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충청도 인걸을 얻다

무룡은
맹호 일행을 남겨 두고
나왔다.
주흘,
“무룡 우, 괜찮겠소?”
유 책사,
“충청도에선 맹호의 말이 절대적이오.
걱정할 것 없을 것 같소.
다만, 너무 급하게 나온 말이라
어안이 벙벙해서 그런 것이오.”
유장,
“맹호의 입김이 그렇게 세오.”
유 책사
“맹호의 마음만 얻으면
충청도를 얻는 것이오.”
대발산,
“올라오면서 보니까
맹호의 힘이 절대적인 것 같았소.
그만큼 맹호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는 것 아니겠소.”
진진,
“조금 더 기다려 봅시다.”
무돌,
“진진 말이 맞소.
그럼 우리 그사이에
무룡 우에 대한 호칭을
통일하는 게 어떻겠소?”
유 책사,
“어떻게 말이오.”
무돌,
“대장, 우, 꼭두, 형님이든 말이오.
그래야 덜 헛갈릴 것 같소.”
유장,
“무룡 우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의논대로 하시오. 나는 다 좋소.”
유 책사,
“그건
좀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그동안은 편한 대로
부르도록 합시다.”
잠시 뒤,
의논이 끝났는지 모두
맹호를 따라 나왔다.
“나는 천안의 깍두기요.
우리 모두
맹호 형님을 따르기로 했소.
절 받으시오.”
무룡은
손을 내저으며
“고맙소.
그런데
우리는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이지
누가 위고 아래라는 건 없소.
그러니 절을 하려거든
다 같이 합시다. 어떻소 맹호?”
“알았소. 같이 절합시다.
이제 우리는 하나요.”
서로 맞절하고 앉았다.
“고맙소.
천군만마를 다 얻은 것처럼
든든합니다. 고맙소,
맹호, 그리고 여러분.”
“열심히 돕겠습니다.
그리고 나는 무룡을
형님으로 모시겠소.”
“형님은 무슨,
그냥 이대로 지냅시다.”
“형님은 내가 싫소?
그게 아니라 나는 아직
형님으로 대접받을
나이가 아니오.”
“나에게 형님은
물리적 나이로 하는 게
아니란 걸 아시오.
그러니 내 맘 변하기 전에
맹호야! 하고 한 번만 불러 보슈.”
그러나 무룡은
좀처럼 입을 떼지 못한다.
맹호,
“안 되겠다.
내 맘도 모르니
같은 식구가 되겠다는 것
취소해야겠소.”
“매엥호야!”
“매엥호야가 뭐유?
다시 한번 제대로 해 보슈.
다 같이 듣게.”
“그래, 맹호야!”
“들었지. 무룡형님이
동생으로 삼겠다고
내 이름을 부르는 것 들었지?”
유 책사,
“나도 들었소.”
“나 두꺼비도 우리도 들었소.”
“장태도 들었소.”
“나도 나도···.”
무룡 일행은
그제야 무돌이 좀 전에
한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유 책사,
“난 무돌이 한 말의
의미를 이제야 알았소.
미안하오.”
무돌,
“그게 뭐 미안할 일이오.
좋은 말을 찾아보면 될 것 아니오.”
맹호,
“이 시간 이후
우리는 한 가족이 되었다.
앞으로 무룡 형님이
시키는 일은
내가 하는 것으로 알고
따르도록 해라.”
일동,
“예, 형님.”
무룡,
“고맙소.
앞으로 우리가 서로 힘을 합쳐
잘 지내봅시다.
그리고 오늘 내가
잔치를 열 것이오.
바쁘지 않은 사람은
모두 즐기고 갑시다.”
“난 음성의 투가리요.
그러다 계명산 자락에
짐승의 씨가 마르는 것 아니오?”
유 책사.
“그건 걱정하지 마시오.
좀 있으면
소 한 마리를 몰고 올 거요”
충청도 식구들
“오늘은 아무래도 맹
호 형님에게 신세를 져야겠소.
나도 나도.”
기수,
“이제 우리가 한 식구가 되었으니
서로 인사를 나눕시다.
나는 기수요.”
그렇게 한동안 인사가 오갔다.
인사가 거의 끝나고,
“나는 천안의 깍두기요.
어떻게 하나같이
대단한 사람만 모였소.
이번 대회는 무룡 일행이
우리 땅에 와서
모조리 다 해 먹고 말았소. 하하.”
기수,
“그러게, 미안하게 됐소. 하하”
“난 진천의 불곰이오.
난 궁금한 것 못 참겠소.
그중에 누가 센 거요?”
진진,
“나도 궁금해 질 때가 있소.
일단 힘으로는
대발산, 강재기
그리고 주흘이 막상막하일 거요.”
“공주의 장태요.
그럼 다른 무기는 없소?”
유 책사,
“대발산은 언월도,
강재기는 창,
주흘은 편곤을 쓰는데,
셋에게 걸리기만 하면
살아남지 못하오.”
“부여의 너구리요.
세고 센 중에 누가 제일이오?”
대발산.
“이등 삼등은 몰라도
일등은 우리 무룡 대장이오.”
그날 두 무리는
밤새 흥겹게 놀고
다음 날 오후에 헤어지고
무룡 일행만 맹호와 남았다.
맹호,
“듣자 하니 형님이
수리검에 일가견이 있다 들었소.”
“배우고 싶소?”
“당연하지요.”
“우선 투석부터 연습하시오.”
“어디 표적을 정해보겠소?”
“저기 저 나뭇가지로 하겠소.”
무룡은
돌을 집어 들고 연속으로
표적에 돌을 맞췄다.
맹호는 그것만으로도
입이 벌어졌는데,
하늘 높이 던져
떨어지는 돌을 맞추는 데는
할 말을 잃어버렸다. 맹호는
무룡으로부터 돌 던지는 자세
힘 빼는 것을 배웠다.
“맹호 동생은 남들보다
성취가 훨씬 빠를 것 같소.
안 될 때는 힘을
빼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거요.”
“알았소. 형님.”
무룡은 그날 오후
아쉬운 작별을 했다.
먼 길을 가야 하는
사총사를 먼저 보내며
“충청도에
새로운 식구들이 많이 생겼으니까,
내려가면서 만나 보고
또 옥천에 소뿔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살펴 봐주면 좋겠소.”
“알겠소, 대장.”
오후에
문경의 유장,
주흘, 무돌 진진과도 헤어졌다.
무룡으로서는
이번 여행에서
맹호라는 걸출한 인재와
충청도를 아우르는
많은 식구를 얻은 것은
대단한 행운이었다.
그 모든 것이
맹호라는 인물의 덕택이었다.
무룡은
맹호와 이틀을 같이 지내며
뜻을 다지고 의기투합했다.
맹호도 무룡의
소탈한 성격이 좋았는지
“형님과 죽을 때까지 같이
했으면 좋겠소.”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무룡은
아침저녁으로
맹호의 투석을 가르쳐 주고,
사흘째 되는 날,
맹호와 아쉬운 직별을 했다.
무룡은 떠나며
“앞으로 이곳을
요새로 만들고 사람도
좀 들였으면 좋겠소.
그래야 이곳에
사람이 모이기 쉽지 않겠소?”
“아직은 좀 무리입니다.”
“어떤 무리요?”
“이 산의 이용할
허락도 얻어야 하고···.”
“누구에게 말이오?”
“그야 산주에게
동의를 구하는 일이지요.”
맹호는
새삼 돈과 거리를 두며
살아온 자신을 뒤돌아봤다.
“나는
이 멋진 요새를
충청도의 거점으로 활용할 생각인데
맹호 아우는 어떻게 생각하시오?”
“그렇게만 된다면 최고지요.”
“그럼 그렇게 만드시오.
이제부터 이 요새를
맹호에게 맡기겠소.”
“무룡 형님, 설마?”
“맹호 아우 때문에
내 등짐이 가벼워져서
갈 길이 수월하겠소.”
“형님!”
“그리고 요새를 만드는데
필요한 자금과 물품은
꼭두서니와 주흘산에
요청하면 보내 줄 거요.”
“고맙습니다. 무룡 형님.”
“아니오.
내가 고맙소.
맹호 같은 심지가 곧은 사람을
식구로 맞이해서 너무 기쁘오.”
무룡은
맹호와 작별하고
제천, 단양을 거쳐
강원도 땅 태백에 도착해
산길을 걸었다.
장터에서 준비해 온 밥을
막 먹으려는데
열서너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가 지나갔다.
둥둥 아무렇게나
걷어 올린 바지와
저고리 소매,
불량한 눈빛,
건드리기만 하면 터질 것
같은 아이였다. 무
룡은 심통 난 아이의
얼굴을 보고 무심코,
“어른을 보고도
본체만체하고
지나가는 것을 보니
부모 속깨나 섞이겠다.”
그 아이는
가던 길을 돌아와
얼굴을 무룡 코앞에 대고,
“괜히 남의 일에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아저씨는 가던 길이나 가시오.”
하며 눈을 부라렸다.
무룡은 피식 웃으며
불만 가득한 이놈을
‘혼 좀 내줘야겠다.’
생각했다.
“어디 사는 누군데,
그렇게 눈을 부라리고
다니느냐.
잘하면 눈 튀어나오겠다.”
돌아가려던
아이가 다시 다가와
눈을 위아래로
올렸다 내렸다 하며 씩씩거렸다.
“너 눈 그렇게 뜨다.
가자미 꼴 난다.”
“아저씨가 뭔 상관인데?”
“말을 함부로 하면
매를 버는 것이다.
용서해 줄 테니. ‘
잘못했다’ 한마디만 하고 가라.”
“싫소.”
무룡은 지팡이로 돌아서는
아이의 다리를 걸었다.
아이는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잘못했다
한마디면 된다니까?”
“싫소.”
무룡이 이번에는
반대쪽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아이는 옷을 툴툴 털고 일어서며
무룡의 눈앞에 얼굴을 디밀며
“싫소.”
“어쩔 수 없네.
오늘 내가 네 버릇을 고쳐주마.
그냥은 심심하니까.
몽둥이 하나 들고 오너라.”
아이는
무룡을 두들겨 패줄
기회를 얻었다 싶었는지
자기 팔뚝만 한
나무하나를 들고 왔다.
“물리기 없기요?”
무룡은 빙긋 웃으며
“너도 후회하기 없기다?”
“나도 남자요.”
“오호라
내가 보기엔
심퉁만 잔뜩 부리는
아이 같아서
혼내주기 그랬는데 잘됐네.”
아이는 ‘두말없기요.’ 하면서
공격해 왔다.
무룡의 발이 옆으로 슬쩍 비켜났다.
나무는 바닥을 내리쳤다.
“그래 가지고 맞추기나 하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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