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룡전(武龍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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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서혁(瑞赫)
작품등록일 :
2024.05.08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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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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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7.06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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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73화 영길이의 지혜

DUMMY




영덕에 있던 영길은

무룡이 찾는다는 말이 기뻤다.

무룡이 보고 싶기도 했고

또 얼마나 컸는지

자랑하고 싶기도 했다.

영길은 영덕에서

반나절 만에 울진에 도착했다.


“무룡 아저씨!”

“영길이 왔구나.”


영길은 무

룡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안 본 사이에 키가

한 뼘이나 컸구나.”

“예, 이제 투석하는 것도

많이 늘었어요.”

“글공부와 약초 공부는 어떠냐?”

“그것도 하고 있어요.”

“잘해 내리라 믿고 있었다.”


무룡은

영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무룡 아저씨, 물 때문에

농사에 차질이 많다면서요?”

“그러게 말이다.

큰일이다.

농사를 못 지으면

우리도 문제지만

아랫마을 사람들이 더 큰 일인데.”

“일단 제가 한번 둘러보고 올게요.”


그날 오후,


“저 산의 물은 요새를 거쳐서

마을로 내려갈 수밖에 없이

되어 있어요.

암벽으로 되어 있어서 물길을

다른 데로 돌릴 수도 없어요.”

“그래서?”

“보름 정도만 있으면

더 이상 물을 가두지 못하고

물이 넘쳐서 내려올 것 같은데요?”

“농사는 때가 중요한데,

그럼 농사가 너무 늦어진단 말이다.”

“그럼 방법을 찾아야지요.”

“어떻게?”

“장용 아저씨는 일단

관에 발고를 하세요.

그리고 관에 가서

산을 살 생각도 있는데

너무 비싸다 대신

물을 좀 보내달라고 해보세요.”

“그것만 하면 되냐?”

“반드시 관청 사람이

있는 데서 말하고

‘자기 물이니까

자기가 책임진다.’라는

말이 나오게 해주세요.

나머진 제가 할게요.”

“알았다.”


장용은

산을 살 생각이 있는 척하고

관에 들어갔다. 그리고


“산 가격이 처음보다 너무 비싸

나로선 엄두를 못 내겠소.

처음 말한 값이면 어떻겠소?”

하고 물었다.

“장난치나,

그럼 올해 농사는 못 지을 텐데.

그래도 괜찮겠소?”

“지금까지 그물을 이용해서

농사를 짓는 아랫마을 사람들을

생각해서라도

물을 좀 내려주면 어떻겠소?”


퉁길이라는 자는

장용의 말에

눈을 부라리며 성깔을 부렸다.

관원과 내통하고 있는

퉁길의 입장에선

안방이나 다름없었다.


“뭔데 바쁜 사람 불러내서

헛소리하고 있소.

그 가격에 산을 사지 않으려거든

마음대로 하시오.”

“제발,

물만이라도 좀 보내 주시오.”

“내 산이고 내 물인데

내가 왜 물을 보내줘야 해?

물은 내거니까

내가 책임지고 맘대로 할거요.”

“그래도?”

“그래도는 무슨?”


장용은 도움을 바라는 듯

관원을 쳐다보았다.

그러나 이미 한 통속으로

짝짜꿍인 관원이 공정할 리 없었다.


관원,

“자기 물이니까 자기가

책임진다는데 뭐라 할 수 없소?”


장용은

잔뜩 풀이 죽은 모습으로,

“그럼 자기 물이니까 자기가

책임진다는 것을 글로 써 주시오.”

관원,

“그것은 왜?”

“그걸 가져가야

아랫마을 사람들에게 보여 주고

돈을 모으든지

방법을 강구하지 않겠소?”


관원은

슬쩍 퉁길의 눈치를 살폈다.

퉁길의 고개가

보일 듯 말듯 움직였다.


관원은 퉁길에게,


“글로 써 줘도 괜찮겠소?”


하고 묻자

퉁길은 선심이라도 쓰듯


“그쪽에서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시오.”


그날 저녁 장용은

뜻밖에 글로 확약을 받아왔다.


영길,

“장용 아저씨와 몇 사람은

솜, 비단 등 비싼 물품을

준비해 주시고,

나머지 사람들은 마을로 나가

버린 솜, 헌 옷가지 등 못 쓰는 물건을

주워오면 됩니다.”

장용,

“알았다. 네 꾀를 믿어보자.”

“지금 당장 해주세요.”

장용과

요새 사람들이 마을로 내려갔다.

무룡,

“대략 어떤 생각인지는 알겠다.

그런데 물이 넘기기를 기다리면

너무 늦을 것 같은데?”

“걱정하지 마세요.

제게 다 방법이 있어요.”

“뭔데?”

“그건 나중에 보세요.”


무룡은

뿌듯한 마음으로

영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흘 뒤,

관에 고발장이 도착했다.

내용은 옷감과 솜, 비단,

농사지을 씨앗 등을

말리려고 내놓았는데,

위쪽 산에서 감자기 물이 내려와

씨앗은 쓸려가고 옷감과 솜은

다 버리게 됐다는 내용이었다.



관원의 연락으로

퉁길이 현장에 도착해 보니

이미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아이고 물을 주지 않아서,

농사도 못 짓고

솜과 옷감을 말려서라도

먹고 살려고 했더니

이게 무슨 날벼락이오.

이걸 물어주려면

이젠 우리 다 죽었다.

아이고, 아이고.”


하는 곡소리가 들렸다.

퉁길이 일꾼에게서

‘보름 정도는 끄떡없다.’

소리만 믿고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그때

영길이가 나섰다.


“아버지,

물이 위쪽에서 내려와 손해를 봤는데

왜 우리가 손해를 봐요?”


기다리고 있던

한 사람이 냉큼 말을 받았다.


“맞다. 저 아이 말이 맞다.

위산 주인에게 손해를 물려야 한다.”


분위기는

급작스레 방향이 퉁길에게 갔다.


퉁길,

“내가 왜?

물이 아래로 흐르지 위로 흐르나?”

장용,

“자기 물이니

‘책임도 자기가 진다.’ 하지 않았소?”

“그게 뭔 소리요?”

“뭔 소리긴 여기 보시오 여기.”


장용이

글이 적힌 종이를 내밀자

퉁길이도

더 이상 빨 뺌을 할 수 없었다.


무룡,

“빨리 물을 가두지 않으면

멀쩡한 저 아래 것도

다 못 쓸 판이오? 어떻게 하겠소.”


퉁길과 관원이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손해가 얼마나 되오?”

“백오십 냥은 넘을 것 같소.”

퉁길,

“아니 이런 날도둑들을 봤나?”

장용,

“날도둑이라 했소?

그럼 이 물건을 맡긴

사또의 장인인 윤 진사께

그대로 전해 주리다.”

“뭐, 뭐요?”

관원,

“그게 사실이오?”

장용,

“그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윤 진사를 ‘날도둑이라’ 했으니

내일 아침이면 넉넉히 알 것이오.”


퉁길과 관원은

사색이 되었다.

관원은 까닥 잘못하다간

관에서 쫓겨나는 것뿐 아니라

옥에 갇히는 그림이 그려졌다.


관원,

“머뭇거리다

우리 둘 목이 날아가겠소.

빨리 좋게 해결 보시오.

욕한 것이 윤 진사의 귀에

들어가는 날엔

욕한 당신뿐 아니라

말리지 못한 나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소.”

퉁길은 어저지 못하고

“실언했으니 용서하시오.”

하고 고개를 숙였다.


영길의 기지로 이젠

칼자루가 넘어온 상태였다.

영길은 윤 진사와

피해를 들먹이며 부추겼고,

결국 선심 쓰듯

열 냥을 주고 산을 샀다.

공짜나 다름없이

산 하나를 얻은 것이다.


무룡,

“장용은 윤 진사를 아시오?”

“윤 진사? 영길이 말해줘서

그대로 했소. 하하”

“그런데 영길아,

물이 어떻게 그렇게 빨리 넘쳤을까?”

“넘치긴요,

밤에 몰래 가서 막아놓은

돌을 치워버렸지요.”

“어른들도 버거울 정로

큰 돌이 든 데?”

“지렛대를 이용하면

작은 힘으로 산도 들 수 있어요. 하하”

“영길이 덕택에

이제 울진 요새가 제일 요새가 되겠구나.

영길에게 뭘로 보답해 줄까?”

“이제 수리검을 가르쳐 주세요.”

“투석하는 것을 확인해 보고

됐다 싶으면 그렇게 하마.”

“네.”


영길은

당장 수리검을

배우기라도 하는 것처럼 좋아했다.

무룡은 영길과

태백의 항불 같은 아이가

무럭무럭 자라 세상의

빛이 되어주면 좋겠다 싶었다.


울진 요새의 대공사가 시작됐다.

농사철과 맞물려 일이

더뎌지긴 하지만

윗지방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더없이 좋은 자리였다.

옆 산을 좋은 조건으로 샀고

비단과 솜 기타 남은 물건은

영길에게 맡겼다.


“여기 요새에

쓸 물건이 아닌 것은 네가 가져가

알아서 처분하도록 해라.”

“내가 어떻게 하든

상관없다는 말이지요?”

“팔아서 엿을 사서 먹던 영순의

노리개를 사주던 알아서 해라.”


무룡은

장사 수완이 좋은

영길이 손해 없이

팔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날,

영길은 솜을 지고

마을로 내려가더니 오후에는

마을 사람 여럿을 데리고 왔다.


마을 사람1

“농사를 짓게

물을 내어 준 것도 고마운데,

그 비싼 솜까지 내주시니 고맙소.”


무룡은 무슨 말인가 싶어

영길을 보았다.

영길은 하늘을 보며 재밌다는 듯

딴짓을 하고 있었다.


“이 아이가

무룡이라는 사람이 시켜서

한다고 했소.

땅만 보고 사는

우리 같은 무지렁이까지

거두어 줘서 고맙소.”

“아랫마을에 사람들이

얼마나 살고 있소?”

“30명 정도요.”

“먹고 살기는 어떻소?”

“우리야 남의 논을 빌려 사는

소작농이니 굶지만 않을 정도요.”

“알았소.

오늘 오후에 마을을 대표할 사람들과

같이 오시오. 할 말이 있소.

나쁜 일은 아니니 걱정하지 마시오.”

“알았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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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무룡전 2부 끝 24.08.08 93 0 -
108 108화 무룡, 치악산을 찾아가다 24.08.09 160 4 10쪽
107 107화 한양으로 떠나다 24.08.08 146 4 10쪽
106 106화 철탄산 약장수 3 24.08.07 147 3 9쪽
105 105화 철탄산 약장수 2 24.08.06 145 5 10쪽
104 104화 철탄산 약장수 1 24.08.05 146 4 9쪽
103 103화 가락과 가미의 인연 24.08.04 147 4 9쪽
102 102화 고약한 약 24.08.03 149 4 9쪽
101 101화 증포 기술자 여주 24.08.02 155 3 10쪽
100 100화 동행 24.08.01 161 4 9쪽
99 99화 증포 기술자 주령 24.07.31 165 3 10쪽
98 98화 달일 형제와 석룡산 요새 24.07.30 166 4 10쪽
97 97화 박지광과 도적 24.07.29 165 4 10쪽
96 96화 부상의 그릇 24.07.28 166 4 10쪽
95 95화 태산을 가르치다 24.07.27 170 4 10쪽
94 94화 만강과 태산 24.07.26 174 4 10쪽
93 93화 부상을 만나다 24.07.25 184 4 10쪽
92 92화 항불의 복수 24.07.24 177 3 9쪽
91 91화 비우의 마음 24.07.23 173 4 9쪽
90 90화 평삼 형제와 인삼 24.07.22 181 4 10쪽
89 89화 밤발, 바람개비, 망치 24.07.21 175 4 10쪽
88 제88화 평삼 형제와 박치기 2 24.07.20 175 4 12쪽
87 87화 평삼 형제와 박치기 1 24.07.19 200 4 9쪽
86 86화 꾀돌이 삼총사 뜨다 2 24.07.18 193 3 9쪽
85 85화 꾀돌이 삼총사 뜨다 1 24.07.17 199 4 9쪽
84 84화 농간 24.07.16 192 4 11쪽
83 83화 익산, 완주, 진안, 접수 작전 24.07.15 201 4 9쪽
82 82화 비우를 맡기다 24.07.14 204 4 9쪽
81 81화 두청과 비우를 만나다 24.07.13 196 4 9쪽
80 80화 세 여자 24.07.12 214 4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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