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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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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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2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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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1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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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메이드 소환수

DUMMY

자연을 사랑하는 엘프족들은 자연물들을 관장하는 정령들과도 교감할 수 있다.

숙련된 엘프들은 정령들의 힘을 빌리는 것부터, 직접 정령을 현실에 불러내는 것까지 가능하다.

그리고 정령 마법이 궁극에 달한 자가 도달하는 경지가 바로 '정령융합'.

정령과 일심동체가 되어 한 개 중대에 필적하는 힘과 마력을 얻는다...!


"엘프들 중에서도 깨우친 자가 극소수인 마법이 정령 융합인 것이다..."


"설명은 필요 없으니까 빨리 하기나 해."


무전을 통해 이상덕의 긴 설명을 들은 유한이 짜증을 낸다.


"남의 말을 경청할 줄 모르는 놈이군... 뭐, 좋아. 잠시 집중할테니 엄호해라."


이상덕은 몸으로는 날아오는 공격들을 받아치면서도, 머릿속으로는 자연과 정신의 세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세계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제 목소리가 들리시나요...?]


"너, 너는...?"


[저는 '고열광선총'의 정령입니다... 제게 바라는 것이 있습니까?]


"내 앞의 조무래기들을 전부 태워버리길 원해!! 힘을 빌려줘!!"


[불태운다고요? 그 소원, 기꺼이 이루어드리겠습니다.]


이상덕이 내면의 대화를 마친 순간 이상덕의 신체를 기묘한 빛이 둘러쌌다.

그의 몸 주변으로 빛줄기와 폭풍이 몰아치더니, 모든 것이 그쳤을 때 이상덕은 변해있었다.

그의 반신은 기계가 되었으며, 그 팔 끝에는 손대신 광선의 사출구가 달려있었다.


"압도적인 대자연의 힘을 보여주마..."


이상덕이 자신의 기계팔을 적 세력의 정중앙을 향해 겨누고 고열광선을 발사했다.

하지만 그 고열광선은 총에서 가느다랗게 찔끔씩 나오는 광선과 달랐다.

김제현의 석상마저 다 덮을 정도의 굵기인 광선이 끊기지 않고 연속으로 나오는 것이다.


사병들이 마력방벽을 쳐서 막으려 하지만 부질없었다.

압도적인 물리량을 가진 광선은 간단히 방벽을 부수고 경로의 모든것을 불태워버렸다.

이상덕의 광선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불꽃과 재, 운좋게 가장자리에 있어서 살아남은 병력들 밖에 없었다.

순식간에 마력을 전부 소모한 이상덕은 융합이 풀리고 원래대로 돌아왔다.


"이 쓸모없는 놈들! 수호를 하라고 보냈더니 그거 하나 못 막는거냐!!"


어느새 천장에 달라붙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김제현은 그 광경을 보고 격분한다.

사병들을 조종하는 것이 김제현 자신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지만.

참다못한 김제현은 '처단자의 가면'을 꺼내 쓰더니 권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죽어라! 한국을 침략하는 쓰레기들!!"


처단자의 가면을 쓴 상태에서 쏜 총알은, 단순히 마력을 담은 총알보다 강력하다.

마력이 다할 때까지 닿는 물체를 관통하며, 벽이나 구조물에 부딫혀도 운동량을 보존한채로 난반사되어 계속 날아간다.

다만 한가지 치명적 단점이 있는데, 극심한 탄퍼짐으로 조준사격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총구에서 여러방향으로 퍼져나간 총알들은 순식간에 실내 전체를 복잡한 궤도로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백남수가 주변의 인력을 뒤틀어 궤도를 꺾고, 김가은이 자신의 마력저항이 높은 신체로 대신 막아주지 않았다면 모두 총알에 꿰뚫렸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 사병들과 골렘들은 총알에 꿰뚫려 비참하게 죽는 수 밖에 없었다.

물론 김제현 자신은 자신의 총알에 맞아도 아무 타격없이 지나갈 뿐이었다.


"미쳤군... 동료까지 마구잡이로 죽이다니!?"


"모르는 건가? 나의 처단의 탄환은 국가와 민족의 적만을 목표로 삼는다!!

내 총알을 맞고 죽었다는 것은, 그들이 숨어있었던 국가와 민족의 적이라는 의미지!"


앨리스는 이제 김제현에 비하면 유한이 정상인으로 느껴질 것 같은 기묘한 감각마저 들기 시작했다.

그녀의 경멸어린 시선을 받는 와중에도 김제현은 포탈을 열고 던전 어딘가로 기어들어갔다.


"낭패군. 포탈 마법으로 계속 도망쳐대면 우리가 불리한데."


"그래서, 이런 상황엔 보통 어떻게 하는데?"


"어딘가에 진을 치고 그놈이 스스로 오도록 유도하거나, 그 놈이 있을만한 모든 장소를 날려버리거나."


"하지만 유한 씨. 여기는 녀석의 던전입니다. 스스로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는 우리가 점점 불리해질 뿐입니다."


"그럼 나머지 수단을 쓸 수 밖에."


로렌조와 대화를 마친 유한은, 빨리 앨리스에게 무언가를 하라는 눈치를 준다.

앨리스는 영문을 알 수 없었다.


"나? 내가 뭘 하라고? 이 건물 전체를 공격할 마법따윈..."


"최근에 생겼잖아. 자칭 신수라는 불사조가. 일단 그걸 불러."


앨리스는 유한이 명령하듯 얘기하는 게 영 마음에 들지는 않았지만, 일단 그의 말대로 불사조에 모든걸 걸어보기로 했다.

주문을 외우자 빛의 마법진이 나타나더니, 눈부신 섬광과 함께 거대한 괴조가 나타났다.

생각보다 엄청난 마력 소모로 앨리스의 사고에 조금씩 렉이 걸릴정도였다.


[부름에 응했습니다. 나의 계약자 앨리스여... 왜 나를 부르셨는지?]


"포탈을 타고 이곳저곳으로 도망다니는 나쁜 놈이 있어. 그래서 아예 이 건물 안의 모든 공간을 날려버릴려고. 가능해?"


어째 앨리스가 하는 부탁의 수준은 이상덕과 크게 다르지도 않아보였다.


[흠... 방과 복도를 전부 태워버리면 됩니까?]


"그거면 될 거야."


그 때, 로렌조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놀랍군... 불사조의 본체를 직접 부르다니."


[그야 놀랍겠지요, 인간. 보통 소환되는 것은 내 분신체일테니까. 본체를 직접 목도하고 경외하는 것도 이해가...]


"이 정도로 좋은 원본이 있다면, 내 퍼스널의 수준도 높겠군."


로렌조가 손뼉을 치자, 불사조를 닮았지만 조잡하게 생긴 무언가가 대량으로 생겨났다.

그의 퍼스널은 지정한 대상의 열화 카피를 만들어 대량생산해내는 마법이다.

능력의 세기는 원본에 못 미치지만, 기능은 어느정도 따라해 낼 수 있다.


"이것들은... 뒤샹의 '샘'을 떠올리게 하는군."


강승천이 카피 불사조들을 보고 알아먹을 수 없는 평을 내린다.


"어떤가요? 불사조. 이것들이 당신의 일을 수월하게 해줄겁니다. 본질은 당신과 같으니 말이죠."


카피 불사조들은 저마다 '무례한 인간', '영광인줄 알라', '짹짹' 등의 말을 임의로 내뱉고 있었다.


[...계약자여. 당신 주변에는 이런 불쾌한 인간들 밖에 없습니까?]


본질이 같다는 말에 심하게 긁혔는지 불사조는 투덜거렸다.

앨리스는 불쾌한 인간들이라는 말에 동감을 표하고 싶었지만, 마력 부족으로 말하기도 지치는 상태였다.

우선 소환수에게 지시를 내리는 게 급선무였다.


"그럼 부탁해! 건물을 불태워줘!"


불사조는 알겠다고 말한 후 돌풍을 일으키며 날아서 중앙 홀을 빠져나갔다.

당 사무소 건물이 쓸데없이 천장이 높은게 불사조에겐 다행인 일이었다.

그리고 그것의 뒤를 드론 정도의 크기인 카피 불사조들도 따라간다.


"그럼 난 직접 김제현을 몰아넣으러 가 볼까."


이번에도 유한은 어째선지 적의 위치를 명확히 알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로렌조가 유한을 멈춰세운다.


"잠깐. 유한 씨. 백업을 한 명 데려가는 게 안정적일 겁니다. 저는 여기 남아서 퍼스널을 쓰는데 집중할테니 전 빼고요."


"일리가 있군. 백업으로 적합한 사람은..."


"1티어 수준의 마법 스펙트럼, 고속 전투에 적합. 이 조건들을 만족하는 사람이면 될 겁니다."


유한은 이젠 정말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앨리스를 바라본다.

앨리스 역시 미래를 직감하고 자동으로 입꼬리가 내려갔다.


"...이 일이 끝나면 사무소의 인재풀을 더 늘려야겠군."


"동감이야."


서로를 싫어하는 부분에선 둘의 마음이 잘 맞는 듯 했다.



***


그 무렵 김제현은 당 사무소 회의실로 도망쳐 와 있었다.

회의실 안은 치워지지 않은 부패한 시체들이 앉아있어 지독한 악취가 났다.

괴물화로 도마뱀 인간이 된 지 오래인 김제현이지만 그것은 상당히 역겨웠다.


물론 시체들을 굳이 남겨둔 이유가 있었다.

바닥에 새겨진 복잡한 마법진과 각종 의식의 도구들이 그 이유일 것이다.


"방부제라도 뿌려둘 걸 그랬나. 빨리 제물로 써서 처리해야겠어..."


김제현은 합장하더니 마법진에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했다.

마법진은 순식간에 시체를 끌어당기더니, 마치 살아있는 생물처럼 시체들을 어느 공간으로 먹어치워 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법진은 돌연 한 점으로 뭉치더니, 빛과 함께 무언가를 소환했다.

형태는 인간이지만, 뿔과 꼬리가 달려있고, 인간에겐 있을 수 없는 붉은 피부색.

김제현은 악마족을 소환해 낸 것이다.


"소환자는 누구냐! 당장 죽여버리겠다!!"


겉으로는 매혹적인 여성으로 보이는 이 악마는 소환되자마자 분노해있었다.

사실 그녀는 카드탑 쌓기 신기록을 세우기 직전에 강제로 소환되버린 것이다.


"당신, 꽤 이름있는 악마인가? 전투에는 자신 있고?"


"주제도 모르는 파충류 놈이...! 감히 날 면접하다니!!"


악마는 곧바로 김제현을 갈아마시려 했지만, 그는 더 빠르게 자신의 세뇌 마법을 발동시킨다.

인간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마법이 악마를 상대로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였으나, 일단 몸의 통제권을 뺐는데는 성공한 모양이다.


"하등 생물 주제에 이 나를 조종하겠다고?"


"하등 생물이 아니라, 지고하고 고결한 최상급 생물, 용이다!"


"...이건 단단히 미쳤군."


악마는 김제현의 말을 듣자 너무나 어이가 없어서 분노가 증발할 정도였다.


"지금은 용일 뿐이지만, 나는 결국에 신의 경지에 오를 운명! 악마 따위를 지배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

일단 버러지들을 죽이고 나서 네 반항적인 영혼도 천천히 길들여주마..."


악마의 발 밑에 포탈이 열리더니, 그녀가 뭐라 항변할 틈도 없이 포탈 너머로 추락하고 말았다.

악마는 중앙 홀의 바닥에 철푸덕 엎어졌다.

물론 중앙 홀에는 로렌조와, 재정비 중인 청암 사무소 사람들이 있었다.


"김제현... 소환 마법이 특기였다고는 들었지만, 설마 악마를 불러낼 줄이야. 제정신인가?"


백남수는 차가운 증오가 서린 어조로 중얼거렸다.

악마는 척 봐도 주변이 자신에게 적대적인 것을 알아채고는, 서둘러 싸움을 피해 물러나려 했다.

하지만 의지와 상관없이 몸은 전투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잠...잠깐! 난 싸우려는 게 아니라...!!"


악마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백남수는 중력을 순간 강하게 만들어 악마를 납작하게 엎드리게 만든다.

그러자 로렌조, 강승천, 김가은이 빠르게 달려와 집단으로 구타하기 시작했다.


"컥! 쿨럭! 케헥!"


"김제현의 하수인 놈!! 지옥으로 돌려보내 주마!!"


백남수의 외침을 들으면서, 악마는 이번 소환이 역대 최악의 소환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구타를 참다 못한 악마는 충격파를 발생시켜 적들을 잠깐 밀어냈다.


"이번 세계는 정말로 미개하구만. 동의도 없이 소환해서는 조종하려고 들지를 않나, 남의 사정은 듣지도 않고 우선 공격부터 하질 않나."


"네 사정이 어찌됐든, 악마인 이상 살려보낼 순 없다..."


로렌조는 악마라는 종족을 대하는 데 익숙한 듯이, 자신의 빔소드를 꺼내 겨누고 있었다.


"나 참... '아직' 이 세계에서는 아무것도 안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구만!"


악마의 검붉은 불꽃을 두른 검과 로렌조의 마력이 담긴 빔소드가 격돌하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앨리스는 대량의 마력을 소모해서 지쳤다고 했으면서 왜 데려가지?

작가가 바보인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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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미심쩍은 선의 25.04.24 11 0 12쪽
149 정령계 어드벤쳐 25.04.20 12 0 13쪽
148 필승 전략 25.04.18 12 0 23쪽
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2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2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2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3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3 0 13쪽
142 꺾이지 않는 믿음의 힘 25.03.27 12 0 14쪽
141 오만과 편견과 계략 25.03.23 13 0 11쪽
140 정신병자의 사랑법 25.03.20 1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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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내가 뒤를 맡지, 모두 앞으로 가! 25.03.09 11 0 11쪽
136 극성 괴물맘 25.03.06 13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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