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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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최근연재일 :
2025.05.15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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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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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학파와 커먼 학파

DUMMY

"윽!!"


길을 걷던 시민이 갑자기 머리를 부여잡고 쓰러졌다.

그의 동료로 보이는 자가 그것을 보고 다급히 묻는다.


"괜찮나? 일단 119를..."


하지만 주저앉은 시민은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불 태워야해... 눈 앞의 모든 것을 불태워버려야 해!!"


"대체 무슨 소리를..."


그 말이 동료의 마지막 말이었다.

시민의 손바닥에서 뿜어져 나온 불길이 그의 육신을 재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마력을 주체할 수 없게 된 시민은 몸마저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온 몸이 불타오르는 정체불명의 괴물이었다.


그 시민 뿐만이 아니었다.

구서울, 신서울을 막론하고 곳곳에서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 알 수 없는 소리를 지껄이면서 사고를 벌이기 시작한다.


"젠장! 코딱지 만한 나라라서 꿀 빨 줄 알았더니, 가관이구만!"


N&R의 1티어 전투원 알렉스가 자신의 빔소드로 괴물들을 베어버리면서 말한다.


"네이든 씨가 1티어 전투원들을 비효율적으로 놀릴 인물은 아니잖아? 진작에 예상했어야지."


마찬가지로 1티어 전투원인 나타샤가 알렉스에게 핀잔을 준다.

그들 외에도 전투원들이 한국에 몇 명이나 더 투입되었다.


N&R의 기준으로 1티어급 전투력 달성한 사람은 전세계적으로도 손에 꼽는다.

보통은 한 두 명을 투입해 사태를 정리하는 그들을, 몇 명이고 투입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 사태를 N&R이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대부분의 1티어 전투원들은 전세계에서 발생하는 사태들에 대응하기에도 바쁘다.


물론 N&R만 싸우는 것은 아니었다.


"오오..."


까미귀 부리를 본딴 방독면을 쓴 남자, 시체 처리 전문 회사 '스캐빈져'의 CEO 남궁현은 감탄을 내뱉고 있었다.


"어디를 둘러보아도 내가 사랑하는 시체들이 가득하다니... 고맙다, 유한. 이런 천국을 보여줘서..."


그는 평소처럼 시체를 수거하고, 치우는 것 같았다.

물론 직접 시체를 만드는 일 또한 그의 주특기였다.


뿐만아니라 한국에 원래부터 존재하던 각종 토착 세력들은, 각자 자신들의 목적을 위해 싸우고 있었다.


"한 두당 10만원씩 준다고 한다, 얘들아! 노다지다! 노다지!"


"형제자매 여러분... 타락해버린 이 자들에게 안식을..."


"오늘의 컨텐츠는~ 괴물들 쓸어버리기 입니다! 모두 좋아요와 구독 부탁해요~!"


다양한 인물들과 세력들이 내는 불협화음으로, 온 한국이 유쾌한 난장판이 되었다.

물론 죽임당하는 입장에서는, 지옥도 이런 생지옥이 없겠지만.


***


"개판이군..."


유한이 바깥의 정보를 모두에게 전하면서 덧붙였다.


"저번에 퍼스널 각성 사태는 타나틱스가 저지른 일 아니었어?"


앨리스가 질문했다.


"아니... 김제현의 퍼스널도 정신 조작 계열 마법이니, 저번 사태도, 이번 사태도 사실은 그자가 했던거겠지."


유한은 김제현의 소행임을 확신하듯 말한다.

사실, 그는 타나틱스의 주요 인물들의 퍼스널은 전부 알고 있으므로, 타나틱스가 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퍼스널을 그렇게 각성시킬 거면, 애초부터 사람들을 전부 각성시켰으면 되지 않아?

그보다 대체 왜 퍼스널을 각성했다고 괴물이 되는건데?"


"하아... 이봐, 정신과 영혼의 대가 최남선 씨. 당신이 설명해."


앨리스의 질문 공세가 귀찮았는지 유한은 설명을 최남선에게 떠넘겨버린다.

최남선은 그걸 또 받아서 성실히 설명해주려는 것 같았다.


"마법이란 일종의 함수 같은 것이네.

순수한 마력에너지가 특정 마력 가공 수단이라는 함수를 거치면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내는 것이지.

하지만 조건을 갖춘 영혼을 가진 인간이라면, 영혼 그 자체가 마력 가공 수단이 되기도 하지.

이게 대략적인 퍼스널 마법의 원리라네."


"그 조건이라는 게 대체 뭐죠?"


"영혼이 유동적이면 마력을 통과시켜도 아무 가공이 되지 않는다.

마력을 가공시킬 만큼 고정적인 부분이 있는 영혼이 필요하다는 거라네...

고정적인 영혼은 쉽게 말하자면, 바뀌지 않는 생각, 사상, 신념 같은 것들이지."


그러고보면 앨리스가 만난 퍼스널 각성자들은 하나 같이 자기 생각이 확고한 인간들이었다.

유한이 옛날에 말했던, '강력한 퍼스널을 가진 사람일 수록 정신병자다'라고 했던 말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모양이다.


"그 말은, 정신조작 마법같은 걸로 강제로 영혼을 고정시키면 퍼스널을 각성할 수 있다는 거네요."


"이해가 빠르군. 하지만 이런 방법에는 부작용이 있지.

영혼의 어떤 부분이 고정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게 문제라네.

예를 들어 '밥을 먹고 싶다'는 생각이 고정되어 버렸다고 치면, 밥을 더 잘 먹기위한 퍼스널이 각성하겠지.

듣기만 해도 별 도움이 안 될 것 같은 능력아닌가?"


"..."


"더 나아가서는 다른 모든 생각도 점점 '밥을 먹기 위한 생각'을 위주로 편향되고, 결국에는 모든 영혼이 그 생각 하나로 고정되어 버리네.

결국은, 퍼스널은 육체마저 영혼의 요구에 맞게 진화시켜, '밥을 먹기 최적화된 육체'로 만들고 말지.

뭐...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영락없는 괴물로 보이겠지만."


듣기만 해도 끔찍하고 비참한 말로인 것 같다.

자신이 살인을 하지 않기로 하고 괴생물체만 처리하던 시절에, 이미 괴물로 변해버린 사람을 죽였을 수도 있지 않을까?

앨리스는 어쩌면, 결국 자신은 살인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사고의 편향을 극복하고 퍼스널을 계속해서 확장시키면, 전지전능한 신의 경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학파들이 있다네.

아까 말한 '밥을 먹고 싶다'는 사소한 생각으로 각성한 하잘것 없는 퍼스널일지라도, 계속 확장시키고 발전시키면 강력해질 수 있다는 거지."


"...보나마나 김제현도 그런 사상을 가지고 있겠네요."


"..."


최남선은 앨리스의 말을 딱히 부정하지 않았다.


"그럼 커먼 마법은 대체 왜 존재하는 거죠?"


"...사실 커먼과 퍼스널의 영역도 모호하지.

가장 원시적인 불마법조차 과거에는 누군가의 퍼스널이었다고 하니 말이지.

그 마법은 완전히 이해되고 해석됐기 때문에, 누구나 쓸 수 있게 된거다."


커먼 마법의 근원이 퍼스널 마법이었다는 것도 살면서 처음 듣는 말이다.


"사실 커먼과 퍼스널의 경계가 모호한 사례들은 이미 많아.

커먼인데도 적성이 맞는 사람이 아니면 사용할 수 없는 마법이라던가, 퍼스널인데도 다수의 사람들이 동일한 마법을 각성한 경우같이 말이다.


비주류긴 하지만, 모든 퍼스널을 해석해 커먼 마법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가 신의 경지에 도달할거라 주장하는 학파도 있었지.

하지만... 단순한 영혼을 가지고 살던 과거면 모를까, 지금처럼 사상과 철학이 복잡하게 발전한 시대에... 남의 영혼을 완전히 이해하기란 불가능 할거라네."


"설명은 그 정도면 된거 같군. 우리 모범생 사무소장, 궁금증은 다 풀렸나?"


유한이 입을 손으로 가리고 하품을 하며 말한다.


"당연하지만, 인간은 절대 신이 될 수 없어. 그딴 망상은 하나도 중요한 게 아니고...

'전투에서는 커먼과 퍼스널 모두 최대한 활용한다'. 이것만 알고 있으라고."


유한이 너무도 당연한 조언을 하자 앨리스는 자신을 바보취급하는 것 같아 공연히 짜증이 났다.

그녀는 옆에 있는 최남선에게 조용히 속닥거렸다.


"(...최남선 씨. 저놈 영혼이랑 정신이 어떻게 되어있는지나 봐주시면 안 될까요?)"


"다 들리거든..."


유한은 앨리스에게 한 번 박치기를 당한 이후로, 어쩐지 무언가를 체념하게 된 듯 했다.

불만스러운 눈길로 응시하기만 할 뿐 딱히 말이 없었다.


그 때, 감시카메라 화면을 지켜보던 사병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적이다!"


짧고 강렬한 외침에 자고 있던 사람도, 부상을 치료하고 있던 사람들도 일제히 화면 앞으로 몰려온다.

화면 속에 있는 것은 소총으로 무장한 사병들과... 돌로 된 인간 형체의 움직이는 거대한 물체들이었다.


"음. 골렘 마법인가. 적성이 없으면 쓸 수 없는 커먼 마법일텐데...

저놈들은 한 명 당 한 개씩 뽑고 자빠졌군."


"...보나마나 김제현이 조종해서 쓰게 만든 거겠지? 형편 좋게 그 놈이 골렘 마법을 쓸 수 있었고 말이야."


"그거 참 좆같은 가설인데? 근데 좆같기 때문에, 그게 진실일거야."


압도적인 중량을 가진 돌 골렘들이 은신처에 쳐놓은 결계들을 손쉽게 찢어발긴다.


"백남수, 라고 했나? 저 쪽으로 달리면 비상 탈출로가 있다. 당장 가자고. 함정들이 시간을 벌어줬으면 하는데."


***


사병들은 어두운 버려진 하수도를 계속해서 전진해 나갔다.

돌 골렘이라는 든든한 방패이자, 철거반이 있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물론... 이 사병들의 무의식 속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는 김제현이, 그들의 공포를 미리 제거해놨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 때, 한 사병의 어깨에 축축한 느낌이 들었다.

초록빛의 끈적끈적한 점액이었다.

그 점액은 천장에서 조금씩 새어나오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폭포처럼 쏟아져나오기 시작한다.


"제길, 슬라임 공격이다!"


슬라임, 단 한 종류의 액체 세포로 구성되어 있으며, 분열과 팽창을 반복할 뿐인 생물이라기도 애매한 물체다.

슬라임은 강력한 생화학 무기로 볼 수 있는데, 주로 그 몸체에 세균이나 독을 심어놓은 후 테러하는 데 이용된다.

유한이 선택한 방법은, 몸체가 강산을 띄도록 개조된 슬라임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사병들의 전투복이 타버리고, 고통스러운 사병들의 비명소리로 가득 찰 때 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


탈출로는 신서울의 어느 산 중턱으로 이어져 있었다.

유한은 일단 이규찬 측과 연락을 시도해봤다.


[은신처가 들통난건가. 바로 신서울 터미널로 오기에는 너무 위험해. 안전이 확보될 때까지 최대한 호위해봐.]


신서울과 구서울을 통하는 유일한 통로인 EV가 있는 신서울 터미널.

그곳은 애초부터 유동인구가 많은 곳으로, 그만큼 퍼스널을 강제로 각성한 사람들도 많았다.

이에 더해 김제현의 사병들, 이 틈에 N&R에 피해를 입히려는 페이롱, 그 외 등등의 이익 집단들의 싸움으로 인해 마치 전쟁과도 같았다.


"그 동안 우리는 알아서 잘 살아남으라고...?"


[호위하라고 너희들을 고용한 거잖아. 그럼 호위를 해.]


이규찬의 냉정한 목소리와, 무전기 뒤에서 들려오는 각종 금속음와 폭발음을 뒤로 한채로 무전은 끝나 버렸다.


절망하고 있을 틈조차 없었다.

벌써 적이 가까이에 있다는게 느껴졌으니까.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는 자들은 벌써 낯선 마력을 느끼고 있었다.


유한은 카본-코팅 검을 소환해 마력을 담아 적을 향해 던지고, 두번째 칼을 소환해 자신의 뒤쪽에서 갑자기 나타난 적의 일격을 막아낸다.


"호오... 제법이군. 텔레포트 사용자인 나의 기습을 막아낼 줄이야."


"많이 말해 둬라. 오늘이 마지막이니까."


유한은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지만, 이미 텔레포트로 멀리 피한 후 였다.


그리고 유한이 던져버린 칼은 적을 관통해 있었다.

다만 그 적은 인간이 아닌 온 몸이 불타오르는 괴조였다.

소환 마법으로 불러낸 소환수가 분명했다.


"아, 제길. 개같은 마법들이 줄줄이 나오잖아."


유한의 한숨에 괴조는 불꽃의 폭풍으로 대답할 뿐이었다.


작가의말

설명이 많아서 죄송하긴 한데, 어차피 언젠가는 풀어야 될 설정이니 한 화를 소모해서 최대한 설명을 쑤셔넣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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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0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0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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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8 사실 같은 거짓말 25.03.13 10 0 12쪽
137 내가 뒤를 맡지, 모두 앞으로 가! 25.03.09 10 0 11쪽
136 극성 괴물맘 25.03.06 11 0 11쪽
135 늘 있는 불화설 25.03.02 11 0 12쪽
134 잠자는 아이돌의 콧털 25.02.27 13 0 13쪽
133 AMCT 25.02.23 12 0 13쪽
132 간이 지옥 25.02.20 13 0 12쪽
131 양동 작전 25.02.16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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