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화 익산, 완주, 진안, 접수 작전

무룡은
보부상이 의성을 지날 시간에
맞춰 올라갔다.
무룡을 찾았던 사람은
뜻밖에도 군위에서
염통길을 혼내줄 때 도와주었던
태수란 보부상이었다.
“오랜만이오.”
“무룡, 오랜만에 뵙소.”
“무룡이
날 찾아줄 것이라고 믿었소.”
“무슨 일인데 그러시오?”
“이번에 내가 황해도 이남
보부상단의 단장이 되었소.”
“축하하오.”
“고맙소.
내가 무룡을 찾은 것은
충청과 전라도를 잇는
무주란 곳에 있는 도적들 때문이오.”
“도적들이 많소?”
“많기도 하지만
그놈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한지 보부상들도
지나다니기가 어려워졌소.
보부상들이 들어가지도 못하니
물건값이 비싸지고
피해를 겪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오. 도와주시오.”
“그러니까 선량한 사람들이
도적들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단 말이오?”
“그렇소.
물류가
올라가지도 내려가지도 못하니
피해는 고스란히
보통 사람들이 받고 있소.”
“어디 어디에 있소?”
“무주의 산채가
제일 크고
진안, 완주, 익산까지 뻗어 있소.”
“관에서는 도움을 받을 순 없소?”
“워낙 험한 곳에 있고,
세력이 대규모라
엄두를 못 내고 있소.”
“알았소.
길을 잘 아는 사람
한 명만 붙여주쇼.
그런데 상단이 머무는 곳이 어디요?”
“늘 이곳저곳을 다니며
물건을 파는 일이다 보니
여기저기에
묵을 곳을 정해놓고 있소.”
“알았소.
그럼 당분간은
토수골을 이용하도록 하시오.”
“안동 토수골을 말하는 것이오?”
“그렇소?”
“우리 상단에 사람이 많소.
이 지역에서만 모여도 이백이 넘소.”
“걱정하지 말고 이용하시오.
당장에 잠자리는 좀 불편할 것이오.”
“그건 걱정 마시오.
우리가 다니는 곳이 어디든
잠자리 걱정은 하지 않소.
하루면 비를 피할 수 있고
사흘이면 집을 만들 수도 있소.”
“얼마든지 만들어 사용하시오.”
무룡은
태수와 헤어지고
각 요새에
‘구미 요새로 모일
준비를 해 놓으라’고 알렸다.
그리고 태수가 붙여 준
길수와 같이
무주에서 익산까지 둘러보았다.
오랜만에
각 요새의 정예가 다시 모였다.
“다시 보니 반갑소.”
“반갑소. 무룡 우.”
구미 요새에 모인 식구들이
서로 안부를 묻느라 왁자했다.
“저놈들의 숫자가
만만치 않아 단번에
공격하기는 무리일 것 같소.”
소뿔,
“단번에 박살 내 버립시다.”
맹호,
“무룡 형님은
박살이 아니라 식구들이
다치지 않게 하려는 것이오.”
주흘,
“맞소.
우리 힘이라면
저놈들은 문제가 아니오.
식구들이 다치지 않고
산채를 점령하는 것이오.”
맹호,
“우리는
아직 체계가 덜 되어
외곽 방어를 하며 배우면 좋겠소.”
“좋소,
맹호와 소뿔이는 직접 참여하고,
투가리, 깍두기, 두꺼비, 방개,
불곰, 장태, 너구리는
다른 요새에
합류하면 좋을 것 같소.”
유 책사,
“울진, 영양, 영덕 요새에서
무주와
진안 경계를 맡으면 어떻소?.”
주흘과 장용이
고개를 끄덕였지만
비족은
“나도 저놈들
혼내주는 일을 하고 싶소.”
유재기,
“걱정 마시오.
무주 산채를 습격할 때는
모두 참여할 수 있소.”
“그럼, 나도 좋소.”
유 책사,
“진안과 완주 사이는
음성, 천안, 아산에서
맡는 게 어떻겠소?”
투가리, 깍두기, 두꺼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완주와 익산 사이는
태안, 공주, 부여,
담양에서 맡는 것이 어떻소?”
방개, 장태, 너구리,
불곰도 수긍했다.
무룡,
“이번 작전의 승패는
산채와 산채의 경계에서
합류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니
명심하하시오.”
“익산 요새는 맹호가 앞서시오.”
“알았소.”
“완주 산채는
투가리, 깍두기, 두꺼비가
맹호와 소뿔이를 도와 접수하시오.”
“예”
세
사람의 목소리가 우렁찼다.
“진안 요새는 누가 나서겠소?”
비족,
“새걸 형님과
비족이 했으면 좋겠소.”
기수,
“비족이 힘이 넘치나 보오.
대장 어떠시오?”
무룡,
“그렇게 합시다.
그리고 무주는
일부가 도주로를 막고
모두 공격하는 걸로 합시다.”
유 책사는
주흘, 맹호, 소뿔, 유장, 용회,
장용, 새걸, 비족을 불러
세부 사항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사총사와 주흘,
맹호. 유장, 새걸을 따로 불러
산채에서 물건을
처리하는 방법을 의논했다.
맹호,
“산채를 접수하면
그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하면 좋겠소?”
유 책사.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마을에 골고루 나누어 주면
좋을 것 같소.”
새걸,
“도적과 무기는
어떻게 처리할 것이오?”
유 책사
“도적들과 무기는
관에 넘기고 산채는
도적들이 사용할 수 없게
불을 지르면 될 것같소.”
산채의 경계를 지킬 인원이
순차적으로 떠나고 마지막으로
맹호와 소뿔이 출발했다.
무룡,
“다치지 않도록 조심하고
때를 봐서 신속하게 접수하시오.”
“알았소. 무룡 형님.”
나흘 뒤,
‘익산 산채를 접수했소’
-맹호, 소뿔-
‘완주 산채도 점령했소.’
-맹호. 소뿔, 투가리, 깍두기, 두꺼비-
연락을 기다리던 새걸과 비족이
두 곳을 점거했다는 소식을 듣고
진안 산채를 공격했다.
‘진안 산채를 접수했소.
비족이 날아다녔소.
익산과 완주에서
산채를 정리하고 올 시간에 맞춰
우리도 합류하겠소’
-새걸, 비족-
세 곳의 산채를
손쉽게 무너뜨렸다.
무주의 산채는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평온하게 보였다.
무주 요새는 제일 큰 곳으로
만만하게 볼 곳이 아니었다.
산채에 있는 도적들의 수효가
이백이 넘는 것으로 보였다.
유 책사,
“두목은
공산이라는 자로 포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합니다.”
무룡,
“어떤 무기를 쓴다고 하오.”
유 책사
“쇠막대에 둥근 쇠를 달아서
휘두른다 들었소.”
무룡,
“누가 맡겠소?”
여기저기서
서로 맡겠다 난리다.
새걸,
“무룡 우,
난 몸이 근질거려서 안 되겠소,”
기수,
“나도 오랜만에
채찍 맛을 보여 주고 싶소.”
주흘,
“편곤이 딱 일 것 같소.”
유 책사,
“대장,
세 곳의 산채를 접수했고,
이곳에서 숫자로 싸워도
우리가 밀릴 것 없소.
저렇게 하고 싶어 하는데,
식구들의 사기도 높일 겸,
일시에 포위하고 들어가
공산에게 대련을 하자면 어떻겠소?”
맹호,
“그거 재밌겠소.
식구들 실력을 확인하고,
견문도 넓히고
사기도 높이고 일석 삼조요.”
장용,
“오히려 부상자를
줄일 수도 있을 것 같소.
일대일에서
우리가 밀릴 일은
없을 것 같진 않소.”
‘그렇게 합시다.
좋소, 나도 찬성이오’ 등의
말이 나왔다.
무룡,
“좋소. 다수가 원하면
그렇게 합시다.
대신 외곽 포위망을
든든히 하고 일시에 쳐들어가
도망가지 못하게
한곳으로 몰아 놓아야 할 것이오.”
모두 동시에,
“알았소.”
회의가 끝났다.
유 책사,
“이제 모두 합류했으니
공격은 내일 아침
날이 밝으면
각 조장의 지시에 따르시오.
잘 자고 내일 봅시다.”
날이 밝았다.
각 요새의 식구들이
소리 없이 무주 산채로
모여들었다.
강재기와 대발산 그리고 기수가
담을 넘어가
번을 서고 있던 놈들을
조용히 잠재우고 문을 열었다.
일시에 산채로 진입한 인원이
도적들을 밀어붙였다.
자다 일어난 도적들은
힘 한 번 못 쓰고
구석으로 몰렸다.
공산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중과 부적이다.
그때 유 책사가 나섰다.
“두목 공산이 누구냐?”
“나다.”
덥수룩한 수염에
눈빛이 형형했다.
“우리는
의를 찾는 사람으로
쥐 잡듯 때려잡을 생각이 없다.
일대일 대결로 승부를
가리는 것이 어떠냐?”
“좋다. 바라던 바다.”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진안, 완주, 익산 산채는
우리가 접수했다.”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우린 허튼소리를 안 한다.”
“좋다.”
가장 먼저 나선 사람은
비족으로
맨손 격투로 상대를 실신케 했고
도적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공산이
둥근 모양의 쇠가 달린 것을
휘두르며 나왔다.
서로 나서려고 했다.
맹호,
“별로 도움이 못 되었는데
내게 기회를 주쇼.”
그 한마디에
모두 아쉬워하며 물러났다.
“고맙소.”
맹호는 검보다 작은
나무 하나를 들고 나가며,
“무룡형님, 너무 빨리 끝냈다고
탓하진 마시오.”
공산의 공격은
힘차고
거칠고 맹렬했지만,
힘과 세기에서
맹호를 따라가지 못했다.
맹호는
발을 움직이지도 않고
쇠공을 몇 번 흘려내더니
나무막대를 내려쳤다.
‘퍽’ 단 한 번,
맹호의 공격으로
공산은 눈을 뒤집고 쓰러졌다.
공산의 무주 산채는
대혼란이 일어났다.
그러나 겹겹이 둘러싸고
치밀하게 대비한 덕에
빠르게 정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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