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마법사의 안락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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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눈쇠
작품등록일 :
2024.05.0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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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08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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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16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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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증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DUMMY

유한의 퍼스널은 너무도 단순한 구조였다.

증오를 받으면 받는 만큼 신체도 마력도 강화되는 패시브 계열의 마법.

자신을 증오하는 자의 위치를 알아낼 수 있는 부가 효과도 있다.


"근데, 알아서 뭘 어쩌게?"


유한이 김제현에게 묻는다.


김제현이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끊임없이 유한이 사회악이라고 선동해준 덕분에, 그에 대한 사람들의 증오는 최대에 달해 있었다.

심지어는 김제현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유한을 증오하게 된 사람이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은 현재의 유한을 터무니없이 강하게 만들었다.


"젠장! 모두 유한을 증오하지 마라!"


김제현이 자신의 퍼스널을 심은 모든 사람들에게 다급히 명령했다.

하지만, 그 명령은 아무 의미 없었다.

김제현의 영혼의 조각이 완전히 개화하지 않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는 것도 있지만, 애초에 지금까지 증오하던 사람을 지금부터 증오하지 말라니, 그게 가능한 것일까?

실제로 김제현 자신조차 유한에 대한 증오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다.


"자. 열심히 증오를 버리도록 노력해 보라고, 김제현 군. 네놈은 자칭 성인군자잖아?

사회에 가득한 증오심을 함께 없애 나가는거야."


증오를 버리는 것 따위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유한은 김제현을 한껏 조롱한다.

그런 말을 하는 유한이 가증스럽다.

가증? 설마 이런 말을 하는 것조차 자신을 증오하도록 만드는 유한의 전략인가?

김제현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기 시작했다.


"너때문에 모두가 지긋지긋했다, 김제현! 이제 편하게 보내주마!"


쓰는 마법에 따라 다르지만, 지금의 유한의 마력 출력의 한계는 대체로 이랑 20명 분의 마력을 웃돈다.

13명분의 최대 마력출력을 가진 김제현이 저항해봤자, 계속해서 불합리한 마력 교환을 강요당하다가 결국 마력이 메말라 패배한다...!

강탈한 퍼스널 중 대부분은 뻔하거나 쓸모가 없고, 그나마 전투에 쓸만한 퍼스널들도 이미 다 까발려졌다.


'나는... 죽는건가...?'


고정 마법으로 만들어낸 공기의 벽이 풀리고 들어온 유한과 앨리스의 공격을 받으면서 김제현은 생각했다.

그의 의식은 점점 어둠 속으로 가라앉고 있었다.

그 때, 그의 내면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정말 여기서 끝낼거야?>


"너, 너는...!"


김제현은 이 목소리의 주인을 알고 있다.

안락사 요원이었던, 청년 시절의 자신이었다.


<그 날의 맹세를 잊은거야? 반드시 이 세상의 꼭대기에 서겠다고 했잖아...>


"잊지 않았어... 아니, 잊을 수 있을 리가 없지..."


그 날, 정부가 내린 임무는 하청의 하청을 거쳐 김제현이 있던 약소 사무소까지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임무를 수행하던 중, 김제현을 제외한 모든 동료들은 죽고 말았다.

애초부터 김제현네 사무소 사람들은 미끼로써 죽을 예정이었던 것이다.

동료들의 시신도 건지지 못한채 텅 빈 사무소로 혼자 돌아와... 통곡했다.


"약했기에 좋을대로 이용만 당하다 버려진다. 그래서 난 눈물을 흘리며 다짐했지.

누구보다 강하고 교활해져서, 꼭대기에 서겠다고. 이 썩어가는 개천을 벗어나 용이 되겠다고...!"


김제현의 의식이 어둠에서 퍼뜩 깨어난다.

그리고 스스로의 기량으로 유한과 앨리스의 협공을 받아낸다...!


"뭣?"


이대로 쉽게 끝날거라고 생각했던 유한은 그의 반격에 당황했다.


"생각해보니 네놈이 긁어모은 증오 따위에 겁먹을 이유도 없는 것 같군."


"?"


"나약한 인간들의 증오 따위는 정면으로 꺾어버린다! 그리고 내가 모두를 구원하겠다!"


김제현은 이해하지 못 할 소리를 지껄이더니, 자신이 가진 최후의 가면을 썼다.

가면을 쓰자, 김제현은 고대의 튜닉을 착용하고, 나무 지팡이를 든 모습이 되었다.

그의 도마뱀 면상에 붙어있는 긴 장발과 수염, 그리고 기묘한 후광이 생겨나 있었다.


"뭐, 뭐야 저건?"


"설마 정신적 깨달음을 얻고 각성했다는 개같은 전개는 아니겠지..."


유한은 제발 그것만은 아니길 바랬지만, 아쉽게도 그의 부정적인 예상은 항상 들어맞았다.

죽음의 절망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김제현의 퍼스널은 한 층 더 진화해버리고 만 것이다.


"모두들 내게 힘을 빌려줘!"


김제현이 외치자, 수십명 가량의 힘과 마력이 김제현의 주둥이 속으로 흘러들었다.

물론 김제현에게 힘과 마력을 모두 '제공'해버린 사람들은 지금쯤 싸늘한 시체가 되어 길바닥을 나뒹굴고 있을것이다.

결과적으로 유한을 증오할 사람을 줄여나가면서, 정작 김제현 자신은 더 강해지고 있다.

이번엔 유한의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나의 이름을 믿는 자는 구원을 받으리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사는 것이다!"


"...정신병이 악화되었군."


유한은 어떻게든 김제현이 강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공격을 가했지만, 김제현은 자신의 지팡이로 공격을 막아낸다.

나무 지팡이로 보였지만, 그 안에는 검은 칼날이 들어 있었다.

지팡이 모양 검... 그것으로 유한의 일격을 막은 것이다.


"나는 평화를 주러 온게 아니라, 칼을 주러 왔다!"


"젠장, 좀 닥쳐!"


유한이 주특기인 순수한 마력으로 공격하지만, 김제현은 완력도 최대 마력 출력도 상승하고 있었다.

유한이 순수한 마력에너지를 30분 동안 멀쩡히 유지할 확률은 95%...

부작용이 나타나기 전에 쓰러뜨리려면, 더이상 김제현이 강해지도록 놔두면 안된다!


"불사조! 내가 저 놈을 묶을테니 불태워줘!"


그렇게 말한 앨리스는 땅마법으로 바닥을 융기시켜 김제현을 땅의 틈새에 가둬버린다.

김제현은 자신의 완력만으로 그 벽을 부숴나가고 있었지만, 불사조의 불길이 날아와 그를 태워버린다.

주위에 유한이 있지만 괜찮다.

설명에 따르면 불사조의 불길은 동료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고 한다.

물론 죽지 않을정도로 살짝 태워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해치웠나!?"


앨리스가 저도 모르게 외쳤다.


""제발 그딴 말 좀 하지 마(세요).""


한마디 잘못 했다가 유한과 불사조에게 동시에 원성을 들었다.

실제로 어찌된 일인지 김제현은 멀쩡히 살아있었다.

앨리스는 불사조와 유한의 언짢은 시선을 느꼈다.


"...아니, 이게 내 잘못이야?"


"잘못 말인가! 아주 많네만, 걱정 말게! 이제 곧 내 이름으로 죄사함을 받을테니!"


횡설수설한 김제현은 자신의 주둥이에서 시야를 다 덮어버릴 정도의 불줄기를 뿜어낸다.

불사조가 직접 앞으로 나서서 불을 막는 방패 역할을 자처했다.

하지만 불길을 막는 동안에도 김제현은 가만히 있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떠냐? 이것이 용족의 진정한 힘, '드래곤 브레스'다!"


포탈을 통해 유한 일행의 뒤에서 튀어나온 김제현은 어느새 '처단자의 가면'을 쓰고 있었다.

그러더니 수십발이나 되는 총알을 그들의 등 뒤에 난사해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명이 마력의 흐름을 볼 수 있어 김제현의 등장을 알아챘던 것.

그리고 김제현이 자기자랑을 하느라 피할 시간을 벌 수 있었던 것이다.


복도의 벽과 천장, 심지어 총알들끼리도 튕기며 날아오는 복잡한 궤도의 총알 수십발을 평범한 인간이라면 피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반사신경마저 인간을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로 강화된 상태인 유한과, 전투 AI 모드를 가동 중인 앨리스는 그 복잡한 궤적을 피해내며, 자신들의 몸쪽으로 오는 총알을 힘겹게 받아쳐낸다.

하지만 몸집이 큰 불사조는 대부분의 총탄에 꿰뚫리고 말았다.


"피했다고 생각했나?"


그 때, 복도너머로 사라졌을 총알들은 정확히 자신들이 왔던 궤도로 빠르게 다시 접근하기 시작했다.

'되감기'의 퍼스널을 이용해 지나간 총알들을 다시 불러온 것이다.

AI라면 되돌아오는 궤도를 모두 기억해 피할 수 있겠지만, 인간에게는 무리였다.

유한은 결국 왼팔과 왼다리에 총상을 입고 말았다.


"유한!"


"젠장. 어떻게 몇 초만이라도 벌어주면 안되겠냐...!"


회복마법으로 어떻게든 뜯어진 팔과 다리를 고치려는 속셈이였겠지만, 김제현은 그새 구원자의 가면을 쓰고 또다시 수십명의 힘과 마력을 먹어치운 참이었다.

앨리스는 필사적으로 김제현에게 접근해 물의 마법으로 그를 가두고 빔소드로 일격을 가한다.

하지만, 김제현은 싱겁게 그 일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어리석은 깡통 놈!! 살을 내주고 뼈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물속에 갇힌 김제현의 말은 보글거리는 소리로만 들렸지만, 앨리스는 AI로 무슨 말인지 파악한다.

방어까지 포기하고 멀리 있는 유한을 죽이기 위한 마법에 집중한 것이 분명했다.

돌아보고 상황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적을 앞에 두고 돌아볼 수도 없다...!

김제현의 광기넘치는 지팡이 칼날 공격을 빔소드로 간신히 막아내는 수 밖에 없었다.


[걱정마십시오... 유한은 무사합니다.]


그 때, 앨리스의 머릿속으로 직접 불사조가 보낸 영상이 흘러들어온다.

유한에게로 무수한 가시가 소환되어 쏟아져 나오는 순간, 불사조는 순간이동을 통해 유한에게 이동한 후 그를 감싸서 모든 공격을 받아냈다.

불사조는 온 몸이 꿰뚫리고 찢어진 너덜너덜한 걸레짝이 되었다.


[제 소환을 풀고 돌려보내세요. 지금의 제 몸을 완전히 재생시키려 하면, 당신의 마력이 전부 소모되고 맙니다...]


'내가 소환해서 그런 고통을...'


[소환자를 위하는 게 소환수의 사명이니 자책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마력으로 흩어져 사라져가는 불사조와 유한의 눈이 마주쳤다.

그들은 바라보고 있었지만 텔레파시로조차 아무 대화도 하지 않았다.

둘의 기묘한 침묵 속에서 불사조는 사라졌다.


"......"


유한은 아무 말없이 자신의 치료를 끝마치고 다시 일어섰다.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빨리 끝내겠다는 일념만을 가지고 다시 김제현에게 달려든다.


"소환수를 방패로 살아난건가... 추하군."


유한은 순수한 마력으로 김제현의 마력 방벽을 뚫고 일격을 먹였지만, 김제현은 여전히 살아서 멀찍히 거리를 벌린다.


"나는 너를 지금까지 증오했었다. 하지만 구원자가 되기로 결심한 순간, 그 증오조차도 승화되어 사라진 기분이야...

그에 비해 너는 증오에 사로잡힌 표정이군. 죽는 순간까지 그 늪에서 허우적대다가 죽겠지. 그것이 지고하고 고결한 용과 버러지의 차이다."


김제현은 아예 은신마법을 사용하고 마력의 흐름까지 억제해, 완전히 두사람의 눈 앞에서 숨어버렸다.

이전까지 유한은 김제현의 증오심을 감지해 그의 위치를 파악했지만, 지금은 정말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는 정말로 유한에 대한 증오를 버린 것일까?


"위치를 모르겠군. 일단 이 주변 공간을 물로 채워봐."


유한은 진지하지만 어딘가 복잡미묘한 표정이었다.

김제현이 무엇을 보고 증오에 사로잡혔다고 단언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표정이었다.

그의 말에 기묘한 압박감을 느낀 앨리스는 물 마법으로 주위를 채워본다.

그러자 물이 차지 않은 사람모양의 공간이 생겨났다.


"저긴가...!"


그 주변 공간 이외의 물의 마법을 순식간에 풀고 유한과 앨리스가 빠른 속도로 달려들었다.

사람모양의 공간을 찌르자 그 형태는 바람빠진 풍선처럼 찌그러졌다.

은신마법이 풀리고 드러난 것은, 김제현의 허물이었다.


"함정...!"


진짜 김제현은 천장에 붙어서, 그들이 허물로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는 이미 두 사람의 등 뒤에서 죽음의 일격을 가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 되지. 두 사람. 급하다고 눈에 보이는대로 달려들면 말이야."


김제현의 배후를 또다시 카본-코팅 칼날이 꿰뚫고 있었다.

앨리스도 유한도 이 목소리를 알고 있었지만 전혀 반갑지는 않았다.

자칭 쾌락살인자인 안락사 요원, 신기덕이었다.


"네...네 이놈...! 감히 배신을...!!"


"이봐, 그 말은 너무하잖아. 마치 내가 당신한테 충성이라도 바친 것 같이 말하다니."


김제현을 처음 본 순간부터 죽일 대상으로 여긴 신기덕에게는 김제현의 퍼스널이 침투하지도 못 했다.


"김제현 씨... 슬슬 막을 내리자구. 당신 추한 인생의 막을 말이야."


작가의말

김제현과의 전투는 다음화에 끝냅니다.


끝나면 당분간 사람이 덜 죽는 힐링 일상 에피소드가 있을 예정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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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화자의 의도 파악 25.04.13 12 0 12쪽
146 K-효녀열전 25.04.10 12 0 12쪽
145 양가감정 25.04.06 12 0 11쪽
144 마이너스 하렘 25.04.03 13 0 12쪽
143 어쩔 수 없는 선택들 25.03.30 13 0 13쪽
142 꺾이지 않는 믿음의 힘 25.03.27 12 0 14쪽
141 오만과 편견과 계략 25.03.23 13 0 11쪽
140 정신병자의 사랑법 25.03.20 16 0 11쪽
139 올바른 상하관계의 예 25.03.16 12 0 12쪽
138 사실 같은 거짓말 25.03.13 12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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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 늘 있는 불화설 25.03.02 13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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