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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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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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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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9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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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 스킵퍼

DUMMY

"으으... 대체 뭐야? 이 기분나쁜 초상화들은..."


복도에 줄 지어 붙어 있는 초상화들을 본 앨리스가 말한다.

하지만 초상화에 그려진 것은 단 하나의 예외도 없이 김제현의 얼굴이었다.

누가 봐도 기분나쁠 법한 광경이었다.


"아무래도 던전화가 진행되면서 생겨난거 같군."


"?"


"퍼스널이 폭주해서 몸을 변형시키는 게 괴물화라면... 주변 공간까지 변형시키면 던전화라는거지.

즉 이 건물 전체가 김제현의 영혼을 위한 최적의 장소로 변했다는 거야."


"뭘 어떻게하면 이딴 곳을 최적의 장소로 생각하는 건데?"


"내가 정신분석가냐? 정신병자의 생각을 내가 어떻게 알아."


유한의 말대로 김제현은 정신병자임이 확실해 보였다.

초상화가 늘어선 복도를 나오자, 김제현의 석상이 서 있는 중앙 홀 비슷한 공간이 나왔다.

얼마 걷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김제현의 중증 나르시시즘에 질려버린 듯 했다.


'쯧쯧... 역시 배우지 못 한 인간들 답게, 예술을 이해 못하는 건가.'


김제현은 중앙 홀 천장에 매달려 은신한 채로 유한 일행을 지켜보고 있었다.

마력까지 억제하고 있는 지금 상태에서는 마력의 흐름이 보인다 해도 그의 존재를 알아채기 힘들 것이다.


김제현이 직접 나와 있는 이유는 명확했다.

던전의 끝에서 최종보스처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부하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기득권 세력의 논리...

진정한 지도자는 전장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가장 늦게 나온다!

자신은 그런 이유로 나와있는 것이라고, 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김제현은 적의 수를 줄이기 위해 가장 약해보이는 자를 천천히 판별하기 시작한다.

빠르게 움직이던 그의 동공이 멈추고, 타겟을 포착한다.

일행 중 가장 어려보이는 소녀... 누가봐도 제일 약한 게 분명했다.


'역시 유한, 넌 구제불능의 쓰레기다! 저런 연약한 소녀를 전장에 끌어들여 죽게 만들다니...! 동료가 죽는 것은 모두 네놈의 죄 때문이다앗!'


김제현은 순식간에 마력을 개방해 기습했다.

수백 수천명 분의 마력을 지니고 있는 김제현이라면, 상대의 마력 저항이 어떻든 깔끔히 태워 없앨 것이다.

상대가 비정상적으로 마력 저항이 높은 괴물만 아니라면 말이다.

김제현의 공격은 간단히 막혀서 정체불명의 촉수같은 것에 잡히고 말았다.


"유한 씨 예상이 맞았네요. 당신은 구제불능의 쓰레기니 우선 약자부터 노릴거라고..."


"뭣...?"


소녀라고 생각했던 김가은은 어느새 괴물의 모습으로 변해있었다.

일부러 약해보이는 변신 전의 모습으로 김제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당황한 김제현은 각종 마법으로 빠져나가려 했지만...


"안일했군."


로렌조는 순식간에 팔뚝만한 대침을 박아넣는다.

모든 마법을 분해한다는 '뤼디에 금속'으로 만들어진 대침이었다.

김제현은 곧바로 마법을 봉인당했다.


"지금이다! 죽여!"


유한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랑의 주먹이 김제현의 안면에 꽂힌다.

물론 한 대로 끝나지 않는다.

인간의 뼈따윈 이쑤시개처럼 부러뜨릴 수 있는 펀치와 킥이 멈추지 않고 김제현에게 가해진다!

김제현은 몰아닥치는 고통으로 마법에 제대로 집중조차 할 수 없었다...


'젠장! 사병 놈들, 빨리 와서 날 구하란 말이다!!'


"오, 저녀석 사병을 부르고 싶어하는 눈치인데?"


"사병 따위는 너희가 알아서 처리해. 난 이놈을 흙으로 만들어서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 줄 테니!"


이상덕은 어느새 고속으로 회전하는 톱날을 손에 들고 있었다.

아마도 김제현을 갈아서 흙으로 만들 생각인 듯 했다.

보통사람이라면 고속회전톱날이 인간에게 닿았을 때 모습은 상상하기도 싫어하겠지만, 이상덕은 망설임 없이 톱날을 김제현에게 갖다댄다.


"갸아아아아아악!!"


김제현은 고통스러워하며 몸부림 쳤지만, 그럼에도 죽지 않았다.

대기시켜둔 사병들이 김제현을 구하기 위해 급하게 나타났지만, 유한을 비롯한 나머지 사람들이 상대하고 있었다.

아무리 김제현이 조종하는 사병이라 한들, 기존에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력량은 변함이 없었다.

사병들은 일행들의 연계에 간단히 쓸려나가기 시작했다.


"어이! 슬슬 톱날이 잘 안들잖아! 누가 이녀석 좀 대신 고문해봐! 벌써 지루해졌다고!"


"그러면 내가 하지."


이상덕과 교대하듯이 나온 강승천이 금속으로 된 침 두개를 찔러넣는다.

그 침들은 공교롭게도 대용량 공업용 배터리에 연결되어 있었고... 김제현은 온 몸에 고압 전류가 흘러 경련을 일으켰다.


"흠... 자네의 몸동작, 꽤나 예술적인 움직임이군. 이 건물에 장식된 다른 어떤 쓰레기들보다 예술적이야."


강승천은 만족한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 경련하며 몸을 뒤트는 김제현을 카메라로 촬영하기 시작했다.

그의 배터리가 방전되면 또다시 이랑이 교대해서 지칠 때 까지 팰것이다.

그녀가 지치면 이상덕이 나타나 그의 무기들로 고문할 것이다.

그가 질리면 새 배터리를 준비한 강승천이 나타나 전기 충격을 가할 것이다.

그리고 이 루프는, 김제현이 죽을 때까지 반복된다.


"김제현의 마력의 흐름이 착실히 약해지고 있군요. 역시 무한히 되살아나는 건 아닌가 봅니다."


로렌조가 싸우는 와중에 통신으로 모두에게 전한다.


"그 금속으로 마법은 막은거 아니었나?"


"이미 걸린 저주나, 패시브 계열 마법은 못 막습니다."


"알겠어. 어쨌든 저 금속이 다 닳아 없어지기 전에만 죽이면 되겠군."


뤼디에 금속은 김제현이 시도한 마법을 분해해버렸지만, 마력을 중화시킨 금속은 점점 소멸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속도로 볼 때 김제현을 죽이기는 충분한 시간으로 보였다.


"미안해, 김제현 양반. 난 탐구심이 별로 없는 인간이라.

네놈의 던전을 탐험하거나, 네놈이 가진 마법들을 맞아가면서 연구하고 싶지는 않거든.

그냥 좀 싱겁게 죽어주면 안 될까?"


"유한... 이 악마 같은 놈!!"


김제현을 제외한 모두는 그의 외침을 듣고 '너가 할 말이냐'라고 말하고 싶었다.

이랑이 그를 닥치게 하려고 주먹을 꽂아넣으려는 찰나, 김제현의 몸에 꽂힌 금속 침이 백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무슨 짓을...!"


이랑이 다급하게 주먹을 꽂아넣었지만, 어째 때리는 손맛이 없었다.

그녀의 손에 있는 것은 김제현의 가죽 같은 것이었다.

생각보다 비위가 약한 이랑은 기겁하며 그것을 땅바닥에 던졌다.


"저녀석... 순수한 마력 에너지를 사용한건가!"


뤼디에 금속은 어떤 마법도 순수한 마력 에너지로 분해하지만, 정작 순수한 마력에너지 자체로 상호작용 하는 데는 아무 문제 없었다.


"운이 없군요. 분명 도박이었을텐데."


순수 마력 에너지를 잘못 다루면 체내 마력 평형 붕괴가 일어나 상황이 악화되었을 수도 있다.

김제현은 순수 마력 에너지는 잘 다루지 못 하지만, 그 부작용을 각오하고 50%도 안되는 확률의 도박을 걸어 성공한 것이다.


"감히 나를 샌드백 취급하다니...! 내 진정한 본모습을 보여줘야 겠군! 지고하고 고결한 생물, 용의 모습을!"


모두들 김제현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천장을 바라보았다.

탈피한 그의 모습은 이미 인간이 아니었다.

비늘로 뒤덮인 몸, 세로로 찢어진 동공, 긴 꼬리...

그 모습은 마치...


"도마뱀이잖아. 아무리 봐도."


앨리스가 어이없다는 듯이 말하자, 김제현은 격분했다.


"어리석은 필멸자로군! 이젠 용과 도마뱀도 구분 못하는건가!?"


"아니, 날개도 없고 뿔도 없는데 어딜봐서..."


"닥쳐라! 아직 완전한 용이 되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없는 것 뿐이다!!"


유한이 못 들어주겠다는 듯이 고열광선총을 쐈지만, 김제현은 자신이 가진 압도적인 마력으로 간단히 막아버렸다.


"똑똑히 목도해라! 나라와 민족을 지켜낸 전설적인 수호자의 힘을!"


김제현의 얼굴에 가면이 씌워진다.

'수호자의 가면'이었다.

그러자 그의 복식은 조선시대 장수의 갑옷으로 바뀐다.

도마뱀 인간인채로 그것을 입어봤자 우스꽝스럽게 보일 뿐이었지만.


"필생즉사, 사즉필생. 병사들이여, 조국과 민족을 수호해라!"


김제현이 외치자 사병들과 골렘들이 일제히 그의 앞에 소환된다.

그 후 그는 자신의 병력의 최후미인 가장 안전한 곳으로 이동한다.


"일이 잘 풀리지 않는군. 결국 김제현의 마법과 직접 부딫히는 걸로 가는건가..."


"그래도 상당히 그를 약화시켰을 겁니다."


물론 김제현과 직접 맞붙을 경우도 생각해 뒀다.

그가 아무리 수천명분의 마력이 있다 한들, 한 번에 낼 수 있는 출력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김제현이 스스로 멀리 떨어진 위치로 갔으므로, 이 정도 사정거리에서 작동할 마법은 별로 없을 것이다.

물론 별로 없긴 하지만, 아예 없지는 않다는 게 불안했지만.


"저런... 뒤를 경계해야지?"


눈앞의 사병들과 싸우던 유한 일행의 뒤쪽에 거대한 구멍, 포탈이 생성되어 있었다.

김제현은 이랑을 찌르고 포탈로 도망친다.

포탈은 순식간에 닫혀버리고, 이랑은 찔린 곳을 감싸쥐고 괴로워했다.


"크윽, 젠장... 독까지 발라놓은 건가...!"


급소를 찔린 것은 아니었지만, 독이 순식간에 퍼져나가 이랑은 쓰러져버렸다.


"이랑!"


"싸움에 집중하시죠. 저 정도는 충분히 살릴 수 있습니다."


돌아보는 앨리스를 로렌조가 다그친다.

로렌조의 말대로 이랑의 HMD는 응급 치료 모드로 돌입해, 보호막으로 이랑을 전장에서 격리시키고 치료한다.

칼에 찔리고 중독된 정도는 무난히 치료될 것이다.


"큭큭... 이쪽의 전력 감소는 미미한데다가, 방금의 습격으로 두가지 결정적인 정보를 알아냈다.

하나는 당연히, 김제현의 퍼스널 중에 포탈을 여는 마법이 있다는 것.

그리고 김제현 놈은 강탈한 퍼스널을 쓰는 동안에는 다른 퍼스널을 쓸 수 없다...!

그럴 수 있었다면 포탈을 열고 와서 강력한 퍼스널을 난사했을테니까.

우리 이랑 직원의 숭고한 희생이 없었다면 알아내지 못 했겠지... 모두들 그녀를 추모하도록."


유한은 이랑을 영입해서 애초부터 이렇게 써먹을 작정이었던 것 같다.

지독함만큼은 유한이 김제현과 맞먹는다고 앨리스는 생각했다.

적의 정보를 얻기 위해 동료를 거리낌없이 죽이다니...!


"저기... 나 아직 안 죽었거든?"


"오. 그래?"


이랑이 죽어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유한은 시큰둥하게 답했다.

다른 동료들도 눈앞의 사병들과의 전투에 여념이 없었다.


사격을 가하는 사병들 앞에 골렘들이 방패로 서자 상당히 까다로웠다.

골렘은 무생물이지만 마력이 담겨 있기 때문에 마법으로 처치하기가 쉽지 않았다.

골렘들의 육중한 공격을 피하는 와중에도 마력 방벽으로 총알을 막아내야 했다.

그리고 김제현이 언제 또다시 포탈로 기습해 올 지 모르는 상당히 불리한 상태였다.


"어이, 유한. 이 속도로 찔끔찔끔 사병을 처리하다가는 우리가 당할거라고."


이상덕이 통신으로 유한에게 말한다.


"알아. 굳이 아는 얘기를 하는 이유가 있겠지?"


"내 마력을 다 써서 이놈들을 전부 처리하겠다."


그 말을 들은 유한의 눈썹이 움찔거렸다.

이상덕은 담담하게 자신의 말을 이어나간다.


"엘프족에 내려오는 궁극의 마법, '정령융합'을 쓰겠다!"


작가의말

렙틸리언 음모론에 깊은 감명을 받고 썼습니다.

개천에서 난 '용'과 음모를 꾸미는 '도마뱀'인간이라... 아이러니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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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6 K-효녀열전 25.04.10 10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0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1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1 0 13쪽
142 꺾이지 않는 믿음의 힘 25.03.27 10 0 14쪽
141 오만과 편견과 계략 25.03.23 11 0 11쪽
140 정신병자의 사랑법 25.03.20 14 0 11쪽
139 올바른 상하관계의 예 25.03.16 10 0 12쪽
138 사실 같은 거짓말 25.03.13 10 0 12쪽
137 내가 뒤를 맡지, 모두 앞으로 가! 25.03.09 10 0 11쪽
136 극성 괴물맘 25.03.06 11 0 11쪽
135 늘 있는 불화설 25.03.02 11 0 12쪽
134 잠자는 아이돌의 콧털 25.02.27 13 0 13쪽
133 AMCT 25.02.23 12 0 13쪽
132 간이 지옥 25.02.20 13 0 12쪽
131 양동 작전 25.02.16 13 0 11쪽
130 같은 이득을 공유하는...? 25.02.13 11 0 12쪽
129 약간 수련회 첫날밤 느낌 25.02.10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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