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놈들은 보통의 오니가 아니다!

“너희들 왔구나! 바빠서 집에 가지도 못하고 안 그래도···무척 궁금했는데 잘 왔다.”
“네 오빠!”
‘끼끼끽 끼끼’
몇일간 있었던 일에 대해서 산페이에게 말해주자···
“뭐라고? 오오사루가 팔백 살이 넘었다고? 그게 가능한 일이야?”
“말도 안돼.”
“그러니 앞으로 깍듯하게 존대를 하셔야 할 겁니다. 오빠!”
“언니와 저도 그러기로 했습니다. 호호···”
“뭐? 진짜야?”
“오오사루님! 진짜로 저희가 존대해야 합니까?”
“끼기긱”
순진한 산페이를 제외하고는 순간 모두 빵 터져버렸다.
“오빠 놀리는 건 여기까지 하고 식사나 준비하도록 하자 아키라!”
“네 언니 알았어요”
‘카니 오니기리(カニおにぎり)와 우메보시(梅干し)’
갓 잡은 북해도산 게살은 잘 쪄서 자연스럽게 간이 베어 있었다.
향은 바다의 푸른 신비를 은은하게 담고 있었다.
서둘러 한입 베어 물자, 고소하고 달콤한 게살의 진한 맛이 입안을 가득 채웠다.
손으로 만들었기에 밥알 한 개 한 개에 사쿠라의 사랑과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다.
게살의 탱탱한 부드러움이 혀끝을 감미롭게 스칠 때마다 가슴을 따스하게 감싸주었다.
아직 식지 않은 오니기리의 따스함이 마치 유후인의 그날 밤을 떠올리게 했다.
밥알은 찰랑거리며 입속으로 스며들어 아삭한 식감으로 입안에서 흩어지면서, 게살의 진한 맛과 어우러져 고소함이 그를 완벽하게 사로잡았다.
함께 가져온 ‘우메보시’
우메보시의 달콤하고 새콤한 향기는 코끝을 감미롭게 감싸 안았다.
상큼하고 신선하고 산뜻해서 기분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사실 매실은 산페이가 아주 좋아하는 반찬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져온 것은 남기지 않고 먹었다.
사쿠라를 실망하게 하는 일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기에···
[산슐랭-8 5점 만점 중에 4.6점]
오니기리가 무척 평범한 음식이지만 게살로 고급 요리로 승격시킨 사쿠라였다.
“사쿠라 너는 도대체 못 하는 것이 무엇이냐?”
“오빠가 잘 드시니 기분이 좋습니다. 아키라도 맛있게 먹었지?”
“네 언니 맛있어! 최고야 최고!”
“오빠 오빠! 저도 음식솜씨 좋아요. 다음에는 제가 준비할 게요.”
“그래 알았다.”
가마터를 만들던 일꾼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남아있던 산페이와 그의 일행들은 주섬주섬 짐을 챙겨 돌아가는 준비를 분주하게 하고 있었다.
***
가마터의 뒷산이 시끌벅적 해지면서 노랫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니상 코치라 테노나루 호오에!“
오니들이 자기들끼리 노래를 부르면서 왁자지껄 놀기 시작했다.
검붉은 피부에 뻣뻣한 털들이 북슬북슬 하게 몸 곳곳을 덮고 있었다.
어지럽게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에는 이마 가운데를 중심으로 뿔이 세 개나 불쑥 솟아나 있었다. 부리부리한 눈에 송곳 같은 이빨들은 한눈에 보아도 호전적이라서 조금만 건드려도 앞뒤 보지 않고 달려들 태세였다.
손에는 날카로운 손톱이 흉측하게 자랐고 발톱도 날카로워서 땅에 박혀 있었다.
길쭉한 몽둥이에는 가시가 빼곡하게 박혀 있어서 스치기만 해도 치명상을 입을 듯했다.
옷은 빨간 방울이 두 개 달린 바지만 달랑 입고 있었다.
압권은 키가 9척은 넘어 보여 웬만한 여자들의 두배 크기였다.
그런 오니들이 이십 마리 가까이 잔치를 벌이고 있으니 소리가 가마터에까지 들리는 것은 당연했다.
오니 중에서도 더 흉측하게 생긴 한 마리가 냄새를 킁킁 맡더니···
“여기서 바다가 먼데 바다 냄새가 난다. 확인해 봐야겠다.”
하늘 높이 솟구쳐 날아오른 오니가 묵직한 쿵 소리를 내며 착지한 곳이 아키라의 바로 앞이었다.
“바다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이런! 사람 이였구나”
“잘 되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오니는 가시로 빼곡한 몽둥이를 들더니 무서운 속도로 사정없이 내려찍었다.
아무런 무기를 가지고 오지 않은 아키라의 선택은 한가지···
“콘고오노요우니 카타쿠 나레!”
금강불괴신(金剛不壊神)이었다.
주문을 외우는 순간 몸은 금강처럼 단단해져서 적의 공격을 무력화 시키는 것이었다.
일초만 늦었으면 아키라의 몸은 만신창이 되었을 것이 분명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이었다.
“아키라 괜찮아?”
다급한 사쿠라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전에 그 장대한 오니의 목은 몸통에서 여지없이 잘려 바닥에 검은 피를 뿌리면서 쿵 소리와 함께 무너져버렸다.
오니가 아키라를 공격하는 것을 보자마자 검집에서 검을 뽑아 목을 노리고 오라와시(斬り押し) 횡단으로 휘둘러 베고 다시 칼집에 꽂았다.
칼집에서 흐르는 오니의 검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것만 보였을 뿐 아무도 사쿠라가 칼로 오니를 베는 모습을 볼 수 없었다.
번개를 베는 그녀의 칼을 막을 수 있는 존재가 있을까?
아니··· 베는 모습은 볼 수가 있을까?
첫 번째의 오니가 거목처럼 뿌리째 뽑혀서 무너지자 검은 피의 진한 냄새는 순식간에 연기처럼 숲속으로 퍼졌다.
나머지 오니들이 피 냄새를 맡고 가마터로 몰려오는 데까지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이 십여 마리의 오니들이 가마터를 빼곡하게 채우자 아무리 검술 실력이 뛰어난 사쿠라와 아키라가 있기는 하였지만 둘만으로 오니들을 막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산페이 오빠! 그 마수 가두는 항아리는 가지고 있나요?”
“아···아니 미안해 여기는 없고 집에 두고 왔지···”
“그럼 저와 아키라가 막고 있을 테니까 오빠는 빨리 가지고 와주세요”
“훈련장에 있는 조위 단장님도 불러 주시고요.”
“아···알았 어!”
너무 놀란 나머지 산페이 조차 아마테라스의 방을 떠올리지 못했다.
“조심해야 해요!”
오니들의 무리는 목이 잘린 채 처참하게 뒹굴고 있는 동료의 몸뚱이를 보고 나서는 상황이 절대 심상치가 않았는지 일체 숨소리도 내지 않고 공격과 수비를 위한 대열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놈들은 보통의 오니가 아니다!’
이들은 그냥 오니들이 아닌 군사훈련을 받은 특별한 오니 군단들이었다.
무리 중 다섯 마리는 가장 앞으로 서서 마치 탄탄한 수비를 위한 자세를 취했고, 열은 중간에서 공격을 준비하는 것 같이 보였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았다.
나머지 다섯은 뒤쪽에서 대기를 하는 모양새였다.
가장 앞에 다섯은 방망이를 들고 외치기 시작했다.
“젠부 타테니 헨신시로!(전부 방패로 변신해라)”
그러자 들고 있던 방망이가 가시가 돋친 무시무시한 방패로 변했다.
마치 고슴도치와 같은 모습으로 움츠리고 있었는데
누구라도 어설프게 공격하다 가는 바로 가시에 찔려 살아나기가 힘들어 보였다.
중간에 있던 오니들은 특별한 변화 없이 방어 태세만 갖추었지만, 수를 읽을 수가 없어서 더욱이 경계해야 하는 것은 분명했다.
뒤의 다섯 마리의 오니들은 공중으로 날아오르면서 주문을 외웠다.
“야니 헨신시로! (화살로 변신해라)”
날아오른 나머지는 숲 속의 나무 위 어딘가로 사뿐히 날아올랐다.
“아키라 저놈들 보통 오니들이 아닌 것 같아! 몸 조심해야 해!”
“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 둘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아키라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숲속에서 불화살이 백 여발이나 날아오기 시작했다.
전후 좌우와 하늘로부터 다섯 방면에서 쏟아 내렸다.
어느 한 곳도 피할 곳이 없이 촘촘한 공격이었다.
더욱이 멀리서도 화기가 느껴지는 불화살이라 모든 것을 태워 죽일 기세였다.
오니들이 화살을 쏠 때는 어깻죽지에서 팔이 하나가 더 튀어나와서 한 번에 십여 발을 쏘아 대기 시작하는데 마치 여름날 장대비가 쏟아지는 듯하였다.
현무빙침(玄武冰針)
음기와 한기를 관장하는 현무를 소환하여 모든 것을 순간 얼려버리는 아키라의 주문이었다.
“젠부 코오라세로!” (얼어버려)
꽁꽁 얼어버린 오니들의 화살은 하늘에서 얼음덩어리가 된 채로 후드득 떨어졌다.
섬광쇄도(閃光殺到)
사쿠라는 화살이 전부 바닥에 떨어진 것을 보고는 하늘로 튀어 올라 크게 원을 그리면서 검으로 오니들을 베기 시작하자 추풍낙엽 나무 위에 숨어 있던 오니들은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에 착지한 사쿠라가 바닥에 떨어진 오니 네 마리는 확인하였지만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아 두리 번 거리는 순간 하늘에서 다시 불화살이 쏟아졌다.
‘아차 마지막 놈이 공중에 있다는 걸 놓쳤구나···’
후방에 대기 중인 십여 마리의 오니들은 동시에 가시 촘촘한 몽둥이를 사쿠라를 향해서 던졌다. 방망이는 부메랑처럼 원을 그리며 날아가기 시작했다.
사쿠라는 진퇴양난 퇴로가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빠져버렸다.
하늘에서 날개가 달린 오니가 불화살을 쏘는 것을 뒤늦게 발견한 아키라.
들고 있던 부채를 펴서 사쿠라에게 던져 놓고는 다신 전열을 다져서 공격하였다.
천뢰진법(天雷震法)
하늘에 있는 천둥과 번개를 전부 불러 모아서 적을 일격에 쓸어버리는 공격이었다.
“카미나리토 이나즈마노 카미요!!!” (천둥과 번개의 신이여~)
번개에 직격탄을 맞은 하늘의 오니는 피하지도 못하고 새까맣게 타서 추락하였다.
자유자재로 도술을 쓰는 아키라의 모습을 보며 사쿠라는 다시 한번 감동을 하였다.
‘아키라 와~ 정말 대단한데···’
아키라가 던져준 부채가 회전하면서 커졌고 대부분의 화살을 막아주었다.
그중 한발이 사쿠라의 왼쪽 어깨를 살짝 스치고 말았다.
예상치 못한 공격이었다.
공중에서 화살의 공격이 없어지자 자유로워진 사쿠라는 날아오는 몽둥이를 피해서 하늘로 날아올랐다.
한 개의 무게가 이 천근(1.2톤)은 족히 되어서 바닥에 굉음과 함께 떨어지자 커다란 구멍이 생길 정도였다.
“부채로 막아줘서 고마워 아키라!”
“언니 어깨는 괜찮은 거지?”
“응 괜찮아”
떨어진 몽둥이는 바로 오니들의 손으로 돌아갔고 빠른 호흡으로 공격하겠다는 판단에 이도류의 고수 답게 두 개의 검을 뽑아서 남아있는 오니들에게 달려들었다.
무리 중에 우두머리로 보이는 놈이 전술을 주도하는 것이 분명하여 목을 노리고 달려들었다. 수비진의 오니들이 들고 있는 방패가 거북이의 등 모양으로 공격진의 오니들을 완전히 덮어버렸다.
‘쨍그랑 챙···’
오니를 공격하려던 사쿠라의 칼날이 완전히 두 동강이 나고 말았다.
그녀의 칼은 철이었지만 오니의 방패는 금강석이어서 당연한 결과였다.
원형의 돔 구장 같은 모양새인지라 저 방패막이를 뚫지 못하면 공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아이고 이를 어째?”
“언니 잠시만 기다려봐! 내가 마무리해 볼게!
위기의 순간이라고 직감을 한 아키라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수를 꺼낼 수밖에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전에 본인의 내공을 최대치로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몇 분의 시간이 필요하였고 그동안 백업을 해줄 동료가 필요했다.
“언니 내가 내공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데, 최소한 삼분이 필요해!”
“그동안 오니들의 공격을 막아줘! 부탁할 게”
“알았어! 내가 그동안 막아볼 게!”
“언니! 내 검을 쓰도록 해 자~”
도산검(涂山剑)은 삼촌 세이메이가 죽으면서 물려준 유품이었다.
음양사들 사이에서 신물로 내려오면서 많은 마수를 봉인하였다고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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