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7화 악연, 세휘를 만나다

무룡은 곧장
충청도 땅 음성으로 출발했다.
투가리에게 가면서
맹호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했다.
“어서 오시오. 무룡 우”
“잘 있었소. 투가리도?”
“우 덕분에 우리는
잘 지내고 있소.
근데 저놈들이
보통 놈들이 아니어서 걱정이오.”
“충주에 맹호를 불렀으니
곧 도착할 거요.”
“맹호 형님이 온다고요?”
“그렇소.”
“충주에 맹호 형님 말이지요?”
“그렇다니까.
왜 오면 안 되는 일이라도 있소?”
“그게 아니라 맹호 형님은
산에서 잘 나오지 않거든요.”
“별말이 없었는데?”
“거참,
무룡 우를 형님으로 모신다더니
별일이오.”
“그건 그렇고
그놈들이 어떤 놈들이오?”
“충청도에는
두 거대 연맹이 있소.
맹호 형님이
자연발생적이고 의롭다면
저놈들 무리는
돈 되는 일이라면 사람도 죽이는
악독한 놈들이오.”
“두목이 누구고
따르는 놈들은 얼마나 되오?”
“두목은 방대라는 놈인데
거의 얼굴을 보이지 않고,
대신 부두목 칠뚝이가
설치고 다닌다는데
50여 명으로 파악되었소.”
“알았소.
맹호가 도착하면
어떻게 처리할 건지 의논해 봅시다.”
그때 문밖에서
“무룡 형님, 맹호 왔소.”
무룡은 문을 열고 나가
맹호를 맞았다.
“어서 오시오.
방금 맹호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양반은 못되겠다.”
“무룡 형님,
난 가면을 쓰고 있는 양반이 싫소.”
“그건 나도 그래. 하하”
오랜만에 만난
무룡과 맹호,
그리고 투가리는 밤늦게까지
담소를 나눴다.
다음날,
아침부터 아산의 두꺼비와
천안의 깍두기가 왔다.
“무룡 우,
맹호 형님 우리 왔소.”
“너희들이 어떻게 알고?”
“투가리에게
맹호 형님이
음성에 왔단 전갈을 받고
술 한잔하고 싶어
부르는 말인 줄 알았는데
좀 전에야 정말인 줄 알았소.
무룡 우, 잘 계셨소?”
“어서 오시오.
맹호 동생은
얼마나 안 움직였으면
동생들이 거짓말인 줄 알았겠소.”
“무룡 형님,
앞으론 좀 더 신경 쓰겠소.”
두꺼비와 깍두기도
투가리와 같은 말을 했다.
워낙 야비한 자들이라
모두 상대하기를
꺼린다는 소문이 자자합니다.
그런데 무룡 우, 무슨 일이 있었소?”
무룡은
단홍 남매를 만난 일부터
그간의 사정을 이야기해 주었다.
맹호,
“그 남매들을 위해서도
빨리 해결해줘야 할 것 같소.”
“그렇지 아픔을 잊고
하루라도 빨리 제자리로
돌아가야 하니까.”
다음날부터
의논을 한 결과
다섯만 산채에 들어가
단번에 방대와 칠뚝이를
제압하자고 의견이 모아졌다.
공격은 놈들이
아침 도적질을 나가는 시간에
맞춰졌다.
가장 많이 산채를
비우는 시간인 동시에 산만해지는
시간이다.
무룡은
매복하고 있다가
단번에 쳐들어갔다.
맹호와 동생들이
방대와 칠뚝이를 잡아 왔다.
투가리,
“어떤 놈이 방대냐?”
“나다.”
무룡은
방대라는 자를 본 순간
눈을 의심했다.
“너 세휘 아니냐?”
“넌 또 누구냐?”
“나 무룡이다.”
순간 세휘의 눈에
불똥이 튀는 듯하더니
곧 표정을 바꾸었다.
“검을 만들던 무룡이 말이지?”
“그래.”
“그런데 이렇게 만나니
좋은 인연이 못 되는 것 같다.”
무룡은
무철으로부터 세휘가 자신을
찾아다닌다는 말도 잊고
그때를 회상했다.
세휘
“오랜만이다.
관에 넘기기 전에
옛정으로 부탁 하나만 하자.”
“뭔데?”
세휘
“너랑 둘이 이야기하고 싶다.”
깍두기,
“무룡 우,
이놈은 아주 악랄하고
비열한 잡니다.
술수를 부리려고 하는
건지도 모릅니다.”
세휘
“그 옛날의 정을 생각해서
둘이 차 한잔하고 싶다는데,
말리는 걸 보니
내가 무서운 모양이다.”
깍두기 코웃음을 치며,
“넌 하룻강아지다.
아직 무룡 우의 실력을
모르는구나. 그래서 너 같은 놈은
도적일 수밖에 없다.”
세휘
“뭐라고?
이놈이 감히 내가 누구라고?”
“누구긴 사람들의 협박하고
죽이는 도적놈 두목이지.”
“알았다.”
무룡은 세휘를 따라
방으로 들어갔다.
“너를 찾으려고
산성에 무철이를 찾았었다.”
“무철이에게 얼마 전에 들었다.”
“아직도 비우 때문에
내게 감정이 있는 거냐?”
“너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도
비우와 잘살고 있겠지.”
“자신의 부족함은 모르고
남 탓을 하는 버릇은 여전하구나.”
세휘는 찻잔을 내밀었고,
무룡은 세휘를 경계를 하면서
천천히 마셨다.
“언제부터
여기서 이 짓을 한 거냐?”
“비우를 찾으러 오면서부터 였다.
어디로 숨었는지···.”
“지난 일은 잊고
그 옛날의 세휘로 돌아가면 안 될까?”
“그러기엔 내가
너무 많은 사람을 죽였어.
네가 찾는
단검의 주인공도 마찬가지고?”
“뭐?”
그때 세휘의 입가에 섬뜩하리만큼
싸늘한 웃음이 보였다.
“그리고 한 명 더 늘었다.
너도 이제
서서히 죽어 갈 것이니까.”
“뭐? 이런 나쁜···.”
무룡은
그 말을 끝으로 쓰러지고 말았다.
안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를 들은
맹호와 동생들이 들어가
무룡을 구출해 나왔으나
산채 접수는 포기해야 했다.
무룡이 독극물에 당했다는 소식은
곧 문경 요새에 전해졌고,
주흘은 곧바로
이방 노인이 데리고 찾아왔다.
맹호와 동생들은
“도대체 뭣 때문에
대장이 이 지경이 되었는지
빨리 좀 말해 보시오.”
이방은 눈을 감고 몇 번이나
맥 잡는 일을 반복했다.
주흘,
“도대체
왜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요?”
이방
“아무래도 독약에 중독된 것 같소.”
“무슨 약 말이오?”
“정기를 고갈시키는
독약에 중독된 것 같소.”
두꺼비
“그래서 무룡 우가
언제 깨어날 수 있겠소?”
“진맥은 하지만 나는 의원이 아니오.
예전에 상주에
이런 맹독을 해독하는
의원이 있었지만 죽었소.”
주흘,
“답답하시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이오.”
“나도 모르겠소.
이대로 두면
달포를 넘기지 못할 것 같소.”
“뭐, 뭐요?
그럼 무룡 우가
죽기라도 한단 말이오?”
이방은 대답 대신
침울한 표정을 지었다.
맹호,
“지금부터 흩어져서
맹독을 해독하는 의원을 찾아보자.
그리고 그 의원의 후손은 없소.?”
“딸이 의원이긴 하지만
치료해 본 적은 없을 거요.”
“그 정도로 어렵소?”
“아마도 의원을 찾긴 어려울 거요.”
“그래도 찾아야지요.
저렇게 무룡 우를 보낼 순 없소.”
주흘과 이방이 남고
투가리, 두꺼비 깍두기는 사방으로
사람을 풀어 의원을 찾았다.
그러나 이틀이 지나도
독약을 치료할 의원을
찾지 못하고 이방 노인의
약재상으로 무룡을 옮겼다.
무룡을 살리기 위한
식구들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소식은 하루 반나절 만에
청송 초옥에게 정해졌고,
이틀 만에 이골산
그리고 언양 자영에게 전해졌다.
한편 무룡 소식은
기수에게도 전해졌다.
이방에게서 일전에
곰에게 변을 당한 사람이
탁월하게 독약을 치료하던
의원인 걸 알고
초선이 찾아가기로 한다.
초선은 약초를 말리고 있다가
기수를 맞았다.
“어서 오시오.
어쩐 일로 오셨소?”
“일전에 같이 왔던
무룡이 약에 중독되어서
죽어가고 있소. 살려주시오.”
“대체 뭔 소리요?”
“정기를 고갈시키는
독이라 했는데···.”
“갈진독(渴盡毒) 말이오?”
“그렇소, 사람의 정기를
고갈시켜 죽인다 했소.”
“그럼, 그게 맞소.
극악의 맹독은 아니라도
사람의 진기를 없애서 죽이는
잔인한 약이오.”
“안타깝지만 그걸 치료할
의원은 찾지 못 할거요.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다면 모를까.
내게도 방도가 없소.”
기수는 힘없이
이방의 약재상으로 돌아왔다.
그 시간 초옥과 자영이
이방의 약재상에서 맞닥뜨렸다.
자영이 약재상에 도착하자마자
무룡부터 찾았다.
그런데 무룡 곁에
웬 여인이 지키고 있었다.
자영은 슬픔에 빠져 있었지만,
여인의 눈빛에서
무룡과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었다.
앵두 같은 입술,
기다란 목,
하얀 피부,
잘록한 허리
같은 여자가 보더라도
혹할 만큼 미인이었다.
자영은
여인으로 가져야 할 모든 것을 가진
여자에게 맹렬한 질투와 적의
그리고 호의를 동시에 느끼는
이상한 감정에 빠졌다.
자영
“뉘시오?”
초옥,
“내가 첫눈에 반해버린 사내요.”
여자는 거침이 없었다.
“뭐요?”
“보아하니 나와 같은 처지 같소.
하긴 이 잘난 남자에게
반한 여자가 한 둘이겠소.
내가 가지지 못한
단아함과 청순함을 가진 미인이니
무룡도 마음을 줬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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