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화 대장부 맹호를 얻다

무돌의
선공으로 시작됐다.
기수가 표적이 날리고
무돌은 하나씩 여섯 개 모두를
정확하게 맞췄다.
구경꾼1
“새총에 도사가 나왔소.
올해는
저 사람이 우승할 것 같소.”
구경꾼2
“예심이라면 모를까
결승 아니오.
수리검을 던지는 사람도
귀신같은 솜씨요.”
심판관이
관중을 진정시켰다.
“자자,
이 멋진 광경을
눈앞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우리들의 복이오.
사수들이 집중해서
던질 수 있게 조용히 합시다.”
무돌이 나무를 던졌고,
수리검은 정
확하게 정중앙에 박혀 떨어졌다.
구경꾼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구경꾼2
“보시오. 내 말이 맞지 않소.”
사내는
마치 자기가 던진 것처럼
어깨를 으쓱했다.
그때 심판관이 나서며
분위기를 띄웠다.
“자 조금만 뒤로 물립시다.
이번엔 여섯 개의 표적을
동시에 던질 차례요.”
기수가 표적 여섯 개를 던졌다.
표적 다섯 개를
연달아 맞추던 무돌이 돌을 놓쳐
하나를 쏘지 못했다.
구경꾼의 입에서 ‘아깝다.’ 하는
탄식이 흘러나왔다.
이어
무돌이 표적을
하늘 높이 던져 올렸고,
곧 여섯 개의 표적이
땅에 떨어졌다.
심판관의 흥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여섯 개가 전부 명중이오.”
관중들의
함성이 산을 울렸다.
맹호,
“아는 사람이오?”
무룡은 고개를 끄덕였다.
맹호는 손가락으로
기수를 가리켰다.
무룡은 고개를 흔들었다.
맹호가 무돌을 가리켰다.
무룡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
맹호가 잠시 생각하더니
“둘 다?”
무룡이 고개를 끄덕였다.
맹호는 비로소
무돌이 실수하는 척하며
하나를 맞추지 않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기수와 무돌이
무룡을 향해 빙긋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다음은
맨손 격투기였다.
주흘은 물 만난 물고기처럼
격투판을 휘저었다.
그리고 결승을 앞두고
주흘은 기권을 하고
상대 선수가 우승했다.
“맹호,
이번에도 결승에 둘 다 올랐소?”
“아니오.
한 사람은 모르는 사람이오.”
맹호
“압도적인 기량을 가졌는데,
왜 기권했는지
물어 봐줄 수 있겠소?”
“그게 그렇게 궁금하오?”
맹호
“그렇소.
무룡은 승승장구하다가
기권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소?”
“아마도 우승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지 않았을까 싶소.”
맹호
“최고가 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뭣이란 말이오?”
무룡은 유 책사를 보며
주흘을 불러오라 지시했다.
잠시 뒤,
주흘이 땀을 닦으며
무룡에게 다가왔다.
“대장 불렀소?”
“서로 인사하시오.”
“주흘이오.”
“맹호요.”
“여기 맹호가
주흘이 기권한 이유를
알고 싶어 해서 불렀소.”
맹호,
“대체 기권한 이유가 무엇이오.
우승하고 싶지 않았소?”
주흘은 무룡을 쳐다보았다.
“솔직히 이야기해보시오.”
주흘,
“결승에서
멋지게 한판 하려고
준비하고 있는데,
상대가 절뚝거리며 걸어가고 있어서
알아보았더니 다리가 부러졌다 했소.
사람이 반듯하고
우승에 대한 열망도 대단해서
방법을 찾다가
내가 먼저 기권했소.”
무룡은 주흘을 보며,
“잘했소.
주흘이 우승자나 다름없소.”
그 말을 들은
맹호의 표정이 변했다.
“무룡, 대련 종목에도
출전할 사람이 있소?”
“아마도 있을 것 같소”
대련 종목은
가장 치열한 종목이다.
보장구를 걸치고
대련을 하지만
실전에 가장 근접한 실력을
검증받는 것이다.
유장과 진진은
준결에서 만나게 되어
진진이 양보해
유장이 결승에 올랐다.
유장의 상대는
월도를 들고나왔다. 그
러나 유장의 탄탄한 실력 앞에
맥없이 물러났다.
충주 맹호의 대결장은
무룡 일행의 잔치가 되었다.
첫날은 그렇게 끝이 났다.
두 번째 날은
입상자들이
서로의 기량을 보여 주는
자리였다.
시합에서 보여 주지 못했던
기술들을 보여 주고
구경꾼들을 흥미를 끌어내는
자리였다.
해가 뉘엿해질 무렵
이틀간의 잔치는
성황으로 끝이 났다.
무룡 일행이
흐뭇한 마음으로 모였다.
무룡,
“오늘은 고기가 먹고 싶은데
몇 마리 잡아가는 게 어떻겠소?”
맹호가 나더니
“그거 놓은 생각이오.
나도 고기 생각이 났는데
따라가도 되겠소?”
무룡,
“대신,
큰 놈이면 힘을 보태야 하오.”
“알았소.”
일행은 돌을 들고 연습하듯
날 짐승 몇 마리를 잡고,
이어서 주흘이 편곤 한 방에
멧돼지를 비틀거리자
진진이 번개같이 다가가
검을 깊이 찔러넣었다.
멧돼지는 ‘꽥’
소리도 제대로 내지 못하고
죽어버렸다.
무룡은
“우린 이걸 먼저 가지고 갈 테니,
몇 마리 더 잡아서 오시오.”
“일았소 대장.”
무룡과 맹호가
멧돼지 다리를 묶고
다리사이에 나무를 끼워
어깨에 메고
맹호의 집으로 돌아왔다.
맹호,
무룡을 보고,
“우리가 먼저 가도 되겠소?”
무룡,
“먹을 입이 많던데
좀 더 있어야
잔치를 할 것 아니겠소?”
맹호
“그렇긴 하지만,
어째 주객이 전도된 것 같소.”
무룡
“아무렴 어떠시오.
이게 사람 살아가는 재미 아니겠소.”
그날 저녁
멧돼지와 노루 두 마리,
날짐승 몇 마리로
잔치가 벌어졌다.
맹호,
“나를 따르는 사람들도
의협심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무룡의 일행을 보니
대단하단 생각밖에 안 들었소.”
무룡
“모두 가진 재능이 출중하지요.”
맹호
“재능도 뛰어나지만
내겐 그보다도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더 와닿았소.
이런 사람들이 곁에 있다는 건
무룡이 더 대단하다는 것 아니겠소?”
무룡
“과찬이오.”
맹호
“괜찮다면 내일 한 수를 청해도 되겠소?”
무룡
“비무가 뭐 어려울 게 있겠소.”
무룡은
맹호의 일행이 떠나기 전에
일이 성사되면 좋겠다 싶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다음날 새벽,
무룡은 지팡이를 들고
산으로 올랐다.
맹호가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시오.
뭘로 겨루겠소?”
“검이든 수리검이든
투석이든 좋소.”
“그럼 검이 좋겠소.
받으시오.”
용맹, 맹호의 검법은
사나운 맹수가
먹잇감을 보고 달려드는 것처럼
날렵하고 힘이 있었다.
웬만한 검으로는
감히 근접할 수도 없을 만큼
대단한 기세였다.
송곳니를 드러내고
목덜미를 노리는 맹수처럼
거침없고 힘이 넘치는 검법이었다.
겉으로 보기에 맹호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 같은 모양새였다.
처음에는
맹호도 그런 줄 알았다.
그런데 무룡은 물러나면서도
그 자리를 벗어나지 않고
맴돌고 있었다.
맹호가 그것을 깨달았을 땐,
숨이 목에까지 찬 상태였다.
“왜 공격하지 않으시오?”
“내가 공격할 틈을 찾기 어렵소.”
맹호는 별안간 칼을 내리고,
무룡을 노려봤다.
“나를 존중하는 마음이 있다면
한 번만 보여 주지 않겠소?”
둘은 다시 검을 들었다.
맹호의 공격이 시작됐다.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만
동작이 끊어지고 흐트러졌다.
맹호가 마지막 일격을 날리려고
내려 베는 순간
목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
급히 검을 멈추었다.
무룡의 검이
어느새 맹호의 목 앞에 와 있었다.
“내 마음이 흐트러진 것이오?”
“아니오.
맹호의 검세는 대단했소.
내가
동작과 동작의 사이를 노려서
끊어내는 재주를 부린 것이오.”
“검으로 상대할 만한
적수를 만나 본 적 있소?”
“솔직히
지금까지 만난 사람 중에
맹호가 제일인 것 같소.”
“고맙소.”
“인재를 찾는 이유가 무엇인지
솔직히 말해 줄 수 있소?”
“크게 첫째는
불쌍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악을 없애는 일이고.
둘째는
내 나라와 사람을 보호하고
지키는 일이오.”
“벼슬을 얻을 생각은 없으시오?”
“그건 내게 어울리지 않소.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면 나는 족할 것이오.”
“변혁할 생각은 없소?”
맹호의 위험하고
노골적인 물음이었다.
“만약, 내게 그런 힘이 있다면
이 강토를 노리는 침략자들과
맞서는 일에 쓰겠소.”
“내게 바라는 것이 무엇이오?”
“나와 같이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의
울타리가 되어주면
천군만마를 얻은 것 같겠소.”
아침 식사를 마치고
이제 해어지려는 시간이다.
맹호,
“나는 내가
‘우물안에 개구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소.
그래서
무룡과 뜻을 같이하기로 했소.
나처럼 할 사람은 말하시오.”
맹호의 말이 끝나자마자
분위기가 조용해졌다.
“아산에 두꺼비요.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요 형님.”
“공주에 장태인데요.
나도 뭔 상황인지 모르겠소.”
“부여의 너구리요.
나도 뭔 소린지 모르겠소.”
“난 담양에 불곰이오.
그렇지 않아도
옥천 장령산 장사 소뿔이도
이상한 소리를 하던데
우리 따로 의논 좀 하면 안 되겠소?”
“난 음성에 투가리요.
아무래도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소.”
“서산에 방개요.
나도 같은 생각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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