 관계를 정리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나?

우리가 자네의 유일한 협력자라는 것을 기억하는 게 좋아.

아니면... 이 자리에서 내가 자네를 직접 죽여줄까?"


이남용의 말에 김제현은 몸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이남용은 잘 생각해보라는 말만 남기고는, 뉸 깜짝할 사이에 당대표실에서 사라져버렸다.


"제길... 저 새끼...! 마치 자기가 위인 것 마냥!! 난 개천에서 나서, 용이 될 운명이란 말이다!!"


자신의 퍼스널만 완성된다면, 용, 아니 신의 경지에 까지 도달할 수 있다.

그 후에는 N&R도, 그 앞잡이인 성동현도, 오만한 이남용도, 건방진 벌레같은 유한도 전부 일격에 쓸어버릴 것이다!


분에 못 이긴 김제현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치자, 책상은 반으로 쪼개져 처참히 박살나 버렸다...


작가의말

추천이나 선호작 수는 0이어도 상관없으니, 끝까지 봐주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습니다.


칭찬을 하면서 보든지, 욕을 하면서 보든지 상관없으니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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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6 일생에 한 번 뿐인 장례식 25.05.15 8 0 11쪽
155 공공의 적 25.05.11 8 0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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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나만의 작은 맹수 25.05.01 9 0 14쪽
151 방생 25.04.27 10 0 12쪽
150 미심쩍은 선의 25.04.24 11 0 12쪽
149 정령계 어드벤쳐 25.04.20 12 0 13쪽
148 필승 전략 25.04.18 12 0 23쪽
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2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2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2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3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3 0 13쪽
142 꺾이지 않는 믿음의 힘 25.03.27 12 0 14쪽
141 오만과 편견과 계략 25.03.23 13 0 11쪽
140 정신병자의 사랑법 25.03.20 16 0 11쪽
139 올바른 상하관계의 예 25.03.16 12 0 12쪽
138 사실 같은 거짓말 25.03.13 12 0 12쪽
137 내가 뒤를 맡지, 모두 앞으로 가! 25.03.09 11 0 11쪽
136 극성 괴물맘 25.03.06 13 0 11쪽
135 늘 있는 불화설 25.03.02 13 0 12쪽
134 잠자는 아이돌의 콧털 25.02.27 15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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