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화 기수와 사총사

셋이서
영덕에서 하룻밤을 자고
안동의 토수골에 자금을 보내고,
영양으로 울진을 돌아보고
필요한 것을 채워주었다.
그날 저녁 늦게
이골산에서 연락이 왔다.
산성에서 ‘도움을 바란다.’는
전갈을 받았다는 것이었다.
울진에서 발이 부르트도록
쉬지 않고 걸어 사흘만에
이골산에 도착했다.
세 사람은 거의 기진맥진하여
도착해 보니 유재기가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몇 명이나 갈 수 있겠소?”
“오십 명은 가능할 것 같소.”
“인원이 그 정도나 늘었소?”
“요즘은 하루에 두세 명이
우리 조에
들어오겠다고 하는 바람에,
사람을 고르느라 쉴 시간이 없소.”
“좋은 일이오.
내일 당장 동래부의 산성으로
갈 수 있게 준비하시오.”
다음 날,
무룡과 갑자조원은
점심 무렵에 출발해
양산에서 일박하고,
산성에 도착하고 나니
어두워진 뒤였다.
무룡과 일행이 나타나자
산성 주민들은
천군만마를 얻은 듯 환호했다.
무철이 제일 먼저 뛰어왔다.
“무룡아!”
“무철아!”
무철은 기다리던 친구
무룡이 나타나자 활짝 웃었다.
“무룡가 왔으니,
이제 걱정 없겠다.”
산성 주민1
“작년처럼
왜놈들도 이제 끝이다. 하하”
“무철아, 지금 상황은 어떻노?”
“놈들이 작년에
도적질하러 왔다가
우리에게 쫒겨서
물러난 뒤에 대단한 놈들을
데리고 온 것 같다.”
“숫자는
백 명 정도 되는 것 같다.”
“알았다. 그러면 너하고
최소한의 인원만 남고
나머진 농사를 도와라 해라.”
“어쩔려고?”
“어쩌긴 이골산의
매운맛을 보여줘서 다시는
노략질하러 못 오게 해야지.”
춘궁기에
왜놈의 노략질은
이중의 고통이다.
왜놈들을
빨리 쫓아내지 못하면
한 해 농사를 망칠 수
있는 탓이다.
그렇다고 관의 군사를
기다릴 수도 없다.
놈들은 빠른 시간에
노략질 하고 달아나기 때문에
좀처럼 잡기 어려운 실정이었다.
왜놈들의 동태를
파악하는 사이,
왜놈들의 총공세가 시작됐다.
무시무시하게 하게 생긴
검과 창을 들고 덤벼들었지만,
성으로 진입은 불가능했다.
왜놈들은 몇 차례
공격으로도 성에서
눈 하나 깜박하지 않자
작전을 바꾸기로 한 모양이었다.
칼을 든 놈 하나가
나와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무철아, 뭐라는 기고?”
“한판 붙자는 거다.
내가 나가까?”
“아이다.
알맞는 사람이 상대하게 해야지”
무룡이 기수에게 눈짓했다.
기수가 채찍을 들고
천천히 성 밖으로 나갔다.
무룡,
“기수, 단번에 기를 완전히
팍 죽여야놔야 될 것 같소.”
기수가 채직을 휘두르자
놈은 얼굴과 온 놈에 살이 터져나갔다.
견디다 못한 놈이
등을 보이고 도망을 갔다.
이어 창을 든 놈이 나타났고,
강재기의 창이
단 한 번에 심장을 뚫어버렸다.
당황한 왜놈들은
세 명을 내보냈다.
이번엔 대길산이
강재기와 기수를 만류하더니
언월도를 들고 나가
세 놈의 목을 따 버렸다.
이것으로
기세 싸움은 끝이 났고,
몰래 성 밖으로 나가
뒤에 매복하고 있던 조원과
성을 지키던
성민들의 합동 공격이 시작됐다.
기세가 꺾인 왜놈들이 저항했지만
이미 승부는 기울어진 상태였다.
삼십여 명이
죽거나 부상당하고
대장을 비롯한 나머지를
포로로 잡았다.
완벽한 승리 그 자체였다.
다음날,
삼총사와 조장,
성을 지키던 주민이
놈들을 포박하여 동래부에 넘겼다.
무철,
“이골산 사람들의
소문은 들었는데,
정말 대단하네.”
“무룡이 덕분에
올해 농사는 풍년이겠다.
고맙다.”
그날 왜놈과의 전투로
갑자조원들의 사기가 충천했다.
개개인의 능력에서
차이가 나 일방적인 전투였다.
그리고 유재기의 용병술과
자기를 빼놓았다고 투덜거리며
늦게 혼자서 합류한
기수의 공도 컸다.
관에서 왜놈을 물리친
갑자조원의 공로를
인정해 주었고,
돼지를 상으로 받아
잔치를 열었다.
기수,
“무룡, 왜 나를
데리고 오지 않았소?”
“기수,
목숨이 위험한 곳을
내가 어떻게 데리고 오겠소.
더구나 우리 조원도 아닌데.”
“에이, 서러워서
나도 갑자조원 해야겠소.”
“정말이오?”
기수의
귀신같은 솜씨를 본 조원들은
한호를 지르며 환영해주었다.
무룡은
무철과 헤어진 지 이틀 만에
이골산으로 돌아왔다. 그
리고 부족했던 돼지를 넉넉히 잡아
다시 잔치를 벌였다.
무룡,
“모두 고생했소.
우리가 왜놈을 쫓아내고
나라를 지키는 일에
힘을 보태게 되어 감개무량하오.”
“맞소, 맞소.”
“그리고 이번에 기수를
갑자조원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어떻겠소?”
“우리는 두 손 벌려 환영이오.”
“좋소.
그럼 오늘부터 기수는
우리 갑자조원이 되었소.”
‘만세. 만세’ 하는
여기저기서 들렸다.
“그리고 유재기를
오늘부터 유 책사로 부르기로 했소.
앞으로는 유 책사로 불러 부르시오.”
무룡과 삼총사
그리고 기수가 한 자리에 앉았다.
무룡은 그들을 감개무량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그날 저녁,
다섯 사람이 모여 의논을 했다.
“이제
삼총사에 기수를 넣을까 싶소.
기량이 출중하고
또 셋이 합치면 완성된
조합이 될 것 같소.”
유 책사,
“대장,
그럼 나는 삼총사가 아니오?”
“삼총사를 하고 싶소?”
“당연하지요.
셋이 얼마나 정이 들었는데.”
“알았소. 유재기는 책사로
부를 것이니,
셋이 모이면
삼총사,
넷이 모이면
사총사로 하면 되겠소?”
유재기는 그제서야
웃는 얼굴이 되었다.
기수,
“무룡 대장, 고맙소.
그리고 삼총사도
나를 받아줘서 고맙소.”
“아니오,
내가 오히려 고맙소.
기수가 합류하면
사총사가 완벽해질 것 같았는데,
바람만 가지고 있지
말을 하지 못했는데 정말 고맙소.”
강재기,
“기수의 채찍은 놀라웠소?”
무룡
“기수는 수리검 실력도
경지에 올랐소.”
대발산,
“우리도 좀 가르쳐 주시오.
대장이 바빠서
우리가 배울 시간이 없소.”
기수,
“환영해줘서 고맙소.
틈날 때 우리 같이 연습합시다.”
유 책사,
“그럼, 대장이 없이
노숙을 해도
우리가 굶는 일은 없겠네. 하하.”
무룡,
“일이 그렇게 되나?
사총사 만만세요.”
이골산으로 돌아온 무룡은
조원들을 단속하고
수련을 독려하는 일에 힘썼다.
봄이 되면서
이골산을 떠나는 사람이 생겼다.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은 사람이 갑자조에
들어오려고 애를 썼다.
갑자조는
가을에 있을 비무를 위해
전력을 다하는 한편
새로운 사람을 들이는데
신중을 기했다.
무룡은
이골산에서 지낸지
석달이 지나갈 무렵,
주흘산 요새에서 연락이왔다.
‘무룡 우, 한번 다녀갔으면 합니다.’
짤막한 전갈이었지만
무룡은 사총사를 데리고 가기로 한다.
“주흘산 요새에서 전갈이 왔소.
이번엔 사총사가 동행하면 좋겠소.”
유 책사,
“대장과 사총사가
모두 산을 비워도 괜찮을까요?”
“걱정하지 말고
달수, 언유, 진달을 불러오시오.”
강재기,
“대장, 셋을 데리고 왔소.”
“이번에 우리 넷이
주흘산 요새를 다녀올 것이오.
달수, 언유, 진달 이 셋이면
여기는 문제 없을 것 같은데
어떨 것 같소?”
진달,
“우리에게 맡긴다고요?”
언유,
“그게 재밌겠소.”
달수,
“맡겨만 준다면,
대장이 다녀올 동안 차질 없이
돌아가도록 하겠소.”
“옳거니,
셋이 힘을 합친다면
문제없을 것 같소. 잘 부탁하오.”
무룡은
아침을 먹고
사총사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중간에 전에 들리지 못한
안동 토수골에 들러
공사상황을 점검했다.
집 공사는
차질 없이 잘 되고 있는 것을 보고
문경으로 발길을 돌렸다.
주흘산 요새도
공사가 끝나고
농사일로 바쁘게 보였다.
“어서 오시오. 무룡 우”
“농사일은 차질 없소?”
“무돌과 다른 이들이
잘 봐주고 있소.”
“다행이오.
근데 무슨 일이오?”
“옥천에
대단한 장사가 있다고 하는데,
우가 가서 만나야 할 것 같소.
또 충주에선
맹호란 자에게 충청도의 세력이
모이고 있다는 소문이오.
우리가 위로 뻗어나가려면
충청도의 숨은 인재를 먼저
알아놓아야 할 것 같소.”
“알았소.
옥천 장사의 이름이 무엇이라 했소.”
“옥천의 장령산 자락에 사는
소뿔이라고 들었소.”
“소뿔이?”
“소뿔을 뽑을 정도로
대단한 장사라 그렇게 부른다 했소.”
네 사람은
하룻만에 장령산 자락에
도착했다. 주막에 들러 소뿔의
이야기를 물어보았다.
유 책사,
“옥천에 장사가 있다고 들었는데
어디를 가면 만날 수 있소?”
“댁들도 씨름을 해 보려고 왔소?”
“씨름이라뇨?”
“소뿔을 만나려면 씨름을
잘해야 만날 수 있소.”
“그러니까 씨름을 잘하면
소뿔 장사를 만날 수 있단
말이지요?”
“그렇소.”
무룡,
“씨름은 누가 제일 낫소?”
대발산,
“나보다는 몸이 부드러운
강재기가 나을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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