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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로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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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0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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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1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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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화

DUMMY

손익을 따졌을 때 무술대회 같은 건 열지 않는 게 이득이다.

하지만 잔치라는 것이 어디 손익만 따지는 것인가.

명예와 명성, 그리고 마음의 여유까지 생각했을 때 한 번씩 회포를 푸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라 군황은 생각했다.

그래서 낭인으로 살던 시절에도, 마제로 백백교를 세웠을 때도 군황은 무인들을 모아 무술대회를 열곤 했다.


“문주님. 강녕하셨습니까?”


홍살문 앞 연무장이 있는 곳에 일시적으로 세워진 계단형 간이 건물의 상석으로 올라간 화산검은 곧바로 군황을 찾아 인사를 했다.

석백성의 성주인 백씨부부와 그 아래에 앉은 군황과 군기가 인사를 건넨 화산검을 본다.


“성주님께 먼저 인사를 올리고 오게.”


군황이 자신의 위쪽 자리에 앉은 백석을 보며 말했다.

성주 백석은 됐다는 듯 손을 들었다.

화산검은 고개를 깊게 숙여 백석에게 인사를 한 후 다시 군황을 봤다.


“묵기형제가 안 보이는 데 아직 안 왔나 봅니다?”


화산검이 길 떠난 묵기를 찾았다.


“형제? 언제 친해졌나 봅니다. 먼 길을 떠나 당분간 보기 힘들 겁니다.”

“그렇습니까? 이거 작별 인사도 못하고.”


군기의 대답에 화산검이 살짝 놀라 대답했다.

언제까지고 여기 있을 거로 생각했던 소협이라 놀람이 더 했다.


“자네는 참가자 아닌가? 여기 올라올 정신이 있나 보군.”


군황이 인산인해를 이룬 연무장을 멀리 내다보며 물었다.


“그게 사천 당가에서 급한 전갈이 도착해서.”


군황은 화산검이 다음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게 왜곡왕 고독과 관련된 이야기라는 걸 알았다.

사천 지역이면 촉산이라 불리는 산들이 모여 있는 곳이다.


“가까이 오게.”


지금 이곳에는 각 지역의 저명인사들이 잔뜩 있었다.

군황이 앉은 자리에 두 칸 아래만 해도 정사마에서 찾아온 한가락 하는 무인들이 즐비하다.

그들의 귀에 들어가면 귀찮아지니 군황은 귓속말을 택했다.


“문주님이 말씀하신 대로 사천에 있는 산 중 하나에서 진법 비슷한 것이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당가가 조사하고 있긴 하나 그들의 전문은 독과 암기. 맹에선 심각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진법에 대응하기 위해 제갈가를 보낸 참입니다.”

“흠. 알았네. 가봐.”


군황이 심드렁하게 반응하자 화산검은 솔직히 당황스러웠다.

군기가 적절한 값을 지불하고 의뢰를 하긴 했지만 이렇게 소식이 오자마자 자신이 직접 왔는데 이런 반응이라니.


“왜? 칭찬이라도 해주길 바라나? 자네에게 필요한 건 칭찬이 아니라 투지일 텐데. 그래가지고 중화제일미를 손에 넣겠나?”


군황의 말에 그제야 화산검이 정신을 차렸다.

그의 말처럼 지금 중요한 건 저 연무장에서 살아남아 마지막까지 서 있는 것이지 군황의 관심이 아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화산검이 자리를 파하고 얼른 사라졌다.


“소교주나 화산검이나 연이 어디가 좋아서 저러는 걸까?”


군기가 진심으로 물었다.


“세상엔 위험한 꽃에 미친 놈들이 제법 있는 법이다. 그리고 말이 나와서 말인데 우리 연이 정도면 일든 신붓감 아니냐?”

“하기야. 얼굴은 반반하지.”

“얼굴만 반반하다 뿐이냐. 집안도 좋지. 결혼 하기만 하면 지역 성주의 사위에 잘나가는 신생문파의 매제다. 화산검이나 소교주가 아직 한 문파의 문주나 교주가 아님을 생각할 때 백검문이란 뒷배는 생각보다 대단할 수 있어.”

“그럼 화산검이나 소교주가 그런 것까지 계산하고 있단 말이야?”


군기의 질문에 군황은 살짝 당황했다.


“그런 것 같지는 않은데.”


결국 한 대답은 아니다였다.

군기는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보기엔 둘 다 바보야.”


연무장 사방으로 세운 간이건물에 사람들이 가득 차고 나서야 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징 소리가 울려 퍼졌다.

먼저 주최지인 석백성의 성주 백석이 지역을 발전시킨 백검문에 대한 치하를 한 후 군황이 일어섰다.

백석이 말할 때도 웅성웅성하던 좌중들은 소문이 자자한 군황이 일어서자, 쥐 죽은 듯 조용해졌다.

군황은 고개를 빳빳이 들고 좌우로 사람들을 한 번씩 살피고는 멀리 떨어진 홍살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홍살문 위에 올려진 다섯 개의 운철 현판이 살아 있는 것처럼 문 위에 틀에서 빠져나와 날아왔다.


“허공섭물?”


군황의 아래에 있던 고수들의 대부분이 깜짝 놀라 눈이 커졌다.

물론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귀를 파거나 하품하는 자들도 있어 군황의 눈을 즐겁게 했다.

강호에는 기인이사가 모래처럼 많아 재미있는 법이다.


“젊은 문주가 역시 대단하군.”

“법륜을 쓰러뜨렸다는 게 허풍이 아니었나 본데?”


소곤거리는 자들의 말을 들으며 군황은 앞으로 손을 들어 다섯 개의 현판을 바로 앞 공중에 띄웠다.


“우선 이 자리를 빛내준 정사마의 절대자들께 감사드립니다. 직접 찾아오시지는 않았으나 이렇게 우리 백검문의 현판에 직접 축하의 말을 써주셨지요.”


작게 말했으나 바로 옆에서 들리듯 천지사방에서 들리는 군황의 목소리는 대회를 방문한 모두에게 똑똑히 들렸다.


“이번엔 육합전성이라니.”

“저 나이에 이렇게 고절한 내공과 수법을 가지는 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군황이 죽었다고 알려진 마제 본인이라는 걸 까맣게 모르는 사람들의 또다시 놀라는 소리가 들렸다. 

그들의 말을 즐기며 군황은 손을 뻗어 현판 다섯 개가 사방으로 날렸다.

아직 홍살문을 방문하지 않아 현판의 글귀를 못 본 자들은 눈앞에서 나타난 찬양 일색인 글귀에 감탄했고 본 자들도 군황이 펼치는 무공에 눈이 즐거웠다.


“여기 모인 강호동도 여러분. 부디 백검문이 연 대회를 충분히 즐기시다 가시길.”


준비한 제법 긴 연설을 마치고 현판을 회수한 군황이 좌중을 향해 크게 포권을 하자 함성이 울려 퍼졌다.

백검문에서 준비한 음식과 음료들이 동등하게 방문자들에게 나누어지고 무술대회의 시작을 알리는 징이 다시 울렸다.


“이거 햇볕 가리려고 만든 건물도 돈이 꽤 많이 들었거든? 근데 꼭 음식이랑 음료도 나눠줬어야 하는지 모르겠네.”


참가자들이 연무장에 대거 오르는 걸 보며 군기가 자리에 돌아온 군황에게 말했다.

사실 대회를 준비하며 깨진 돈이 한두 푼이 아니라 백검문의 곳간은 거의 비어 있었다.


“그래서 마교의 협조를 받아 서원은 그들이 출자하지 않았느냐.”


군황은 뭐가 그리 걱정이냐며 군기를 달랬지만 동생의 얼굴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서원을 세운다고 빈 창고에 바로 돈이 생기는 건 아니잖아. 심지어 형은 공짜로 가르칠 생각이라며. 거기에 선생으로 초빙한 고수들 월급도 줘야 될거고. 진짜 걱정이야. 이거 끝나면 우리 다 풀 반찬만 먹게 생겼어. 그렇다고 성주인 아버지에게 손 벌릴 수는 없잖아.”

“아서라. 공직자에게 무슨 돈이 있다고. 아버지가 부패한 사람이라면 모르지만 청렴으로 이름난 분이다. 뒤져봐야 올해 성을 운영할 자금만 있을 뿐이다.”

“알아. 거기에 손 대면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어봐라. 대회가 끝나면 너도 생각이 바뀔 테니 지금은 그저 즐기거라.”


뭐가 바뀐다는 건지 군기는 알 수 없었지만 일단 형을 믿어 보기로 했다.


무술대회는 참가자가 많아 오전에는 예선경기로 수백 명이 연무장에 올라 서로 내공 없이 초식으로만 자웅을 겨루었다.

서로 두세 발짝만 움직일 수 있는 작은 공간에서 옆에서 대결을 펼치는 참가자들을 신경 써가며 싸우는 것은 어찌 보면 본선보다 힘들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힘든 그들과 다르게 멀리서 구경하는 이들은 빼곡하게 연무장을 채운 무인들이 휘두르는 초식의 아름다움에 정말로 볼만한 광경이라고 생각했다.


“멋있긴 하네.”


군기가 냉차를 홀짝이며 예선전을 구경했다.

군황보다 한참이나 떨어지고 결코 고수라 부를 수 없는 그가 봐도 예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자들이 몇 보인다.

수백에서 절반, 다시 수백에서 절반, 그리고 수십에서 절반으로 줄고 줄어 최후의 열 명이 남았을 때는 이미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후였다.

군황은 시종들이 내온 점심을 즐기며 최후의 열 명을 살폈다.

아는 얼굴도 있고 모르는 얼굴도 있다.

아는 얼굴은 당연히 화산검 명진과 소교주 흑기린, 개방 분타주 호개도 있다.


이 세 명이 최후까지 남았다는 건 현 무림의 최전선에 선 고수들이 저들이라는 소리였다.

남은 일곱 중 다섯은 각 문파의 문양으로 알아볼 수 있었는데 각각 남궁, 당가, 아미, 청성, 곤륜이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둘은 하나는 모르는 얼굴이나 등에 찬 도와 정심과 똑 닮은 얼굴을 보았을 때 그놈의 손자라고 군황은 생각했다.


“근데 저 자는 누군지 잘 모르겠구나.”


군황이 유일하게 정체를 파악하지 못한 가면 쓴 무인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남은 다른 무인들보다 상당히 호리호리한 자로 유일한 여성 합격자인 아미의 여승과 비슷한 체구였다.


“알아보라고 할까?”


군기가 잠시 볼 일이 있다며 사라진 모란 대신 남은 작약을 부르려 했지만 군황이 막았다.


“아니, 되었다. 짐작 가는 이가 있긴 하다.”


군황의 시선이 맞은편 단상에 가만히 앉아 있는 백연에게 향했다.

그녀는 꽃단장하고 면사를 써 표정이 보이지 않았다.


“왜 저 가면 쓴 사람이 설마 연이야? 에이 설마. 저기 앉아 있잖아. 분신술이라도 썼단 말이야?”

“두고 보면 알겠지.”


본선은 내일 예정되어 있었기에 본선 진출자의 간단한 소개가 이루어졌다.


“사도련에서 온 정홍이라고 합니다!”


군황의 추측처럼 정체가 불분명한 자 중 하나는 사도련주 정심의 손자였다.

그가 자신을 소개하자 사도련의 사람들과 정심이 있는 곳에서 환호성이 나왔다.

이어 마지막으로 가면 쓴 자가 나와 군황은 녀석이 말하길 기다렸다.

그런데 가면 쓴 자는 뭔가를 주섬주섬 꺼내더니 옆에선 정홍에게 건넸다.


“어. 이분은 태어나면서부터 목이 좋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하신다고 합니다! 이름은 교절로 출신지는 불명이라고 합니다!”


정홍이 출신지가 없다는 글을 보고 살짝 말을 더듬었다.

스승 없이 스스로 무공을 익혀 나왔다는 말이거나 사정이 있어 숨기고 있다는 말이라서 그랬다.

모두 이름을 알리려 나왔을 무술대회에 이해가 가지 않는 소리였다.


“저기 소협. 그래도 사문 정도는 밝혀야 강호동도들의 입에 오르내리지 않겠소?”

“사정이 있어 그러니 대협께선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제 부탁을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가면 쓴 자가 정홍에게 다가와 얼굴을 가까이 붙이며 말했다.

아니, 목이 좋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한다고 했으면서 저 유창한 목소리는 뭐란 말인가.

정홍은 그렇게 생각하며 낯선 무인에게서 나는 좋은 냄새와 옥구슬이 구르는 듯한 미성에 혼이 쏙 나갔다.


“어험. 어험.”


얼굴을 살짝 붉힌 채 헛기침을 하는 정홍의 눈이 재빨리 가면인의 가슴을 향했다.

납작하다. 남자인가 싶다가도 몸에서 풍겨오는 체향이 아찔해 여자인가 싶다.

목소리도 미성이라 여자일 거야라고 정홍은 믿기로 했다.

아니라면 큰일이다.

할아버지께 남정네에게 잠시 홀렸다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게다가 저기 보물들과 함께 앉아 있는 면사를 쓴 여인이 할아버지가 점지해 준 정혼자였다.

수십 통 보낸 편지에 대한 답장은 한 장만 받았지만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는 문체는 사도련의 수장이 될 자신의 아내로 완벽했다.

게다가 소문이지만 중화제일미라지 않는가.

얼마나 예쁠지 상상도 안 된다.


“험험. 죄송하지만 나는 정혼자가 있소.”


혼자 김칫국을 마시는 장홍에게 가면인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씀인지?”


남자일지도 모르는 가면인의 말을 씹은 장홍이 건네받았던 쪽지를 다시 건넸다.

교절이라 이름을 밝힌 가면인이 그걸 받으려다 서로 손이 살짝 엇갈려 놓치고 말았다.


“어어?”

“앗.”


설상가상으로 바닥에 떨어지려는 쪽지를 둘이 먼저 잡겠다고 허리를 굽히다가 어깨까지 부딪쳐 버리자 정홍과 가면인의 중심이 같이 휘청거렸다.

정홍은 흔들리는 중심을 바로잡으면서 가면인 교절의 내공이 상당하다는 걸 느꼈다.

육체적으로 밀리는 상황에서 자신과 부딪쳐 쓰러지지 않는 게 그 증거였다.


딸그랑.


그런데 휘청이는 가면인의 품에서 동그란 무언가가 굴러떨어졌다.

그건 작은 원을 그리며 연무장을 돌더니 서 있는 흑기린의 발밑에 부딪혀 멈췄다.

어디선가 본 적 있는 광경에 흑기린은 흠칫했다.

그리고 발아래 있는 태극패를 보고 두 번 흠칫했다.

흑기린의 옆에 서 있던 화산검도 믿을 수 없다는 듯 태극패와 가면인을 번갈아 봤다.


“그러면 그렇지.”


멀리서 그걸 보던 군황이 입을 틀어막고 크큭큭하며 웃음을 참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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